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국민대학 개교 50주년을 축하드리고 마침 그런 계제에 여러분들을 만나서 얘기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신세대 문학의 수용에 대해서' 라는 제목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됐는데, 신세대 문학이 있다, 없다 혹은 좋다, 나쁘다 또 나는 신세대에 속해 있다, 아니다라는 의견들이 그 세대의 작가들 혹은 그 세대의 학생들간에 차이점이 있어서 하나로 얘기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주제를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신세대들, 1990년대에 성인이 된 신세대들이 자기 세대에 대한 정체성(identity)을 자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져서 여러분들이 여러분 세대의 문학을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대체로 20대 전반기로 신세대에 속한 분들 같은데, 여러분 스스로 나는 신세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손 좀 들어봐 주세요! 여러분뿐만 아니라 제가 여러분 또래의 다른 학생들 혹은 30세 안팎의 젊은 작가들한테도 "당신이 신세대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당신 아버지하고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고 물어보고 여러 가지로 피할 수 없이 신세대란 얘기를 고백하도록 유도해 봤는데, 제 말에 대해서 반박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신세대라고 자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여러분의 선배 세대들은 자기가 어떤 세대라고 당당히 말하고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데, 여러분 세대는 왜 자기는 신세대라고 혹은 1990년대 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가령 저희 세대는 한글 세대 또는 4·19 세대라고 지금까지도 떳떳하게 얘기하고 있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대문학은 한글 세대에서부터 시작을 했고, 여기에서 4·19 라든지 혹은 현대성이란 것이 출발했다고 하며 당당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세대만 하더라도 운동권에 속해 있든 아니든 간에 이념의 세대, 사회과학 세대라는 식으로 자기 세대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세대는 왜 나는 신세대라는 말을 못하는가? 그래서 제 나름대로 그것을 따져봤습니다.

우선 매스컴이나 잡지 혹은 아마 대학생들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신세대들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경솔하다든지, 외형적이라든지, 무책임하다든지, 개인적이라든지, 또는 옷을 이상하게 입는다든지, 그런 것을 전부 다 신세대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일탈적인 것, 또는 우범적인 것, 또는 여하튼 풍속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혹은 문화적으로 나쁘게 보이는 현상을 신세대나 X세대라고 몰아붙였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그 그룹에 같이 끼여들기를 거부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80년대 세대들이나 혹은 여러분 아버지의 세대하고 과연 똑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뭔가 달라도 굉장히 다를 거라는 생각을 하겠지요. 아버지는 고사하고 한 대여섯 살 차이가 나는 형하고도 세대 감각이 다른데, 다르다는 걸 인식하면서도 왜 나는 신세대라는 범주에 들어가기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지 여러분들 스스로 여러분 세대에 대해서 자체 점검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나는 이런 세대다" 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때, 여러분 세대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도 제시할 수가 있고, 세계화든 21세기든 간에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전 정신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것을 가장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드러내는 문학 쪽에서 신세대 문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990년대 들어서 사회주의권이라든지 동구권이 붕괴되고, 우리나라 안에서도 군사독재가 붕괴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물론 사회주의가 이 지상에서 없어진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완전한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의 차이란 것은 엄청나게 큰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는 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70년대의 젊은 세대 혹은 지역사회를 주도하는 힘들이 모두 진보적인 혹은 현실 비판적인 세력들이었는데, 그 세력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근거가 되어 왔던 배경을 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이던 정치·경제학적인 발언을 하던 그 담론이 붕괴되면서 그 동안 무시되어 왔거나 혹은 경시되어 왔던 자기 이야기, 작은 이야기들로 화제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민족이나 역사나 공동체나 이런 큰 화제에서부터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내 꿈은 무엇인가, 혹은 내 사랑은 어떤 것인가 하는 나의 이야기, 나의 작은 이야기 쪽으로 당연히 옮겨가게 된 것입니다.

그 다음, 정세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적인 삶 자체도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물론 산업화가 시작된 70년대부터 80년대, 90년대 꾸준히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도 증가했습니다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것이 우리 일상생활의 바탕을 바꾸어 놓게 된 거죠.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단독주택에 살던 사람이 아파트의 자기 방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든지 또는 그 전에는 전혀 없던 컴퓨터, 비디오 이런 것들이 보급되면서 바로 그런 전자 매체들 속에서 여러분들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나 정서들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 엄청난 변화를 유도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젊은 비평가가 소개한 바에 의하면 90년대 신세대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PANTS 증후군이란 말을 썼습니다. 이 말은 Personal(개인적인 것), Amusement(향락을 추구하는 것), Nature(자연스러움), Transport(경계를 무너뜨리는 것), Service(서비스)의 머릿글자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새로운 세대들이 이런 쪽으로 감각을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치·경제학적인 관심에서 벗어나서 외면적인, 개인적인, 사사로운 이야기들로 화제의 중심이 크게 변화되고, 또 근대적인 생활 도구로부터 컴퓨터라든지 비디오라든지 이런 생활의 소비양식이 바뀌었다는 것, 그런 두 가지의 현실적인 삶의 조건변화에 따라서 문화 자체도 변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 세대처럼 정장하고, 넥타이 매고, 위엄을 부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캐주얼로 편안히 입고,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주의적일 수 있고, 혹은 감각적이랄 수 있지만 좋게 말하면 솔직하기도 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도 볼 수가 있을 겁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 신문을 볼 때 1면을 먼저 보고, 그 다음 사회면, 경제면, 외신, 마지막에 스포츠면 이렇게 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꼭 정치면을 봐야 하느냐? 오히려 스포츠신문이 더 재미있지 않느냐? 또 꼭 교과서나 이론서를 봐야 하느냐? 만화가 더 재미있지 않느냐? 왜 만화를 나쁘게만 보느냐? 아마 이러한 이의를 분명히 가질 겁니다. 그러니까 만화가 더 좋으냐, 정치가 더 중요하냐 하는 것은 여러분 개별적인 취향의 문제이지, 서열을 달아서 정치가 중요하고 만화는 한가할 때 보는 것으로 치부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가치의 상대성, 혹은 다원성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일상적인 생활에서까지 가치의 다양성, 다원성을 실천하는 세대는 바로 90년대에 들어와서야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 90년대의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탈문자화, 그러니까 영상 지향적으로 되어 가는 것이 우리 문화지형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은 아직까지 공부를 하거나 혹은 정서적인 쾌감을 위해서 책을 보겠지만, 사실은 영화나 비디오나 혹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할 수도 있고, 그 쪽에 관심이 더 많을 겁니다. 그러니깐 문자문화가 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영상문화 혹은 전자문화가 문화의 중심으로 틈입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문화적인 측면에서 몇 차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가령 전쟁 이후의 1960년대에는 4·19세대적인 자유민주주의적인 사유, 행동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었고, 또 80년대는 우리에게 금지되었던 사회주의라든지 진보주의를 습득해 가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일상 자체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문화 양식으로, 즉 포스트 모던적인 양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 변화는 이전의 지식사회의 변화, 상부구조의 변화와는 달리 의식과 무의식, 또는 대중적인 것과 엘리트적인 것, 혹은 10대, 20대로부터 50대, 60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가장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우리가 지금 치르고 있는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가령 저는 컴퓨터를 워드프로세서밖에 못 쓰는데, 그것을 쓸 수 있기까지도 몇 달 동안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컴퓨터를 본능적으로, 저절로 턱턱 알아서 익히고 만질 수가 있었을 겁니다. 컴퓨터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물론 훈련을 했느냐 안했느냐와 관계가 있겠지만, 기질적으로 컴퓨터에 대해서 적응을 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것을 좋아하느냐 아니냐 그런 차이인데, 여러분들 경우에는 본래적으로 타고난 것처럼 저절로 익숙하게 되지만 우리 세대는 긴 시간을 통해서 겨우 배울 수 있다는 생리적인 차이 같은 것이 여러분과 제 세대간에 깊은 골로 가로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문화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스스로 신세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더러 서태지를 20세기 한국 최고의 예술가로 표현하는 젊고 야심찬 사람들은 자기 문화에 대해서 아주 분명하게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구세대의 하모니와 신세대의 비트는 이성의 문화에서 감성의 문화로의 변화를 말하며, 구세대의 오리지널과 신세대의 짜깁기는 창조의 이야기에서 모방의 이야기로, 구세대의 원색과 신세대의 파스텔 색은 강한 주체 의식에서 중성적인 주체 의식으로, 무거운 것에서 가벼운 것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정신문화에서 육체문화로, 가난에서 풍요로 등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젊은 팀들이 만든《네 멋대로 해라》라는 잡지의 서문에서 뽑은 것입니다.

이런 시대적인 혹은 문화적인, 또 풍속적인 변화 속에서 신세대 작가들이 대체로 1990년대 즈음부터 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90년대에 들어서서 태어나거나 성장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갑자기 신세대가 되고 그 이전 사람이라고 해서 갑자기 구세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 작품이 늘 신세대적인 것도 아니고 아주 보수적이면서 감성 자체는 빛나게 90년대적일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신세대 작가라고 했을 때는 80년대 중반 이후에 문학 활동을 한 사람들, 그러니까 나이가 40세 가까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90년대에 성인이 된 이제 갓 20대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같은 신세대라도 80년대 후반에 문단에 데뷔한 사람들, 가령 공지영이나 공선옥 이런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운동권의 후일담을 얘기한 사람도 있고, 1990년대 중반에 나온 사람은 컴퓨터 이야기로 문학작품을 쓴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현저하게 다르지만 그럼에도 어떤 공통성 같은 것을 갖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신세대적인 어떤 징후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신경숙, 공지영 이런 사람들은 1963년생입니다. 우리 나이로 치면 34살 정도인데, 신경숙 씨는 80년대 후반에 데뷔를 했지만 이 세대들을 외면적으로 추적해 보면 대략 이렇게 됩니다. 1963년생이면 이미 5·16 쿠데타가 일어난 후입니다. 그리고 국민학교를 다닐까 말까 할 때 유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70년대 말쯤에 가면 우리나라도 대통령을 언제든지 선거해서 새로 뽑을 수 있구나 하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광주민중항쟁에 대해 듣거나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였고, 제 5공화국이 들어선 것은 대학 때였지요. 그러니까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그리고 가혹했던 시절들을 성인기가 되어서 겪은 것이 아니라 유년기에 혹은 청소년기에 보고, 듣고, 추측했던 것입니다. 지금 성인기가 되었을 때는 과거의 역사라든지, 현실의 문제성을 알고는 있지만 몸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세대들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대학에 들어가고, 혹은 문학을 하려고 할 때는 이미 포스트 모던적인 조건 속에서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던 겁니다. 가난이라든지, 전쟁이라든지, 우리 세대가 겪어야 했던 것들은 그야말로 아버지 세대의 경험, 아버지 시대의 이야기로 돌려버리고, 나는 밀러 맥주를 마신다든지, 혹은 배꼽티를 입는다든지 그런 문화가 좋고 편한 세대로 성인이 된 겁니다. 그 세대는 그 앞 세대들, 공장에 위장취업자로 뛰어들어간 학생들 혹은 유신을 반대해서 경찰서에 끌려간 학생들하고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듣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세대가 갖고 있던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 혹은 반공에 대한 콤플렉스, 전쟁에 대한 콤플렉스 또는 친정부적이냐 반정부적이냐 하는 정치적인 콤플렉스, 이런 것에 별 부담 없이 내가 생각한 대로, 내가 입고 싶은 대로, 마시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자유스러운 세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로선 이 세대들의 문화적인 무대가 컴퓨터에 있다는 것을 참 중시합니다. 컴퓨터를 쓸 줄 아느냐 모르느냐, 컴퓨터와 더불어 생활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일상적인 편의 문제 또는 지식이나 정보 습득의 속도 문제뿐만이 아니라, 더 큰 기질적인 것, 정서적인 것 혹은 사회적인 것의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가령 이렇게 생각해 보죠. 우리 할아버지, 그러니까 한지에 붓글씨를 써야 했던 분들은 종이도 아깝고 글씨도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써야 하기 때문에 무엇을 쓸 것인가를 머리 속에 충분히 생각하고, 정돈해 앉아서 한 자 한 자 공을 들여서 씁니다. 그러나 제 세대는 볼펜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쓰다 쭉 찢어 버리고 다시 쓰고, 화살표를 그어서 집어넣기도 하니깐 생각 안하고 글을 쓰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여 워드프로세서를 쓸 때 얼마든지 그 자리에서 지웠다 썼다 할 수 있고, 자기가 글씨를 쓴다는 행위의 어떤 자의식 없이 손가락만 움직여 문장을 만들어 가는데, 그런 차이가 문체의 차이를 크게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가 쓴 문장은 장중하고, 화려하고, 우리 세대가 쓴 건 산문적이고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로 글을 쓰게 되면 대체로 단문적이고 경쾌합니다. 그러니까 컴퓨터를 쓴다, 안 쓴다라는 것은 단순히 일상적인 편의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글을 쓰는 혹은 창조하는 것까지 근본적으로 심성과 감성의 차이, 태도의 차이, 가치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할 수 있겠죠.

신세대 작가들이 바로 그런 세대에 속하는 분들입니다. 작가들마다 경향이 많이 다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신세대의 문학과 그 이전 세대의 문학과의 차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문학적인 발상은 우리 세대가 갖고 있던 자연, 농촌, 사회현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도시적이고 문명적인 것들입니다. 예를 들자면 만화나 컴퓨터를 모티브로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세대가 학교 갔다 와서 책가방을 던져 놓고, 갯가에 가서 논다든지 산을 뛰어다닌다든지 하는 것과는 다르게 지금 신세대들은 집에 돌아오면 자기 방에 들어가서 컴퓨터로 게임을 한다든지 비디오를 보는 그 차이입니다. 그러니까 자연의 세계가 아니라 문명화된, 가공화된 세계의 세대들입니다.

그리고 공간은 대체로 전세대 작가들에 비해서 지금 신세대들은 닫혀 있는 곳을 택합니다. 카페라든지, 술집, 혹은 극장이라든지 또는 길, 이 길도 열려 있는 길이 아니라 신촌이라든지, 대학로라든지, 압구정동이라든지 이렇게 폐쇄된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수성은 전 시대의 무겁고 진지한 것으로부터 대체로 경쾌하고 또 이미지적입니다. 즉 어떤 문제에 대해 골똘하게, 무겁게, 괴롭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게 처리를 하고 혹은 가볍게 그냥 넘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문체는 서술체나 복문 구조에서 묘사체나 단문 구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요즘 가령 "학교를 가는데 지긋지긋한 그 교실의 그 선생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참 답답하다" 라는 문장은 복문체죠. "나는 학교를 간다. 그 지긋지긋한 선생님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안 좋다." 이것은 단문체입니다. 복문체일 때는 어떤 사유가 끊임없이 반성하고 주제에 의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단문체는 행위 자체를 시간진행과 함께 묘사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속도감이 매우 빠르고 경쾌한 대신에 그 말하는 사람, 화자의 내면의식은 별로 안 들어가 있습니다. 저는 채팅이라는 것을 아직 못해 봤습니다만, 컴퓨터로 채팅할 때는 문장이 굉장히 짧아지죠. 그리고 속어가 많이 나오고 또 생략도 많이 나옵니다. 그건 우리 세대가 보면 우리 한국어를 망가뜨리는 아주 나쁜 일종의 범죄행위로까지 생각되고 있는데, 그건 우리가 복문체적 사고 구조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문학을 다루는 소재는 대체로 역사, 현실, 경험 그런 것으로부터 신세대 문학은 상상이나 환상 혹은 2차 경험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령 굶주림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전쟁 이후의 홍성원, 김원일 등 1960년대 작가들은 모두가 다 똑같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 똑같이 6·25 때 굶주림을 경험했다는 얘기지요. 바로 그런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서 공통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 후의 신세대, 80년대 세대들에게는 "나는 굶주려 본 적이 없는데, 당신들처럼 그렇게 배고픔은 쓸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 라는 고민이 실제로 더러 있습니다. 그러니까 80년대의 젊은 세대가 보기에 60년대 세대들은 문학적으로 매우 행복한 세대죠. 전쟁도 겪었고, 굶주림도 겪었고, 4·19도 치렀고, 산업화도 함께 이뤄 내면서 한국의 역사적인 경험 모두를 다 체험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떤 추적이나 상상작용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서술하면 그것이 바로 작품이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80년대 세대는 굶주린 적도 없고, 전쟁도 겪어 보지 못했고, 대학 때 유신만 겨우 치러 봤으니 경험이 훨씬 더 부족하겠지요. 그래도 자기 시대의 경험, 가령 위장취업이나 수배생활, 고문당한 이야기 같은 80년대의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오게 되면 이제 유신까지도 경험할 수 없고, 혹은 5공까지도 현실감 없는 얘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으니 상상이나 환상이 테마로 등장하고, 또 가족의 문화, 컴퓨터를 통해 얻게 된 경험 또는 만화나 비디오나 이런 것을 보고서 얻게 된 추체험 혹은 2차 경험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역사적인, 공동체적인 체험을 많이 갖고 있는 전 세대와 그런 경험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신세대 간에 상당히 극명한 차이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재가 이렇기 때문에 다루는 문제도 정치적인 역사, 민족, 또 공동체라는 거창한 큰 문제 대신에, 요즘 신세대들은 개인, 그 개인 속의 내면, 아주 사사로운 이야기들, 즉 비사회적인 자아의 세계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개인의 욕망, 그 욕망을 이루지 못한 좌절감 그런 것들이 신세대들의 가장 중요한 주제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10년 전, 80년대의 운동권 문학에서는 소비적이며 반역사적인 것으로 질타를 받던 그런 문학입니다. 이런 감성의 차이, 경험의 차이 때문에 사건의 진행이 필연이라든지, 운명이라든지 이런 차원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우연성에 의해서 다루어지는 것이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예문을 하나 읽어보죠. 김영하라는 작가가 써서 한 달 전에 '문학동네 장편공모'에 당선된 작품이 있습니다.《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장편인데, 그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여자가 남자한테 한 얘기입니다. "처음 너랑 자던 날 말이야. 내가 사탕을 먹고 있었던 것 기억나? 난 네가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던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게임을 해 본 거야. 그래서 마음속으로 내기를 걸었지. 내가 사탕을 다 먹기 전에 네가 내게 넘어오면 너랑 살고, 그 다음 단계에서 넘어오면 K랑 살기로. 어때 재미있지 않아?" 조금 설명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여기 이 말을 듣는 C란 사람하고 K란 사람은 형제간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여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동생하고 사귀던 여자가 어느 날 형을 보고, 막대가 달린 사탕을 빨면서 저 남자가 나한테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하고 혼자 내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내가 그 사탕을 다 먹을 때까지 내게 다가오면 저 사람이랑 살 거고, 다 먹고 난 뒤에도 안 오면 그냥 동생 K랑 살겠다는 것이죠.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지요. 가령 우리가 결혼을 할 때에는 상대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 또 결혼해야 한다는 운명을 선택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많은 문제들을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내가 저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결정하게 됩니다. 혹은 결정 전에 자기 내면에서 사랑이 끓어올라서 저 남자 아니면 살 수 없겠단 생각 때문에 그 남자를 잡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내가 이 사탕을 먹을 때까지 저 남자가 오면 저 남자랑 살고, 먹고 나서도 안 오면 그 동생이랑 살겠다고 하는데, 이건 거의 우연적인 문제이지 자기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이 사람이 좋아 이 사람이랑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걸 다 먹을 때까지 저 사람이 오느냐, 안 오느냐 그것에 자기 결정을 이행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병에 걸리거나,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가 죽든지, 그래서 죽음의 조건 앞에 노골적으로 던져졌을 때 그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도 뒤의 차가 충돌하면 죽게 됩니다. 그건 우연성에 지배됩니다. 죽는다는 문제를 필연적인 것, 운명적인 것에서 아주 우연적인 것, 우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끔 문명이나 문화나 삶의 조건들이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처럼 열정이라든지, 운명과의 싸움이라든지 이런 거창한 인생론적인 문제보다도 사탕을 먹느냐 안 먹느냐 그런 문제로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이 선택 당한다고 볼 수가 있을 겁니다.

아까 문장이 단문체로 간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다른 면을 좀 보죠. 박청호의《그가 나를 살해하다》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인데, "새벽에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에 다시 잠이 깨어 나는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약간씩 적응한 듯 여자는 심하게 소리지르진 않았다. 나는 또다시 여자의 배에 끈적한 침을 뱉었다." 뒷부분은 좀더 외설적이라 제가 생략하겠습니다. 이건 사랑하는 사이로까지는 아직 되지 않은 두 남녀가 강릉에 가서 여관방에서 잘 때입니다. "새벽에 잠이 들었다. 새벽에 동네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깨서, 잠이 깬 김에 여자와 관계를 했다." 시간적인 묘사가 그렇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나옵니다만 이 여자는 처녀였습니다. 그러니까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처음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전 시대 작가라면 그렇게 되기까지의 여러 과정들, 복잡하고 또 관능적인 묘사들을 많이 거쳐서 어렵게 이뤄지고, 남녀의 관계가 이뤄지고 나면 여자는 기쁘든, 슬프든 뭔가 깊은 감정적인 반응을 얘길 할 테고, 남자는 남자대로 내가 이 여자를 얻었다든지, 사랑을 얻었다든지 또는 공연히 이런 관계를 했다든지 이런 반응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얘기에는 그런 정서적인, 윤리적인 묘사나 반성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읽어 드리면 "새벽에 사람들이 고함치는 소리에 다시 잠이 깨어 나는 여자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간단히 묘사되었는데, 그 전 세대들은 감히 생각해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성행위를 하는 것이 침 한 번 뱉는 정도, 담배 한 대 태우는 정도로 가볍게 처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연이 지배하는 세계, 그리고 반성이나 사유가 필요하지 않은 문체, 이런 것들이 90년대의 한 특징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여기서 두 개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이럴 수가 있느냐, 경박하고 비윤리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식으로 제가 얘기하고 있다고 혹시 느낄지 모르겠는데, 저로서는 아직까지 가치 중립적입니다. 좋다 나쁘다의 문제, 윤리적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묘사법 혹은 상상력 또는 윤리성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만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문학전통 혹은 세계 문학전통에서 가장 지배적인 이데올로기 혹은 기법으로 생각되는 리얼리즘이 이제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즉 리얼리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A라는 것을 집어넣었을 때 A'라는 결과가 나오는 인과관계, 필연성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연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것은 A를 넣을 때 C가 나오게 되므로 리얼리즘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거지요. 이런 경향은 앞으로 컴퓨터 문학, PC 문학이 활성화되면서 점점 더 강해질 겁니다. 지금 가령 PC 문학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죠. 작가가 작품을 PC 통신을 통해서 발표했는데, 독자들이 "이건 틀렸다, 이런 점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고 하면 작가가 도중에 이야기를 바꾸죠. 그렇다면 작가가 당초에 생각했던 건 A였을 때 A'라는 과정이 뒤틀리게 된다는 얘기가 되죠. 또 미국에서 나온 것처럼 어느 부분까지 써서 그 다음 빈 공간을 놓아둡니다. 그러면 독자가, 그러니까 PC 통신을 하는 사람이 그 빈 공간을 채우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 독자가 좋아하도록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게 되죠. 그렇다면 A에서 A'가 나오는 게 아니라 B가 나올 수 있고, C가 나올 수도 있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죠.

리얼리즘의 근본들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앞으로 21세기 문학에서는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문학사로서나 또는 세계문학사로서 기존의 문학이 부딪치고 있는 가장 큰 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리얼리즘이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가장 강하게 도전 받은 것이 모더니즘으로부터였습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이 10년, 20년 지나면서 '모더니즘이 리얼리즘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차이는 이런 데 있다고 봅니다. 전통의 리얼리즘은 모험의 언어에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리얼리즘인데, 모더니즘에 와서는 이 '모험의 언어'에서 '언어의 모험'으로 옮겨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험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차이입니다. '모험의 언어'에서 '언어의 모험'으로 옮겨가는 것이 모더니즘에서 겪은 일이고, 이제 우리 문학에서도 겪을 일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우리 문학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 어떠했고, 전쟁이 어떠했고 혹은 참혹한 공장생활이 어떠했다는 사실적인 이야기보다는, 단순하고 특별한 것도 없는 이야기들인데도 언어적으로 혹은 구성상으로 혹은 형태상으로 어떻게 새롭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작가들의 보다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단순하고 상투적인 것으로 볼 게 없는데 문장이나 문체가 아주 독특해서 무엇인가 끌리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이런 작품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집단적인 혹은 공동체적인 자아가 아니라 '나'라는 개별적 존재 자체의 자아를 추구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신세대의 특징이 되고 있습니다. 가령 사랑이라든지 민족이라든지 역사라든지 우리라는 관점 위에서 우리 삶의 공통성을 찾아가는 것이 기존의 문학적인 관점 혹은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나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 자아를 갖고 있는가? 나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주제를 찾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입니다. 앞서 얘기한《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그가 나를 살인하다》는 모두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두 이야기에서 자기 자아를 찾아간 마지막 결과는 죽음입니다. 자기가 자기를 죽이든, 남이 죽이든, 죽음으로밖에 자아를 입증할 수 없는 허무, 좌절 그런 것들이 지배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 성의 변화를 들 수 있겠는데요. 아까 두 예문을 들면서 성에 대한 묘사가 마치 지나다 용변을 보는 것처럼 간단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성윤리가 그런 결론을 얻을 수밖에 없을 만큼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에 이런 장면을 묘사할 때는 에로티시즘으로 처리가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뭐랄까? 섹슈얼리즘이랄까? 섹스 그 자체라고 할까? 이런 식으로 성(性)에 대한 문학적인 윤리의식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로티시즘이 자기 전체를 던져서 얻어내는 어떤 관능적인 측면이라면, 섹스라는 것은 어쩌다가 얻는 정도로 처리된다고 우선 쉽게 비유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성의 변화가 에로티시즘과 섹스의 묘사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들 수가 있을 겁니다. 또 다른 작품들을 보게 되면 레즈비언이나 호모 얘기 같은 것도 많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거의 금기시되어서 감히 생각조차 못하는 부분들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세대 문학이 기존 문학들에게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부분이 바로 이런 신세대적인 감수성 혹은 묘사법을 통해서 상업주의와 제휴를 하고 혹은 광고 전략을 통해서 상품화시킨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이런 류의 책을 사서 집에 있는 책꽂이에 잘 꽂아 두는 것이 아니라 버스터미널에서 사가지고 버스 안에서 본 다음, 내릴 때 그냥 다 던져 버리고 마는, 껌이나 무슨 휴지처럼 한 번 사용하고 써 버릴 수 있는 1회용 소비품으로 문학작품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젊은 작가들이 수입을 위해서든 혹은 요즘의 유행적인 기법 때문이든 간에 소비품으로 문학작품을 쓰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시집이 많이 나가고 또 본격적 고급서도 많이 나가고 있지만 외국에선 시집은 서점에 거의 꽂혀 있질 않습니다. 그리고 소설도 대중소설, 즉 SF소설이라든지 추리소설, 에로 소설, 이런 것들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서점과 독자들 취향도 차츰 그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세대 문학의 몇 가지 측면들, 그 의미들을 얘기했는데 제 자신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게 좋다, 나쁘다든지, 있어서는 안 된다든지 또는 이렇게 되야 한다든지 하는 말은 역시 피하겠습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몇천 년 혹은 몇백 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갖가지 도전들을 끊임없이 수용하며 변화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70년 전에 이광수의《무정》이 나왔을 때 모든 식자층들은 이런 패륜스러운 것이 어떻게 문학이냐 하고 무척 많은 공격들을 해댔습니다. 그러나 십 년이 안 가서 바로《무정》이 이끄는 자유연애의 세계가 실현되기 시작했고, 그 문학이 우리 근대문학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학의 기묘한 생명력은 자기와 다른 것 혹은 자기가 거부하던 것까지도 다 끌어들여서 자기 문학의 전통 속으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숱한 문예사조의 변화 혹은 숱한 수법이나 방법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꾸준히 끌어들여서 문학의 폭을 계속 넓혀 오면서 그 전통을 지켜왔던 겁니다.

그 전통이 무엇인가? 저로서는 진정성이란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즉 인간의 슬픔이라든지, 존재의 의미라든지 그것을 문학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집념과 진지함, 즉 우리가 흔히 쉽게 말해서 문학성이라는 것, 그것은 여전히 추구될 거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까 박청호와 같은 단문체의 경쾌한, 그러나 비윤리적인 글을 통해서도 발견될 수가 있고, 김영하의 글 속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신세대 문학에서도 진정한 문학작품들이 있는데,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진짜의 창조적인 문학을 어떻게 가려내어 문학정신과 문학사의 전통에 접목시켜 계승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문학계의 일이고 혹은 여러분 세대의 작업이기도 할 것입니다.

처음에 여러분 세대들이 자기 세대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이제는 자부심을 갖고 우리 문학사의 전통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신세대라는 이름이 못마땅하다면 컴퓨터 세대도 좋고, 혹은 21세기 세대도 좋고, 90년대 세대도 좋으니까 자기 세대의 어떤 정체성, 가장 특징적인 정체성을 찾아 바로 그런 관점에서 문학이나 이런 것을 재구성하여 문화의 전통으로 수렴시킬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싶습니다.

21세기에 가면 컴퓨터가 보다 더 많이 보급되어 하이퍼 픽션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도 많이 나오겠지만, 기존의 제가 말한 진정성 있는 문학은 여전히 살아남아 숨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우리의 잠자는 의식을 깨우치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오늘날의 거대하고도 급격한 변화들을 또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아마 그런 일은 저처럼 머리가 허옇게 되어서 감각이 낡은 세대들보다 여러분 자신의 작업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