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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제목 |
김일성 사후, 통일대비 어떻게 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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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
6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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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연사 |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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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시 |
1994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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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장소 |
본부관 학술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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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4172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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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조국의 평화통일에 대해 전망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얼마 전에 10월 3일 개천절을 경축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민족의 첫번째 국가인 단군조선 이 개국된 것을 기리는 개천절이야말로 얼마나 경사스러운 날입니까?
이 경사스러운 날인 1990년 10월 3일에 동서독이 통합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뒤부터 통일독일 은 10월 3일을 통일의 날로 정하고 독일의 가장 큰 국경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해외에서 우리 의 개천절이 독일의 통일절에 밀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해외에는 독일의 대사관이 100여 개 이상이 있습 니다. 10월 3일이 되면 해외 독일대사관이 통일기념 경축연회를 엽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개천절 기념연 회를 엽니다. 그런데 주재국의 고위인사들이 우리나라 대사관으로 오기보다는 독일대사관으로 갑니다. 국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개천절을 독일사람들에게 빌려주었다가 뺏겼다고 표현하고 있 습니다.
내년에 우리는 2차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습니다. 동시에 광복 50주년, 분단 5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 러므로 1995년, 내년은 세계사적으로나 민족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해입니다.
이러한 하나의 시대적 매듭을 맞이하면서 독일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비교해봅시다. 2차대전이 끝 났을 때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는 독일이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세계대전을 일으켰기 때문에 다 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징벌을 받았습니다. 전승국인 연합국 4대국이 분할점령하였습니다. 그 렇게 한 뒤 동서독이라는 두 개의 독일로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독일의 허리를 잘라놓고도 연합국들은 독일의 통일을 두려워하여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Mission Impossible"이라는 말이 있었 을 정도로 독일의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반면에 한반도는 매우 빠르리라고 생각했었죠. 한반도도 강대국의 권력에 의해 분단되었습니다. 사실 우리 한반도의 분단은 너무나 억울한 것입니다. 2차대전 후 연합국들은 문서로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대 체로 다음과 같은 일에 묵시적으로 합의하였습니다. 그것은 2차대전을 일으킨 주범국들은 모두 분할한다 는 묵시적인 합의였습니다. 독일이 그랬죠? 이탈리아도 그랬었는데, 무솔리니를 빨리 제거하고 연합국 편에 섰기에 어느 한 지역도 잠시 분할됐다가 그러한 작은 분할마저도 금방 다시 복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분할되어야 하는 나라는 어디이겠습니까? 일본 아닙니까? 그런데 일본은 분할 을 피하게 됐습니다. 일본은 망하면서도 최후의 행운을 쥐었던 것입니다. 왜? 일본이 망하기 직전에 루 스벨트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루스벨트가 죽고 트루먼이 대통령이 됐는데, 그는 소련과의 협상을 끝내버 리고, 일본을 소련과 나누는 대신 일본을 독식한 후 한반도 북반을 스탈린에게 내주었던 것입니다. 일본 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대리분단된 셈이죠.
일본은 분단을 면했지만 참담한 꼴을 당했던 것입니다. 독일은 어떻습니까? 독일도 전후의 상황은 정 말 너무 비참했습니다. 미군이 먹던 햄버거 조각 하나를 버려도 그것을 주워 먹으려던 독일이었습니다. 그러하던 독일은 서독 하나만으로도 G7에 들었고 불가능하다고 했던 통일마저 해냈습니다. 내년이면 유 엔 50주년인데, 현재 5개의 상임이사국을 7개로 늘려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을 넣자고 합니다.
여기에 비해 우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민족적으로 각성, 분발하여 통일을 이룩하고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야 됩니다. 북한과 우리는 통신, 통행, 통상이 불가능합니다. 또 한반도만큼 고도로 군사 화되어 있는 곳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적 통일이 그렇게 쉽게 가능할까요?
저는 참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김일성이 죽은 뒤, 우리 사회에서는 김정일 정권이, 공산정권이, 빨리 무너지리라는 북한 조기 붕괴론 과 통일이 우리 주도 아래 이루어질 것이라는 몇 가지 낙관론이 풍미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기 흡수통일 론도 그 중 하나죠. 이런 낙관론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도 아마 15년 안으로 북한의 공산정권 이 무너질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낙관론에 대해서 몇 가지 경고를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독일의 통일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보통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일했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 말보다는 합류통일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빌리 브란트는 "접촉하며 변화하고, 변화하며 접촉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동독과 기본관계협정을 맺고 교류에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독과 서독이 서로 교류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결국에는 동독이 서독쪽으로 합류하는 방식으로 독일통일이 성취됐다고 봅니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것은 지금의 상태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대다수 국민이 남한체제 같은 데서 살아야겠다라고 자발적으로 합류해 들어올 때 비로소 흡수통합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 늘날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고, 억압 아래서 살고 있지만, 북한주민이 대한민국을 선망하고 있고, 그래서 남한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열망이 폭발하는 지경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귀순자가 늘어나지만, 아직은 북한의 많은 주민이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남한으로 의 합류를 꿈꾸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의 지배층들이 북한에서 공산체제가 무너지게 될 때 순순히 수락할까요? 21세기 초의 어 느 시점에 북한에서 공산체제가 거의 끝장났다고 생각합시다. 이런 위기의 시점이 온다고 할 때, 북한의 지배층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저는 지배층들이 여러 파벌로 나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파벌은 남한에 항복하겠다는 쪽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쪽도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붕괴위기에 처해 있을 때, 어떤 교조주의적 지배층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로 새로운 게릴 라운동을 벌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북한에 공산주의체제가 완전히 무너지고 남한에 대 한 흡수통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마치 6·25가 끝난 뒤 남한에 공비가 남아 있듯이 북한에도 공비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북한은 붕괴상황에 처하면 성경에 나오는 삼손처럼 같이 죽자는 식으로 나올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보 다 무기에 있어 양적으로 질적으로 앞서 있어 승리하겠지만, 그것은 폐허 위의 승리가 될 것이며, 한민 족은 멸족의 일보직전까지 가게 될 것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재기라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것입 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그러한 길로 들어가는 것을 우리가 미리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의 공산체제가 무너진다는 낙관론을 산정할 때 옛 신라처럼 무너질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 한민국의 평화통일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이론에 자석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력이 큰 자석일수록 자장이 커져서 끌어당기는 힘이 그 만큼 큽니다. 독일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저는 독일에 가서 그 유명한 아데나워의 무덤을 보고 감명받았 습니다. 조촐하고 평범한 일반인의 무덤과 똑같았습니다. 그만큼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청빈한 정치의 틀 이 갖추어져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서독의 자력이었습니다. 이 자장 속으로 동독이 끌려 들어왔 던 것입니다.
이제부터 대한민국이 북한에 취해야 할 대북정책의 핵심은 우리의 자력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의 자력은 도덕적인 우월성입니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더욱 더 깨끗이 향상되어 민주주의 복지사회를 발 전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그 자력을 키워 북한이 자장 속에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남북관계에서 잘못하 면 햄릿처럼 승리자와 패배자 쌍방이 모두 죽을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신중해야 합 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도덕적으로 더욱 건강한 선진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력을 키워 자장을 넓히고 북한을 우리의 자장 속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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