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갈등구조란 쉽게 표현하면, 내면에서는 원하되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기에 느껴지는 불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게 되는 갈등이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그렇 게 점점 번져져서 사회갈등과 부딪치게 됩니다. 특히 젊은 시대에는 자기자 신과의 갈등에서부터 불확실한 미래까지도 갈등이 됩니다. 이른바 1류 대학 에 다니지 않는다는 자존심의 상처를 입는 것도 사회적 갈등입니다. 철학자 들이 평생 연구하는 인간의 문제들도 대체로 인간의 갈등구조를 가지고 고 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시학》은 오늘날까지 문학의 원론서적이라 할 수 있는 데, 그 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갈등구조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 떤 사건에는 동기, 클라이맥스, 절정의 세 꼭지점이 있는데, 대체로 모든 드 라마는 이런 구조로 꾸며집니다. 그 세 개의 꼭지점에는 두 개의 변과 밑변 이 있는데, 왼쪽변에 찍히는 것이 갈등이고, 오른쪽변에 찍히는 것이 바로 전환이라고 합니다.

드라마로 쉽게 표현하면, 가난한 연인이 연애를 시작합니다, 가난한 여자 는 남자를 뒷바라지하여 대학을 졸업시킵니다, 그러다 졸업 후에 남자가 사 장 딸과 연애를 하면 3각관계가 됩니다. 이 3각관계는 갈등구조의 상징입니 다. 이런 드라마에선 갈등양상이 세 가지로 표출되는데, 첫째가 동정심입니 다. 가난한 여자가 애인을 뺏긴 뒤에 울며 살아가면, 우리는 지극한 동정심 으로 바라봅니다. 두번째는 질투심입니다. 그 남자를 뺏아가는 예쁘고 돈 많은 사장 딸을 질투하고 미워합니다. 세번째는, 가난한 여자를 버리고 부 잣집 여자와 연애하는 남자에 대한 분노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동정심, 질 투, 분노가 이런 드라마에서는 갈등구조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부부들은 대체로 가장 친한 척하면서도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합 니다. 이유는 서로 눈을 쳐다보지 않고 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윗사람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웃으면 미친 사 람이라고 조신하게 굴라고 배웠습니다. 물론 사회윤리적으로 보면, 그 당시 타당성은 있었으나 지금은 그 시절과는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문명화된 세 상이고 복잡다단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로 눈을 쳐다보며 살아야 합니다.

젊은 사람끼리 길거리에서 싸워 폭행사건으로 경찰서로 끌려와 싸운 이 유를 물어보면, 저 사람이 째려봤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웃지 않고 남을 쳐다보면 째려보는 눈을 가졌다는 게 죄라면 죄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연인, 가족, 이웃, 사회에서 겪게 되는 갈등양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첫번째 요인은 대화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눈을 쳐다보 지 않아서 진실이 빨리 투영되지 않는 것입니다.

생태학적으로 한국은 여름과 겨울이 깁니다. 또한 무지하게 더위가 길고 무지하게 추위가 깁니다. 이런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체구조가 작달 만해야 하는데, 얼굴만 가지고 표현을 하면, 뒤통수는 납작하고, 이마는 좁 고, 광대뼈는 조금 나오고, 목은 짧습니다. 왜냐하면 서양사람같이 목이 길 면 찬바람 더운바람 된바람에 성대가 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콧등이 납 작해야 되지요. 서양사람같이 높이 솟으면 된바람에 내장기가 상하게 된답 니다. 그리고 눈두덩은 기름기가 잔뜩하고 옆으로 째져야 해요. 그래야 강 한 햇빛과 찬바람에 눈을 보호하게 되지요. 서양은 일조량이 적기 때문에 눈이 커도 상할 염려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작은 눈이 얼마나 우리 경제 성장에 지대한 공로가 있는가 하 는 것을 제가 반도체에 관한 소설을 쓰다가 발견했습니다. 작고 검은 눈동 자는 미세한 것을 볼 때, 밝고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아주 적절한 구조 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양의 크고 푸른 눈은 초점을 잘 못 맞추고, 오 래 작업하면 피곤하여 못 견딥니다. 작은 것은 섬세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양사람들은 바늘을 못 꿰어요. 그러나 우리 할머니들은 눈이 전혀 보이지 않고 안경 없이도 바늘을 꿰어요.

그만큼 손재주를 가졌다는 뜻이고, 감각이 뛰어난 민족이란 이야기입니 다. 이런 감각이 현대과학의 최첨단산업의 쌀이라고 일컫는 반도체를 세계 1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미래학자들도 한국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 세계 5 대 강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으로는 사람다운 사람을 도저히 길러낼 수 없습니다.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미스코리아, 탤런트, 가수를 뽑는 행사에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 가운데 하나는 미인의 얼굴이 차갑다는 것과 교양미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건 곧 자만심입니다. 자신들이 예쁘기에 남자들이 유혹하려 하니까 눈에다 힘 을 주고, 앞만 보고 걸어다니는 방어본능 때문에 얼굴이 차가워지고 냉랭해 진 것 같습니다.

제가 가톨릭 신자인데, 미술적 구도로 보면, 김수환 추기경님의 얼굴구조 는 완전히 민주화되신 분입니다. 지난번 식사하면서, "추기경님, 성직자되시 기를 참 잘하셨습니다. 그 얼굴로 장가가시기도 어렵고 결혼해서 애 낳으면 얼마나 부모를 원망했겠습니까?" 하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하시더군요. 그런데 실제로 그 분 모습을 가까이서 뵈면 세상에 그렇게 잔잔하고 따뜻할 수가 없습니다. 이 얘기는 결국 어떻게 태어났느냐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에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 다. 눈빛이 따뜻하려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눈빛이 따스해지면 교 양미가 생기고 자신감도 생기며 신념도 갖게 됩니다.

몇 해 전에 한 분이 돌아가심으로써 우리 민중에게 기쁨을 주신 분이 있 는데, 성철 대선사가 그 분입니다. 돌아가시면 슬퍼해야 하는데 왜 기쁨을 주었겠습니까? 그 분을 미술적 구조로 본다면, 으슥한 밤길에 산사의 모퉁 이에서 만나는 산도적으로 볼 정도예요. 그러나 그 분 앞에서는 말 한마디 나오지 않습니다. 신선의 경지에 달한 그 분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 습니까? 그건 바로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인데, 마음이 상징적으로 표출되 는 것이 눈빛입니다.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요. 적어도 3개월 정도는 거울 앞에서 잔잔히 웃는 연습을 하십시오. 그러면 품격이 생깁니다. 교양미가 생깁니다.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에요. 그건 바로 자만심 때문에 덕을 얻지 못하고 미움을 받아 잘못되거나 욕을 먹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만심과 자존심을 잘 구별 못해요. 나보다 아랫사람, 배 고픈 사람 등에게 따뜻하게 먼저 인사하는 사람은 자존심을 가진 사람이 되 고, 그런 사람들에게 눈을 꼿꼿하게 뜨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은 자만심 을 가진 사람의 태도입니다.

우리 동네에 청소하는 아저씨들 있죠?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월급을 받 고 하는 일이니까, 자기 팔자가 그러니까, 이런 생각으로 그냥 지나갑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비닐봉지를 들고 매일 청소해야 할 것을 그 분들이 대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분들에게 먼저 "수고하십니다"라고 한 마 디 인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요. 자만심은 인간을 망칩니다. 그 러나 자존심은 인간을 승화시킵니다.

이 자존심에 대해 이야기하면, 여러분도 가끔 뷔페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 죠? 그러면서 뷔페를 서양식이라 생각하지요? 천만에. 조선식입니다. 깡통 속이 바로 뷔페 식당입니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거지 들이 깡통을 차고 다니는 걸 참 많이 봤습니다. 깡통 속에 갖가지 음식들이 있고요. 실제로는 거지들이 우리보다 많이 먹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얻어먹으니까요. 그런데도 거지들은 빼빼 말랐고, 서양거지들은 살이 쪄 있 어요. 서양거지들은 골목에 누워서 모자 하나 엎어놓고 싸구려 양주를 마십 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가서 돈을 잘 주어요. 왜냐하면 이 놈의 나라 잘 사는 줄 알았는데 거지가 있구나 해서, 기분이 좋아서 줍니다. 그러나 서양 거지들은 돈을 주어도 고마운 내색을 않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 어서 구호소로 걸어만 가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실업수당까지 줍니다. 그 반 면 우리나라 거지는 멀쩡하다가도 사람만 보면 성하지 못한 척해야 됩니다. 얼굴에 궁상을 부릴 대로 부리고 죽는 시늉을 해야 해요. 비빌 언덕이 없고 못 얻어먹으면 굶어죽는다는 절박감으로 살아갈 수밖에요. 그러니까 그 속 으로 밥을 얻어먹으니까 살이 안 찔 수밖에 없죠.

결국 서양거지는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자존심이 생기고, 우리나라 거지 는 믿는 데가 없으니 궁색해 보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젊다는 것 하나 만 가지고도 최고의 자존심을 갖고 세상 무서워하지 말고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만 합니다.

그 다음 스킨십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어느 로마황제는 모든 인 간은 내버려두면 라틴말로 말을 하게 하느님이 점지했을 거라는 신념이 있 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쪽에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만 주어 키우고, 다른 쪽에서는 먹는 것만이 아니라 말 시키고 만져주며 키웠는데, 놀라운 것은 먹을 것만 준 아이들은 다 죽었고, 만져준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했답니 다. 이것은 역사적인 증명입니다. 인간은 스킨십을 해야만 기와 기가 통하 고 영혼과 영혼이 통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인간과 인간이 상통하기 위해 서는 스킨십을 하되 마음을 먼저 보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제 강의에 많은 젊은 학생들이 옵니다. 한때는 2,500명씩 수강신청해서 난리법석이 나기도 했어요. 뭐 내용이 좋다 어쩐다 하지만, 우선 저는 거의 대체적으로 A학점을 줍니다. 저는 특히 시험공부는 하지 마라, 학점은 주겠 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사랑에 대해 강의합니다. 가장 중요한 재산인 자기 자신의 영혼과 육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늙어서 남는 것은 추억이고 그 중 젊은 시절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랑했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추억 입니다. 인간에게 사랑은 정말 가장 해볼 만한 것입니다. 열정적으로 영혼 모두를 투자해서 사랑하십시오.

저도 건국대학교를 나왔습니다만, 여러분들도 이른바 세속적 일류대학을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자 존심을 가지세요. 자기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이 학교에 대해서.

여러분 또래의 많은 젊은이들이 근로현장에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여 러분들은 적어도 지식인, 지성인의 대우를 받는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대한 민국에서 최고급의 사람들이면서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어느 사회든지 그 사회를 이끄는 사람은 공부만 잘한 사람이 아닙니다. 개 성을 갖고 용기를 가지며 미래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몫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가슴이 넉넉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나만을 위해 살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는 가슴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자기자신에 대해 승부를 거는 사람만이 최고급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