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IMF 시대의 정치인의 역할

여러분 반갑습니다. 요즘 국회의원들은 만날 고스톱이나 하고 돈이나 많이 챙기는 사람들로 손가락질 받는 그런 직종으로 전락해 인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도 오늘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더할 수 없을 만큼 마음 아파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여러분들한테 드릴 말씀의 내용은 무슨 전문가의 얘기가 아닙니다. 제 자신 경제학자도 아니고 정치 평론가도 아닙니다. 다만 한 현실 정치인으로서 오늘의 나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고 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도 뜻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정치현장에 들어와 비교적 많은 경험을 한 축에 속합니다.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정부 부처를 3개쯤 맡아봤고 또 서울시청도 성수대교 사고 후 한 8개월 맡아서 이것저것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러던 중 1991년 노동부 장관으로 부임해서 산업현장, 특히 그 속의 노사현장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크게 탈이 나고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그랬습니다. 하나는 산업현장에서 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산업현장을 장악하여 노조의 눈치를 안 보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경영이 잘되건 안되건 매년 20% 가까운 임금인상이 불가피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돈 많이 주고 적당히 놀고서도 경영결과가 좋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제가 보기엔 이미 그때부터 우리 제품은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국 등 선진국에 가보면 중저가 제품은 'Made in Korea'가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습니다. 백화점의 옷은 물론 신발, 전자제품, 부엌살림 등 거의 'Made in Korea'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덩샤오핑 혁명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Made in China'가 세계무대에 그렇게 진출하기 전입니다. 그런데 1990년으로 넘어가면서부터 상황은 급속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중저가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점점 밀려나고 그 자리를 'Made in China'가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와같은 현상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게 1994, 1995년 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징조가 1991년 그때 이미 보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들이 많습니다만 결국은 경쟁력이 문제입니다. 제가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한국의 어떤 은행과 일본의 스미토모 은행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은행의 생산성이 일본 스미토모의 12%로 나왔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스미토모 은행을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비교하면 50%밖에 안되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우리 은행을 비교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6%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당시 제가 산업현장을 다니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산업현장이 부분적이긴 하나 사상문제로 굉장히 급진화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저는 아주 심각하게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동독이 무너지고 소련이 무너지면서 급속하게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상황변화였습니다. 만약 소련이나 동독이 안 바뀌고 우리 산업현장에 그런 좌경화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게다가 북한까지 부채질을 계속했다면 과연 우리나라가 오늘의 모습이 될 수 있었겠는가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제가 정부에서 계속 일을 하면서 보니까 우리나라 경제관료나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경쟁력을 점점 잃고 있고, 아주 근본에서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데 대해 별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단계는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고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잘 돼가고 있다는 식의 얘기였습니다.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제가 이런 문제를 제기했더니 당시 경제부총리가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며 제 질문에 대해 정면으로 공박을 하더군요. 그분 말씀으로는 외채가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IMF가 권고하고 있는 GNP 대비 외채비율은 아직 아무런 무리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걱정하지 말라, 이런 얘기였습니다. 그 내용이 그대로 국회 속기록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보지 않았던 이유를 간단히 3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라에 대한 제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관심있게 본 시각으로는 이렇습니다. 첫째, 우리가 중국에 대해 전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 봤습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한 50년 살면 많이 게을러진다고 합니다. 통일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과거 서독에 살던 사람들이 동독에 살던 사람들보고 얘기하기를 너희는 더이상 게르만 민족이 아니라고 한답니다. 그만큼 사회주의 체제에 익숙해져 배급이나 받고 하다 보니 게을러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50년 동안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았는데도 중국사람은 여전히 죽기 아니면 살기로 돈 벌려고 하는 민족성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덩샤오핑 혁명으로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중국은 무서운 추격자가 되고 있다는 걸 저는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중국에 가서 들은 얘기 중에 놀랄만한 대목 두 가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아시는지 몰라도 중국은 마오쩌둥 때 만든 호적법에 따라 농민의 자식은 농업에만 종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농업 이외의 분야로 진출하려면 우리의 면사무소 같은 곳에 가서 도장을 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중국이 산업화되면서 농사짓던 농촌 청년들이 호적법이고 뭐고 다 무시해 버리고 산업화된 해안도시로 몰려들었습니다. 중앙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 숫자가 1995년경에 무려 8천만 명이었답니다. 우리 인구의 거의 2배나 되는 노동력이 호적법을 무시하고 산업현장에서 불법취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불법취업을 하고 있는데도 중국 공안당국은 달리 방법이 없어 그냥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당시 이 사람들 임금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그때 우리 중소기업에서 당시 환율로 미국돈 천 달러 안 주고는 사람을 못 썼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합법적인 근로자가 대개 삼백 달러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불법취업자들은 삼십 달러면 다 해결됩니다. 이 삼십 달러 받는 근로자들이 돈 벌려고 눈에 불을 켜고 새벽 2시, 3시까지 짜장면 한 그릇에 의지해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중국이 그런 식으로 추격해 올라오고 전세계가 그런 중국에 투자를 하고 있을 때 당시 우리나라는 어땠습니까? 문민정부가 들어서 한참 사회개혁하고 전 국민이 손뼉 치고 그럴 땝니다. 그때 저는 이대로 가면 결국 우리는 중국한테 쫓겨서 꼼짝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중국에 가서 들은 얘기 한 토막을 소개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들은 얘기니까 그야말로 확인된 얘기는 아닙니다. 그런 전제하에 들으십시오. 중국도 산업화를 진행하다 보니까 역시 인프라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도로는 물론 철도도 없고 항만도 제대로 설비되어 있지 않아 결국은 해안선을 따라서 산업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양쯔강이 바다만큼이나 큰 강이라 큰 배가 들락날락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런 양쯔강 양쪽을 따라 옛날 임시정부가 있었던 중경 부근의 삼협댐까지 공단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러한 공단조성계획이 2030년 경에 완성될 예정인데 그 공단의 넓이가 한반도의 두 배입니다. 상당히 과장된 얘기겠지만 중국이 그렇게 값싼 노동력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고 그렇게 방대한 공단에 해외 직접투자를 계속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저는 우리가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본을 젖히고 밀고 올라가는 것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고 봤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은 두번째 이유는 WTO의 출현이었습니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저는 WTO를 보면서 '야 참! 미국사람들 머리 좋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베트남전쟁 치르고 1970년대 넘어오면서 'Made in U.S.A'가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그때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게 'Made in Japan'이고 'Made in West Germany'입니다. 당시 미국의 머리 좋은 박사들이 대학, 연구소, 정부 안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논의한 끝에 의견을 모아 두 가지 작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미국 국내의 철저한 리엔지니어링을 실시한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경쟁력 강화 조처를 취한 것이죠. 다른 하나는 미국이 세계를 다시 장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WTO를 고안해낸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무역장벽을 높여 미제를 못 들어오게 하고 반대로 자기네 시장에서 자꾸 물건을 팔아먹으니까 우리 같이 놀자 해서 다른 나라들이 규제를 못하게 만든 게 WTO입니다. 그들이 이러한 개방 못지않게 중점을 둔 것이 바로 지적 소유권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사실 1970년대, 1980년대에는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던 특허를 공짜로 많이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도 해적판 많이 보셨잖아요. 사실상 시비를 안 당했을 뿐이지 양심적으로 얘기하면 일종의 도적질이죠. 이와같은 짓을 미국이 철저히 간섭할 수 있게 만든 장치가 바로 WTO입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습니까? 과거 같으면 어려울 때 우리가 관세장벽을 높이고 또 내부적으로 보조금도 좀 주고 그렇게 해오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또 옛날엔 적당히 기술도 좀 복사해서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못하게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삭풍이 부는 광화문 네거리에 알몸으로 나선 겁니다. 아무 의지할 데도 없고 보호받을 방법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가 그동안 너무 게을러졌다고 저는 보았습니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중반부터 우리는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어떻습니까? 제가 관찰한 바로는 우리 국민이 게을러져도 보통 게을러진 게 아닙니다. 이건 솔직히 말씀 드려서 우리 국민이 비판받아도 마땅하다고 봅니다. 게으르고 낭비하고 … . 두 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대우자동차가 티코라는 소형 국민차를 만든다고 일본의 자동차 회사에 많은 기능공들을 연수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 졸업할 무렵인데 제가 사람을 보내 우리 근로자들이 일본공장에서 일하는 거 자세히 좀 관찰하고 연수가 끝난 뒤에 우리 근로자들 인터뷰를 해봐라, 시켰습니다. 나중에 장관직을 떠난 뒤에 인터뷰 내용을 귀동냥해서 들었습니다. 그 중 한 대목입니다. 일본에 연수 오기 전에는 일본은 우리보다 임금도 훨씬 높고 복지시설은 물론 근로자의 목소리 도 훨씬 커서 놀면서 재미있게 일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얘깁니다. 임금도 별 차이 없고 복지시설도 특별 한 게 없는데 일은 그야말로 하루종일 뛰어다니다시피 하더라는 것입니다. 연수 후 우리 근로자들이 내린 결론은 본사에 돌아가 일본 근로자들처럼 일을 하면 동료들한테 얻어맞을 거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는 겁니다. 1991년 경 제가 울산에 갔을 때 한 노사정 간담회장에서 어떤 회사 사장이 한 얘기입니다. 굉장히 과장된 얘깁니다만 뭘 얘기하고 있는지 여러분 한번 느껴 보십시오. 우리 회사 직원은 일주일에 이틀 일한다. 이틀, 이게 무슨 얘기냐? 그때만 해도 주말만 되면 근로자들이 등산가고 낚시 가고 뭐 이렇게 놀러를 많이 갔나봐요. 그야말로 생활을 엔조이한 거죠. 목요일 오후가 되 면 벌써 직장 분위기가 달라진답니다. 이번 주말에 어디로 갈까? 김형 어디 가시오? 박형, 어디 가시오? 놀러 가는 문제로 분위기 가 술렁대기 시작한다 이거죠. 금요일 되면 구체적으로 너는 쌀 가지고 오고 너는 뭐 준비해라 이런 얘기로 직장 안이 술렁대고 토요일 되면 준비물을 공장 문 앞에 놔두고 들어와서 오전 근무만 하고 튄다는 겁니다. 등산가고 낚시 갔다가 월요일에 출근하면 주말에 놀러 갔던 얘기로 하루종일 직장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겁니다. 그럼 언제 일하느냐? 화, 수 이틀 일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보통 아침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다 하면 9시에 정문 수위실만 통과하면 아무 죄의식이 없습니다. 5시 퇴근 역시 공장의 경우 오후 5시에 기계 세우고 적당히 손 씻고 집에 가면 그걸로 끝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오전 9시 출근이면 오전 9시에 현관 수위실 통과가 아니라 자기 기계 앞에 서서 모든 부자재, 도구 챙겨놓고 스위치 on 하는 시간이 9시입니다. 또 오후 5시 가 되면 기계 세우고 현장 청소, 원부자재 정리정돈 등을 끝낸 후에 손씻고 집에 가는 겁니다. 이 얼마나 큰 차이입니까? 그러니 보십시오. 중국한테 쫓기죠, WTO로 홀딱 벗었죠, 열심히 일 안하죠, 될 방법이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경제관료 들이나 학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그렇게 확신을 했습니다. 제가 지난해 저희당 대통령 후보경선 에 나갔었습니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을 받을 만한 조직도 돈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경선에 나간 이유는 간단히 요약하면 이대 로 가면 나라 망한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 나갔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던 1993년 초에 우리 외채가 340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1996년 말에 이미 천억 달러에 육박했 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는 외채 원리금을 갚을 능력도 없어지고 6·25 사변 이래 최대의 국가적 인 위기가 오고 있다고 제가 떠들고 다녔습니다. 그랬더니 귀를 기울여 주기는커녕 당시 청와대의 한 간부가 저한테 경고를 하더군요. 왜 잘 돼가고 있는데, 그런 근거없는 얘기를 해 불안을 조성하고 다니냐는 얘기였습니다. 여러분 결국 우리나라는 그 꼴이 됐고 요즘 '6·25 사변 이래의 최대의 위기'라는 말을 김대중 대통령이 제일 많이 쓰고 있어요. 그게 사실은 제 말인데. 여러분도 IMF를 굉장히 고통스럽고 치욕스럽게 느끼실 겁니다. 저도 그렇게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만 임창렬 부총리가 IMF 캉드쉬 총재하고 구제금융 받기로 사인하던 날 저녁에 지역의 한 모임에서 그 얘기를 하다가 눈물이 나 울었습니다. 그 만큼 치욕스러웠죠. 그러나 저는 IMF를 우리가 불러들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나 회사나 국가나 이치는 같습니다. 믿음도 가고 확실하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면 돈놀이하는 사람이야 돈 빌려주고 이자받아 먹지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 한민국에 돈 빌려줘서 떼일 염려가 없다고 생각되면 돈 빌려줍니다. 기한도 연장해주고 신규 차관도 해줍니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 취임했을 때 4백억이 안되던 외채가 4년만에 천억을 돌파한 겁니다. 'South Korea가 우리 돈 잘라먹을 그런 수준의 나라는 아니다'라고 보고 빌려준 겁니다. 상환연장시켜 달라고 하면 시켜주고 그렇게 굴러온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돈을 빌려준 채권국들이 한국내 사정을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게 된 거죠.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개인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많이 빌려주면 내 돈 빌려간 사람이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습니까? 똑같은 이치입니다. 결정적으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6년말의 노동법 개정 파동입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걸 뒤늦게나마 알고 구조조정 작업을 해야 되겠다, 판단을 한 겁니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조직적으로 국민을 설득할 능력을 갖지 못했습니 다. 야당이 반대하니까 새벽에 날치기로 법을 통과시키고 공표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국민회의는 물론 노 동조합이 들고일어나 나라가 뒤집어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이 법은 시행도 못한 채 그후 원상 복귀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국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외국기관들이 제일 첫번째로 꼽는 것이 이른바 리더십이랍니다. 어떤 나라가 군사독재를 하더라도 리더십만 확실하면 그 나라에 돈 빌려주는데 리더십이 확실치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거죠. 이 과정에서 당시 이들 평가기관들은 한국의 리더십에 문제 가 생겼다고 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한보사건이 1997년초에 터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부패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정태수라는 사람이 뭘 믿고 그런 판을 벌일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은 여야 정치세력이 다 개입된 걸로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모두 다 썩을 대로 썩었구나, 외국 사람들은 이렇게 우리를 본 것입니다. 결정타를 날린 건 기아사태입니다. 기아가 10조 부도를 냈을 때 그 수습을 위해 김선홍이라는 사람을 기아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 앉히는 데 물경 4개월 가까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우왕좌왕 갈팡질팡 수습도 못하고 질질 끌려 다녔습니다. 이 와중에 경제 실세 중 실세인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제 한국도 시장경제 원리로 간다, 망할 은행은 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돈 빌려준 외국사람들은 이 사태수습 과정을 보면서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해 12월초 백억 달러 기한연장을 해줘야 될 일본 전주가 기한연장을 안 해 주고 백억 달러를 즉각 채 갔습니다. 일본이 이렇게 채 가니까 유럽이나 미국의 물주 들도 심상치 않게 봤습니다. 그래도 한국을 제일 잘 아는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이 저렇게 채 가는 것을 보니 심상치 않다, 판단하고 다 달 라붙은 겁니다. 요즘 우리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기업이 부도난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그 기업이 발행한 어음이 한꺼번 에 몰려와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외국의 자본주들이 모두 달려드니 단기 악성자금을 제일 많이 쓴 종합금융이 타격을 받고, 종합금융이 기한연장을 안 해주니까 빚 갚으려고 외환은행이 시장에 내놓는 달러마저 덤벼들어 산 거 아닙니까? 그게 바로 IMF 사태입 니다. 외환보유고가 하루아침에 바닥났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만약에 노동법 파동이 안 일어났고 한보사건이 안 났고 기아사건이 안 났거나 정부가 능력있게 수습하고 대처했으면 오늘날 같은 이런 형편까지는 안 갔겠죠. 그러나 외채는 계속 불어났을 겁니다. 아마 그 상태로라면 21세기가 오기 전에 우리 외채는 2천억에 육박했을 겁 니다. 김대중 대통령 5년 임기마저 그런 상황으로 굴러갔으면 모르긴 해도 근 2,500억선에 육박했을 겁니다. 그런데 IMF 사태가 터진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치욕이지만 IMF 사태가 이 정도에서 그것도 절묘하게 정권교체기에 터진 것은 하나님이 우릴 버리지 않은 증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 정권도중에 혼란이 일어났다면 정권이 붕괴되어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이 일어났을 겁니다. 정치적으로는 다행 스러운 일이죠. 외채 1,500∼1,600억 달러 정도에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어떤 계기를 갖게 된 것 역시 그나마 다행인 것입니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외채 1,500∼1,600억 달러 중에 정부가 공공목적으로 들여다 쓴 것은 불과 20억 달러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기업이 직접 들여오거나 금융기관들이 들여와서 기업에 공급한 돈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IMF한테 코가 꿰어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만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잘만 해주면 우리한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살리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 경쟁력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제가 핵심만 요약해서 말씀드리 겠습니다. 우선 정부부터 철저하게 다운사이징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됩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조직도 뜯어고치고 사이즈도 줄여 야 하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정부가 하고 있는 일 자체를 바꿔야 된다고 봅니다. 지금과 같은 정부체제로는 21세기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제 주장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진단입니다. 그리고 우리 정치, 구조조정해야 합니다. 정당제도, 선거제도 다 뜯어 고쳐야 합니 다. 한마디로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선거를 철저한 영국식 공영제로 바꾸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저는 봅니다. 또 하나 근로자들도 변해야 합니다. 기업이 쓰러지고 대량 정리해고되고 하니까 이제는 근로자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상당한 폭의 변화가 원하든 원치 않 든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도 매일 만 명이 직장을 떠나고 있다고 합니다. 군대로 치면 일개 사단병력입니 다. 금년(1998년) 상반기가 지나면 그 숫자가 거의 2백만 명을 넘게 됩니다. 이만저만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를 잘못 다루게 되면 금년 가을쯤에는 해진 뒤에 서울 밤거리를 다니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또 인도네시아처럼 폭동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씀씀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 선거구가 서초 갑구인데 방배동 시장 등에 가보면 도대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난리들입니다. 제가 오후 3시경 어느 화장품 가게를 들어가 보니까 주인 아주머니가 아침 먹고 가게 에 나와 지금까지 립스틱 하나 팔았다며 저를 붙들고 하소연을 해요.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신속하게 적응을 하고 있다는 얘기겠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낭비를 했는가 단적인 예로 난지도 얘기를 드리겠습니다. 난지도에 가보면 쓰레기 더미 밑으로 먹물 같은 침 출수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거의 음식물 썩는 거라고 합니다. 음식물 이외의 쓰레기는 그렇게 시커먼 물이 나오는 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난지도의 거의 반은 음식물 쓰레기라고 합니다. 꽤 권위있는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먹다가 내버린 음식물이 연 8조 원어치가 된답니다. 북한에 갔다주면 북한사람이 다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 사실상 달러하고 무관한 게 거의 없습니다. 외국서 원료 들여와 가공해서 만들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우리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그렇게 많이 만드는 국민이 없습니다. 보십시오. 일본이 그렇습니까? 미국이 그렇습니까? 구라파가 그렇습니까? 중국이 그렇습니까? 우리는 남을 접대할 때 불고기를 시키면 배불리 먹고 석쇠에 시커멓게 탄 고기가 적당히 널리고 그러고도 아직 불에 얹지 않은 고기 가 별도로 좀 남아 있어야 제대로 대접한다고 얘기를 듣습니다. 독일인들은 집에서 식사할 때 접시에 담긴 요리를 먹으면서 빵을 한 조각쯤은 남 겨 놓고 먹는다는 겁니다. 요리를 먹고 난 뒤에 접시에 음식국물이 남으면 그 빵조각으로 닦아 먹는다는 거죠. 이러면 접시 씻을 일도 없답니다. 남들은 이렇게 사는데 우리는 그동안에 너무 흥청망청 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이런 생활습관까지 급속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찾아온 겁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우리 내부가 근본적으로 바 뀌면서 다음의 세 가지만 실천하면 이 IMF에서 우리가 일어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젊은 여러분들께서 먼저 귀담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하나는 뭐냐? 현재 우리 달러 환율이 천 사오백쯤 됩니다. 우리의 외화표시 임금이 반으로 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요 즘 근로자들 열심히 일합니다. 그 결과 중저가 시장에서 다시 우리가 중국하고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섬유라든지 중저가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이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환율과 우리 국민들의 근면성이 다소 회복됨으로 해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제품의 값이 약간 비싸도 외국 바이어들이 이제는 베이징으로 안 가고 서울로 옵니다. 그래도 한국사람들이 중국보다는 만드는 솜씨도 좀 낫고 약속을 해도 정 확하게 지키는 등 이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한테 오는 겁니다. 이 기간에 최대한 중국하고 경쟁을 해서 이 중저가 시장에서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합 니다. 어떻게든 해서 외채를 어느 정도 낮추어 천억 밑으로 끌어내려야 합니다. 둘째 포인트가 뭐냐? 여러분들도 외국기업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계실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들은 얘긴데, 이스라엘 이 1983년에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무엇으로 외채를 극복했느냐 하면 이스라엘을 완전히 개방해 버린 것입니다. 누구 든지 이스라엘 땅에 와서 이스라엘 기업을 사서 일해라, 장사해라. 그렇게 완전 개방을 통해 극복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노동부 장관이 쓴 논 문 내용에 이런 게 있습니다. 가령 미국의 G. E.가 중국에 투자해서 어떤 회사를 만드는 경우와 일본의 미쓰비시가 미국 땅에 공장을 차려서 기업 을 하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어느 게 미국 기업이냐? 우리 생각에는 G. E.가 중국에 가서 공장 차린 게 미국기업 같죠? 미국 노동부 장관은 그렇게 보지를 않고 반대로 봤습니다. G. E.가 중국 땅에 가서 공장을 세우면 고용창출도 중국사람을 상대로 하고, 기업활동과 관련된 세금도 중국정부에 내게 됩니다. 이익의 일부를 미국으로 가져가는 거밖에 없습니다. 반면 일본의 미쓰비시가 미국 땅에 공장을 차리면 미국 사람을 상대로 고용창출 도 하고 각종 세금도 연방정부건 주정부건 미국 땅에 낸다는 겁니다. 그 기업이 돈 좀 벌어서 가져가는 건 개인이 와서 버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 니다. 사실 저는 이 논문을 읽고 처음에는 그렇게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깊이 있게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은 것 같았습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경우에 처해도 지켜야 될 규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전 같은 기업은 지켜야 됩니다. 이런 예는 여러 개 들 수 있습니다만 이런 것은 국가운영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이 적대적 M & A를 할 수 없도록 우리 기업을 보호하는 여러가지 방법과 장치를 강 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값을 받느냐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가운영의 테크닉입니다. 우리는 외국 기업이 대대적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지금까지 갖고 있던 모든 고정관념을 바꾸고 과감하게 개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푸는 등 모든 뒷받침을 다 해줘야 됩니다. 이 부 분에 관해서 우리 국민이 국수적인 발상을 가지고 저항을 하거나 한다면 절대로 21세기에 살아남을 수도 없고 맞지도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끝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역시 우리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있다는 냉혹한 현실입니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될 길은 일본을 뚫고 올라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 점과 관련해 여러분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생각해 보십시오.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주도 정책으로 한참 물건을 내다 팔다가 한계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가격경쟁력도 없어지고 품질도 경쟁력이 없어지니까 당시 박 대통령이나 주변의 참모들은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의 두뇌를 다시 모셔와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KDI이고 KIST입니다. 그때 미국이나 유럽에 나가 있던 과학자, 기술자들을 대거 모셔오지 않았습니까? 당시 백만 원이면 큰 돈이었는데 월급 백만 원에 자동차, 아파트까지 사주면서 모셔왔습니다. 그분들이 우리 수출품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평가입니다. 지금 우리도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G7 프로젝트니 뭐니 여러가지를 하고 있습니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적성에 맞는 쪽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역시 정보통신 쪽입니다. 이 정보통신 분야가 한국사람의 습성에 맞다는 것입니다. 또한 21세기는 정보통신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얘기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만약 김대중 대통령 같으면 저는 지금부터 전 세계 의 대학, 연구소, 기업에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과학자들을 한 달에 일억씩 주고라도 몇백 명 들여오겠습니다. 그분들을 대덕 연구단지에 데려다 놓고 24시간 연구시키는 겁니다. 연세 높으신 대통령이 주말에 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주말 되면 대덕에 내려가 그 사람들과 식사도 같이 하고 대화하고 격려해주면서 몇년만 밀고 나가면 나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발생할 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반도체가 대표적인 경우이지만 지금 여러분들이 많이 쓰고 계시는 휴대폰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미국, 일본에서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만 지금 디지털 방식입니다. 왜 그리 됐느냐 하면 미국의 퀄콤이란 회사가 디지털 방식의 CDMA기술 특허를 냈을 때 미국이나 일본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우리 이동통신이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겁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전부 CDMA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일본도 안 따라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아마 우리 CDMA 셀룰러폰이 꽤 돈 벌 겁니다. 이와같은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구체적이고 새로운 기술개발 한 건 한 건이 일본,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며 21세기에 여러분 들이 직장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여타 선진국이 이미 쌓아놓은 기술분야를 우리가 쫓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중국이 밀고 올라오는 것보다 우리가 탈출하는 속도가 빨라야지 탈출하는 속도가 늦으면 우리 는 결국 샌드위치 돼서 죽게 됩니다. 이렇게 심각합니다. 또한 이 기술분야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부터 달라져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 니다. 저 역시도 법과대학을 나왔습니다만, 이제 인문사회 계열이 좀 뒷전으로 물러나야 된다고 봅니다. 죽으나 사나 이제 기술입니다. 기술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이 기술개발에 우리 민족이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6·25 전쟁을 빼놓고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 각오 없이 우리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습 니다. 저는 이 각오를 위해서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야 정치인 할 것 없이 실업자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보고 잘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 정부는 물론 정치인들이 전부 합심해 국가 비상사태에 대처한다는 각오로 앞으로 2, 3년 동안 열심히 해 나가야 합니다. 그 러면 우리한테는 미래가 있습니다. IMF 사태가 없었더라면 빚은 계속 늘어나고, 국민은 정신 못 차리고, 생각은 있지만 정치인은 물론 대통령까지 도 노조의 반대, 국민의 저항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21세기로 넘어들어 가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는 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라도 되어 북한이 무너져 보십시오. 어떻게 할 겁니까? 누가 2천만이 넘는 북쪽 동포를 먹여 살리고, 입히고, 그들을 우리 사는 거와 엇비슷한 조건으로 만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IMF 시련을 겪으면서 꼭 나라가 망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정신 못 차리고 지내온 것에 대해 경각심 을 주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 21세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느님이 우리한테 기회를 준 거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제는 저나 여러분이 확실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용기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직장 때문에, 그리고 집안 여러가 지 일들 때문에 걱정도 되시겠습니다만, 지금의 이 시련이 우리가 잘 되기 위한 시련이라는 확신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