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21세기, 태평양의 시대가 온다

이렇게 훌륭한 강좌에 초대받아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젊은이 들에게 역사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민족이 21세기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역사에 대해 알아야겠는데 역사라는 것이 사실 어렵습니다. 수십년 역사만 공부한 사람들도 '역사가 무 엇이냐' 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데 유명한 역사가 카(E. H. Carr)는《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라는 책에서 그에 대한 답으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역사를 한마디로 단언한 말인데 역사란 어 제 있었던 일을 되씹는 게 아니라 어제와 오늘이 대화를 시도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역사가 오늘과 관련이 없다 면 이미 역사가 아닐 겁니다. 역사에 관한 광범위한 이야기는 어렵겠고 오늘은 21세기를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인 류문명문화의 발자취를 간단하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원시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때는 먹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주로 동굴이나 강변, 바닷 가에 살면서 자연 그대로의 먹는 것만을 취하면서 정말 어렵게 살았습니다. 매번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매던 조상들은 짐승을 죽이지 않고 집에 데려다 키워서 필요할 때 잡아먹으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짐승을 잡아 서 집에서 키우는데 어떤 집은 짐승을 아주 많이 잡고 또 그놈들이 번식을 해서 1백 마리, 2백 마리 자꾸 늘어나게 됩니 다. 짐승이 자꾸 늘어나 관리하기도 힘들고 먹이도 구하기 힘들다 보니까 그 짐승들을 끌고 길을 떠나게 됩니다. 생활도 구를 싣고 물이 좋은 곳이나 풀이 좋은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유목생활을 시작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강변에 주로 정착을 하는데 강가는 상류에서 비료가 될 만한 것들이 홍수에 쓸려 내려와 땅이 비옥 합니다. 이렇게 비옥한 땅과 풍부한 물을 옆에 두고 농경사회가 시작됐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나일강변의 이집트 문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변의 메소포타미아문화 또 좀더 동쪽으로 오면 인더스강변의 인도문화, 그리고 황하유역의 양쯔강 지역에 대규모 농경사회가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강변에 농경사회가 정착하면서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문화가 전제주의 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정치, 문화적 특색을 Oriental Despotism, 즉 동양의 전제군주나 전제정치라고 표 현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점차 확대되면서 지도자도 생겼는데 강변의 지도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물길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물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둑도 쌓고 운하도 파야 하는데 그런 일을 위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 홍수가 나면 농사지었던 것이 다 없어지니 둑 쌓는 일을 도와주시오" 하면 사람들이 갖은 핑계를 대 고 일을 하지 않습니다. 둑을 못 쌓으면 결국 홍수 때 농사지은 것들이 다 떠내려가고 결국 그 커뮤니티가 살 길이 없습 니다. 그러다 보니 지도자들은 강제성을 띠더라도 노동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즉 1년에 3개월은 강제노동을 해서 둑과 운하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안하는 놈은 전부 감옥에 처넣거나 목을 비틀 거라고 해야 사람들이 일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이 이른바 강변의 농경사회가 전제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는 왕, 후후왕이라는 사람의 무덤입니다. 그 무덤이 그처럼 거 창한 것은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런 피라미드를 쌓는 일은 요즘 말하는 민주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아테네가 민주주의를 일찍부터 시작했다고 하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참정권을 가 지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노예는 노예대로 있고 정치를 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제한된 그런 민주주의였 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오벨리스크 같은 것들이 군주나 지도자의 상징적인데 엄청난 돌무덤을 쌓고 또 이런 것들의 끝에는 대부분 금박을 입혀놓았습니다. 그건 태양이 뜰 때 동시에 빛나라는 뜻으로 결국 그들은 태양과 같은 엄청난 존재라는 것을 과시하던 것이었습니다. 오리엔트 시대에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전제주의에 저항하지 않고 줄곧 살아왔기 때문에 발전이라는 것 을 모르고 오랫동안 유지됐습니다. 유명한 조셉 퍼마치니는 "발전은 충돌을 통해서 온다"(Progress comes through conf lict)고 했는데 충돌 자체를 아주 부도덕한 것으로 보는 오리엔트 사회가 발전하기는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관념이 우리에게도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낡은 도덕규범 중의 하나인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임금님과 서당에서 가르치는 훈장, 그리고 아버지는 하나라는 말입니다. 이 세 사람은 다 임금, 즉 군의 상징입니다. 아버지는 한 집안의 훈육의 상징입니다. 그런 아버님께 '아버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맞다면 무조건 맞는 것이었습니다. 또 사대부 집안의 아버지는 아이를 안아본 적이 없습니다. 아기들은 안아서 얼러줘야 하는데 항상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되는 아버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차마 점잖은 아버지가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안 보는 데서야 안기도 하고 흔들기도 했겠지만 누가 오면 '으흠' 하고 기침이나 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정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집안에서는 아버지가 제일 권위자입니다. 집안에 아무리 의견이 분분하다 할지라도 아버지가 이렇게 하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아버지, 학교에 가면 선생님, 나라에는 임금님이 절대적이었습니 다. 특히 임금님은 하늘이 내린 권력이었습니다. 상소문을 올린다곤 하지만 조선조 5백년에 상소문 올렸다가 제 명을 못 누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해남에 가면 윤선도의 유적지가 있는데 이 사람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윤선도라는 사람은 30세 전후 에 장원급제한 시대의 수재입니다. 그런 사람이 벼슬길에 올라 조정을 바라보니 나쁜 놈들이 와글와글하거든요. 그래 서 임금께 이래서는 안된다는 상소문 한 장 올렸다가 벼슬다운 벼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유배로 일생을 마쳤습니다. 이와같은 사례는 너무도 많은데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오리엔탈의 전제적인 모습을 배운 까닭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오랜 세월을 보낸 지금 우리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질문이 없는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의견을 키워주지 못하고 성장하게 되니까 자신의 생각이 없게 됩니다. 자신의 의견을 갖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토론도 자주 갖고 궁금한 것은 자꾸 물어봐야 되는데 우리는 무조건 믿고 따르는 교육에 익숙했던 것입니 다. 이처럼 토론이 없이 자란 사람들이 갖는 단점은 많습니다. 우선 덮어놓고 남의 의견에 반대하는 겁니다. 자기의 의견이 없다 보니까 그냥 안된다고 우기는 겁니다. 또 반대로 덮어놓고 찬성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오리엔트 사 회를 거쳐온 사회, 우리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만이 그런 게 아니라 강변에 만들어진 농경사회, 오리엔트 농경사회가 거의 전제주의로 흘렀 습니다. 지중해 동쪽에 치우친 에게해 부근에 희랍반도가 있습니다. 섬이 많다는 뜻의 에게해 주변에 여러 개의 도시국가가 생깁니다. 많은 도시국가가 번성했는데 그 중에 문화적으로 제일 성공한 곳이 아테네입니다. 요즘 모든 서양문화의 근원을 아테네, 희랍문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모두 아테네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사람들입니다. 또 희곡의 대가로 불리는 에스킬러스, 유 리피데스, 소포필레스 등도 아테네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황금시대의 뒷부분에 가서는 스파르타와 싸움이 붙어 아 테네가 짐으로써 결국 문명의 중심은 아테네를 떠나 지중해 중심부로 옮겨지게 됩니다. 아테네에서 지중해 중심부에 있는 이탈리아 반도의 로마제국 도시국가가 점점 힘을 획득하면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길 만큼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희랍사람들에 비해 상상력 이 뒤떨어져서 우리가 잘 아는 신화들도 희랍사람들의 신화를 이름만 바꾼 채 수입합니다. 희랍의 제우스를 주피 터로 부르는 등 상상력 면에서는 희랍인들에 떨어졌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이처럼 하나가 너무 커지는 것을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다이나소라는 공룡이 지구상을 배회하던 때가 있었는데 너무 몸집이 큰 나머지 기후변화 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멸종되고 말았듯이 로마도 자꾸 커지면서 조금씩 문제점을 드러내게 됩니다. 자꾸 방대해진 로마는 결국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으로 갈라 졌습니다. 서로마 제국의 수도는 로마, 동로마 제국의 수도는 유명한 황제 콘스탄틴 대제의 이름을 따서 콘스탄티 노플, 오늘날 터키의 이스탄불이 바로 그 수도였습니다. 서로마 제국은 기원 5세기까지 버티다가 게르만족이라는 야만족에 의해 침략을 당해 무너지게 되고 동로마제국은 1천년을 더 버티다가 기원전 15세기, 근세사회가 태동되는 무렵에 오스만 투르크에 함락됩니다. 인간과 역사의 모습은 같습니다. 폴 케네디가《강대국의 흥망성쇠》(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라는 책에서 일어나는 때가 있으면 내려가는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출생이 있고 그 다음에 성장이 있고 쇠퇴가 있고 결국 사멸이 있다고 했는데 이런 이치는 모든 생물과 역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실입니다. 그 러기 때문에 탄생(birth), 성장(gross), 쇠퇴(decade), 죽음(death)의 단계를 갖게 되는데 특히 죽음은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문명권에 계승됩니다. 또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발전이 되니까 문명은 곧 접촉을 통해 역사를 이어간 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문명의 발전은 끊임없는 접촉을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자꾸 부딪쳐야 되는 겁니 다. 희랍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일강변의 여러 문화와 많은 접촉을 통해 그들의 문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멸망과 함께 문명의 중심은 지중해를 벗어납니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야죠. 그때 스페인이라 는 나라가 매우 부강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모험을 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인도, 일본이라 는 나라에 금은보화가 많다고 하는데 그걸 빼앗아 보자고 길을 떠났다가 찾아낸 것이 신대륙입니다. 콜럼버스를 그 렇게 지원한 것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고 스페인의 왕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이 자금을 대서 신대륙의 모험을 했기 때문에 발견한 신대륙의 땅에 전부 스페인 깃발을 꽂을 수 있었던 겁니다. 남미가 압도적으로 스페니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 당시 스페인의 국력이 매우 부강했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는데 이건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증명하는 겁니다. 이처럼 강력한 스페인도 1588년 이른바 무적함대(Invincible Armada)가 영국 해군에 의해 격침됐습니다. 그때부터 문명의 중심은 지브롤터의 해협을 벗어나 대서양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서구문명, 영어를 사 용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전세계를 지배하게 됩니다. 한편 최근의 1백년,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대서양을 놓고 동쪽에 있는 나라보다는 서쪽에 있는 나라가 더 부강했습니다. 우리가 서양문명을 수입한 지난 1백년은 런던보다는 워싱턴이 더 중요하고 리버풀, 맨체스터보다는 역 시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이 중요한 시대였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세분하면 최근 10여년 동안은 미국의 동해안보다는 서해안 지역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민 인구도 서쪽으로 많이 떠나 한국동포가 50, 60만씩 모여 사는 동네도 나타난 겁니다. 예전에는 미국정치를 보면 뉴욕만 잡으면 대통령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뉴욕만 잡으면 안되 고 캘리포니아를 잡아야 된다고 합니다. 지난 미국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밥 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부지런히 캘리 포니아에 가서 표밭을 다진 것이 큰 이유라고 합니다. 이런 현실의 변화를 쉽게 말하면 지난 4백년의 역사를 이끌어 온 대서양문화가 이제는 태평양 쪽으로 옮겨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지적은 이미 역사가들이 했습니다. 독일의 오스왈드 슈펭글러가 1차대전 즈음해서《서구의 몰락》 (Decline of the West)이란 책에서 이미 지적을 했고 토인비는 "서양은 막다른 골목에 왔다"고 했습니다. 특히 옥스 퍼드 대학의 현대사 교수인 제프리 바라클라워라고 하는 분이 " The atlantic era is over and the pacific era is here"라며 태평양의 시대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폴 케네디 교수가 몇년 전 우리나라에 와서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떠나면서 21세기의 주역, 태평양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수준 높게 가져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 첫째가 민주주의였습니 다. 그리고 두번째로 도덕의 수준, 세번째는 생산성의 수준을 높게 가져야 된다고 했습니다. 태평양 시대가 도래한다 고 하는데 이곳에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문화권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는데 이 세 나라 중에서 어느 나라가 분명 태평양 시대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결국 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느냐 끌려가느냐는 우리가 21 세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입니다. 일본은 경제강국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의회정치도 잘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21세기를 이끌고 나갈 민족 이라는 평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는 일본은 그게 진실이 아닙니다. 일본은 근대화 시작부터 착오가 많았습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서 근대화에 접어드는데, 그때 만든 헌법의 제일 중요한 부분이 '천황은 신성하여 불가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전통을 갖고 이어오고 있는데 이것 은 일본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문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쨌건 일본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근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런 일본인들은 질서를 잘 지킵니다. 너무 잘 지켜서 탈일 정도로 열심입니다. 일본인들은 불장난을 하지 말라면 안합니다. 위에서 하지 말라는데 왜 합니까? 불장난을 하면 손을 덴다고 하니까 불장난을 하지 않지만 그들은 불에 데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를 하라는 숙명을 안고 태어난 민족 같습니다. 우리 민족은 불장난을 하면 손을 덴다고 하는 사람을 째려봅니다. 불장난을 해도 내가 하고 열 손가락을 다 데어도 내 손가락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내 행동은 내 책임이라는 생각, 이런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가 아닐까 하 는 생각을 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두 사람이나 구치소에 집어넣을 수 있고 그 아들도 잡아넣을 수 있는 민족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옛날에 미국 선교사가 교인이 두 명뿐인 시골교회에 가서 이 교회는 희망이 많다고 했답니다. 앞으로 교 인이 늘어날 것밖에 없다면서 희망을 가졌다고 하는데 지금 대통령 두 사람이 감옥에 들어가고 대통령 아들이 들어 갔다는 건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과 일본은 절대 우리처럼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카토휴이치라는 유명한 평론가가 작년 한림대학이 개최한 한일문제 세미나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세 나라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지켜나갈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양인이 본받을 만한 민 주주의의 모델을 보여줄 나라는 한국이라고 했습니다. 폴 케네디가 일본에서 강연하면서 일본은 21세기의 주역이 못된다고 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시련을 겪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시련이 없다면, 일본인처럼 손을 데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에는 거리가 멉니다. 천안문 사태가 끝난 뒤 제가 베이징에 갔었습니다. 그래서 천안문 사태 때 죽은 사람이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부상 당한 사람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또 한 명도 없다고 그럽니다. 정말 지독할 정도였습니다. 또 높은 수준의 도덕이라고 할 때 중국과 일본보다는 우리가 훨씬 우월한 자리에 있습니다. 도덕이란 종교를 바탕으로 할 때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약속을 잘 지키고 예의가 바를지는 몰라 도 종교 없는 일본의 도덕은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으면 꼭 신사참배를 합니다. 결혼을 하 거나 아기가 태어나면 꼭 참배를 합니다. 그런데 누가 아프다거나 사람이 죽었거나 하면 절대 찾아가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을 도덕적 관점에서 하나로 묶는 종교가 없습니다. 한국의 불교에는 이차돈이 흘린 순교의 피가 담겨 있습니다. 천주교는 103명의 순교가 있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에 와서 천주교 박해 때 숨진 5, 6천 명의 사람들 중에 103명을 골라 성인의 반 열에 올려놓는 예식을 했었습니다. 이런 순교의 피는 곧 우리 국민들의 도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일제 때와 공산당 치하에서 자신의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개신교의 목사, 전도사가 3백 명이 넘습 니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민족이 없습니다. 이런 종교적 믿음이 우리 한민족을 도덕적으로 앞서게 만들 었습니다. 태평양 시대가 곧 열립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21 세기를 맞이할 기본 준비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도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들보다는 21세기를 이끌어갈 민주적 요 소와 도덕적 가치 등을 실현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의 시련만 극복하면 21세기, 태평양 시대의 주역은 바로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고통의 과정을 잘 견뎌내고 경제위기를 재도약을 위한 긍정적인 계기로 삼고 도덕으로 무장한 따뜻한 가슴으로 21세기, 태평양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