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한국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날씨 좋은 날 여러분과 함께 좋은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강연 제목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국회의원인데요,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어떤 정치의 패러다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해가 20세기 마지막 해입니다. 바야흐로 내년이면 21세기 새로운 천년이 시작됩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대개 20대인데 여러분들은 이제 다가오는 21세기에 이 나라의, 이 지구촌의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주소가 어디인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알아야 여러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세계는 어떤가요? 파리대 역사 교수인 마르크스 갈로는 세계 전체를 지배하는 일반적인 경향이 점점 많아질 거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한 지역의 특화된 모습이 지속되지 않고 세계가 보편화된다는 얘기예요.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거의 비슷하게 될 것이다, 소위 보편적 질서, 보편적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조그마한 민족, 종족, 부족들로 분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입니까? 나토가 유고를 공습했죠. 코소보사태라든가 유고문제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는 19세기죠. 부족개념이라든가 종족개념, 그런 국가개념 속에서 살고 있어요. 상당히 혼재된 상황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소위 지구촌다운 모습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19세기적 요소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또 독일에서 수상을 지냈던 브랑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19세기는 칼이 지배했던 시대, 소위 제국주의 시대, 영토를 빼앗으려는 시대라고 합니다. 20세기는 경제를 잘하는 시대로, 일본이라든가 독일 같은 경우입니다. 그리고 21세기는 교육이 지배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한다면 21세기는 정보통신화 시대, 문화의 시대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엘빈 토플러 박사는 지구 밖에 인류가 거주하는 제4의 물결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이렇게 한 마디로 특정지었고, 또 다른 면에서 과학의 발전으로 역사상 최초로 지구상의 모든 인구를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지구상 인구가 60억이 넘고, 70억, 80억이 된다고 하는데 지금도 굶어 죽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요즘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유전자 공학이 얼마나 발달했어요? 슈퍼소도 나오고 복제염소, 복제양도 나오고 요즘은 북한에 슈퍼옥수수입니까? 그런 것을 갖다주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21세기가 될 거라고 평을 합니다. 에릭 코스본 교수는 19세기, 20세기에 비해 민족국가 역할은 축소되고 IBM이라든가 SONY 같은 초국가적 파워들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다국적기업을 이야기한 것이죠. 아직은 우리가 우리의 경제적 문호를 좀 막아놓은 경향이 있는데 아마 한 10년쯤 지나면 기업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기업, 미국기업, 일본기업, 이런 개념이 없어질 거예요. 지금 서울은행 매각했잖아요. 또 지금 외국도 많은 기업을 팔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SONY KOREA, IBM KOREA 이런 식의 개념으로 될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를 들면, 현대 잉글랜드, 현대 타이완, 현대 차이나 이런 식의 개념으로 들어갈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이 분들의 말씀이 일리가 있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사고방식을 상당히 유연하게 가져야 될 것 같아요. 대우는 우리 것이니 대우를 판다, 못 판다, 이런 개념이 아니겠죠. 그러면 국가라는 개념은 어디 갔느냐? 국가란 건 존재하면서도 다른 것들과 양립, 병립될 수 있는 개념이죠. 그것을 소위 듀얼 월드(Dual world)라고 합니다. 이중적 세계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사고는 상당히 유연해져야 되겠다, 상당히 탄력적이 되야 되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제가 학자들의 얘기로 좀 딱딱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이렇게 세계는 급변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의 현재 모습은 상당히 진부해서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요. 나쁘게 이야기하면 지금 우리 실정은 정신 못차리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1945년도에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었어요. 그 후 1950년에 전쟁이 났습니다. 그리고 1961년도까지 자유당정권이 있었어요. 여러분들 옛날 얘기같이 들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1950년생으로 6·25 전쟁이 나던 해에 태어났어요. 그런데 그 때 대한민국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동족상잔의 전쟁이 국토를 폐허로 만들었고 우리 손에 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60년까지 전쟁 후유증으로 시달리며 살았죠. 그리고 1961년도부터 우리는 경제 개발 계획에 입각해서 60년대, 70년대, 80년대 중반까지 열심히 경제부흥을 했습니다. 밥은 먹고살아야 되니까.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저한테 가장 기쁜 날은 어머니가 운동화를 사주시는 날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멋있는 운동화도 아닌 하얀 운동화가 자갈밭에 닳을까봐 남들 안볼 땐 호주머니에 넣고는 맨발로 걸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그리고 가방이 없어서 까만 보자기에다 드럼통 조각으로 만든 필통에 몽당연필 몇 자루 넣고 어깨에 메고는 10리, 20리 길을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녔던 기억이 나요. 그 시대는 그만큼 어려웠단 말이죠. 제가 서울을 처음 와 본 때가 1967년도예요. 열일곱살 때 전깃불이 너무 휘황찬란해서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한 일주일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냈어요. 그렇게 어렵게 살았던 60년대, 70년대, 80년대 중반까지는 불가피하게 자유를 유보시켰습니다. 우리 국민의 기본 권리가 제한 당했지요. 그땐 경제 부흥이 제1의 목표였어요. 어느 정도 성공을 해서 한강의 기적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80년대까지 왔는데, 민족자금이 축적되고, 경제가 성장하고, 산업이 고도화되고 세계에서 한국을 칭송하며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어요. 그건 역사의 필연과정입니다. 이제 빵이 해결됐으니 유보되었던 자유를 내놓으라는 요구가 일어났던 겁니다. 그것은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어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문민정부가 그리고 이제 소위 국민의 정부까지 왔단 말이죠. 이렇게 제가 좀 더듬어 봤습니다만 그럼 현재 우리나라가 21세기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상당히 어두운 측면에서 검토해 보겠습니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분야가 있을 거예요. 경제적 측면에서 정부는 대통령선거 후 IMF 체제를 맞이하면서 경제개혁을 한다고 상당히 노력했어요. 물론 아직은 장담할 수 없지만 은행간, 기업간 빅딜도 있었고 구조조정도 했고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기도 하고 여러분들의 많은 선배들이 취업의 문에서 쓴맛을 보는 등 숱한 고통 속에서 경제개혁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정치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느냐? 여러분들은 학생 신분이라 이 문제가 가슴에 와 닿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경제와 정치는 맞물려 있습니다. 신문에 보면 경제를 망치는 게 정치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권력의 의지 소위 대통령의 의지로 경제에 어느 정도까지는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은행간 빅딜 하십시오, 안하면 불이익을 주겠습니다 하면 된단 말이에요. 기업간 구조조정을 하십시오, 삼성전자하고 대우전자하고, 대우자동차하고 삼성자동차 바꿉시다, 안바꾸면 은행대출 금지시키겠습니다 하면 얘기가 된단 말이에요. 그리고 경제 분야는 서로간 이견이 많지가 않아서 전적으로 합의는 안되지만 대충 의견을 모아 낼 수 있는데, 제일 안되는 분야가 정치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모재벌 회장은 우리나라 정치를 사류정치라 합니다.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저로서는 말씀드리기 대단히 부끄럽습니다만 정치분야가 가장 어렵고 뒤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대통령선거 끝난 후 보통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자기 마음대로 합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 특검제 있죠? 특별검사제 하자고 얼마나 주장들 많이 했나요?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문제에 대해 조사를 해야 되는데 검찰이 수사를 안한다는 말이에요. 대통령이 제지하면 안하는 거예요. 이건 부당하지요.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별 검사제, 다시 말씀드려서 법무부에 소속되어 있는 검사들이 아닌 외부에서 위임된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조사하는 게 바로 특별검사제인데 이번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사건을 수사했던 스타 검사도 특별검사거든요. 스타 검사도 법무부 소속 검사가 아닌 변호사란 말이죠. 일반 재야단체에서 양심적인 분을 모셔다가 특별검사로 임명해서 조사를 하는데 대통령도 조사를 받습니다. 이걸 주장했는데도 당선되고 나니까 못하게 했지요. 내가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집니다. 오로지 한 사람의 결심 여하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왔다갔다해요. 여러분들, IMF가 왜 왔습니까? 김영삼 대통령이 무지했든 실수했든 일부러 그랬습니까만 어떤 형태로든 그 분 한 분의 실책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21세기는 어떤 패러다임으로 가야 되느냐? 한번 생각해 보세요.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 지금 1년 동안 우리 정치권을 보면 서상목 국회의원을 못 잡아가게 하기 위해서 국회를 매주 매번 열거든요. 우리 이번 4월 8일 국회가 끝났는데 4월 9일날 또 엽니다. 임시 국회는 한 달씩입니다. 한 달 있다 끝내고 또 열어서 그 이튿날 서상목 의원을 못 잡아가게 말이죠. 이런 반목관계로 계속 세월을 보내고 있단 말예요, 국민은 아랑곳없이. 그래서 우리는 국민들한테 욕을 얻어먹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 세비 축내는 것 아니냐, 어떤 분들은 국회를 폭파시키라고 할 정도로 정치인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과 야당이 싸우고 있어요. 대통령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가 망가진다고 야당은 주장을 해요. 대통령은 야당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국정을 효율적으로 못 끌고 가고 있다고 또 비난합니다. 서로 비난하는 거예요. 이거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합니까. 그런데 이것을 심판할 길이 없어요. 결국 신문에서, 텔레비전에서, 뒷전에서 국민들이 욕을 할 뿐이에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느냐?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물론 국회의원 선거로 심판을 해 줄 수는 있지만 국회의원 힘과 대통령 힘을 비교해 본다면 그건 하늘과 땅 차이에요. 잘하든 못하든 대통령이 옳다고 하든가 아니면 야당이 옳다고 하든가 심판을 내려줘야 되는데, 다음 대통령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말이에요. 이렇게 가야 되느냐 아니면 그 순간 잘못하면 이건 대통령이 잘못했다 아니면 야당이 잘못했다고 즉각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가야 되느냐, 그게 선택의 문제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다음에 지역감정문제, 여기도 각 도에서 오신 학생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참 문제예요. 옛날에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지역감정이 언제부터 심해졌느냐? 대통령선거 때문에 심해지기 시작했다고요. 지난 선거 때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전라도 가서 연설을 못했고,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경상도 가서 연설을 못했고, 김영삼 대통령 후보가 전라도 가서 혼나고 왔고, 김대중 대통령 후보가 경상도 가서 혼나고 왔고. 소위 동서 갈등이죠. 언제까지 이렇게 갈 거냐? 그런데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 동네에서 대통령이 되야 되겠다는 생각이에요. 우리 경상도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지 무슨 소리냐, 우리 전라도 사람이 대통령 돼야지 무슨 소리냐, 우리 충청도 사람이 대통령 돼야지 무슨 소리냐 이런 논리입니다. 지역감정이 있을 이유가 뭐 있습니까?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다 같은 이웃이고 언어가 같고 피부가 같고 정서가 같고 음식이 같은데, 우리가 갈등할 이유가 없단 말예요.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우리는 갈가리 찢어졌어요. 그리고 돈문제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대통령선거를 치르는데 1조원 정도 듭니다. 또는 1조 6천억 정도 든다고 합니다. 엄청난 돈이 듭니다. 여러분들 요즘 텔레비전이나 신문 보시면 대통령 선거자금 얼마를 만들어 놓고, 전 대통령이 2천억, 3천억 비자금을 만들어 놓고, 어디에 뭐가 있고, 정태수씨가 누구한테 100억을 줬고 150억을 줬고, 왜 이거 만듭니까? 개인이 쓰려고 이렇게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개인이 쓰려고 천억, 2천억, 3천억 만들진 않았겠죠. 이거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 큰 거 한 번 해보려고 만드는 거예요. 큰 게 뭡니까? 대통령이지요. 이런 시스템으로 나라가 유지되겠습니까. 우리의 지나온 과거와 방금 말씀드린 현재의 문제들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때, 우리는 중대한 것 두 가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치의 변화에 따른 사회의 다원화입니다. 1974년도 제가 대학 4학년일 때만 해도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을 가장 선망의 대상으로 보았어요. 판사, 검사, 큰 재벌의 기업가이면 최고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의 시대는 완전히 달라졌죠. 지금 국가고시를 그렇게 선호합니까? 물론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죠. 아직도 안정된 직업이라서 그렇지만 옛날과 비교하면 많이 엷어졌죠. 제 경우, 제 아들도 지금 대학을 다닙니다만 저는 공직에 가라고 권유하고 싶은 생각 없어요. 본인이 판단하겠지만 아버지로서 공직에 가라는 얘기는 안합니다. 가급적 개성을 살려서 하고 싶은 것, 본인의 능력을 펼 수 있는 데로 가라고 권유합니다. 그 만큼 사회가 개성을 존중하는 그런 시대로 변해갔단 말이죠. 제가 이 강의를 위해서 보좌관에게 요즘 개성있게 잘 나가는 분들이 어떤 분들이 있나를 한번 조사해 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6세 한호명씨는 중학교 때 전교에서 1등을 할 만큼 특출했는데 최고의 탑건이 되는 게 꿈이었대요. 그래서 고2때 자퇴를 하고 컴퓨터에 몰두하다가 어릴 때 꿈을 이루기 위해 검정고시를 거쳐 공군사관학교에 합격하여 요즘 상당히 화제가 된답니다. 그 다음 유희진씨는 28세로 서울대 서양사학과 89학번인데 만화에 아주 몰두한 탓에 6년만에 대학을 졸업을 했는데 지금 순정만화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 다음 박준씨는 30세로 국문과를 졸업하고 법대 편입해서 공법학과 수석졸업해서 지금은 벤처기업가예요. 이렇게 몇 사람들을 소개한 것은 21세기에는 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존중되고 개인의 건전한 뜻대로 길이 열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민세력들이 점차 확산되고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건전한 시민 세력들은 정부가 어떤 보답을 베풀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정부한테 강요받지도 않습니다. 본인들 스스로 판단해서 마땅히 해야될 일, 그런 도리, 이성을 가지고 양심 있는 행동을 합니다. 요즘 여러분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서 가끔 보시겠습니다만 그러한 건전한 시민세력들이 이제 점차 태생되기 시작했죠. 정치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러분 신문 보시면 정치권에도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는 기사가 요 며칠 사이에 나오는데 아마 이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일 거예요. 비교적 건전한 비판세력, 건전한 정치세력, 건전한 시민세력들이 우리 정치권에도 들어와야겠다는, 그래서 묵어 썩은 피를 거둬내야 되겠다는 말이죠. 구태에 젖어 있는 정치세력들은 나가줘야겠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앞으로는 정부가 각계각층에서 분출되는 문제들을 아주 세심하게 배려하고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갖춰야겠지만 그보다도 시민세력이 더욱 활동적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시민세력들이 자기 목소리를 얼마든지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치의 패러다임으로 가줘야 해요. 예를 들어 제가 DNA를 조작해서 생산한 콩을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것을 작년 국정감사에서 문제삼았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은 자동차를 타고 가면 한 이틀, 사흘 운전을 하고 가도 평야예요. 그러니 비행기에서 씨를 뿌리고 농약도 뿌린단 말이에요. 콩을 심어놓고 비행기로 제초제를 뿌려 놓으니 콩이 다 죽어버렸어요. 그럼 안되죠. 그러니까 제초제를 뿌릴 때 잡풀만 죽고 콩은 죽지 않는 그런 콩을 개발을 했어요. DNA를 조작, 변형시킨 것이죠. 그 콩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완전하게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년 국정감사에서 그걸 제가 문제삼았습니다. 이 콩은 검증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곤란하지 않느냐, 그러니 유전자를 변형시켜서 만든 콩이라고 표시라도 해서 미국에서 수입을 해야 될 거 아니냐고 환경론자 입장에서 얘기를 한 거죠. 그랬더니 환경단체들이 저한테 연락을 했어요. 아, 그거 참 옳은 소리라고. 어떤 잡지에도 인터뷰가 나가고 시민들의 굉장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 것이 건전한 시민단체의 역할이지요.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다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건전한 시민세력들이 해줘야 해요. 바로 이런 측면에서 여러분들이 주역이 되는 21세기에는 그런 양식과 행동을 갖는 시민세력들의 층이 두터워져야 됩니다. 환경단체도 있어야 되겠죠. 정치의 부패를 추방하는 단체도 있어야 되겠죠. 헌법을 사랑하는 그런 모임도 만들어야 되겠죠. 또는 우리나라의 수산업이나 해양을 걱정하는 그런 모임도 만들어야 되겠죠. 또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 하는 모임도 만들어야 되겠죠. 하여튼 건전한 시민세력들이 모든 사회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하는 층을 두껍게 해줘야 된다는 말이에요. 소수의 머리를 가지고, 소수에 의해 나라를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거든요. 지금 한일어업협정문제 때문에 상당히 나라가 시끄러워지는데 그 내막을 제 나름대로 살펴보았을 때, 그 문제를 여러 전문가들이 같이 협의했으면 일본에게 안졌을 거예요. 그런데 한 두 사람에 의해 결정이 됐기 때문에 그러한 굴욕적인 한일어업협정 결과를 초래했다는 거지요. 그래서 이 정보화시대, 전문화시대 또는 세계화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정치 패러다임으로는 정치가 소수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집단에 의해서, 소위 중의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한국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다가오는 21세기에 여러분들의 희망과 노력에 의해 구축될 것입니다. 여기서 제 이야기는 일단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