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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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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특강공지

  강연제목 북한체제의 변화 가능성과 전망
  94 회
  초청연사 이정식 (펜실베니아대 정치학과 교수)
  강연일시 1999년 04월 01일
  강연장소 본부관 학술회의장
  조회수 22806 회
 
북한문제로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사양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국민치고 북한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없잖아요. 더구나 북한에서 내려오신 분들이 여러 가지 증언도 하고 계시니, 해외에 있는 저보다는 국내에 계신 분들이 오히려 북한에 대해 더 정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북한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57년에 캘리포니아대학의 스카피노 교수의 조수로 들어가면서부터 입니다. 그때 조선공산당운동을 연구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북한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니까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저도 북한 내부를 알 수 있는 형편은 못되니까, 북한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얘기할 처지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북한에 대한 문제를 하나 제기하고, 여러분과 함께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과연 어떠한 북한을 원하고 있는가, 우리가 바라는 북한은 어떠한 모습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남북문제에 대한 토론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또 정부차원에서도 정책을 많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떠한 북한을 이상적인 북한으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질문했을 때 확연한 대답이 나오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현정부는 여러 가지 햇빛정책을 택하여 북한과 화해 관계를 성립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에게 어떠한 북한을 이상적인 북한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는다면, 과연 정부가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살아가면서 북한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당연히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서 제기되는 기본적인 문제가 우리는 과연 어떠한 북한을 원하고 있고, 또 우리가 원하는 북한을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정책을 택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시민들에게 당신은 어떠한 북한을 원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마 응답자의 80∼90% 정도가 북한이 망하기를 원한다고 할겁니다. 즉 북한의 체제가 붕괴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시민들의 생각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정부정책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시겠지만, 1994년 제네바에서 북한과 미국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곧 망할 북한을 왜 도와주려고 하느냐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세계적으로 큰 기사거리가 되었잖아요. 그 외에도 김영삼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북한은 곧 망할 거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김대통령만의 오판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학자의 95% 정도가 북한은 금방 망할 것이라고 예측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신문을 보면 다 그렇습니다. 그때 학자나 일반 시민들이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던 전제가 된 것이 바로 김일성의 사망이었습니다. 김일성이 없는 북한은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북한 체제는 김일성이 만든 것이니까, 그가 부재한 상태에서는 북한의 공산체제가 지속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김일성의 죽음으로 인해 북한은 바야흐로 정치적 혼돈이 일어날 것이고, 그로 인해 쿠데타가 발생하여 공산정권이 궤멸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 후에 일어난 소련의 붕괴로 인해서 북한의 경제가 더욱 긴박하게 되었잖아요. 북한 총수입의 55% 정도가 소련으로부터 수입되는데, 그 수입품목이란 것이 화장품이나 밍크코트 같은 사치품들이 아니라, 북한의 경제, 국방, 공업 등 실생활을 영위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도 상당 부분이 북한과 소련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경제생활에서 소련의 역할은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원조자였던 소련이 하루아침에 붕괴되어 지도상에서 없어져 버린 겁니다. 그로 인해 북한이 받은 충격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경우로 생각해 본다면, 우리나라 수출량의 2/3가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칩시다. 물론 지금은 많이 줄었습니다만, 하여튼 그러한 상태인데 갑자기 우리나라 물건의 60%를 사가던 두 나라가 없어졌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디서 기름을 사오고, 어디서 양곡을 사올 수 있으며, 또한 어디서 물자를 사다가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소련 붕괴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설상가상으로 천재가 계속되었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홍수가 나고 그 밖의 재해가 발생했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의 경제가 엉망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날 사람이라면 아마 하늘이 노했다고 그랬을 것입니다. 뭔가 잘못되어 있어요. 이렇게 북한의 경제는 외부적인 요인에다 홍수 등 자연적인 요인마저 겹쳐 완전히 혼돈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붕괴론이 대두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경제가 저 꼴인데 어떻게 정권이 살아남느냐는 말이죠. 자본주의국가에 있어서도 경제가 나쁠 경우에는 정권뿐만 아니라 체제 자체도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보더라도 이는 명백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왜 암살을 당했습니까? 잘 나가고 있던 한국경제가 성장을 주춤하게 되어 경제사정이 나빠지게 되니까 부마사태가 일어나고, 부산과 마산에서는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의 시위운동이 벌어졌잖아요. 그 여파로 인해 암살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렇듯 경제가 악화되면 정권은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라는 것은 보통 악화된 것이 아니라 거의 궤멸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들리는 바에 의하면 북한의 많은 여성들이 중국으로 팔려간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성노예가 되는 거지요. 이런 비참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정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북한은 곧 붕괴할 것이라는 거였죠.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북한은 쉽게 붕괴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 왔습니다. 벌써 김일성이 죽은지 몇 해가 지났는데도 북한정권이 유지되고 있으니, 제 의견이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북한의 정권이나 체제가 망하지 않았을까요? 과연 어떠한 요소가 북한의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걸까요? 물론 우리는 정치학자니까, 그 요소는 바로 정치입니다. 파워텍스입니다. 통제입니다. 사상적인 교양 또는 경찰력입니다. 이러한 정치력이 북한의 체재를 유지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북한의 체제를 경시해서는 안돼요, 공산체제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북한에 들어선 공산정권은 1946년 2월 인민위원회를 정식으로 설립하면서부터 북한에서의 공산체제 확보와 김일성의 1인 독재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국동란이 일어난 후에 북한 조선노동당은 한번 붕괴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그것은 무슨 얘기냐? 6.25가 일어난 후에 많은 북한주민들이 공산주의를 반대했는데, 심지어는 공산당원을 살해하는 일도 발생했어요.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발로 투표를 했습니다. 즉 다 걸어나왔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어요. 이것은 그 당시에는 북한에서의 공산체제가 약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자 김일성은 1953년부터 김일성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더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신원조회를 받아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취직을 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쓰고 신원조회를 받고 이 기관에서 심사하고 저 기관에서 심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통해서 북한에서 어떻게 주민을 통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떠한 개인을 두고 그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력서를 쓰라고 합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6.25동란 중에 어떻게 지내왔느냐, 무엇을 했느냐고 말입니다. 그렇게 쓰여진 이력서를 가지고 그 사람을 신문하는 겁니다. 그래서 가족이 쓴 것뿐만 아니라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쓴 내용과 부합되는지를 따져서, 이 사람의 말이 정말 맞는지 심사를 합니다. 이것을 여러 차례 하다보면 거짓말이 다 발각되고, 그것이 기록으로 남습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 시민들의 등급을 매기는 거예요. 가장 윗 등급이 핵심분자입니다. 이들은 당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혁명 유가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과 같은 부대에 있던 사람들의 유가족, 또는 당간부로서 전쟁시기에 전사한 사람들, 학살당한 사람들의 가족이 핵심분자에 속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당 경력을 따져서 등급을 매기는데, 맨 마지막이 월남한 사람의 가족으로 이들은 제일 악질분자로 구분됩니다. 그런데 이 구분이 왜 중요하냐? 만약 당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당을 수호해 줄 사람이 누구냐는 거죠?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처럼 주민을 등급별로 나누어 통제하는 겁니다. 그래서 핵심분자로 인정되는 사람들이 모든 기관의 중추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처럼 젊은 분들은 이해가 안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공산당이 통제를 한다고 그래도 우리 같으면 일어나서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시위도 하고 폭동도 하겠다. 돌이라도 던져보고 죽으면 되지 않느냐, 우리도 데모를 여러 번 해봤지 않느냐, 왜 이북에서는 데모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릅니다. 그런 분들은 스탈린시대의 소련이나 대혁명시대의 중국이 어떠했는지 상황을 한번 보세요. 나치시대의 독일 시민들이나 나치의 압제 하에서 학살당한 유대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찾아보세요. 이런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북한의 상황 또한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공포 밑에서, 완전한 통제지도 밑에서 자기의 의사를 나타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말입니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명백한 자살 행위예요. 죽음이 뭐가 두려우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어쩌면 죽음은 두려운 게 아닐지 몰라도, 만약 고문을 당한다면 우리는 죽음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낄 겁니다. 이런 공포의 세계, 공포의 분위기에서 데모를 한다거나 폭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경험한대로 쿠데타가 있지 않느냐, 왜 군대가 일어나서 무력으로라도 바꾸지 않느냐고 답답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제가 하나 묻겠습니다. 쿠데타는 누가 하는 겁니까? 쿠데타는 군인이 하는 거예요. 그걸 모를 정도로 김정일이 어리석을까요? 공직 중에서 김정일이 처음으로 맡은 것이 국방위원장 자리입니다. 이어서 인민군 사령관 자리를 맡았고, 원수 계급을 달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위대한 군지도자이고 책략가이고 뭐 이렇게 얘기합니다. 북한에서는 군교육이 철저합니다. 군에 대한 사상교육을 통해서 군인들을 통제합니다. 북한신문을 보면 김정일이 현지 시찰을 가장 많이 나가는 곳은 군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편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 또한 군부대예요. 이런 식으로 김정일은 철저하게 군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저한 통제 속에서 어떻게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데모나 쿠데타가 일어나기 위한 약간의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들이 북한의 장성, 혹은 대령이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이 어려운 사태를 수습하겠습니까? 혁명공약을 뭐라고 하겠습니까? 만약 혁명공약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없는 상태라면 쿠데타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쿠데타를 한다고 가정해도 김정일을 제거하고 어떠한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이것은 북한의 지도층뿐만 아니라 우리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서, 과연 우리는 북한망국론을 정책으로 삼아야 할까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북한이 망했을 경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독일의 통일을 봤습니다. 동독이 무너진 후에 서독에서 많은 경제적인 부담을 지게 된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냈어요. 우리에게는 독일처럼 경제적으로 통일을 이룰 능력이 없다면서, 통일은 좀더 기다려야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이는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토론이 되고 있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무언가 하면, 북한이 붕괴되었을 경우에 한국의 국방은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까 북한의 미사일에 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들은 일본열도를 넘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또 북한에서는 미사일을 만들어 가지고 직접 미국을 치려고 한답니다. 하지만 저는 크게 걱정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한다면 솔직히 미사일이 필요 없습니다. 수류탄 몇 개면 됩니다. 소수의 사람을 보내서 수류탄으로 한강다리를 폭파시키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한국의 경제는 마비되어 하루에 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도 거리에 나가보면 차들 때문에 도로가 막히잖아요. 그런데다 수류탄으로 한강 다리를 폭파시킨다고 한다면 길에 자동차를 끌고 나갈 생각은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스커드미사일을 이라크에 팔고 이란에 팔 만큼 미사일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고성능대포도 가지고 있어요. 밥은 먹지 못할지언정 대포나 미사일을 가진 군대가 있습니다. 그런 북한이 이제는 정말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북한의 장성들이 모두 모여서 그들이 가진 무기를 동해바다에 던져버리고, 금수산강당에 모여서 권총으로 집단자살을 할거라고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 무기를 가지고 어떻게 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이 북한의 장성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제 죽을 수밖에 없다면 대답은 간단해집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절망감에 싸여 그들이 가진 미사일의 버튼을 모두 누를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는 북한이 붕괴되었을 때, 우리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생각해야 합니다. 북한을 사랑해서, 또는 같은 동족이니까 그런 심적인 요인들을 가지고 북한정책을 논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실리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모습이 어떤지 생각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북한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하자는 겁니다. 어쩌면 아주 이기적인 질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북한이 망하는 것을 촉구하는 정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북한을 원해야 할까요? 망하는 북한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흥하는 북한을 원한다고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남북한이 공존공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그러십니다. 감정이 그렇게 공존할지언정 공영은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공존은 좋지만 공영은 안된다고 딱 잘라버려요.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어떠한 북한을 원하십니까? 북한이 망하는 것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평화로운 북한, 자본주의적인 형태를 취하는 북한, 또는 폭력적인 북한, 불합리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이런 다양한 모습 중 어떠한 것이 우리에게 좋은 북한입니까? 쉽게 물어보겠습니다. 잘 사는 북한을 원하십니까? 못사는 북한을 원하십니까? 아니, 좀더 솔직하게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잘사는 북한입니까, 못사는 북한입니까? 우리는 북한이 변하는 것을 원한다고 합니다. 우리와 같이는 못되더라도 중국식으로 개혁을 해서 경제가 나아지고 우리가 왕래할 수 있는 북한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지도층은 평화롭고 온건한 북한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요? 어떤 학자는 'North Korea cannot afford peace'란 말을 했습니다.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이 이미 패배했다는 겁니다. 평화공존에 있어서는 북한이 패자가 되므로, 북한지도층은 평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하나의 문제를 제기하면 그에 따른 질문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될 문제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의 이미지가 옳은 것이냐 하는 겁니다. 북한에 대해서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에게 형성된 이미지라는 건 어떤 경우에는 조작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거든요. 제가 1985년에 워싱턴에서 남북 역사학자들의 학회모임을 주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북한에서 학자 둘이 오고 남한에서는 이기백 선생님하고 고병익 선생님이 오셨어요. 남북에서 온 학자 두 분과 미국에서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 두 명을 포함해 전부 여섯 분이 역사학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모임은 아주 잘 됐어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 역사학회에 참석하신 북한 학자에 관한 겁니다. 북한 학자 중 한 분이 하시는 얘기가 이제는 미국에 혼자 올 수 있으니까, 아무 때나 자기를 초청해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더니, 제가 보낸 초청장이 도착했을 때 평양에서 크게 걱정을 했답니다. 자기에게 처음으로 미국의 워싱턴으로 가라고 해서요. 그런데 지금은 자기가 박정양이라고 그래요, 나는 조선의 박정양이라고 말입니다. 그분이 왜 자신을 박정양이라고 그랬는지 여러분 아세요? 구한말에 한국 대표로서 처음으로 대사로 나간 사람이 박정양이에요. 그래서 그분이 스스로 자기를 박정양이라고 그런 겁니다. 처음에 자기가 미국에 간다고 하니까, 모두들 절대로 가면 안된다고 말렸대요. 미제국주의 놈들이 있는데 어떻게 가냐면서 가면 돌아오지 못한다고, 미제 놈들이 죽일 거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실제로 워싱턴에 와보니까 백악관도 구경하고 참 좋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혼자서도 올 수 있다고 그런 겁니다. 그분이 왜 그런 걱정을 했냐면 북한에 계실 때 미국영화를 많이 봤어요. 그것도 서부활극이나 갱영화 같은 것을 말이죠. 그런 영화에서는 얘기를 하다가도 조금만 맘에 안들면 총으로 쏴 버립니다. 사람 죽이는 것을 파리 죽이듯 하는 그런 영화만 보니까,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 형성된 것입니다. 이렇게 북한사람들은 미국에 대해 난폭하고 야만적인 살인마들만 모인 나라,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분 얘기를 듣고 느낀 바가 참 많았습니다. 혹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1981년에 평양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그 당시 북한측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학자 몇 분을 초청해서 갔다온 거였어요. 그래서 여행 준비를 하는데 집사람이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겁니다. 당신 가면 다시는 못온다고. 더군다나 제가 1·4후퇴 때 내려온 사람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면서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님하고 동생들마저 모두 가지 말라면서 반대했습니다. 이북에서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말이죠. 그러한 반대를 무릅쓰고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만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만주에서 평양방송이 나오는데 미제놈들이 어떻고, 그 괴뢰도당들이 서울에서 어떻고, 살인마들이 어떻고 그러는데 정신이 아득하더라구요. 내일이면 내가 저기를 들어가는구나 생각하니 정말 조마조마했습니다. 다음날 기차를 타고 압록강 철교를 넘는데, 이제는 끝났다 싶으면서 될 대로 되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내 생각대로 나 하고 싶은 말 다하자고 말이죠. 미국에서 나올 때 집에다가 유언까지 미리 써놓고 왔어요. 내가 평양방송에서 뭐라고 하더라도 그건 다 거짓말이라고 유서를 써서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나는 다 끝났다 그러면서 평양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잘 돌아왔어요. 또 재작년에는 나진 선봉에도 갔다 왔습니다. 이렇게 사람에게 한번 형성된 이미지는 무서운 것입니다. 그 이미지가 잘못된 거라면 더욱 위험합니다. 남북한도 마찬가지예요. 서로가 조금씩 알고 지내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대화와 상호방문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북한을 잘 모릅니다. 몇 해 전에 북경에서 한국일보 주관으로 남북의 학자들이 만나서, 며칠 동안 세미나를 연 적이 있습니다. 서로 며칠 같이 지내니, 북한의 대표학자가 당신들은 우리 조선을 모른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사실이라고, 우리는 잘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이렇게 모릅니까? 우리가 알 수 있게끔 해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책임은 선생님들에게 있습니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서로를 알 수 있도록, 좀더 합리적인 정책을 취해야 합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북한을 원하느냐?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1946년인가 미국은 머셜플랜을 채택해 가지고, 그 당시 기아와 곤란에 허덕이던 유럽에 많은 경제원조를 했습니다. 물론 그 정책은 경제적인 원조를 함으로써 유럽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논리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럽의 경제를 부흥시켜 구라파가 미국의 물건을 사갈 수 있도록 무역을 해서 자국의 이익에 도움을 주고자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여하튼 머셜플랜은 대대적으로 진행되어 유럽에 대한 원조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로 오늘날의 구라파가 있게 된 겁니다. 현재 유럽은 미국의 가장 큰 무역대상 중 하나입니다. 중국도 개방정책을 취한 후부터는 서방국가들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투자를 바탕으로 해서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경제수준이 또한 상당히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러면서 외교정책도 상당히 온화해졌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미국의 이북에 대한 머셜플랜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저는 북한이 잘 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북이 같이 잘 살아야 됩니다. 이것은 감정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리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시장은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 남한만으로는 협소해서, 경제규모나 국내소비량이 너무 적습니다. 경제스케일이 작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보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중국은 매일같이 융성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일본은 이미 경제적으로 강대국가로 성장했잖아요. 러시아가 조금 혼돈상태에 있지만, 언젠가는 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이러한 주변 국가들을 볼 때 한국의 규모가 좀더 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북한사람들이 잘 살아야 됩니다. 저는 통일을 논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통일에 대한 논의가 지금까지는 실제적으로 가능성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기보다는 정치도구로 사용된 경우가 태반입니다. 저는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통일로 가는 길을 닦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해서는 남북이 공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이 보다 더 잘 살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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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1999-5-6 박성상   한국 경제의 현황
96 1999-4-15 김윤   日本속의 재일 한국 조선인 문학
95 1999-4-8 이호철   통일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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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1999-3-25 이완구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92 1999-3-18 김선도   청년이 빠지기 쉬운 죄악과 죄악을 피할 수 있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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