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길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강의 주제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길이고, 먼저 북한주민들의 생활상, 고통의 실상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이 어떤 사고를 할 때는 폭넓은 사고를 하고, 실천을 할 때는 바로 자신의 발 아래부터 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 뉴스에도 남극대륙의 오존층이 파괴돼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좁혀서 생각해보면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들의 기아와 질병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8억의 인구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12억의 인구가 아직도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하면서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굶주리고 있습니다. 또 조금만 좁혀보면 한반도의 북녘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남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업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7천만 겨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직업이 없는 것보다는 굶어 죽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은 당연합니다. 지금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5천년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큰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저는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지난주까지 2년 동안 매달 한 차례 이상씩 압록강 상류와 두만강 상류지역을 답사하면서 북한난민들을 보호하고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실정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번(1998년) 8, 9월경 답사할 때였습니다. 백두산에서 빗속에 비닐봉지를 쓰고 길가에 쪼그리고 있는 남매를 만났습니다. 여자는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였고 남자는 의주 제철소의 반장까지 지낸 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의 말로는 1994년부터 식량배급이 제대로 안되다가 1995년부터 완전히 끊겼다고 합니다. 남자의 경우 부인과 두 아이들의 생계문제로 신의주에서 함흥이나 청진까지 와서 물고기를 사다 팔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력공급이 안돼 기차가 제대로 안 다녀서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아내와 두 아이가 모두 죽어 있더랍니다. 그렇게 처와 자식을 잃었는데 이 집안의 경우 총 17명의 가족 중 3년 동안 10명이 죽고 3명이 행방불명되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살아남은 남매에게 힘이 있을 때 중국으로 넘어가라고 해서 무작정 백두산을 넘다 우리들에게 발견된 것입니다. 저희가 인터뷰를 해보면 대부분 사정이 비슷합니다. 결국 배급이 끊어지고 식량을 못 구해 풀뿌리를 캐 먹고 집안의 온갖 팔 수 있는 것은 다 장마당에 팔아서 식량을 구해 먹다가 결국 굶어 죽거나 마지막으로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년째 기근이 계속되면서 각종 질병이 성행해 굶어 죽고 병에 걸려 죽지만 대책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제가 5월부터 3개월간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직접 목격한 시체만 11구입니다. 그리고 6월 한 달 동안만 1백여 구의 시체가 발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결혼하면 머저리라고 그럽니다. 먹고살기가 어려워 부부도 헤어지는 판국에 결혼을 한다는 것은 곧 죽음의 길이라는 거죠. 게다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이라고까지 합니다. 지난 4월에 만난 어느 아주머니는 이처럼 결혼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신의 여동생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아주머니의 여동생이 집안의 만류를 뿌리치고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됐는데 시댁에서 몸조리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시댁이 먹고살기가 힘들어 그 여자의 처갓집에서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딸에게 갖다 주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몸조리를 해야 할 딸이 음식을 잘 먹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음식을 시댁 식구들이 모두 나눠 먹더라는 겁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딸을 집에 데리고 왔지만 결국 목숨을 잃고 손자도 잃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식량이 남아도는데 군량미로 비축할 뿐 일반 국민들에게는 배급을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게 아닙니다. 지난 8월과 9월에 백두산에 갔을 때 6명의 청년을 만났는데 그 중에 두 명이 군인출신입니다. 군대에서 영양실조에 걸려 병이 난 뒤 귀향 조치된 후 탈출한 사람입니다. 군인들이 영양실조에 걸릴 상황이라면 군량미를 비축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님에 분명합니다. 북한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식량을 배급합니다. 다시 말해 군인과 당 관료, 그리고 중요한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배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식량이 우선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사람의 배급에도 모자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반인에게 식량이 안 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량을 외국에 수출하거나 창고에 넣어놓고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절대 배급량이 부족합니다. 체제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계층에 지급할 식량마저 모자란다는 말입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북한의 물리학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분 말씀이 자신의 친구 대부분은 이미 죽었고 교수 중에도 많이 죽었다는 겁니다. 이 교수님도 너무 생활이 힘들어서 물리학 교수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팔면서 끼니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1,700명을 인터뷰해서 자료를 조사한 바로는 절대식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북한이 지배층은 많이 먹고 민중은 굶겨 죽이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전체의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제사회에서 파악하는 것과 북한의 실상은 많이 다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벼농사 지역이 모두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지만 실제 30% 가량은 아예 모내기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봄에 물을 퍼올려야 모내기를 할 수 있는데 전력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물을 공급하지 못해 모내기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 볏모가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논은 있지만 농사를 못하는 경우가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습니다. 또 농약과 비료도 부족해 옥수수를 심어도 우리 키보다 작습니다. 보통 상품성을 갖추려면 2m 50cm 가량은 자라야 되는데 사람보다 작은 크기에 알맹이도 작습니다. 생산량이 엄청나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이런 옥수수들도 조기수확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농민들도 굶주리고 또 생산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냥 조기수확을 하는 거지요. 그렇다 보니 북한정부에서는 군인들을 동원해 밭을 지키고 있지만 굶고 있는 군인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합니다. 결국 북한의 들녘에는 가을에 수확할 게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겁니다. 한번이라도 충분한 식량이 주어져 식량에 대한 가수요가 없어지고 오히려 충분한 노동력을 갖고 일을 하게 되면 회복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또 국제사회에서 지원하는 식량은 북한이 공개를 안 한다는 이유로 자꾸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90만 톤 가량이 지원됐는데 올해는 현재까지 35만 톤 가량만 지원됐습니다. 현재 남한의 1년 소비식량이 1,800만 톤입니다. 똑같은 인구비례로 계산한다면 북한은 900만 톤이 있어야 됩니다. 북한의 소비수준에서 1년의 필요식량은 약 650만 톤 정도이고 최저식량은 450만 톤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작년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생산량이 214만 톤에 불과합니다. 최소치로 따져도 250만 톤 이상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수치로 봐도 분명합니다. 저희들이 770여 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중에 지난 3년 동안 사망한 사람이 27%,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 사람 중에 죽은 사람은 28%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몇 가지 인터뷰를 하면서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으로 넘어간 난민들은 북한의 일반서민층 즉 노동자계급 중에 그래도 생활이 괜찮았던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들 말대로 조국을 배신하고 국경을 넘어야겠다는 깡다구도 없는 순진하고 착한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는 겁니다. 또 대부분 중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넘어갑니다. 그건 중국에 가족이 있어서 한두 차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이 난민들은 북한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래도 상황이 나았던 경우라는 겁니다. 결국 우리가 조사한 사람들은 그래도 상황이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조사들을 종합해서 예측가능한 사망자 숫자가 350만 가량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난민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런 주장이 타당한 것은 우선 농민들의 사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도시 사람에 비해 농촌 사람들은 교통 이동이 불편하고 대부분 내륙지방에 있기 때문에 국경으로의 도피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우리가 조사한 것에도 농민의 수가 극소수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농민의 상태가 괜찮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조건으로 탈북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950년부터 3년간의 한국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 등을 포함해 약 3백만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되는데 1995년부터 3년간 북한의 기아문제로 사망한 사람이 한국전쟁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실상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식량사정을 취재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비자를 주고 취재를 할 수 있게 돕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편 몇몇 외부사람이 평양에 상주하면서 각 지역을 답사한다고는 하지만 그때 만나는 북한주민들은 그래도 살 만한 사람이거나 이미 교육을 받아 적당히 둘러댈 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두번째는 남북상황이 대결국면이기 때문에 북한의 식량난을 회피한 면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 식량이 충분하다, 저렇게 공개를 하는 거는 오히려 식량을 외국에서 공짜로 얻기 위해서 과장해서 발표하는 것이라는 정부나 또는 언론의 발표를 그대로 믿게 된 것도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한민족 5천년의 역사를 돌아볼 때 짧은 시간에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은 최대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일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요? 광주항쟁으로 200명, 300명이 죽었다는 사실과, 제주도 4·3사건이나 여순반란사건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마저 다 들추어서 조사를 하는 민주화시대에 우리는 왜 북한의 대량참사만을 외면하고 있을까요? 노동자들이 자기 월급의 인상을 위해서는 머리띠를 동여매고 단결투쟁을 외치면서 같은 노동자인 휴전선 이북에 있는 우리 노동자들이 수백만 죽어가는 데 대해서는 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요? 청년학생들이 수백만 민족이 죽어가는데도 이것이 대학사회에서의 주요 이슈가 되지 않을까요? 종교인들이 입만 열면 자비와 사랑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한두 명도 아닌 수백만 명이 현재 죽어가고 있는데도 많은 종교인들은 이 문제가 왜 주요한 사랑과 자비의 실천의 대상으로 제기되지 않을까요? 과연 우리가 말하는 정의, 사랑, 자비라는 게 무엇입니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모든 문제를 우리가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산적한 다른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정말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동포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민족 최대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이것을 외면하고 민족의 통일과 화해를 말한다면 어불성설일 겁니다. 한국정부와 북한정부 당국자끼리, 대통령끼리 악수하고 관리들끼리 교류하면 이게 화해라고 생각합니까?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외면하고 우리가 어떻게 민족의 화해를 도모하며, 이 수백만 사람이 죽어가는 걸 외면하고 어떻게 통일을 이루며 또한 통일 후 어떤 국가를 세우고자 하느냐는 말입니다. 통일은 정치협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통일은 세미나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통일은 학습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바로 이 죽어가는 우리 동포들을 내 형제처럼 우리가 하나되는 마음을 가지고 그 고통에 동참할 때 우리들 사이에 증오는 사라지고 화해가 올 겁니다. 그런 화해를 바탕으로 해서 우리는 통일로 나아갈 겁니다. 우리가 조국을 잃고 일제에 나라가 강점됐을 때 우리 선조들은 국경을 넘어 만주땅에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그 70, 80년 전의 고통이 지금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난민들의 고통을 지금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조국을 탈출한 사람은 반역자 취급을 받기 때문에 잡혀서 돌아오면 바로 구속을 시킵니다. 중국은 그 사람들이 비자도 없이 여권도 없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잡아서 돌려보내게 됩니다. 한국정부는 이 난민들에 대해서 완전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그들은 정치난민이 아니라 경제난민이기 때문에 난민의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그들의 고통은 어떤 개인도, 단체도, 어떤 집단도, 국제사회도 국가도 그들의 고통을 대변하거나 이익을 대변해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들의 대변자가 없다 보니 마치 이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기아현상은 그 북한 전역에서, 모든 주민에게 완전히 열려 있는 그런 현상입니다. 누구나 알려고 하면 금방 다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것을 모를까요? 그것은 그들이 갖는 정치적 비중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군사력과 핵 문제에 집착할 뿐 그 안의 국민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식량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북한주민을 직접 만나 그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싶지만 북한정부 입장에서는 체제상 용납이 안되고 줄 사람도 그렇지 않다면 못 주겠다는 상황이 반복되는 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문제로 북한 내에 불만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민중들의 북한정부에 대한 지지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체제붕괴보다는 국지적인 폭동이 일어날 확률이 큰데, 그런 경우에는 진압과정에서 많은 학살이 자행되고 수십만 난민이 발생할 것입니다. 또 만약 체제가 붕괴될 위험이 있으면 국지적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기대를 우리가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이런 방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북한체제가 식량난으로 붕괴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지도부는 아마 개혁·개방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중국의 개방정책을 본받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지금의 껄끄러운 관계를 벗어나 아주 적극적인 유대관계로 돌아설 것입니다. 즉 동북아의 평화관계는 올지 몰라도 민족의 통일문제 해결에는 오히려 나쁜 시나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좀더 쉽게 말해 남북간의 협상에서 우리가 미국의 간섭을 받듯이 북한정부는 그런 식의 개방이 될 경우 중국의 간섭을 받아 한반도의 통일이 그 주체와는 상관없는 미국과 중국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현상유지는 많은 사람을 죽일 거고, 폭동이 일어나면 대량 인명피해가 일어날 거고, 체제붕괴 위험이 있다면 전쟁으로 갈 거고, 만약에 권력교체가 있다면 친중국 정권으로 돌아갈 거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러므로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는 어떤 진행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미래 세계는 한 20년만 경과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영향권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는 또 다른 미소간의 대립처럼 미중간의 대립의 한가운데 서서 우리들의 통일문제는 요원해지고 우리들의 불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통일로 나가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인 대북지원을 해야 합니다. 북한정권은 상관 말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남북문제를 정권 대 정권의 문제로 보지 말고 민족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북한을 지원해야 합니다. 북한 민심이 다른 민족이나 다른 국가로 쏠려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여러분들이 누군가가 교통사고가 나서 쓰러져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난 학생이니까 학교 가야 된다고 그냥 가시겠어요? 무조건 학교 가는 길도 멈추고 지나가는 택시 잡아타고 내 차비 들여 가지고 병원에 싣고 가겠죠. 중앙선을 침범하고 빨간 신호등도 무시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겠죠. 이것은 성인의 길이 아닙니다. 보통인간의 길입니다. 오늘 우리는 북한의 수백만 죽어가는 동포를 살리기 위해서 학생이 학교 가는 일을 멈추고 사람을 살리듯이 이 일에 참여하여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보통사람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머니 돈을 가지고 그들을 살리는 건 당연한 보통사람의 길입니다. 스님이 왜 이런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하지만 저도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막는 한국정부의 법률이나 정책, 북한정부의 법률이나 정책, 중국정부의 법률이나 정책을 무시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중앙선을 침범해서 차를 몰고 병원에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과 같습니다. 지금 국제질서는 세계화 추세에 있습니다. 하나의 세계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 하나의 세계로 나가는 데서 각국은 어떤 정책을 쓰고 있습니까?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고 그 뒤를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제패하던 유럽이 군소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자 유럽연합이라는 통합체를 만들어 21세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연결하는 블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은 홍콩을 흡수하고 대만과 연계를 맺고 싱가포르와 연계를 맺어갑니다. 필리핀과 타이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경제권을 다 화교가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되겠습니까? 우리 국가의 이상은 뭐며, 세계화 추세 속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되겠냐? 이 딜레마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종적으로 보나 문화적으로 보나 현재의 여러가지 상호결합도로 보나 일본과 화해를 하고 연합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까지도 이렇게 결합해 나가야 할 미래사회에서 우리 민족의 일원이고 아픔을 겪고 있는 북한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우리 민족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민중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조국의 미래를 갖기 위해서도 우리는 북한문제를 껴안아야 합니다. 바로 남북간의 화해를 가져오고 이걸 토대로 한일간의 결합을 통해 이른바 세계블록의 한 부분에 동참을 해 나가야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민족에 대한 배타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주체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운동이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학생운동, 민족운동으로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업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등의 문제에 집착하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이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졸업해서 취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통일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큰 차원에서 우리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서 저는 통일운동이 새로운 시각을 갖고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안목을 열어주는 것은 바로 지금 수백만 북한주민의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도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새로운 안목으로 일을 한다면 그들의 죽음이 결국은 민족의 통일에 큰 거름으로 재현되지 않겠느냐 이런 말씀을 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