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한국영화의 발전 방향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우리 회사부터 소개를 하겠습니다. '제일제당'에서 우리 회사를 설립했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 회사는 영화 제작과 투자를 함께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명필름', '우노', '신씨네' 등과 함께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영화 배급과 극장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목표는 영화 제작부터 배급, 상영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해서 한 장소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영화는 아직 제대로 된 수익창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이렇게 발전하여 한국 최고의 영화 관련회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 4월에 '제일제당'에서 분리되었고, 금년 2월에는 코스닥에 상장을 하게 되면서 시가 가치가 2천억원 정도가 되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제작사는 잘 인식되어 있는데, 배급사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작사가 먼저 생기고 배급사가 뒤늦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배급사들은 제작사와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컨텐츠를 확보해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익히 알고 계시는 '디즈니' 나 '콜럼비아' 등이 모두 이런 배급사입니다. 현재 국내의 배급사 중에는 우리 회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 서비스'가 가장 손꼽히는 회사입니다. 이 두 회사가 국내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화가 약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배우나 감독들이 사라져도 배급사가 남아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배급사들도 곧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중에도 영화를 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시나리오, 스크립터, 촬영, 감독 등을 하고 싶다면 제작사 쪽으로 진로를 정해야 하고, 영화에 관련된 각종 사업을 하고 싶으신 분은 배급사 쪽으로 진로를 택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것들이 하나로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영화도 세부적으로 분화되어 있습니다.

보통 저는 영화사업에 관한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하는데, 오늘은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에 관련된 많은 문제 중,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참 많은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는 무엇입니까? 매우 궁금하군요. 영화에서는 여러분 같은 관객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 손들 들어보세요. ‘조폭 마누라’를 보신 분? 굉장히 많군요. 그러면 '춘향뎐'을 보신 분? 그리 많지 않군요. 자, 그렇다면 여러분 '조폭 마누라'가 좋은 영화입니까, '춘향뎐'이 좋은 영화입니까? 아무튼 이 부분은 굉장히 많은 논란이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이 문제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죠.

자본주의는 이론적인 체계라기보다는 경험적인 체제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에 비교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본주의는 경험을 통해 얻은 효율성이라는 결과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영화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미국식 영화 시장이죠. 헐리우드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흥행 작품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영화를 좋은 영화로 봅니다. 그러나 유럽식 사고, 유럽식 영화 시장은 돈보다는 명예를 중시하며, 작품성이 높은 영화를 좋은 영화로 봅니다. 이른바 '와라나고'라고 부르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굉장한 호평을 받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관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고양이를 부탁해'의 경우 인천시장의 부탁에 의해 재개봉했는데도 불구하고 관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를 통해 평론과 실제 관객수 사이의 괴리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걸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지금 한국 영화계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흥행한 십대 영화는 '친구',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서편제', '주유소 습격사건', '무사', '킬러들의 수다' 등의 순서입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들 중 어떤 작품이 좋은 영화이고,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군요.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0위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대개 전반 20위까지는 코미디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객들은 코미디를 굉장히 선호하면서도, 코미디는 가볍고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공동경비구역 JSA', '서편제'와 같은 영화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엽기적인 그녀',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는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관객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냥 힐끗 웃으려고 가는 겁니다. '우는 것'이 고객 만족 중에 하나라면 '웃는 것'도 고객 만족 중 하나입니다. 영어 제목으로는 'My Wife is Gangster'인 '조폭 마누라'의 경우 원래 우리 회사에 투자요청이 왔었는데, 작품의 성격상 저의 회사에서 배급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컨셉이 너무나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폭의 마누라'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마누라가 조폭이다'라는 건 너무 신선하고 멋있지 않습니까? 영화는 촬영이 좀 미흡하더라도 그 컨셉이 얼마나 신선하고 가치 있느냐를 중시합니다. 결국 '조폭 마누라'는 미국에서 무려 97만 불을 주고 리메이크 판권을 사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컨셉의 개념이 잘 인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미국인들이 생각지 못한 것을 '조폭 마누라'가 담고 있었기에 그 가치가 인정된 것이죠. '엽기적인 그녀' 역시 그 리메이크 판권이 비싼 값에 팔렸습니다. 가치 있는 컨셉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공부하느라 바쁜 수험생이나, 먹고 사는 일로 찌든 직장인들에게는 한 번 웃음을 쏟아 부어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인데, 우린 자꾸 코미디를 폄하합니다. 이건 우리 사회에 관념주의가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선 명분론이 매우 중시된다고 말한 어느 일본 학자의 말처럼, 우리나라 영화 관객도 그런 면이 강합니다. 물론 이런 면 때문에 메시지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국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여러분 과연 좋은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요? 관객이 많이 몰리는 영화일까요, 아니면 관객은 없더라도 감독이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영화일까요? 전 영화가 대중예술인 이상 어느 정도 관객 호응이 있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고흐의 그림이나 베토벤의 음악은 당시에는 인정 못 받더라도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영화는 한 번 나왔다 사라지면 다시는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에 대한 여러분의 잘못된 선입견은 잘못된 평균의 개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우리 개개인의 GNP 수준이 전국평균 GNP 수준에 비교해볼 때 평균보다 낮다고 생각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소득 순위의 상위 5%가 우리나라 GNP 평균을 훨씬 높여 놓기 때문에 실제는 높은 수준인 것입니다. 이처럼 여기 계신 여러분도 우리나라의 실제 교육 평균보다 높은 교육을 받고 있는 상위 계층입니다. 영화는 여러분 같은 상위 계층만이 보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의 주관객층에는 백화점 직원,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공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영화가 관객의 평균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영화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영화를 매일 보는 사람들이나 음악을 매일 듣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되는 영화나 음악이라도, 실제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같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점점 더 어려운 수준의 영화를 원하게 될 테고, 결국 관객과의 괴리현상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위에서도 말했듯 이런 현상 때문에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메시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국가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글래디에이터'가 '미션 임파서블'보다 2주 가량 먼저 개봉했는데 흥행 면에서 훨씬 앞섰습니다. 그런데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글래디에이터'가 '미션 임파서블'에 비해 관객수가 훨씬 못 미쳤습니다. 우리 회사가 '글래디에이터'를 배급했었는데 제작사 쪽에 '우리가 홍보를 잘 한 덕이다'라고 자랑을 했죠. 그랬더니 제작사 쪽에선 '그건 한국인의 민족성 때문이다'라고 하더군요. 또한 '미션 임파서블 2' 같은 액션 영화나 코미디 영화가 지방에서 더 호응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구태여 지방 사람들과 서울 사람들의 지적 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걸 따지자는 게 아니라,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들을 영화 제작에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미국의 6대 메이저 배급사가 어디입니까? '20세기 폭스 (20C Fox)', '유니버설 (Universal)',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Columbia Tristar)', '월트 디즈니 (Walt Disney)', '워너 브라더스 (Warner Brothers)', '비아 콤 그룹 (Via Com Group)'입니다. 미국 영화계에서 이들의 힘은 매우 막강합니다. 이 6대 메이저 배급사들이 영화를 제작하지만 실제 수입은 얼마 안 됩니다. 가령,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연급 남녀 배우, 감독에게만 드는 비용이 6천만 불 정도입니다. 순수제작비로 4천만 불 정도, 여기에 마케팅비와 홍보비로 5천만 불 정도의 비용이 듭니다. 합하면 대략 1억 5천만 불 정도가 한 편의 영화에 투자되는 셈이죠. 그렇게 제작된 영화가 흥행을 하고 나면 박스 오피스에서 몇 억 불의 수익을 올렸다고 기사가 나지만, 실제 이 돈의 반은 극장에서 가져갑니다. 그리고 나머지 반도 마케팅비나 잡다한 추가비용으로 쓰고 나면 실제 배급사에는 남는 게 없죠. 그런데 왜 배급사들은 돈도 안 되는 장사를 하느냐? 미국의 배급사들은 케이블 회사나 비디오 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통해 VTR, DVD, Pay-Per-View, 일반 지역방송, 위성 방송 등에서 수익을 창출하여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배급사의 수익 규모는 우리나라 배급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나라 영화가 어떤 위치에 와 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언론에서는 한국 영화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 영화 시장의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작년도 영화 관람객 8천 4백만 명 중에서 한국 영화 관객이 4천만 명이었습니다. 입장료를 평균 6천원으로 잡고 이를 돈으로 환산해 보면 2천 4백억 원입니다. 전체 영화 관람객 수를 곱한다 해도 5천억원 정도입니다. 매우 작은 수준이죠. 더군다나 이 돈 전부를 컨텐츠 제작에 쓰는 것도 아닙니다. 이 중 반은 극장에서 가져가고, 영화 제작에는 1천 2백억원 정도만 쓰입니다. TV, VTR을 통한 수익률을 합쳐도 1천 5백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년에 6, 70편 정도를 제작하는 한국 영화 실정을 감안한다면, 영화 한 편 제작에 드는 평균비용은 기껏해야 25억 원 정도입니다. 이렇게 해서 제작한 영화를 통해 겨우 본전치기를 하는 게 한국 영화의 실정입니다. 그나마도 흥행한 영화들 예닐곱 편의 관객 수가 약 2천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나머지 60여 편의 영화들은 큰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도 영화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여기서 드리는 이유는 한국 영화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되고 있는지를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잘 나간다는 영화사는 굉장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200%, 300%의 수익을 올리죠. 그렇지만 이런 영화사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한국에 있는 천여 개의 제작사들 중에는 일 년에 단 한 편의 영화도 찍지 못하는 제작사가 태반입니다.

여러분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험 수치를 가질까요? 가령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경우를 생각해볼 때, 위험 정도와 이자율은 이율배반관계에 있습니다. 위험 수치가 높은 만큼 이자율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한국 영화에 투자한다는 것은 현금, 저금, 투자, 투기, 도박 중에서 어느 단계의 위험 수치에 속할까요? 벤처기업에 투기하는 것과 강원랜드에서 도박하는 것 중간 정도의 위험 수치에 속합니다. 얼마 전 '튜브 픽쳐스'에서 제작한 '집으로'는 10억 원의 제작비밖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흥행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거의 도박에 가까운 수준이죠.

지금부터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영화가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얘기하겠습니다. 여러 다른 나라 영화들도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히 어려운 편입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업이 작은 경제 규모 때문에 곤혹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출을 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철강, 조선, 전자 시장은 해외 수출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해외 시장을 빨리 개척, 확장해야만 합니다. 근래 들어 조금씩 수출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도 칸느 영화제에서 영화를 좀 팔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45만불 어치를 수출했습니다. 문화적으로 뿌리가 같은 아시아 시장은 어떻게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겠지만, 유럽이나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은 아직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미국 시장은 더욱 힘듭니다. 왜냐하면 미국 사람들은 자막보기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시아 영화 중 자막을 볼 필요가 없었던 '와호장룡'이 흥행을 할 수 있었죠. 이런 사정은 미국이나 유럽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자막을 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두 시장으로의 진출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나마 우리와 문화적 뿌리가 같은 아시아 쪽, 특히 일본이나 대만 시장에 판로를 개척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의 일본 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본은 물가가 높아서 마케팅 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얼마 전에도 '공동경비구역 JSA'를 일본에 배급하면서 참 많은 걸 느꼈습니다. 당시 기록적인 수치인 2백만 불에 팔았는데, 마케팅비만 5백만 불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이 영화가 일본에서 백만명 정도의 관객이 들어서 잘 됐습니다만, 일본 시장 진출에는 고물가 때문에 많은 위험이 뒤따릅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만으로는 일본이나 대만에서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아직 우리 영화사 규모가 작아서 이런 걸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얼마 전 '친구'가 일본에서 개봉됐는데, 말 그대로 전멸이었습니다. 이렇게 영화가 실패하면 수입자가 그 위험 부담을 모두 끌어안아야 합니다. 결국 일본 영화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영화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정도뿐입니다. 홍콩의 경우는 그 시장이 너무 작아서 마케팅 비용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일간지를 보면 우리나라 영화가 홍콩 박스 오피스 순위에서 몇 주간 1위를 했다는 기사가 실리는데, 이런 기사는 전부 홍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도 그 시장이 매우 작습니다. 그나마 중국 시장이 규모가 크지만,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결국 위에서도 말했듯 우리가 개척해야 할 시장은 대만과 일본인데, 일본은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어렵고, 대만은 헐리우드 영화가 전체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있어 어렵습니다. 아무튼 우리 회사와 같은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앞으로 이런 많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외국 회사와 경쟁해 나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렇지만 해외 수출을 통해 국내 수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아직 남아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또한 국내의 자체 수요를 늘려야 합니다. 사실 옛날 극장은 대개 그 지방 유지들이 경영해왔습니다. 이들은 '오고 싶으면 오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식의 경영을 해왔는데, 이래서는 자체 수요를 늘릴 수 없습니다. 이런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물꼬를 튼 게 멀티플렉스 상영관입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는 관객들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고,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즐거운 환경을 제공합니다. 처음에 우리 회사가 이를 한국에 도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더러 미쳤다고 했습니다. 누가 강변 테크노마트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영화를 보겠느냐고 비웃었지만 결국 98년에 대히트를 쳤습니다. 우선 손님에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자는 우리 회사의 컨셉이 적중한 것입니다. 이후 이런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도입한 극장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한국 영화 관람객 수는 많이 증가했습니다. 아무 때나 편하게 갈 수 있고, 영화를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으며, 한 곳에서 영화, 게임, 커피, 식사, 책 등 다양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니까 수효가 늘어난 겁니다. 4천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관람객 수가, 작년에 8천 2백만 명으로 늘어났고, 곧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건 엄청난 성공인 거죠. 우리나라 작년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는 1.6회입니다. 미국이 6회, 홍콩·싱가포르가 7회, 유럽이 3회, 일본이 1.6회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영화 시장의 성장은 대단히 낙관적입니다.

또 하나,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작, 자금조달, 배급, P&A가 골고루 발전해야 합니다. 송유관도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되면 전체 송유량이 줄어들겠죠. 마찬가지로 영화도 모든 부분이 골고루 발전해야만 합니다. 현재 극장사업은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부분은 아직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특히 마케팅 방식은 많이 달라져야만 합니다. 여러분도 신문에서 영화 홍보를 보셨을 겁니다. 사실 이건 큰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신문에 홍보물을 올리는 것뿐입니다. 이보다는 좀더 효율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이런 효율적인 마케팅과 함께 프로덕션의 좋은 컨텐츠 개발이 시급합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란 한 마디로 'Story Telling', 즉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헐리우드도 최근에는 이 컨텐츠의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거나 특수효과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진주만', '미이라' 등이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젠 새로운 소재를 찾아 아시아적인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와호장룡'이 잘 될 수 있었고, 최근 헐리우드에서는 '히어로'라는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이후입니다. 아직까지는 소재가 무궁무진하게 나오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앞으로 3, 4년이 지나면 컨텐츠의 한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 즉 스크립터를 육성하는 데 많은 자금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한국 영화의 영세성 때문에 아직 이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욱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스토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대체로 원작이 있는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을 거둡니다. '해리포터', '로더 블링즈', '공동경비구역 JSA'등은 모두 원작이 있는 영화입니다. 앞으로 영화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장래에 영화계에 종사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를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자면, 영화의 주인은 제작사나 배급사, 감독, 극장주 등이 아니고 관객입니다. 그래서 감독에게는 관객을 만족시켜야 할 의무와 함께 자기가 원하는 영화를 찍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코미디, 액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찾아주실 때 한국 영화는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가령 '친구',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흥행작에 6백만, 7백만 명의 관객이 몰리는 것보다 장르가 다양한 2, 30 편의 영화에 백만 명 정도의 관객들이 분산되는 것이 한국 영화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됩니다. 아무튼 다양한 영화를 통해 좀 더 윤택한 여가를 즐기시기를 바라면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