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예술적 사랑, 현실적 사랑

반갑습니다. 김정현입니다. 저는 요즘 흔히 말하는 연애소설이 아니라 사랑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세태에서 본 사랑이 너무 현실적인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진실한 사랑소설을 쓰려고 고민중입니다. 어젯밤 9시뉴스에 이런 보도가 있었습니다. 피카소가 죽은 뒤 20년 동안을 혼자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온 피카소의 애인이 죽고 그녀의 유품 속에서 피카소의 작품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경매가격으로 390억 가량이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많은 금액이 나가는 피카소의 그림을 자기 방에 감추듯이 걸어놓고 그 여인은 처절한 가난 속에서 힘겹게 살다가 죽었다고 하는데, 이 소식을 들으며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들로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하지 않나, 또 제가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나에게 준 그림을 팔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여인이 그림을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끝까지 지킨 것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내가 가슴아프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추억 때문에 도저히 자신의 품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삶의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사랑의 희망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의 세태는 이런 사랑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IMF 사태가 터진 뒤 신랑의 우선순위가 바뀌어, 예전엔 '사'(士)자 들어가는 사람들이 최고였는데 요즘은 '사' 자 들어가는 사람들을 제치고 공무원이 1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공무원이 1위로 올라간 이유는 안정된 직장인이라는 이야기죠. 쉽게 말해 공무원들이 쇠밥그릇이기 때문에 1등 신랑감을 차지했다는 것은 웃을 일이 아니라 가슴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랑만큼은 진솔하고 처절하게 지켜가야 할 젊은이들이 사랑의 열정마저 버린다면 살아갈 가치가 없는 게 아닌가, 그렇게 사랑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꿈을 이루며 살 것인가 묻고 싶습니다. 한 3일 전쯤〈아버지〉에 대한 특집 글을 부탁하는 잡지사에 '아버지는 없다'는 제목으로 몇 글 적어서 보내준 게 있습니다. 제가 '아버지가 없다'는 글을 왜 썼을까요? 우리는 지금 시기를 아주 어렵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근원을 IMF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더 힘들 때가 없었을까요?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역사 중에서 지금이 가장 처절하고 힘든 때입니까? 결코 아닐 겁니다. 우리가 살아온 기간을 보면 오히려 지금이 옛날 어떤 때보다 훨씬 더 넉넉하고 여유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아버지'란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양 사회적인 화두가 되어서 득세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용기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자기 자신과 가족, 그리고 내 사랑에 대한 열정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내겠습니까? 그래서 전 여러분들과 진지한 사랑,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열정에 관한 토론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랑은 쉽게 말하면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은 정말 뜨겁고 또 뜨거워야 아름답습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군 제대 후 학교 다닐 형편이 못돼 경찰관 생활을 11년 동안 했습니다. 특별히 국가에 대한 사명감을 가졌던 것이 아니라 급한 김에 가장 빨리 있는 공무원 시험을 선택해서 순경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경찰관을 하리라고는 생각조차 안해봤지만 경찰관이 된 뒤에는 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보니 경찰관이라는 직업도 나름대로 신나는 직업이었습니다. 아직도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혼자 14명의 도둑을 잡기도 했습니다. 내 직업에 대충일 것이 아니라 인생의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뛰면서 1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징그럽게 하기 싫었습니다. 순경에서부터 시작해 무궁화 하나의 경위까지 올라갔는데 너무 지겨운 거예요. 그래서 아무 대책없이 그만뒀습니다. 잠시 선배의 극장일을 도와주다가 제가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고 잘못됐다는 생각에 그들을 향해 욕을 해주고 싶어지더라구요. 아마 세상에 대해서 욕을 하고 싶었던 것은 내가 그만큼 세상을 사랑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욕을 해야 되겠는데 길거리에 나가서 덮어놓고 욕을 하고 다니다가는 붙잡히기 딱 십상 아닙니까? 그래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소설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라 동네 책대여방에서 하루종일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황석영 씨의 장길산 10권을 3일 만에 다 읽었습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책대여방에 있는 소설책을 모조리 읽고 나니까 소설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글을 쓸 것이라고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그때는 '아, 이걸 글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3권짜리 장편소설이 된 것입니다. 원고지 만 장을 버린 끝에 3,300 장의 소설 3 권을 3 개월 만에 썼습니다. 그 소설이 성공하면서 본의 아니게 소설가라는 직업을 갖게 됐고 세번째 책이《아버지》였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는 게 너무 치열하다', '너무 무모하게 산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무모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왔습니다. 제가 인생을 이렇게 사는 이유는 자신을 끔찍하게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 첫번째는 제 자신부터 철저하게 사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철저히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제 사랑이 아까워서라도 타인을 대충대충 사랑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주변에서 엉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내가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 있어요. 얼굴이 잘생겼든, 키가 컸든 뭐 머리가 똑똑했든, 집안이 좋았든 어쨌든 다 접어두고 누군가를 정말 끔찍하게 사랑한다고 합시다. 여자라도 좋고 남자라도 좋습니다. 그건 분명히 어떤 교감이 있으니까 그 사람이 좋은 겁니다. 그렇게 그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이 싫어질 때까지 징그럽게 사랑을 해 봐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머리를 굴립니다. 누군가와 사귀어 보려니까 키가 너무 작다거나 머리가 조금 나쁜 것 같다거나, 또 다른 사람은 주머니가 좀 비었긴 한데 머리가 좋은 것 같다 등 잔머리를 굴리면서 딴 짓을 하면서 진실한 사랑을 만들지 못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택하지도 못하는데 남이 나를 진짜로 사랑해준다고 어떻게 믿습니까?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충 타협해서 중간에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왜 가슴을 열고 사랑하지 못하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어릴 때 꿈꾸던 그 수많은 일들, 하고 싶은 일은 분명히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일들을 통해 '성공'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해야 할 일에 푹 빠져 열심히 하고 어떤 소중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 그래서 '후' 하고 숨을 고르면서 어깨를 한번 펼 수 있어야 진짜 내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또 나와 함께 느끼고 뒹굴고 울어줄 그렇게 끔찍하게 사랑하는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 되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끔찍한 사랑도 못할 뿐더러 내 자신부터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딴 생각만 자꾸 하죠. 어떻게 하면 편하고 그저 모나지 않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꽉 차 있습니다. 이런 열정없는 삶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한번 생각해 봅니다. 국민대학교 자동차공학부에 다니는 학생 한 명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그 학생의 아버님이 아들의 욕을 하더라구요. 내용인즉 새벽에 일어나 보면 차가 없어진대요.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쯤인데 새벽만 되면 아버지 차를 몰래 몰고 나갔다 오는 겁니다. 자동차 디자인을 꿈꾸든, 정비공을 꿈꾸든, 운전사나 카레이서를 꿈꾸든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학생은 자동차로 무언가 하고 싶은데 면허증도 없고 자신의 차도 없으니까 밤만 되면 아버지의 자동차 키를 훔친 겁니다. 그러던 아들이 자동차공학과를 들어가겠다고 박박 우겨서 금년도에 국민대학교에 입학을 했다고 합니다. 그 학생이 끝까지 자동차로 승부를 낼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학생은 학교 선택만큼은 성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신의 열정을 갖고 있는 멋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보다는 성적과 경쟁률을 가늠해 보고 대충 대학에 들어온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이제 생각을 바꿔 봅시다. 예술적 사랑, 현실적 사랑이라는 말은 다 거짓말이고 우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합시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대학 선택 때 남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대학 들어와서 허송세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한 번쯤은 해보고 살아야 될 것 아닙니까? 두려워할 것도 없고 망설일 것도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바로 열정을 가진 삶이었습니다.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정주영 씨 이야기가 나왔는데 폐유조선을 가지고 방조제를 막았다는 일화가 소개됐습니다. 학자들도 불가능하다고 반대한 일을 그분은 열정 하나로 해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런 열정을 갖지 않고 세상과 타협하고 뒤에 앉아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인생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건 타협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 포기해도 좋지만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사랑만큼은 포기하지 말아야죠. 저희 부모님 세대는 정말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그런 경제적인 면보다 그분들의 사랑법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가 그 분들을 비난할지 모르지만 그 분들의 사랑만큼은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선생님이 신문의 사설을 베껴오게 한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신문도 안 보던 시절이라 매일 없는 돈을 쪼개서 신문을 샀는데 최소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사랑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꼭 나와 있었습니다. 뭐 변심한 애인 때문이거나 혹은 부모의 반대 때문에 동반자살을 했다는 등의 기사를 종종 봤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자살을 해도 진짜 멋있게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뒷동산 밤나무까지는 걸어갔습니다. 밤나무에 목을 매면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겠습니까? 또 둘이 동반자살을 하러 폭포까지 올라가면서 얼마나 처절하게 울었겠습니까? 사랑을 포기하고 살 것이냐 죽어서라도 사랑을 지킬 것이냐로 엄청난 갈등을 했겠죠. 그리고 결국 죽음으로라도 사랑을 지키자 해서 폭포에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은 정말 지고지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랑 때문에 자살했다는 얘기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학교 시험성적이 나쁘다고 목숨을 끊거나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다고 자식이 목숨을 끊은 소식은 종종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숨을 끊어야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심하게 욕을 한다면 그들은 목숨을 끊을 자격이 없습니다. 아파트 옥상이나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너무 비겁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제 자신의 목숨도 아깝지 않고 사랑할 줄도 모르고 주변의 아무것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랑할 줄 모르는 마음자세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겠습니까? 그래서 전 여러분들에게 타협하는 사랑 말고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보자고 권해봅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그렇게 살아가는 세상을 한번 만들어 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사랑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우선 진정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서는 양다리를 걸쳐서는 안됩니다. 일단 내가 사랑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면 그 상대방과 열심히 사랑을 해보는 겁니다. 목숨걸고 사랑을 하다가 안되면 그때 포기하고 바꾸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을 한다고는 하지만 상대방보다 더 뛰어난 '킹카'가 나타나면 양다리는 기본입니다. 양다리 걸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이성만 사랑하지 말자는 겁니다. 친구와 스승을 사랑합시다. 많은 스승들이 여러분에게 많은 열정과 경험, 애정을 쏟고 싶지만 사랑을 받아줄 마땅한 제자가 없다는 푸념을 많이 하십니다. 아버지도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데 사랑을 받아줄 자식이 없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이성만 사랑할 게 아니라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더 큰 무언가도 한번 사랑해 봅시다. 여러분, 외롭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한테 사랑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사랑을 받을 준비가 안돼서 사랑을 주지 못하고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성은 물론이고 친구와 부모님, 스승, 그렇게 되면 여러분은 자신도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여러분의 꿈도 이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