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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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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특강공지

  강연제목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 - 총장이 '나'를 열어 보인다-
  155 회
  초청연사 정성진 (국민대학교 총장)
  강연일시 2002년 03월 14일
  강연장소 본부관
  조회수 24088 회
 

반갑습니다. 지금까지는 총장으로서 축사, 식사, 훈사 등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이야기만을 주로 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는 제 자신을 여러분에게 열어 보이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정성진 총장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가’,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식상한 얘기는 피하고자 합니다. 또한 내 자신에 대한 홍보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도 피하겠습니다. 행정 책임자의 위치에 있지만 자랑스럽기보다는 미흡한 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한 자기 고백적인 성격을 띠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검사에서 교수로, 교수에서 다시 대학 총장이 되었습니다. 통상적인 경력의 총장들과는 다소 다른 길을 걸어온 셈입니다. 조금 전에도 제 소개를 검사출신 교수,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총장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저는 사법시험 합격 후 24년 간 여러 자리를 거치면서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습니다. ‘왜 법조인이 검찰을 떠나 대학에 몸담게 되었는가’, ‘그 사이 사람과 사물을 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지금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법률가는 법과 정의의 세계를 다룹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권력을 연상하게 되죠. 반면에 대학은 학문과 지성에 우월적 가치를 두기 때문에 권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해서 권력의 세계에서 비권력의 세계로, 관료적 조직체계에서 보다 자유로운 지성의 마당으로 옮겨왔을까요? 저는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을 두 해나 넘긴 나이입니다. 제 의지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교수가 되어 여러분을 만난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인연 또는 하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지어졌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를 참으로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검사로서의 저의 경험과 생각을 말씀드리기 전에 우리나라 검사의 역할과 역사를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검사제도는 불란서 혁명 이후 시작되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오래되지 않은 셈입니다. 그 전에는 행정과 사법재판을 한 기관에서 맡았습니다. 그러나 혁명 이후 인권사상이 고취되면서 재판권으로부터 소추권이 분리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을 통제할 필요도 있어 검사로 하여금 이 역할을 담당토록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검찰은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아니고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출발된 것입니다. 검사의 기본임무는 범죄수사, 기소, 재판 집행 등입니다. 영미법계의 국가에서는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주로 기소만 하는 반면 독일, 불란서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검사가 수사 지휘까지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륙법계를 따랐습니다. 그래서 검사가 수사를 위해 경찰을 지휘하고, 잘못된 것은 수정하고, 영장도 청구합니다. 그러기에 검사를 흔히 법치주의의 감시자, 파수꾼이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검사의 권한은 대단합니다. 검찰을 떠난 후에 24년 검찰생활 중 가장 보람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보람되기보다는 대단히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검사의 딜레마’라고 할까,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검사의 임무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국가를 대신해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기소하는 검사는 청탁은 물론 사사로운 정에 휘말려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나 이웃집의 기사아저씨와 같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경우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검사님, 제 아버님이 어려운 일이 생겼는데 말씀 좀 해 주세요.” 원칙적으로 이런 사사로운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를 완전히 외면한다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검사는 조그마한 딜레마를 느낍니다.

또 사생활과 공적인 임무사이에서도 많은 갈등을 겪습니다. 저는 검사생활 동안 근무지를 따라 11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은 3, 40번 이사를 합니다. 제가 검사를 하는 동안 우리 집 식구는 동창회나 계모임 따위에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사적인 모임은 되도록 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학교 선생님께 찾아가 인사 한 번 하지 못 했습니다. 공적인 의무에 충실하다 보면 이렇게 사생활은 거의 희생됩니다. 훌륭한 검사는 독해야 하는데, 독한 검사와 좋은 사람은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노력했지만 이 둘을 완벽하게 구분하지는 못했습니다.

또 이런 딜레마도 있습니다. ‘목적에서의 정의’와 ‘수단에 있어서의 정의’는 다릅니다. 한 검사가 탈세 사건을 밝혀냈습니다. 사회악을 척결했으니 검사는 큰 업적을 남긴 셈입니다. 그러나 검사는 그 회사의 해고된 경리사원 등 그 회사를 배신한 사람의 정보를 통해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과정에서 자백을 받기 위해 검사는 갖은 방법으로 범인을 설득합니다. 범인이 자백할 때는 수사하는 검사를 믿고 합니다. 범인은 혹 형량이 줄어들진 않을까, 어쩌면 구속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등을 생각하는데 검사는 이런 범인의 심리를 이용해 자백을 받아냅니다. 이처럼 수사의 성공을 위해 검사는 인간적인 약점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마약사범 수사에는 항상 범죄 정보를 팔아먹는 사람이 개입합니다. 그들은 자신도 마약을 했으면서 면죄를 받고자 정보를 파는 겁니다. 인간적으로는 비열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큰 정의를 위해 그런 것은 눈감아야 합니다.

관용과 엄벌 사이에서도 많은 갈등을 합니다. 여러분은 법이 너그럽기를 바랄 겁니다. 저의 경험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전과자가 술을 마시고 술집 종업원에게 손찌검을 했습니다. 보통사람은 이 정도로 구속되지 않지만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사안이 가볍다고 보아 영장을 기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송치된 그 사건파일을 보니 ‘공소권 무’라고 의견이 적혀있었어요. ‘공소권 무’란 심판 받을 사람이 죽었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검사가 형사사건에 관한 심판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은 그 동안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것입니다. 만일 제가 온정적인 마음을 가지지 않고 구속을 했더라면 죽지 않고 유치장이나 교도소에 있었을 겁니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관용이 오히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례입니다.

구체적 정의와 일반적 정의간의 딜레마도 있습니다. 일년에 몇 번씩 유원지 폭력배 일제 단속, 학원 주변 폭력배 일제 단속 등 캠페인성 단속을 합니다. 그리고는 단속기간 중 몇 명을 구속했다고 하죠. 이런 식으로 일제 단속을 벌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은 일반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럴 때 경찰, 검찰은 실적 올리기에 매우 신경을 씁니다. 이 기간에는 보통 때라면 구속 안 될 만한 범행으로도 구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사회 전체적인 예방효과를 위하여 구체적 정의가 다소 희생되는 경우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생명존중정신과 사회적 정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제가 대검의 수사부서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국세청의 중견 공무원이 세금감면과 관련하여 부정을 저질렀습니다. 그 사람이 수사의 핵심입니다. 그를 조사해서 상사에게 돈을 상납한 일과 기업에서 돈을 뜯은 일을 밝혀냈습니다. 밤중에 자백을 해서 자술서까지 썼죠. 이 사람이 자백한 내용은 그 파급 여파가 매우 클 테니 검찰 입장에서는 굉장한 실적 하나를 올린 것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릴 수도 있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새벽에 수사관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그 사람이 허리띠로 목을 매어 자살을 기도한 것입니다. 수사 보안을 위해 아직 대외적으로 알리지도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니 사람을 업고 내려오면 많은 기자들이 알게 되고, 수사 기밀도 누설되어 이 수사는 망치는 게 됩니다. 이 때 검사는 사람을 살리느냐, 큰 공직 부패 사건하나를 해결하느냐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당연히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담당검사에게 조언을 하였습니다. 사건수사는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지만 그 사람은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공명심과 명예욕이 있습니다. 검사는 원칙과 공명심 사이에서 딜레마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법과 정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자연법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인류 보편적인 법 정신에 입각한 것이고, 실정법은 현재 만들어져 있는 성문법입니다. 자연법과 실정법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박 대통령 말기에 긴급조치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는 하나의 법과 같은 효력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그 헌법개정만 주장해도 징역형에 처해지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민주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일로 구속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나 사설강습소에 관한 법률 같은 것은 도덕이나 관습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에서 처벌하도록 정해 놓아 그 적용에 고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건축법이나, 식품위생법 같은 법도 교활한 사람이나 좀 가진 사람들은 교묘히 피해가고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만 적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는 이런 경우 행정목적과 형평의 문제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환경보다 산업발전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수출을 많이 하기 위해서 조금 법을 어겨도 봐 주는 것이 보편적인 관례였습니다.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긴 것이죠. 이럴 경우 사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사나 판사는 단순히 법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이익이나 법 정신에 맞춰 법을 적용하게 됩니다. 때문에 철학과 비전이 필요합니다.

사회 이익과 조직의 이익 간에 괴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검찰 내부 부패사건이 있을 경우, 부하나 동료가 연루되었다면 그것을 숨겨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법은 절대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기소를 하면서도 검사의 갈등은 계속됩니다. 극단적인 예로 국가 이익과 정부 이익이 충돌하는 예도 있습니다. 문민정부 이후 정부의 정통성이 회복되어 지금은 이런 일이 없습니다만, 과거 군사정권 하의 정부는 그 정통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주화 투쟁이 사회 곳곳에서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 학원, 노동계에서 일어나는 집단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연일 경찰이 진압에 나서고, 당시의 전두환 대통령은 경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경찰 간부의 비리가 적발되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사건을 수사하되, 경찰 자체에 넘겨 조용히 처리하도록 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왔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사기를 빌미로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외면한다면 나라의 기강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은 정부의 이익일 뿐 국가의 이익도 사회의 이익도 아닌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유형의 딜레마를 들려드렸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직업으로 보이는 검사이지만 이렇게 많은 선택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다 보니 24년을 지내오면서 그 일에 어떤 한계와 환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나 자신은 없고 국가의 한 관청, 한 기관으로서의 자신만 남아 있더군요. 제가 검찰을 떠나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자기성찰과 관련이 있습니다.

1993년 검찰을 떠나 2년 동안 외국 대학에서 삶을 재충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1년 반,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6개월 정도 머물렀습니다. 그 기간이 제게는 인생에서의 또 다른 실체, 진정한 자기를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검찰을 그만두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정부가 바뀌면서 재산 공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만 지금 생각하면 참 잘한 사직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지나서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던 겁니다. 결국 종국적으로 제게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였습니다. 자기를 찾고, 인간적인 것에 보다 충실하고 싶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검찰을 떠나 대학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1995년 저는 법과대학 형사법 교수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권력을 가진 검찰간부에서 평교수가 된 것이 뭐 그리 행복하냐 하겠지만, 조금 과장한다면 제겐 대학이 천국 같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 신입생 여러분이 대학에 처음 들어와 느끼는 것과 어느 측면에서는 비슷할 겁니다. 검찰에 있을 때는 미처 할 수 없던 일이지만, 이젠 박완서, 최인호 등의 소설도 마음대로 읽고, 찻집에 가서 차도 마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공직을 떠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자리 할만한 사람이 떠난다고 굉장히 실망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랜 세월 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해보지 못하던 일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공직의 굴레를 벗으니, 비로소 자유롭더군요. 새롭게 보이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창을 통해 북한산의 숲을 보면서 저는 눈물이 날 것만 같은 행복감을 만끽하였습니다.

이런 자유를 누리면서도 저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은 갖고 있습니다. 우선 공직에 있던 사람 특히 법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기품이랄까 의연함을 잃지 않고, 동시에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공적 임무를 다한 사람 중에는 욕심 많은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5, 60년 살다보니 이제 이런 사람들이 보입니다. 매우 추하죠. 그러고 보면 제가 대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교회나 성당에 가진 않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사람이 오만하면 큰일납니다.

항상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귀 기울여야 합니다. 겸허한 마음을 가지면 세상이 밝게 보입니다. 또한 겸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두려움이 없어집니다.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잘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 대신 저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저는 출근하면 먼저 제가 몸담고 있는 이 대학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제가 오만하지 말고 오늘도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을 지키면서 봉사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이것이 제겐 또 하나의 기쁨입니다. 국민대학교 총장이 검찰총장보다 특별히 높은 것도 아닌데 법조계에 있는 후배들은 아직도 저를 제법 대우해 줍니다. 이것도 하나의 보람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 대학에는 옴부즈 오피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옴부즈 오피스 전담 직원을 두면 또 하나의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이유로 인력을 늘리는 것은 경영합리화에 역행하는 일이죠. 그래서 제가 부임하던 해에 차장급 직원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옴부즈 오피스에 인터넷으로 접수되는 사항을 점검해서 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수강 신청에 따른 불편, 통학 불편, 도서관 이용 불편 등을 듣고 해당 부서에서 가능한 한 빨리 답변과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직원선생님들의 일은 늘어났지만 매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노력하면서 이른바 섬김 정신, 서비스 정신이 현저히 나아지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얼마 전 블록수업이 시작되면서 8시 반 무렵에 통학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제 그 시간대에 지하철을 내려 버스정류장에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총무팀장 선생님과 직원들이 옴부즈 오피스를 보고 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가 지켜보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버스 회사에 연락해서 배차를 잘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분의 불편을 조금씩 줄여나갈 겁니다.

총장의 기능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서 명령?통제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제가 늘 이야기합니다만 원탁 가운데서 설득?조정?통합하는 사람이 총장입니다. 저는 총장이 할 역할이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학교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되어 학교 발전 의지를 다지고, 교육 환경을 개선시키고, 업무 여건을 좋게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방대한 행정 조직을 투명한 가운데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 교육인적자원부, 동문 등 외부로부터 장학금을 얻어 오고 기부금을 확충하는 등 섭외?획득의 기능입니다. 다행히 직원?학생과 동문들이 협조를 잘 해 주셔서 이런 기능이 원만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외적으로 얻어 오는 것은 제가 잘 못해서 조금 힘이 듭니다. 그러나 이것도 차츰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 위에 대학의 책임자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임기의 반이 지났지만, 진실로 국민대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며 정의롭고 합리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는 ‘전통을 지키며 미래를 열어가는 대학’으로서 민족교육, 인성교육, 전문교육, 실용교육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성교육은 제가 강조하는 인간적인 것, 자기를 찾는 노력과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봅니다.

목요특강에 총장이 강의한 적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이 조그마한 시사점이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학교 행정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당부를 하고자 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누구나 자기 자신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도 많겠지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실하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열등감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열등감을 자신을 정화?발전시키는 추진력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스스로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더라도 그것을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이용하고 본질적인 것을 항상 추구해 나가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됨이라고 봅니다. 조직도 국가도 문명도 다 인간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인간 됨됨이가 바르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어떤 목표, 가치, 성취를 위한 노력의 성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더라도 노력하는 그 자체에 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 정신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꾸준히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은 항상 완전함을 추구하는 도정에 있습니다. 1막에 보면 천사의 합창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면서 노력하는 자들을 우리는 구원할 수 있으리라’ 라고 나옵니다. 고민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일이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일시 초청연사   강연제목
160 2002-4-18 조정민   21C Keyword
159 2002-4-11 양창순   때로는 내 안에, 때로는 내 밖에 있는 나
158 2002-4-4 김명곤   전통문화의 예술성과 현대화
157 2002-3-28 정태승   시장경제와 기업의 역할
156 2002-3-21 신문선   한국 축구 16강 과연 가능한가?
155 2002-3-14 정성진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 - 총장이 '나'를 열어 보인다-
154 2001-12-6 후버투스 훤모르   한국과 독일(공통점과 차이점)
153 2001-11-29 이남식   디자인의 새로운 이해
152 2001-11-22 서지문   서양의 학자들이 본 공자의 생애와 신념
151 2001-11-15 제프리 존스   외국인이 보는 한국경제
150 2001-11-8 현각   참다운 종교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