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방금 소개받은 우재승입니다.

여러분! 1997년 4월 6일은 20세기가 끝나고 다가오는 21세기의 뉴 밀레니엄을 1천일 앞두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 날을 맞이하여 이곳 국민대학교에서도 무슨 기념되는 행사를 한 번 계획해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21세기에는 우리 대학을 어떠한 대학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청사진이라든지 아니면 우리 겨레의 꿈, 그리고 우리 사회와 나라를 위한 꿈을 한 번 그려 보시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 여겨집니다.

본인은 현대 국제정치의 한 현장에 몸담고 뛰고 있습니다. 본인이 지금 관리하고 있는 나라의 수는 130여 개국이 됩니다만, 과거 동서냉전체제 시대를 생각해 보면 지난 1994년 8월에는 세계자유민주연맹 연차총회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개최했을 정도로 세상이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본인은 지난 주 NGO 대표로 UN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은 핵개발 문제에 관한 것으로서 리비아와 북한에게 IAEA(사무총장 한스 블릭스)의 핵사찰을 수락하도록 권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대한민국 대표가 결의안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것에 대해 북한 대표는 '헛수작'이라는 식의 상스러운 말로 반박발언을 하였습니다. 원래 각국 UN 대표들은 그들이 발언권을 얻을 때면 먼저 여타 대표들에게 인사말로 '존경하는 대표님들!'(Distinguished representatives!)이라고 서두를 꺼내는 것이 외교적 관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국제외교무대는 그래도 신사도를 지키는 모임이라는 뜻에서 비록 뒤에서는 총부리를 겨눌지언정 앞에서는 '존경하는 대표님들'이라고 예를 갖추는 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대표는 "남한 대표는 핵에 관해 발언할 자격이 없고, 따라서 그가 하는 발언은 '개가 짖는' 소리이니 무시해 버려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존경하는 남한 대표'는 무엇이라는 뜻이 되는 것인지요? 국제외교무대에서 185개 UN 회원국이 지켜보며, 세계의 언론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민족은 서로에게 침을 뱉으며 부끄러운 삿대질을 하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본인이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의 현실은 부모가 여러분을 보호해 주고 어머니가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는 가정과 같은 온정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쳐 드리고 싶은 바람에서입니다. 정말 여러분들은 지금 냉엄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한가로운 마음가짐으로 국제경쟁에 임한다면 이미 때를 놓쳐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나깨나 중압감으로 걱정만 하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문제의식만은 가지고 있어야 하나를 배우고 생각하더라도 남보다 좀더 알찬 것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동해안에 침투했던 북한 잠수함 사건도 우리에게는 큰 교훈이요 경종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는 국군장병들이 공비를 쫓아 사선을 넘어 주야로 고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습니까. 하지만, 그 큰 쇳덩어리 잠수함이 바닷가에 나타났는데도 우리 국군들은 미처 제때 발견하지도 못했다고 하니 우리의 국가 안보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나 한편, 그렇다면 미군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미군들까지도 역시 북한 잠수함을 탐지하지 못했다면,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무책임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 첨단 인공위성은 무엇하고 있었답니까? 만일, 북한 잠수함을 미군이 탐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혈맹으로서 그것은 보통 배신행위가 아니죠.

사실,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은 반드시 동해안의 잠수함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사과하고, 나아가서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한다면, 우리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계속할 것이고 경제협력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사과하겠습니까? 그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정식으로 공개사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건을 그냥 지나쳐도 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군요. 우리가 6·25 동란의 민족상잔에 대한 책임을 덮어두고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일 것입니다. 미국은 그들 나름대로 북한을 회유하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대한민국 정부는 언제까지든 그들을 회유할 수만은 없는 것입니다. 그들의 버릇을 고치려면 경우에 따라서는 무력행사나 전면전까지도 불사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정말 자신 있게 전쟁을 불사하겠노라고 하는 결의를 나타내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면, 북한은 언제나 "전쟁을 불사한다. 보복은 백 배, 천 배로 하겠다"는 극언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근무중이던 대한민국 영사가 독침 공격을 당하고, 미국의 허드슨이라고 하는 교포청년이 스파이 혐의로 납치 당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을 우리는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며 단호히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삶의 터전인 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정세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일본 경흥 대학의 국제정치학자 가미아 후지 교수는 최근 "국가안보의 불안정성"("Insecurity in Security")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대소분쟁(大小分爭)이 세계 122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분쟁이 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한반도 주변만 봐도, 이 지역에 있는 12개 국에 850만의 상비군이 배치되어 있어 인구분포에 비해 가장 고밀도의 병력이 무장을 하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아시아에는 이념을 달리한 상반된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개방된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있는가 하면 공산주의 체제가 아직 상존하고 있으며, 새로운 신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군사 정권, 독재 정권이 함께 존재하고, 선진국이 있는가 하면 후진국, 개발도상국이 있는 곳이 태평양 시대의 이곳 아시아 지역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아시아 각 민족국가간에는 모든 나라가 무한경쟁을 지향하는 세계화 정책(globalization)을 전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 그들은 신민족주의(Neo-nationalism) 구호를 크게 외치고 있다고들 합니다. 우선 자국이 잘 되고 봐야 하겠다는 자국우선주의에 눈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제사회의 경쟁법칙(rule of the game)이 실로 '제로 섬 게임'(zero-sum game)이란 사실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오늘날 아시아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대륙의 영향력과 그들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제 중국은 일본과 자유중국을 능가하는 정치와 경제력의 강대국이 되었으니, 닥쳐올 21세기에는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을 꿈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중국은 지난 1993년까지만 해도 군비를 감축해 오다가 그 후부터는 점차 군비가 증강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난해 일본 전국 공무원들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다가올 21세기의 초강대국은 어느 국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44%가 중국이라고 답하였고, 미국은 30%, 그 다음에 일본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6%였다고 합니다.

미국의 사무엘 헌팅턴 교수가 최근 서울에서 "21세기 아시아의 명암"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였는데, 아시아는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희망찬 지역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반면 허상과 문제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을 그는 조목조목 지적하였습니다. 그가 지적한 주요 위험변수들로 가장 불안정한 점은, 첫째, 아시아에는 분단국이 2개국이나 있다고 하는 사실이었습니다. 한반도가 분단국이요, 또 중국이 분단국이라는 것이지요. 둘째, 아시아에는 소수민족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 소수민족이 모두 고개를 들고 각각 분리 독립을 외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민족적 갈등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는데,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사태나 필리핀의 민다나오 문제, 달라이 라마가 이끌고 있는 티베트 문제 등 앞으로 문제가 많은 지역이라고 하였습니다. 언제든지 이들은 열전으로 변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아시아는 각 나라가 영토 분쟁으로 인해 항시 무력충돌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과 일본은 독도문제가 외교적 현안이고, 중국과 일본은 이른바 조어도 영유권 문제가 있고, 일본의 북방 4개 도서 문제와 나아가 동남아국가간 남지나해 문제가 있지요. 이 모두에 대해 분쟁 당사국간에는 한치의 양보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들 모두는 언제든지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분쟁의 요인들이라는 것입니다. 동시에, 아시아에는 인접국가간의 국경분쟁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렇고, 중국과 인도 또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어느 정도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보니 각 나라마다 그 잉여자금으로 신예 첨단무기들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첨단무기 수출을 가장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최근 개최된 국제에어쇼에서는 처음으로 러시아제 '수호이기 37'(SU-37)이 시범 비행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 전투기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뛰어난 공중묘기 시범비행을 하였다는데, 그것은 러시아 과학기술의 저력을 잘 보여준 예라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와 같이 21세기의 아시아는 밝고 희망찬 지역이 될 수도 있는 반면, 불안하고 그늘진 지역도 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때, 우리 민족이 명심해야 할 문제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지난 수 년 동안 크게 변화하여 왔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가, 북한 잠수함이 동해안 앞바다에 침투해 왔을 때 우리 국군은 총동원이 되어 그들 남침 무장게릴라들을 추격한다고 주야를 가리지 않고 쫓고 있었던 데 반해, 미국의 국무장관 워랜 크리스토퍼는 "분쟁 당사국 쌍방은 흥분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입니다.

미국은 언제부터 한반도 문제에 관해 제3자적 입장을 고수하게 되었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우방으로, 동반자로 대해 왔던 미국이 이젠 제3자적 중재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뜻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고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미당국에 해명을 요구하였더니, 그제서야 '말실수'였노라고 해명하였다고 합니다. 본인은 그것이 단지 그들의 말실수였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제 미국은 대한민국만을 염두에 두고 우방으로서 무조건 지원한다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그들이 그러한 정책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느냐 하는 것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이른바 북한의 연착륙(soft landing)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 남북통일에 대해 한민족처럼 절실하게 통일의 그날이 앞당겨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한반도의 현상유지만 지켜질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오히려 북한 대표 강석주에게 접근하면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편승하여 그들의 첨단무기산업 발전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구심을 낳게 합니다. 그리고, 평양에 가서 연락사무소도 개설하고 또 6·25 동란 당시 전사·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공동으로 발굴하여 송환하고자 할 것입니다. 이때 그들은 대한민국이 미·북한 간의 긴밀한 협조관계에 대해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미국 국민들은 언제나 상대할 가상 주적이 있어야 국민적 단합을 쉽게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과거 독일의 나치즘과 파시즘(Facism), 그리고 일본의 군국주의와 대항하여 투쟁하였고, 그 후 맑스와 레닌, 그리고 스탈린을 상대로 한 Soviet 공산주의와 싸워 왔습니다. 재미 일본인 2세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이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이념적인 국제분쟁은 이제 끝이 났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만, 불행히 지금까지도 국제사회에서 국가간의 분쟁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미래의 세계대전은 선진국과 후진국, 즉 발전한 나라와 빈곤국이 대결할 수밖에 없고, 종교와 종교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 민족과 민족 간의 인종 전쟁이 불가피할 것이고, 따라서 문화권과 문화권이 충돌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미국은, 종교적 원리주의와 서구 문명의 충돌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으며, 나아가 동서문화권의 양대세력 대립에 대한 대응책을 염려하고 있는바, 그때 대한민국은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지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한민국이 6·25 동란을 통해, 그리고 월남전을 통해 미국의 혈맹이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말해 왔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원조로써 이룩한 신생국가 중 성공한 사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 후 미국은 대한민국을 경제적인 파트너로 생각해 왔고, 더 나아가서 미국은 대한민국을 일본과 경합할 수 있는 역할담당 세력으로서 기대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한반도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가장 우선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영변에서의 핵개발을 기어이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과 미국에게는 과연 어떠한 대응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개발문제에 대한 논란은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지난 번 미국 뉴욕에 출장을 나갔을 때, 때마침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에 대한 UN 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법에선 그것을 CTBT(Comprehensive Test Ban Treaty)라고 합니다만, 이에 대해서 IAEA는 핵실험금지 위반 사실을 점검, 사찰할 임무를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와 중국은 CTBT 협약이 채택되기 이전에 필요한 모든 핵실험을 다 끝마쳐야겠다고 하여 그 동안 서둘러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이제, 인도를 제외한 모든 CTBT 회원국들이 핵실험 완전포기를 선언하였다고는 합니다만, 우리는 여기에서도 하나의 허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컴퓨터로는 핵실험이 계속 가능하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space)이 한 가지 더 있다는 말입니다. 이른바 'cyber space'를 통해 실험이 가능함으로 인해서 핵개발 계획은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 추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논자들은 "NPT 핵확산 금지조약은 강대국만이 핵개발의 특권을 가지는 불평등조약이다" 라고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핵실험을 완전금지시킬 수 있도록 이 조약이 공평하게 규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핵에 대한 평화적 이용, 즉 의학 분야나 에너지 분야에 이용하기 위한 산업자원으로서의 핵개발은 권장되어야 하고, 이런 노하우를 제3세계에 전수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은 허락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록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많은 국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는 하나, 미국은 북한이 과거에 이미 실시한 핵개발 사실은 불문에 부치고 지금부터의 핵개발만을 문제삼아 그것을 금지시킬 수 있도록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북한이 단 한 개만의 핵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북의 과거 핵개발에 대해서도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기억하시는 대로, 약 2년 전 북한이 핵문제를 이유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였을 때 서울 시내 많은 아파트촌에서는 라면 사재기가 있었습니다. 실은,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아니더라도 서울을 완전 마비시키려면 그것은 간단한 일일 것입니다. 전력만 한 번 단전시켜 보세요. 모든 것이 마비될 것입니다. 도로에 자동차가 움직이겠습니까?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금세 혼란에 빠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또한, 전기가 없는데 수돗물이 나오겠습니까, 엘리베이터가 작동하겠습니까? 도시 전체가 간단하게 완전 마비될 것입니다.

그 당시 UN군 사령관이었던 락스 장군의 말에 의하면, 전쟁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전쟁판을 한 번 벌여 보라고 하였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핵무기용 우라늄을 모두 지하에 저장하고 있다는데, 그 지하 깊이까지 침투하여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을 뿐더러 설령 파괴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그것이 폭발하게 될 때 그 방사능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일어나는 핵방사능과 낙진은 일본과 중국대륙으로 확산되어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뿐더러, 그때의 세계 여론은 또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북한이 보복하여 남한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한두 곳만 강타하여도 우리는 완전히 제2의 '체르노빌' 사태를 맞게 되어버릴 것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핵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민족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는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분! 미국이 북한과 맞대결하여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은 적이 꼭 한 번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꼭 20년 전의 일이 되겠습니다만, 1976년 8월경이었을 거예요. 그때,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전투기 약 200여 대가 하늘을 덮고 공격준비 태세로 판문점의 그 말썽난 나무를 강제로 잘랐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처음으로 북한이 "미군장교 두 명에 대한 도끼만행 사건은 유감이었다"고 하는 사과문을 발표하였던 것입니다. 그것이 유일한 사과였습니다. 즉 말하자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으려면 막강한 무력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북한을 제재한다는 것은 정치적 수단이나 외교적 협상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교적 효과적인 수단이란 경제적 압박이고, 그것도 아니면 함포사격 등 실력 행사, 무력제재를 강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어디까지나 우리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그것이 가장 어려운 결심이라 하겠습니다. 북의 보복이 우리에게는 대단히 큰 부담이요, 희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군사적 보복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북한을 제재할 길이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나 회유정책만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그러나 정치학에서 말하는 억제력(deterrence)이, 즉 전쟁을 하지 않고 억제하는 것이 물론 더욱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핵카드에 대해 우리는 언제든 각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여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이 핵개발을 고집하게 되면 일본 역시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반발하여 그들 또한 핵개발을 추진하게 될 것이요, 또한 자유중국도 독자적 핵개발을 서두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으로서도 어떻게든 북의 핵문제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중국과 우리는 보조를 맞춰 핵에 관한 한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해 왔던 것입니다. 일부 젊은 학생들은 핵문제를 감상적으로 생각하여 북의 핵개발도 장차 우리 민족의 핵자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본인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할애해 주신 점에 감사드리면서, 여러분,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