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돼서 대단히 기쁩니다. 지난 7월 이 강연에 초청을 받고 30년 동안 잊었던 내 모교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우선 8, 10분 동안 비디오를 보시고, 25년 동안의 제 미국 생활 경험을 토대로 일상 영어회화의 기본과 지름길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0, 50분 동안은 제가 미국에 살면서 겪었던 얘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비디오를 보시죠. 이 비디오는 제가 시장직을 맡고 있는 훼드럴웨이시(市)의 영상자료입니다.

(비디오 상영-市 홍보자료/KBS 한민족리포트) 저는 76년 2월 초 미국에 가서 한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학교의 전교생 중 80∼90%가 멕시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온지 1, 2년밖에 안된 멕시코 학생들이 영어를 굉장히 잘하더군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10년 가까이 영어공부를 한 제 영어 실력은 비교도 안 될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미국 체류 기간도 짧고 까막눈인 그들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말은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흉내를 내면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동생이나 조카를 보세요. 글을 모르지만 말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흉내를 내면서 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을 배우는 것입니다. 때문에 영어 회화를 배우면서 주어, 동사부터 찾는 것은 소용없는 짓입니다.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가 저에게는 오히려 큰 장애가 되었습니다.

영어를 배울 때 필요한 세 가지 요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Slowly. 천천히 말을 해야합니다. 둘째, Loudly. 항상 크게 말을 해야 합니다. 셋째, Clearly. 명확하게 말을 해야 합니다. 영어 단어 하나를 발음하더라도 항상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말을 하세요. 그리고 우리 한국 사람들이 제일 혼동하는 발음이 'R'과 'L' 발음입니다. 이 'R' 발음은 혀를 위로 오므려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발음입니다. 그리고 'L' 발음은 입천장과 이 사이에 혀를 갖다대고 나오는 발음입니다. 매일 화장실에서 한 2분 동안만 연습해보세요. 이 두 발음만 잘 구분하시면 영어의 절반은 배우신 겁니다. 가령 여러분이 미국에서 물에 빠져 "Help me, Help me"하고 소리칠 때 이 'L' 을 잘못 발음하시면 미국 사람들은 '저 사람 놀고 있나보다' 하고 생각할 겁니다. 가게에 가셔서도 "Milk"의 'L'발음을 잘못하게 되면 우유를 살 수 없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R'과 'L' 발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영어를 눈으로만 읽지 마시고 매일 30∼40분 동안 발음에 신경을 써서 읽는 연습을 하세요. 그걸 습관화하면 6개월 후에는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매일 15분 정도는 영어 방송을 들으십시오. 처음에는 한 단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계속 듣다보면 하나하나 단어가 들리게 됩니다. 말은 관용적인 것이므로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자꾸 문법에만 얽매이다 보니까 회화 실력이 늘지 않는 겁니다. 가령 미국에서 '줄을 서라' 라고 할 땐 "Line up"이라고 간단하게 말을 합니다. 일단 표현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만 하시면 여러분 모두 외국연수를 다녀오지 않아도 됩니다. 기억하세요. 영어는 습관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화장실에 가면 영어 발음연습을 합니다. 습관적으로 매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단어를 구사할 수 없습니다. 언어는 생활화되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미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꽃 배달 운전수를 했는데 그 해 어버이 날 꽃을 배달한 대부분의 가정에는 70, 80세 노부부들만 살고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바쁘다보니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날 꽃다발이나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생활하면서 가족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지금 훼드럴웨이시(市)에 있는 중등학교 학생들 절반 정도가 친모·친부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에 아이들이죠.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가족에 대한 개념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는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이 바람직하지 못한 미국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참 걱정이 됩니다. 조금 전 보신 비디오에 우리 가족 사진이 나왔는데 미국에서는 저처럼 23년 동안 한 가정을 꾸려온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입니다. 가끔 미국 방송에서 대통령이 개를 끌고 가족과 함께 거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또한 가정적인 대통령의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친밀감을 주려는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미국 생활에서 친밀감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 영어식 이름이 Michael Park인데, 일종의 닉네임으로 Mike Park이라고 발음합니다. 훨씬 친밀감이 있죠. Bill Clinton 대통령도 사실 William Clinton인데, 약자로 Bill이라는 닉네임으로 부릅니다. 공화당 대표로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던 Bob Doll도 사실은 Robert Doll입니다. 약자로 이름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미국인들은 미국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 판단하고 친밀감을 느낍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200년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같은 외국인이 시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제가 시의원 시절 친했던 여의원이 있습니다. 어느 날 회의를 하는데 그 여의원이 제 의견을 지지해 주지 않는 겁니다. 당연히 날 도와주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강경하게 반대를 하고 나서더군요. 그래서 '참 의리 없구나' 싶어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고 그 여의원이 예전처럼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집으로 가는 겁니다. 여러분 이게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의 병폐에 대해 몇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조선시대는 유학이 발달하다보니 우리 조상들은 감정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었습니다. 이것이 잘못 전해져서 저와 여러분은 감정표현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제가 시의원 선거 운동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거리에서 홍보를 했었습니다. 제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면 한국 사람들은 외면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하이'하고 손을 흔들거나, 제가 미운 사람은 싫다는 표시라도 합니다. 우린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지나칠 정도로 표현할 줄 모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루에 스무 번씩만 하십시오. 미국 사람들은 길을 비켜줘도 '땡규', 문을 열어줘도 '땡큐'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아침에 지하철을 타면서부터 인상을 구깁니다. 이것은 잘못된 서양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현 정권이 들어선 후 세계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과연 진정한 세계화가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의 세계화는 구호뿐입니다. 개혁이란 사회 저변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대중적인 지지도 없이 정부에서 개혁을 부르짖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말만 가지고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힘이 있을 때 민주주의를 지켜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물질이든, 지식이든 다른 어떤 부분에서든 힘이 있어야만 세계화된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15일 일본 역사 왜곡사건을 접하고 기분이 착찹했습니다. 과거 우리는 남의 힘에 36년 동안 지배를 받았고, 남의 힘에 의해 해방을 이루었으며, 남의 힘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힘을 길렀을 때 우리는 국제 무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어떤 힘이라도 좋습니다. 힘을 기르십시오. 동양인인 제가 시의원 후보에 출마했을 때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역 사회에 성실성과 리더쉽을 보여줌으로써 시의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성실성과 리더쉽이 바로 저의 힘이었던 겁니다. 이렇게 여러분들 모두가 자신의 힘을 기를 때 우리나라의 세계화는 앞당겨질 것입니다.

이제부터 제가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잘못된 생활 습관에 대해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한국인 2세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한국인을 식별하는 방법을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슈퍼마켓이나 관공서에서 어떤 줄이 짧을까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분명 한국인이랍니다. 물론 이런 습관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말입니다. 뭐든지 빨리빨리 하려다보니 불과 몇 년 전에 개통한 도로를 매일같이 보수하는 게 우리의 실정입니다. 그리고 햄버거 서너 개에 음료 하나만 주문해서 리필해 먹는 사람은 분명 한국인이랍니다. 절약하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왜 미국까지 와서 이렇게 생활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얘기였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세계 제일입니다. 자식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높습니다. 하지만 교육이란 농사와 같아서 단시간에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렵게 살아온 부모님들의 보상 심리 때문에 자식에게 무조건 잘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부모님들의 맹목적인 사랑 때문에 지금 여러분 세대는 끈기와 독립심, 시련에 대한 도전의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한마디로 버르장머리가 없죠. 과잉 보호를 받으며 자라다보니 삶의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아 정신적인 연령이 너무 낮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십 년 후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십시오.

또한 우리 사회는 신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잠들기 전에 호텔 카운터에 새벽 5시에 꼭 깨워달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까 6시 15분입니다. 이렇게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직장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 불신만 싹트고 있습니다. 물론 신뢰하는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조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 스승과 제자가 불신하는 나라가 어떻게 잘 되겠습니까? 원조 교제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부부간의 신뢰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수업 중인 학생이 전화를 해서 선생님을 고발하는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학생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을 한 인격체로서의 자유로 볼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자유와 평등을 보장합니다.

낭비 문화 역시 큰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물과 음식 낭비가 심합니다. 한국보다 물 사정이 훨씬 좋은 훼드럴웨이시(市)에서도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어 물을 아끼고 샤워는 5분 정도만 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물과 함께 음식도 지나치게 낭비합니다. 또한 잘못된 양반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어 겉치장만 중시합니다.

끝으로 여러분들 모두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한 사람들이 됐으면 합니다. 또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좀더 먼 앞날의 성과를 향해 노력하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