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새 정부의 인권정책

여러분 반갑습니다. 가을 햇살이 가로수에 쏟아지는 듯한 화창한 날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새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인권에 관한 말씀부터 드려야 될 것 같네요. '인권'이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영국에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스튜어트 왕조와 의회와의 대립이 심했는데 그 와중에 주로 신체의 자유, 특히 영국의원들의 신체의 자유에 대해 왕의 권력과 의회의 힘이 정면충돌하면서 1628년 권리청원에서 의회의 승인 없이는 과세도 금지하고 또 신체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보장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679년에는 인신보호법을 만들어 왕이 사람들을 구속했을 때 구속된 사람의 가족이나 본인이 청구를 하면 판사가 재심사하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권리장전을 통해 신체의 자유 이외에도 청원권, 또 의회 의사당 안에서 발언의 자유 등이 보장되었습니다. 영국에서의 인권이 철학적 배경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의해 발전했다면 인간이 타고나면서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서의 인권은 프랑스에서 발달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신체의 자유 외에 언론출판의 자유, 종교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권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치는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인권과 시민의 권리선언이 선포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천부인권선언이 처음으로 성문형식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인간은 자유와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게 태어나고 생존한다고 규정을 했습니다. 여기서의 인간은 제도적인 틀을 벗어난 한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선언하였다는 점에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인권에 대한 반작용, 역풍도 있었습니다. 1850년, 프로이센 헌법에서는 법률유보사상이 정식으로 성문화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헌법에 보면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러이러한 권리를 갖는다, 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많습니다. 즉 인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라 법에 의하여 제약될 수 있는 권리, 다시 말해 현실의 국가권력과 인간이 타고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인권과의 조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프로이센 헌법은 1889년 일본의 메이지유신헌법에까지 그 효과를 미쳤습니다. 1919년 바이마르헌법은 기존의 인권에 사회적 기본권을 첨부하였습니다. 그래서 근로자의 단결권 등이 도입되고 국가에 대해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국가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국가에 대해서 어떤 일정한 행동을 요구하는 그런 기본권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은 인권의 국제화를 선언한 1948년 12월 10일의 UN인권선언입니다. UN의 인권선언은 모든 국가에 대해서 공통되는 인권기준을 제시하고 각 국가가 이를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자유권 이외에도 망명 보호자를 위한 여러 법과 사회적 기본권 등이 선언되었습니다. 한편 1966년 UN총회에서는 인권과 관련된 두 가지 규약이 채택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A규약이라 말하는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B규약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채택되었습니다. 이러한 국제규약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이런 규약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 대해 나름대로 제재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오랜 투쟁과 많은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서 인권문제는 세계 모든 나라가 지켜야 하고 지킬 수밖에 없는 가장 우선적인 가치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인권과 민주주의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저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그 뿌리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지킨다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개인의 존엄성을 말합니다. 이처럼 개개인에 대해 지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정치형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그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또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또 백인종과 황인종이라고 해서 차별을 둬서는 안되는 그 가치를 부여하는 인권은 곧 민주주의의 평등 개념과 일치합니다. 모든 개인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모두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자유를 가져야 된다는 민주주의의 그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만약 어떤 소수집단이 우수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철학적 사고에 입각한 정치형태는 엘리트 정치, 귀족정치로 나갈 것입니다. 반면에 모든 사람이 다 동등하다고 한다면 몇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개인이 동등한 자격과 권리를 가진다는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는 사고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서 정치를 하도록 규정합니다. 100사람 중에 70명이 A라는 정책을 지지하고, 30명은 B라는 정책을 지지할 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회를 통해 A라는 정책이 채택이 될 것입니다. 이럴 경우 A정책에 반대하고 B정책을 주장했던 30명의 권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파시즘이나 나치즘이나 또 공산주의에서는 70%의 인민이 주장하는 정책이 통과되면 나머지 30%의 의견은 돌보지 않습니다. 반면에 한 사람 한 사람이 불가항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민주정치제도에서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30%의 국민은 피해를 봐도 좋다는 사고는 개인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사고로 귀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는 다수결의 원리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정치제도에 없는, 다른 정치이데올로기에 없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소수파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다수결의 원리를 인정함과 동시에 소수파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70%의 주장과 30%의 주장이 합쳐져 제3안의 대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바로 소수파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의회절차를 걸쳐서 성립된 법안이나 정책이 다수결로 채택되었다기보다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안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법치라고 합니다. 만약 대통령이나 국가권력이 국민대표가 타협해서 만들어 놓은 법을 무시하고 통치를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은 법이고, 그 법이 다스리는 정치, 통치를 법치라고 합니다. 즉 민주주의와 인권은 법의 형식을 통해서 우리의 실생활에 뿌리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법이라는 형식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이 실현된다는 것은 곧 국민의 의사에 따른 통치가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예측 가능한 정치를 가능하게 합니다. 즉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법의 공표를 알리고 무슨무슨 제재가 생기고 어떤 혜택이 생기는지를 국민들이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통치는 특정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도록 만들게 되므로 평등권이 실현됩니다. 만약 법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사람의 자의에 의해서 정치가 이루어지거나 법집행이 된다면 자기와 친한 사람은 보호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이익을 주는 불평등한 통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법치가 될 때에는 평등한 통치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한편 법치에 따라 국민들은 많은 권리를 부여받게 되지만 그에따른 의무도 생깁니다. 조세법률주의를 예로 들면 국민에게 세금을 거둘 때는 반드시 법에 근거한 세금만을 부여하고 또 국민은 반드시 납세의 의무가 생긴다는 겁니다. 법에 규정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국민이 할 의무는 없지만 법이 규정한 것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생깁니다. 따라서 법치는 법에 의해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는 반면에 법이 금지한 행위, 법이 의무를 부과하는 행위에 대해서 계약을 위반할 때는 반드시 처벌을 받는 양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민주시민이 되려면 법이 정한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면서 아울러 법이 정한 의무와 금지규정을 준수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새 정부는 국민의 정부라고 부릅니다. 국민의 정부라고 이름 붙인 것은 국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해 온 사람들이 선거에 의해서 만든 정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인권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 자신이 인권문제로 많은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인권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설정하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뒤 제일 먼저 강조한 것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IMF 경제 이후 온 국민의 관심이 경제문제에 집중되면서 일부 사람들은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다소 독재적 수법을 써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그 시간에 대통령 당선자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병행해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현정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외국에 대해서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제가 한번 대통령을 모시고 한미정상회담을 갔었습니다. 미국이 우리의 우방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제도들이 많습니다. 특히 한미범죄인도조약이 박정희 정권 때 추진만 하다가 실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 말은 미국이 우리의 사법제도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말과도 통하는, 자존심 상하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던 중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방문 때 역사상 처음으로 한미 법무부 장관 공식회담을 하고 범죄인도조약을 맺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형 권력형 부정사건, 돈 많은 경제인들은 죄를 짓고는 미국으로 도망을 가면 법무부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범죄자들이 도망갈 곳이 없어진 것입니다. 물론 1994년에도 당시 법무부 장관이 미국측과 협상을 했지만 미국측의 거부로 안되던 것이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바로 조약이 맺어진 것은 그만큼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새 정부가 인권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법무부와 검찰은 새로운 질서를 잡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 바탕 아래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질서와 인권이 함께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인권,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알맹이가 없이는 진정한 민주발전이 없고 진정한 질서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권을 도외시한 질서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개혁을 선포하고 사정을 통해 질서를 잡는 것은 한시적입니다. 짧은 기간에 다시 과거의 부정과 각종 문제가 되살아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선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철저히 금지시켰습니다. 과거에는 무리한 수사과정을 거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권유린행위도 많았을 것입니다. 또 법에 의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세워진 질서는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해 지금부터는 어떤 사건이라도, 대형사건이라 할지라도 수사가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인권을 지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지금 당장 급하니 옛 방식대로 하자는 불평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인권을 지키지 못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할 일이 많으니 옛날처럼 하고 조금 안정되면 그때부터 인권을 지키자는 말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신문에서 보셨겠지만 창원지검의 어느 검사가 사람들을 조사할 때 잣대나 펜 등으로 사람들의 머리를 때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시민들의 진정서가 접수돼 벽지로 좌천을 시킨 일이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부터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처벌을 했던 것입니다. 물론 완전한 인권이 보장된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과거와는 분명 다르게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다소 수사가 지연되고 지장을 받더라도 인권이 철저히 지켜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음에 신공안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과거 국가안보를 위한 공안사범 수사는 성역이었습니다. 간첩수사나 국가안보를 침해한 공안사건 수사에서는 다소의 가혹행위는 묵인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북한이 남파한 간첩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말로 그렇게 지시해서 될 것이 아니기에 사람을 바꿨습니다. 공안부 검사들의 약 60%를, 지금까지 공안을 전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임원들로 교체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해 검찰공안부에 주입시켰습니다. 공안사건은 안 했지만 도덕적이고 청렴하고 능력있는 검사들을 대폭 투입했습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에 대해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귀에 걸면 귀고리 식으로 확장개설을 하지 말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누가 밉다고, 자신과 다른 입장에 있다고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좌경으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보안법에 있는 그대로, 법만의 목적 그대로만 적용하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또 사상전향제를 폐지시켰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공산주의자가 되었는데,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것을 버렸고, 앞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겠다는 전향서를 쓰지 않으면 교도소 안에서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또 조기석방도 불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폐지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 19 조는 모든 사람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습니다. 법률에 의한 자유가 아닌 자기 마음속에 있는 윤리적인 판단, 좁은 의미의 양심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사상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현실의 국가권력은 인간의 외부적인 행동은 규정할 수 있을지언정 마음속까지 지배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헌법규정에 걸맞은 조치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법무부에서 인권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권법안에 국민인권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침해 행위와 차별행위에 대해서 규제를 하고 감시를 할 겁니다. 미국의 경우 별도의 인권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법무부 인권담당 차관보 밑에 인권국 산하 약 3백 명의 검사가 인권침해 행위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법무장관 밑에 인권국이 있어서 담당할 뿐 따로 인권위원회를 구성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권위원회를 두기로 했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외국에 비해 우리는 공무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검사나, 경찰관, 안기부 직원이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를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인권위원회가 필요합니다. 대략 이렇게 새 정부의 인권정책을 말씀드리면서 여러분들이 궁금해 할 몇 가지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지금 나라 경제가 말이 아닌데, 경제발전을 할 생각은 않고 무슨 인권문제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그러나 저는 인권신장이 없이 국민화합이 불가능하고 국민화합이 없이는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로 인권문제가 해결돼야 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의《포린어페어스》라는 잡지의 금년(1998년) 3, 4월 합병호에 보면 "법 지배의 재구축"(the revival of rule of roll)이란 기사에서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아시아 각국들이 진짜 민주주의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 것이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을 수단으로 하는 지배만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법 지배가 아닌 인치를 하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서구에 비해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아시아 각국이 짧은 기간동안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거두었지만 정치 내면을 보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진정한 법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지금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인권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 다음으로 새 정부는 인권신장을 한다고 하면서 왜 노동자를 구속하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법치에는 의무가 따릅니다. 만일에 어떤 민주국가의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 찾으려 하고 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해도 처벌을 안 받는다면 그 나라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아닙니다. 또 법적인 절차에 따라 처벌을 받는 것을 인권유린이라는 논리로 해석하는 나라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 겁니다. 만약 불법파업 사태를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아무도 기업을 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외국의 투자자들도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릴 것입니다. 결국 회사가 쓰러지고 공장이 문을 닫으면 파업을 할 노동자들은 파업할 공간조차 없는, 일자리조차 없는 그런 상황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불법적인 파업은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준법서약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형을 맡은 모든 형집행당국은 사람의 형기가 되기 전에 미리 출소를 시킬 때는 재범을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를 알아볼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국민들의 안정과 복지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입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내서 검찰을 두고 법무부를 두고 질서를 유지해 달라고 하는데 질서를 어기는 사람들, 질서를 어길 것이 뻔한 사람들을 사회로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준법서약서는 사상전향서와는 분명 다릅니다. 당신이 어떤 사상을 갖는가는 자유이지만 출소 후에는 외부적인 행동에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지킬 것을 다짐받는 서약입니다. 그 약속을 안 한다고 해서 불리한 조치를 받지도 않습니다. 즉 재범의 가능성이 작은 사람들을 가려서 우선 석방하기 위해 준법서약서를 만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준법서약서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것은 아닙니다. 양심의 자유와 양심상의 결정은 분명 다릅니다. 쉽게 설명을 해서 어떤 사람이 부자의 돈을 훔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동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홍길동 같은 이런 인물은 자기 양심상의 결정이기 때문에 절도죄로 처벌하면 안된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4천 5백만 국민들은 저마다 다른 양심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법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누구는 법의 갑조항을 못 지키겠다, 누구는 을조항을 못 지키겠다고 하면 어떻게 국가가 꾸려지겠습니까? 그래서 헌법학자들과 대법원이 양심상의 결정에 따르는 행동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인권과 민주주의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현실적으로 시행되려면 그것이 법률의 형태로 시행되는 것이고 따라서 법에 의한 지배, 법치가 되어야지 인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또 법치가 아닌 인치 때문에 한국이 오늘의 경제위기를 가진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는 철저히 인권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민주주의, 진정한 인권이 이 땅에 뿌리박을 수 있도록 법치를 확립해 나갈 때 눈앞에 다가온 21세기에 풍요로운 나라, 경제가 활성화된 나라, 정보화 사회에서 앞서가는 나라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