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21세기 인류사회변화와 한민족의 진로

반갑습니다. 요즘 대선 정국을 맞아 대선 후보자들의 여러 말씀을 들을 기회가 많습니다. 그런데 몇몇 평론 가들은 그들로부터 우리나라의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저도 역시 후보자들이 경제학에 서 말하는 미시적인 세부 항목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면서 거시적인 관점의 측면은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래서 오늘 눈앞에 다가온 21세기 우리 민족의 진로와 비전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른바 거시적인 전체 흐름, 내일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오늘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는 사람을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라고 했습니다. 그런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 가운데 오늘의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카리스마 리더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또 교육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내일에 대한 비전 을 심어주고 있는가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흔히 전인교육, 인성교육이라고 말은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는 그런 교육과는 반대되는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고의 교육기관인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기술자를 만들어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직업훈련소와 같은 곳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수준은 세계의 대학들과 비교해보면 초라합니다. 학생뿐이 아니라 교수들조차 얼마나 많은 학술연구를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21세기의 인류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앨빈 토플러는《제3의 물결》에서 지금의 변화는 혁명 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거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가고 있습 니다. 우리가 안방에 앉아서 남아프리카나 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세계 각처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고 라디오를 통해서 듣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학기술, 통신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 놓았습니다. 또 교통은 어떻습니까? 1950년 제가 처음 뉴욕에 갔을 때는 비행기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35시간이나 걸려야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3시간이면 간다고 합니다. 어제 신문에는 몇 년 있으면 동경에서 뉴욕까지 6시간이면 갈 수 있는 비행기가 등장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아침식사를 가족과 함께 하고 뉴욕이나 런던에 가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일을 한 뒤 서울에 돌아와 가족과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말 로만 듣던 지구촌 시대, 전 인류의 생활공간을 픽션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이외에도 많은 변화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말로만 외쳐지던 남녀평등이 미래사회에는 현실화됩니다. 모든 업무의 기계화,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남성 위주의 '힘' 문화가 대체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할 수 없었던 일도 기계로 대체되면서 성의 구별이 무의미해지게 됩니다. 또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없어집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점점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예전에는 볼 수 없었 던 각종 문화공간이 농촌으로 유입되고 있고 그들의 경제생활도 도시 못지않게 늘어 생활수준도 많이 향상됐습니다. 엄 청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세계가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되어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 을 어떻게 제시해야 우리가 굳건히 살아남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10년, 20년이 지나 여러분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일할 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요즘 세계화 시대의 무한경쟁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이제 경쟁사회가 된다는 말인데 세계는 하나라고 하면 서 어떻게 경쟁이 발생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어떤 커다란 질서 속에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을 펼치게 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그 질서란 이른바 '게임의 법칙'(rule of game)이라는 말입니다. 요새 세계무역기구(WTO)라는 게 생겼습니다. WTO 체제 의 출범 이후 우리는 '무한경쟁' 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이라든가 사업내용을 보면 무한경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게임의 법칙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그 룰에 맞지 않으면 압력을 받기 때문에 룰에 맞춰서 경쟁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경제학, 정치학에서도 이른바 협력적 경쟁(cooperated competition)이라는 말 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는 경쟁적 협력(competed cooperation)이라는 말을 씁니다. 축구시합을 잠시 생각해봅시다. 양쪽이 모든 힘을 내서 이기려고 하지만 경기규칙에 따라서 게임을 해야 합니다. 규칙을 어기면 당장 옐로카드가 꺼내지고 두 번 받으면 경기를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무한경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겁니다. 분명히 한도와 규칙이 정해져 있습니다. 저는 '무한경쟁' 이라는 말이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을 오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의 인류사회 가 지구촌 생활공간으로 되어가고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고 그 법칙에 따라 경쟁을 해야 할 상황에 잘못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인 것으로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공동의 규범과 약속 을 지키지 않거나 모른다면 그 대오에 참여하지 못하고 탈락될 것입니다. 국제화 시대의 무한경쟁이 어떤 룰을 가지고 행해진다고 할 때 우리는 그 법칙을 빨리 이해하고 따라야 합니다. 현실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세워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런 비전은 그냥 앉아있어서는 생 기지 않습니다. 심산유곡에서 홀로 묵상하고 수양을 닦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피땀 흘릴 각오로 현실을 직시할 때 비전은 생길 것입니다. 세계의 시장에서는 곧 게임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최근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18세기 산업혁명이 성공한 뒤 엄청난 성장 을 해온 산업사회는 산업화 과정에서 간과했던 환경문제를 지금 제기받고 있는 겁니다. 오존층의 구멍이 점점 커지고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남극이나 북극의 얼음이 녹아 태평양의 섬들이 가라앉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중국이 산업 화 과정을 겪으면서 오염된 먼지가 한국에 날려오고 있습니다. 신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기 오염의 16%가 중국 에서 날아오는 오염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일개 개인, 일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서해에 높은 담을 쌓는다고 해서 중국의 오염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미시적이 아닌 거시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함께 대처해야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변화 이외에도 가치관도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구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혼재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관계를 보면 예전에는 권력이 중심에 서는 가치관이 우선이었습니다. 즉 힘이 가장 월등한 가 치를 가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관은 이런 힘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권력중심의 가치관에서 새로운 가치관, 정의를 존중하는 가치관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공통된 기준, 정의에 맞은 가치관, 이제는 나만 옳다고 해서는 아 무것도 이룰 수 없는 세상입니다. 저는 'Right is might' 라는 게 21세기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 유교문화권의 가치관 이었습니다. 유럽의 제국주의적인 국제정치에서는 힘있는 사람이 제일인 'Might is right' 가 최고의 가치였는데 지금은 이 두 개의 가치관이 혼재하면서 권력중심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변화를 따라가기에 앞서 우리의 모습을 냉정히 진단해봐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국 병'에 관한 지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1981년부터 1984년까지 주영대사로 영국에 있을 때 영국인들은 영국병 을 앓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쉽게 표현한다면 그들의 병은 '파업병' 이었습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파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그런 병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생산성이 독일의 절반밖에 안됐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영 국의 실업률이 20%선까지 육박하면서 많은 사회적인 불안을 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 한국병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이기주의병'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저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풍토를 저는 한국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앞에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불량식품을 팔아서라도 나 는 돈을 벌어야 한다, 불법을 저질러 벌금을 받더라도 일단 돈 먼저 벌면 된다는 것이 한국병입니다. 또 사치와 과소비를 통해 사람들이 거만하고 불손해진 것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의 어떤 호텔에서는 "한국사람 오지 마시오" 라고 말할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사람이 투숙하면 아무 데서나 도박하고 돈을 흥청망청 써서 호텔 분위기만 망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기본이라는 사람이 쓴《로마의 흥망사》에서 로마 멸망의 원인으로 과소비와 세계적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로마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논어》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건으로 우선 먹는 것과 나라 지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했습니다. 하지 만 우리 사회는 믿음이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도 안 지 키는데 우리가 왜 지키느냐는 풍토가 지배적인 사회로 변했습니다. 우리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알아야 한국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보다는 하 나하나의 증세에 파묻혀 고치려다 보니까 미래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기주의가 팽배 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독선적으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 나하고 다른 너는 내 친구가 아니라는 이기주의, 이런 이기주의가 왜 생겼을까요? 우선 저는 중요한 원인으로 비정상적인 산업화를 꼽고 싶습니다. 지난 1960년대 군사정권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잘 사는 체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산업화를 추진했지만 돈이 없다 보니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외국자본으로 일단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보자고 한 것에 서부터 이기주의가 싹텄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을 무시한 채 일단 성공하고 보자는 생각과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잘 살아야 된다는 것이 '나 아닌 다른 사람' 을 무시하고 경멸하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자본을 더 많이 들여오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을 안심시켜야 했습니다. 그들이 우리나라가 독재국가라는 생각을 하면 많은 투자를 안할 것 같으니까 우리도 민주주의 국가이다, 국회도 있고 야당도 있고 모 든 것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국가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만든 뒤 그것 들을 돈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입니다. 하물며 야당에게도 돈을 쥐어주면서 거수기 역할을 시켰는데 결국 돈이 지 배하는 사회에서의 정경유착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또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가족제도가 변했습니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을 대가족제도 안에서 살아왔 지만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도회지의 공장으로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예전에는 인구의 70%, 국민소득의 60%를 농촌이 차지했었지만 핵가족화되면서 지금은 농촌인구가 전체의 10%도 차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촌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의 6%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농촌에는 지금 어린아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노인들만 있다 보니 새 생명의 탄생을 기대하기가 힘든 현실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윤리와 도덕이 황폐화했습니다. 과거에는 같은 성끼리 모여 촌락을 구성하면서 나름의 가치관과 윤리관 속에서 생활할 수 있었지만 도시로 옮기면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생활공동체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핵가족 하에서는 아버지가 새벽 같이 나가서 밤늦게 돌아와 아이들 자는 얼굴밖에 볼 수 없고 어머니도 무언가 돈벌이를 궁리해야 하는 현실입니 다. 일터에 나간 부모님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줄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없는 현실에서 윤리, 도덕의 상실은 어 찌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가니 가정교육이란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까지 간다는 말을 들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 올바른 인성교육,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분명합니다. 어쨌든 먹고살기 위한 경제발전 속에 중산층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부패의 무질서 속에서도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이 많이 늘었는데 민주주의 정치는 중산층이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습 니다. 어떤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60%라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산층이 양적 팽창을 계속하면서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어느 정도의 경제 적 여건을 갖춘 이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먼저 갖고 있던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입니다. 교통은 왜 이렇게 나쁘냐, 환경은 왜 이러냐 등의 발언은 곧 민 주주의의 토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제6공화국이 탄생되면서부터 가속화됐습니다. 6공화국 헌법은 여야가 같이 만든 것입니다. 그 당시의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헌법을 위시해서 '대통령 선거법' 이니 하는 각종 법안들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만들었습니다. 5년 동안 약 5백여 개의 법률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 후 민주화과정이 진 행되면서 각종 민주제도들을 빨리 채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인 민주화과정과는 별개로 국민 개개인의 의식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옛 날의 권위주의와 이기주의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모두 틀리고 오로지 자신만 옳다는 독선과 편견 속 에 다른 사람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왜 그런지 알아보고 중간지점을 도출해내는 것이 민주주의이지만 우리와 의견이 다르면 그들은 반민주주의자들이고 친일파라는 흑백논리만 무성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두 기둥은 자유와 평등입니다. 프랑스 혁명 때 자유와 평등, 박애의 슬로건을 내 걸었는데 그 중에서 우리가 보통 자유와 평등을 민주주의의 기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 100%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유를 주장하면 평등이 100%를 채우지 못하고 평등을 100% 채우려 하면 자유가 침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에서는 그 양쪽을 서로 양보시켜 그 중간점을 채택하곤 합니다. 물론 이데올로기 면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자유와 평등을 100% 만족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소 련과 동구 공산권 국가의 몰락이 그들의 주장은 허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오 는 지도자들에게 '공산주의를 하지 말아라, 우리가 해보니까 안되더라' 며 충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덩 샤오핑에 의해 과감하게 시장경제, 자본주의 경제이론을 도입해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로 물질의 풍요는 가져왔지만 자유와 평등의 완벽한 100%만을 추구한 나머지 흑백 논리만 횡행한 사회가 되어버려 까만 거 아니면 흰 거라는 식으로 양분돼 있습니다.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쥐의 색 깔이 까맣고 하얀 것이 무슨 상관이냐, 쥐만 잡으면 되는 것이라는 회색지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색지대 없이 그저 흰 것과 까만 것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흑백논리는 우리 사회 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했습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으로 만드는 흑백논리는 민주적인 제도 의 발전과 의식의 발전을 저해해 왔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여러분들은 내일의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나 라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이 민족, 이 사회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 하는 비전을 가지고 오늘을 생활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오늘을 망친 사람에게는 내일의 비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데올로기와 흑백논리로 고민하는 많 은 젊은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문제는 바로 저희 같은 기성세대들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 크다 할 것입니 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런 흑백논리에 갇혀 있어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영국사회는 교육계를 중심으로 21세기를 위한 교육문제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20년 후의 영국사회를 걱정하고, 세계의 흐름을 예측하면서 미래의 일꾼들을 양성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늦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개개인이 내일의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비전을 키워나가고 내일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우리 민족은 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