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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열기 속에서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눈엔 핏발이 서고, 목소리에선 쇳소리가 나는, 그런 강한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벌일 때, 국민대학교 교정에 몇 차례 왔었습니다. 구속될 때 여기서 한 강연도 기소 요건이 되었었죠.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에 여러분과는 연줄이 되어 있는 셈 입니다. 제가 말해주기보다는 여러분에게서 배워야 하는데, 거꾸로 저더러 신세대 사고관이 무엇인가에 대해 강연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을 말해서 그 생각이 맞으면 맞고, 틀리면 비판을 받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용기를 가지고 제가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사회에서 신세대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극히 부정적인 측면과 지극히 긍정적인 측면, 양극단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부 정적 측면으로는 신세대들이 모두 오렌지족인양 모두가 엑스세대인양 몰아 붙이는 것이고, 긍정적 측면으로는 변화하는 시기에 이전의 세대보다 빨리 적응하고 가장 합리적으로 처신하는 그런 능력있는 세대다라는 것입니다. 이 두 측면에 대해 많은 논쟁거리들이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신세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반면, 신세대와 가까운 쪽에서는 그것을 옹호하는 형태를 띱니다. 이래서 극단적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예로 군대사회에서는 이 점이 크게 부각됩니다. 불합리한것에 대한 저항이 있다 보니 복종강요에 무조건 따르지 않게 됩니다. 여러분 아시겠지만 사병이 장교를 길들이고 구타한다는 기사가 있었죠. 아마도 이 것은 정도 이상으로 과장된 것일 겁니다.
권위에 대한 부정, 잘못된 것을 용납하고 넘어가지 않는 신세대들의 개성, 권위에 대한 도전의식이 군대에서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한데, 초급장교들이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력과 밑에서 치솟는 반 발 사이에 끼여서 많은 고뇌를 한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것이 사회에서도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이 사회 여러 곳에서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이제 군대에서도 구타가 사라지고, 일반 직장에서도 불합리했던 상황들이 신입 사원에게 점점 통하지 않습니다. 예전엔 부정한 일을 하라고, 공범이 되라 고 강요해도, 상사들이 자기 진급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에 꼼짝 못하고 공 범자가 되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얻어먹는 하수인이 되고 그랬 었죠. 이제 신세대들은 이러한 것을 거부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것을 공동체의식이 없다, 무책임하다, 상사들과 일체감이 없다, 개성을 내세우면서 전체가 하나되어 일하는 데 매우 소극적 이거나 부정적이다라고 얘기합니다. 이 말에도 일말의 진실이 있다고 인정 을 해야 하는데, 서로가 이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면 대립만이 있습니다. 끊 임없이 대화하면서 부족한 점을 메워가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신세대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일반상식, 교양적 상식을 가진 기성세대에 대해 쓸데없는 지식을 왜 배우냐고 비판합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자기 에게 소용있는 전공지식만을 가집니다. 그래서 지적인 편식현상이 일어나, 어느 부분은 모르고, 그래도 괜찮다는 실리적인 풍조가 당연한 것으로 받 아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상식적 수준 이상의 지적 호기심, 탐구심 등에 관심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외국에서 강연할 때 보면, 그들 신세대의 대학 생들은 엄청 많이 공부합니다. 그들의 지적 관심 분야는 매우크죠. 문학공 부할 때 외국어공부는 필수이고, 자기 분야뿐 아니라 관련된 인접분야까지 섭렵해서 토론에 많이 참여하고, 전문가 못지않은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저는 이런 걸 보면서 그들이 앞서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그보다 못한 게 아니라, 사회 분위기가 한꺼번에 변하기 때문에, 자기 진로에 대해 대학에 들어와 생각할 때, 과거의 풍습과 새로운 풍습에 대한 단절이 크기 때문에 요것만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자기가 판단한 테두리안에 가두 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80년대 학생들은 마지막 독재에 대한 투쟁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끝마쳤습니다. 그들의 가치관은 오직 군부독재 타도, 민주화 달성, 남북분단 의 극복이라고 고민하면서 대학시절을 시작하고 보냈습니다. 그러다 사회 주의권의 붕괴와 세계적 격변 속에서 군부독재가 어느 정도 극복된 지금, 탄압이 존재해야 재생산구조가 만들어지는데, 그렇지 않기때문에 신세대 들 속에서 저항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완전히 달라요. 가치관의 격차를 맛봅니다. 중간적 입장(90?1학번)에 있는 학생들은 양쪽을 보고 고민을 합니다.
예전 운동권 선배들은 지금 매우 정신적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 때 당시의 상황과 지금 신세대의 가치관의 차이를 보면서 지금 신세대의 사고 도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신세대가 운동권 선배들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굶는 사람보고 빵이 없으면 과자나 과일 먹으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신세대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을 얘기하고 "내가 하는 대로 내 개성이 요구 하는 대로 난 할 수 있어. 왜 늙은 것들이 참견이야"하는 그런 자유, 무슨 책을 읽든지 남이 참견하지 않는 자유를 얘기하는데, 이런 것들이 누구 때 문에 향유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선배들의 고통과 희생 덕분입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어서 고마움이 생길 때, 선배와 여러분들 사이에 단절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운동의 정당한 평가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뭔가 촌스러운 것 같은, 그런 것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집니다. 가치관의 격변 속에서도 흔들림없는 민족사의 혼이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에도 맥맥히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해 너희들은 너희 방식대로 살고 우리는 우리 방식에 따라 살자고 하는 그런 생각, 통일은 안 해도 돼, 저희들끼리 살라고 해 하는 생각, 역사를 자기들 편의에 따라 쉽게 평가하는 것, 이런 것들은 안됩니다.
저희 기성세대의 생각(민주주체성, 민족자주)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통일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 통일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든지, 또는 막연히 저쪽에 대한 동경심을 가진다든지 이런 극단적인 생각들은 토 론을 통해서 극복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 고, 민족자존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건설해 가고, 국민이 곤궁하게 살지 않도록 하는 일에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신세대들이 자신들이 통일세대 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 우리들이 이루어낼 것이라는 자신감과 꿈을 가져 보는 게 어떻겠는가? 어느나라에 대해서도 적대적이지 않으면서 어느 나 라에도 우호적일 수 있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를 살려 나갈 수 있는, 그런 지혜를 터득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 조국의 주역이 되어야겠지요.
저는 정치인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정치는 옹호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그렇게 형편없는 인간에 의해 움직여지고, 그렇게 형편없는 인간이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고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모든 운명 의 가장 중요한 것들이 정치의 장에서 결정나는데 어떡하겠습니까? 정치를 욕하는 것이 지식인인 듯 보이고, 정치를 욕하는 것이 교양있는 것으로 보 이는 그런 시대를 계속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앞으로 정치인은 위에서 내 려오는 것이 아니라, 지자제로 인해 밑으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정치인이 나옵니다.
시대가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이룰 주역들도 여러분 속에서 나옵니다. 그런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대관, 가치관이 무 엇이냐를 이야기했다기보다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갈 시대가 어떤 시대냐를 이야기한 것 같군요.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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