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새 시대의 경제정책 방향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국민대학교의 목요특강 강좌에서 강연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주제는 새 시대의 경제정책 방향인데 우선 '새 시대가 무엇이냐'는 정의부터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현실은 항상 전환기였고 새 시대였습니다. 그때그때마다 역사의 흐름 속에 편안히 안주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은 몇달 동안 지겹도록 IMF 체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의 새 시대는 바로 IMF 시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외환위기를 해소해주는 대가로 국제사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 변환의 시기가 바로 새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IMF가 우리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면서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거품을 빼기 위한 긴축으로 통화공급 면에서의 긴축과 재정지출 면의 긴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외채가 너무 많이 쌓여가면서 신용을 잃어버려 외국돈을 빌릴 수 없게 된 것에 있기 때문에 긴축재정으로 지출을 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외채가 급격하게 쌓인 것은 우선 국제수지 적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또 대외적인 투자나 대외활동을 많이 하면서 외채를 빌려 이에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외채가 쌓여갑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사업이 실패하지 않는 한 현재적인 문제는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 국제수지 적자가 그 주범으로 생각됩니다. 즉 국제수지 적자가 오랫동안 쌓여서 외채가 늘어나다 보니까 그 외채 이외는 더이상 돈을 못 빌려주겠다 하는 상태를 맞이한 것입니다. 이러한 국제수지 적자는 쉽게 말해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또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국산품의 가격이 외제보다 품질은 떨어지는데 값이 비싸다 보니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산품의 가격이 높았던 이유로는 물건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이 외국보다 많은 것도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내의 씀씀이가 너무 헤펐다는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씀씀이가 좋으니까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넘는 수준의 가격책정이 가능했고 또 그것이 팔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물건값이 전반적으로 외제보다 비싼 상황에서 외제가 똑같은 품질에 낮은 가격으로 들어오면서 국산품은 밀려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논리가 수출품에도 적용됩니다. 국산품은 비싼 가격으로 외국에서 팔려고 하니까 외제와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출은 별로 늘어날 수 없고 수입은 많이 늘어나다가 보니까 결과적으로 국제수지 적자는 쌓이는 것이죠. 지난 5년간만 해도 5백억 달러 이상의 적자가 누적되었습니다. YS 집권 초기의 외화부채와 집권 말기 외화부채의 격차가 약 1천억 달러가 되는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는데 그 중의 절반은 순전히 국제수지 적자가 누적된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국산품은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고 국내는 왜 씀씀이가 높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국내에 여러가지 거품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금이 노동생산성에 비해서 높았기 때문에 쉽게 돈을 벌어 쉽게 쓸 수가 있었습니다. 씀씀이가 좋을 수밖에 없지요. 이런 현상은 금리와 세금, 물류비용 등에도 똑같이 적용이 됩니다. 우리끼리 거래하는 모든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은데, 그것은 우리 국민들 소득의 형태로서 그대로 다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벌었으니까 쉽게 쓸 수가 있는 것이 기본틀입니다. 이처럼 거품이 일어난 상황에서는 국제수지 적자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것을 깨려면 결국 거품을 걷어내야 되는데 이것이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개입을 해서 통제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까 허리띠를 졸라매 돈을 덜 쓰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것입니다. IMF의 두번째 요구는 대외개방입니다. 특히 자본시장의 개방을 지적하고 있는데 자본시장이란 주식, 채권, 기업, 부동산 등이 모두 자본시장입니다. 즉 외국사람들이 돈을 가지고 와서 주식이나 채권, 기업, 부동산 등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첫번째 방안처럼 거품을 빼서 국제수지 흑자를 만들 경우 수입은 줄고 수출은 늘겠지만 이런 현상은 세계경제 측면에서 보면 커다란 교란요인이 됩니다. 그렇다 보니 적당한 선에서 수출입을 조정한 뒤에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외국의 돈을 끌어들여 그 돈으로 자신들의 돈을 갚으라는 겁니다. 세번째로는 구조조정입니다. 구조조정은 쉽게 말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개방을 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외국자본은 다시 나가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을 끌 만한 무언가를 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외국사람들이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금융기관과 기업밖에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이 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진행하라는 것이고 그 핵심은 금융개혁으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또 기업의 경우 다른 요구보다는 좀더 투명하게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업들이 외국기업과는 달리 희미하다는 것입니다. 희미하게 보이니까 우리와 결혼을 해야 될까 말까를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좀 뚜렷하게 얼굴과 몸매가 확실하게 보이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좀더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분을 단순화시켜 달라는 것이 이 사람들의 요구입니다. 그렇게 하면 외국사람들이 좀더 쉽게 진출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금융개혁과 기업의 투명성이 보장되더라도 부실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기업의 재무구조가 나쁘고 채산성이 나쁜 이유 중에 노동시장의 비탄력성이 큰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든 안 하는 사람이든 똑같은 월급을 받고 경기가 좋든 나쁘든 똑같이 보너스를 받는 구조에서는 해결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정리해고제의 도입과 정원근로제를 도입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력적인 노동시장을 확보해 임금과 노동공급의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것입니다. 즉 임금도 내려갈 수 있고 노동공급이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제도나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지요. IMF의 이런 긴축과 대외개방, 그리고 구조조정의 요구가 몇달 동안 많은 진척을 보여 새로 도입된 제도가 많지만 아직 실천이 안되고 있습니다. 만약 실천이 안된다면 우리는 다시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쓸릴지도 모릅니다. 한편에서는 우리가 지난 4개월 동안 국제수지 흑자를 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흑자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오래 가기 힘든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출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금 수출을 빼놓으면 거의 늘지가 않았습니다. 수입은 더 큰 문제인데 지난 몇달 동안 우리나라 은행의 수입 LC 개설이 안됐기 때문에 주요 원자재를 사실상 수입을 못했습니다. 수입을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수입이 줄었는데 이런 수입의 감소는 오히려 국내에 원자재 파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곧 수출의 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기외채 상환을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신뢰도를 얻어야 하는데 이들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은 몇년전부터 국내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던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필요악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문제는 필요한 약도 먹는 시기가 중요하고 한꺼번에 여러가지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긴축과 구조조정, 대외개방이라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인체를 비유해 설명하자면 구조조정은 사람을 수술하는 것이고 긴축은 피를 공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술을 하면서 피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전쟁 때 급박한 상황에서 천막을 쳐놓고 수술을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특히 대외개방의 경우 자금이 부족하니까 아무 돈이라도 빌려주기만 해달라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돈은 굉장한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의 성격이 강합니다. 지난해(1997년) 7월 동남아시아를 휩쓸던 통화위기는 주로 이런 투기자본에 의해 일어난 문제였습니다. 우리하고는 조금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도 그런 투기성 자금조차도 원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산업개방의 경우도 외국기업이 우리 기업을 인수해 독과점역을 행사한다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만 우리에게는 다른 대안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또 IMF가 요구하는 모든 제도의 변화를 수용한다고 해도 그 제도를 무시하는 습관을 그대로 둔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제도를 만들면 그것이 그대로 지켜지는 줄 압니다. 영미식 사고방식이지요. 데모를 하더라도 구역을 딱 정해놓고 거기에서 왔다갔다 피켓을 들고 해야지 허가된 영역 바깥으로 나오면 공권력에 의해 어떤 피해를 입어도 아무 말도 못합니다. 또 남의 물건을 훔쳐서 도망갈 때 경찰관이 서라고 했는데 계속 도망을 가면 총으로 쏴도 그들은 동정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을 위한 규칙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제도개혁이 일어나서 그것이 실천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잣대로 판단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를 무시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몇 가지 예측과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분명 경기가 위축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지도 예측일 뿐 정확한 수치를 그려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예측보 다는 지금 우리가 어떤 대처를 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사안이 될 것입니다. 우선 외화자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외채를 갚아 내지 못하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외채규모는 IBR 기준으로 1,200억 달러, IMF 기준으로 하면 1,500억 달러 가량이고 또 우리 일부 기업들의 해외법인이 빌려서 사업을 하는 돈까지 합하면 1,800억 내지 2천억 가까이 됩니다. 해외법인 의 돈은 사업이 잘못되면 국내 빚으로 돌아오고 사업이 잘되면 국내 빚으로 안 돌아오는 겁니다. 그래서 낙관적으로 보면 1,200억 달러이고 조금 비관적으로 보면 2천억 달러입니다. 이에 대한 이자만 해도 연간 160억 달러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공산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수입원자재를 대략 45%라고 하면 300억 달러 이상을 벌어야 우리가 안고 있는 외채의 이자를 겨우겨우 갚아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결국 수출이 늘어 이자도 갚고 원금도 갚아 나가야 되는데 우리의 수출구조가 아시아 시장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수출 회복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지역 대부분이 경제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 나라들이 수입을 많이 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부존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조금 과격하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 자산의 수출이고 이것은 곧 금 수출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수출을 하고 있는 금도 곧 바닥이 난다면 수출에는 한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수출의 증대가 한계를 가진다면 수입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만 달러의 소득국가에서 2, 3만 달러가 부럽지 않은 소비를 했었는데 다시 1만 달러 수준으로 내리기만 하더라도 수입 쪽에서 빠른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외국에서는 우리가 구매력을 갖게 하기 위해 낮은 이자 율로 돈을 빌려주려고 노력할 수도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외화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출의 증대와 수입의 감소도 중요하지만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확보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각종 규제조치의 완화로 외국의 투자자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업과 금융 쪽에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외화의 부족 때문에 IMF의 지원을 받으면서 출발했지만 그것이 금융위기로 번졌고 또 산업조직이 붕괴되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산업조직이 붕괴되면 다시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오게 됩니다. 그래서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병폐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버리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우선 기업의 채산성과 재무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채산성이 좋아진다면 외국 사람들, 금융기관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겠다, 투자를 하겠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경기의 회복과 좋은 수출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채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생산해 높은 가격을 받는 것입니다. 물건값을 높게 받으려면 결국 새로운 물건과 새로운 서비스, 기술이 필요한데 거기에는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업 내부구조로는 전혀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우리의 정신계통이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식기반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술습득 정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연구자 편의 중심의 기술개발보다는 매우 실용적인 기술개발이 왕성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기관과 종교기관, 사회분위기 전체가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음으로는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비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불필요한 인력을 과감히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여러 제도에 난감해 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많은 낭비를 했고 지금의 위기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고 또 근본적으로는 그런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데 인식이 모아져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기업측면에서 살펴봤지만 정부조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불필요한 제도와 세금 등을 과감하게 줄여야 합니다. 관변조직과 공기업 등 덜 생산적이고 쓸모없는 정부조직을 줄여야 합니다. 주인 없는 돈을 먹고 사는 공조직은 모두 없애야 합니다. 재벌개혁과 금융기관 개혁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혁과정에서 많은 산업조직들이 붕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조직 붕괴의 부담을 덜고 고통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도 우선은 정부개혁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뒤 사회개혁의 순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IMF의 위기상황은 반드시 넘어야 될 산입니다. 하지만 이 산을 넘는 과정에서 방향 없이 넘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21세기를 준비하는 미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을 잡아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는 국제화와 정보화의 흐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실업자가 되었을 때 실업기간 동안 해야 할 일이 국제화와 정보화에 관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목표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는 거품을 걷어낸 차분히 가라앉은 사회가 될 것입니다. 공짜가 없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 서비스산업이 우리의 주된 산업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서비스산업도 생산적인 서비스산업 이외에 복지와 관련된 서비스산업 등 다양하게 등장할 것입니다. 그냥 큰 공장이 좋아 보이는 생각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또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남북통일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21세기는 분명히 남북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통일을 위해서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외채의 감소는 필수적입니다. 북한사람들을 자유민주주의의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합니다. 통일을 한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과 설비투자, 의료시설 등 우리가 해줘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또 북한은 엄청난 빚을 안고 있기 때문에 그 빚도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빚더미에 앉아 있다면 그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면에서 중국사람들처럼 경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사람은 돈이 일단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않고 함부로 쓰는 법도 없습니다. 중국의 외화보유고는 2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외채보다도 외화보유고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푼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제대로 요구를 못하고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이 큰소리치면 우리는 그냥 들어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 시대도, 통일도 우리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3년만 참고 고생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의견에 반해 10여 년은 지금과 같은 마음자세와 각오로 버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는 진정한 자주독립국가로서의 경제력, 21세기에 뒤떨어지지 않는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