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시장개방과 소비자의 자세

안녕하세요?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 소비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현실은 어떠한지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60, 1970년대에 우리나라는 국산품 애용, 수출제일주의를 부르짖었습니다. 그때는 외국상품은 특수층이나 유별난 사람만 쓰는 것이지 도저히 일반인들은 써 볼 수도 없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우리도 외국상품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경제성장을 해보자는 국민적 합의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한 결과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인 발전을 가져 왔습니다. 1988년 당시 세계에서 무역을 14번째로 많이 하는 나라였으니까 명실공히 '코리아'란 글자를 세계인에게 널리 알렸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건방을 떨어서 과소비가 무슨 미덕인 것처럼 흥청망청거렸습니다. 여행자유화로 외국 으로 여행을 다녀오시는 분들이 마구 물건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누가 어떤 물건을 샀다고 하면 나도 사야 되 는 줄 알고 충동구매하기도 하고 또 디자인이 바뀌면 새 상품을 구입하는 등 최첨단의 소비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우 리가 이렇게 소비하고 있는 동안 세계시장은 우루과이라운드, WTO 시대 등 개방화로 치달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개방화 의 파고(波高)를 이겨내려는 노력보다는 1996년 9월에 OECD에 가입함으로서 세계 2백여 나라 중 29번째의 부자나라라는 허울에 만족해했습니다. 그러나 1994년 말에서 1995년으로 넘어오면서 국가경제가 하강국면에 들어서면서 무역적자, 외채라는 말들이 등장 했습니다. 그리고 곧 경상수지 적자, 결국에는 국가경쟁력, 세계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내려갔다고 하지만 작년(1996년) 말의 경상수지 적자가 24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왜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가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걸까요? 그 원인이야 많이 있지만 우선 땅값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공장을 지을 만한 땅가격의 평균을 따 졌더니 평당 22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외국은 땅값이 비싸지 않습니다. 영국의 경우는 평당 5만 원선입니다. 평당 22만 원짜리하고 평당 5만 원짜리의 차이는 결국 물건 원가의 차액으로 나타납니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두번째는 은행이자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은행이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 세 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에서도 제일 비싼 이자는 7%이고, 워싱턴의 은행가에서는 신용도에 따라 4%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우리는 13%의 금리로 돈을 빌려서 공장을 짓다 보니 이런 금융비용이 원가에 포함되게 됩니다. 또 인건비도 GNP 2만 달러를 돌파한 나라보다 비싸 제조원가의 상승, 곧 국제경쟁력의 하락을 부채질했습니다.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소비가 미덕이다 하던 시대가 10여년 만에 꿈나라가 된 겁니다. WTO 시대의 개막으로 세계의 국경이 없어졌습니다. 이 말은 곧 세계시장이 하나가 돼 경쟁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경제전쟁 시대가 왔음을 의미하지요. 이런 국제화시대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점 점 작아집니다. 그래서 21세기는 민간단체의 시대가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소비자들은 조직화되지 않은 채 뿔뿔 이 흩어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소비자 보호는 거창한 말이 아닙니다. 내가 지불한 돈만큼의 값어치있는 물건을 받았을 때 보호를 받는다는 아주 단순한 겁니다. 쌀밥을 사먹을 돈을 내고 보리밥을 얻어먹었다면 보호를 못 받은 거지요. 더운 밥값을 지불하고 찬밥을 얻어 먹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일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만약 소비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행사한다면 소비자 보호는 물론 기업문화까지 고쳐낼 수 있습니다. 소비자 권리의 첫째는 안전할 권리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임은 기업에 있는 게 아니라 정부에 있습니다. 1981년 부터 시행되고 있는 소비자보호기본법은 소비자가 지불한 돈만큼의 값어치있는 물건을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된 다는 취지로 공산품이나 가전제품에 'KS', '품', '검', '전' 등의 표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는 미국 등 외국에는 없는 독특한 제도로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물건이니 안심하고 구입하라는 거지요. KS 마크는 외국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해주는 수준 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들이 초등학교 시절 쓰던 색종이에서 색깔이 묻어 나오는 그런 불량품들이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된 것 도 '품'자 마크가 활성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에서 정해준 이런 품질기준에 앞선 소비자들의 의식입 니다. 거의 모든 제품에는 앞에 언급한 품질기준표와 제품번호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 제품번호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이번 겨울에 전기난로를 사러 갔다고 합시다. 대리점에는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신제품들은 아니죠. 그때 소비자가 제품번호까지 따져가며 구입하게 되면 판매상들은 엉터리 물건을 팔지 못합니다. 즉 제조한 지 오래된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죠. 제조한 지 오래됐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나 각종 보상을 받을 기회가 줄 어든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판매상의 입장에서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먼저 들여온 물건을 우선 판매하는 선입선출을 해야 되기 때문에 엉뚱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두번째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들 수 있습니다.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는 거지요.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서 대부분 정보를 얻게 되는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 허위과장 광고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지만 집에서 해물탕면 광고를 보았습니다. 해물탕면에 새우가 세 마리가 있고 오징어가 있고 계 란 1/4에 오이가 있는데 단돈 600원. 그래서 새우하고 오징어 생각을 하면서 라면을 끓였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새우 수염 하나 안 나오고 오징어 껍데기 하나 안 나왔습니다. 일종의 허위과장 광고입니다. 우유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유에는 시유가 있고 가공유가 있고 기능성 우유가 있습니다. 시유는 목장의 젖소에서 짠 우유를 그냥 고온처리해 3일 내지 4일간의 유효기간밖에 갖지 못하는 우유입니다. 가공유는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같은 것들을 말하는데 사실은 바나나향 우유, 초콜릿향 우유가 제대로 된 이름이죠, 향만 들어간 겁니다. 그리고 기능성 우유는 DHA, Ca 등을 첨가해서 만든 우유예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검사를 해 보니까 외국에서 값싼 전지분유를 사서 향만 넣어 가공유를 만들거나 소 뼈다귀를 갈아넣고 기능을 첨가했다고 한 겁니다. 물론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그 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돈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지금 쌀밥의 돈을 지불하고 보리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진 데 이러지는 말자는 거지요. 우유에 반드시 시유, 가공유, 기능성 우유라는 것을 반드시 표기하고, 또 원산지 표시와 성분 표시를 하라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소비자의 정확한 알 권리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식품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품만이 라도 명확한 표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 라면 좋아하지요? 라면은 대부분 밀가루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밀 생산량이 많지 않아 과자 나 라면에 사용될 만큼의 양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을 미국이나 호주에서 들여오는데 그 밀을 믿을 수 있느냐가 문제입 니다. 농산물검사소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도 부족하고 또 그 많은 양을 다 검사할 수 없어서 전부 서류검사로 들여와 일부만 샘플링 조사만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특히 앞으로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사먹을 때는 원산지 표시를 확인해서 문제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야 합니다. 세번째는 선택의 기회입니다. 지난 2월 제품 조사차 전자상가에 갔다가 라디오를 구입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런데 매장을 살펴보니 국산 라디오가 없었습니다. 일본 제품만 즐비하고 우리 라디오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원에게 물어봤 더니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안 갖다 놓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가전 3사 소비자 상담실장들을 불러다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가 못 만드는 게 아니라 똑같이 만들어도 가격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 에 못 파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소니는 세계적으로 다 알려져서 광고를 안해도 물건이 팔리는데 우리 제품은 광고를 안하면 제품 이 안 팔린다는 겁니다. 결국 광고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포함돼 같은 성능의 일제가 7만 원일 때 우리 것은 12만 원이 된다는 말 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기업의 문제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도 일말의 책임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외면 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이 창출되지 않 으면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어디서 찾습니까? 내가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선택의 기회는 신중해야 합니다. 네번째는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권리입니다. 천 원짜리 제품을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그냥 버리기가 일 쑤입니다. 하지만 아무거나 잘 먹는 아이보다는 음식 먹을 때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음식을 먹일까 고민을 합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들이 기호에 따라서 까다롭게 제품을 구입하고 또 문제가 생기면 항의를 해야 기업들이 물건을 제대로 만들려고 신경을 쓰게 되는 겁니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 고발센터에 가보면 우리 돈으로 천 원, 천오백 원짜리 제품을 고발한 것이 수두룩합니다. 이런 고발정신과 소비자들의 의사반영의 적극성이 일본 제품을 최고의 수준으로 만든 것입니다. 다섯번째로는 보상받을 권리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품들은 소비자보호법에 의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은 일주일 안에 교환과 환불을 할 수 있고 자동차는 엔진이 1년 안에 고장났을 때는 무상수리, 3개월 안에는 교환을 하게끔 법 적으로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상품은 그게 없어요. 만약 여러분이 일본 텔레비전을 구입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일본 텔레비전은 완제품이 들어오는 것이지 부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에요. 만약 1년만에 고장이 나도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즉 물건을 구입할 때는 이 물건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물건인가 또 보상은 어떻게 받고 애프터서비스는 어떠한가 꼼꼼히 따져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489개의 품목에 대해서 보상받을 수 있게 법에 보장되 어 있습니다. 제품 구입으로 신체적 또는 재산상의 손해가 나는 것도 모두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는 반드시 이런 보상내역을 확인하고 구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하지만 보상관계가 어려운 게 있습니다. 바로 의약품과 식품입니다. 우유를 먹고 배탈이 났다고 합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우유만 먹었어요? 밥도 먹고 반찬도 먹고 다른 간식도 먹었겠지요. 할 말이 없어요, 증거를 찾기가 힘든 거죠. 그래서 식품이나 의약품의 경우는 다른 제품보다 더 깐깐하게 살펴보고 제품을 구입해야 합니다. 여섯번째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소비자가 돈을 내고 물건을 택하고 먹고 써야 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식이 높아지지 않고는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이 높아질 수 없습니다. 또 외국의 엉터리 제품이 들어오지도 못할 것입니다. 미국이 자국 의 소비자를 위해서는 엄청난 보호를 하면서도 후진국이나 중진국에 아무 물건이나 수출할 수 있는 것도 그 나라 소비자들이 무 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자국민은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외국인은 그냥 돈으로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일곱번째는 깨끗한 환경에 살 권리입니다. 요즘 환경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만 환경이란 쉽게 말해 공기하고 물, 그 리고 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5분 이상 숨을 안 쉬고는 살 수 없고 단식을 해도 물을 마셔가면서 단 식을 합니다. 그리고 땅은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각종 농산물이 자라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런 땅들이 전부 농약에 오염되면 우리가 먹는 농산물 모두 오염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농산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데 며칠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 농산물보다 훨씬 싼 가격에 들여오는 중국농산물과 가격경쟁력이 없다 보니까 우리 농민들도 많은 생산을 위해 자꾸 농약을 사용 하게 되는 겁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농약 없는 우리 유기농산물을 이용해야 우리의 환경이 보존될 수 있고 농민도 살 수 있습니다. 여덟번째 마지막으로는 조직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전경련이나 상공회의소 등 자신 들의 조직체를 만들어서 권익을 챙깁니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은 99%가 흩어져 있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소비자단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단체에 들어와 활동하면서 힘을 모아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고칠 것 은 고쳐 달라고 말하고 바꿀 것은 바꿔주기를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곧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국가의 경쟁력 을 향상시키는 길입니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습니다. 내 자신이 스스로 지켜야 되는 것입니다. 개방화, 국제화시대에는 소비자가 의식을 가지고 권리를 찾아야지 정부가 해주기를 기다려서는 안됩니다. 특히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여러분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세계화, 개방화의 파도 속에서도 절대 일본이나 미국의 국민들한테 뒤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나라의 자존심입니다. 외국이 우리 국민들을 깔보고 쓰지도 못할 제품들, 먹지도 못할 식품들을 팔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 젊은 세대들이 어떤 사안에 따라 문제점을 지적할 책임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할 책임이 있는가 하면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 참여할 책임과 사안을 이해할 능력을 키우면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마음깊이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