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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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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특강공지

  강연제목 21세기로의 전환을 대비하는 정치지도자의 과제와 덕목
  51 회
  초청연사 김문수 (국회의원)
  강연일시 1996년 11월 21일
  강연장소 본부관 학술회의장
  조회수 22378 회
 

여러분, 반갑습니다. 국민대학교에는 전에도 여러 번 와 봤습니다만, 북한산 아래 이렇게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여러분들 앞에는 참으로 밝은 미래가 놓여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가지게 됩니다.

저는 대학 2학년 때인 1971년에 제적을 당했다가 복학을 했었는데, 민청학련 때 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993년에 제 나이 마흔세 살 때 복학을 했습니다. 제 의욕 같아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처자가 딸린 데다가 노동인권회관의 책임자로 일하다 보니까 잡사가 많아져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또 생리적으로 머리가 벌써 낡아 버려서 이해력은 넓어졌지만 금방 듣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등 학습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사에도 씨를 뿌릴 때가 있듯이 공부도 때가 있고 살아가는 데도 때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우리나라가 과연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대단히 격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과도기로 아직까지 완성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로 가는 과도기,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완성이 안되었습니다. 다만, 민주화를 위한 거대한 전기를 잡았고,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우리 자신들의 대표로 뽑을 수 있는 그러한 길을 열었다, 이 점이 이제 큰 매듭을 하나 지은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완성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과도기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국회 활동은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행정부를 감시·비판하는 역할, 또 예산을 심의·승인하는 역할, 그리고 입법활동 등 비판적인 기능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찾아내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과거에 여당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상대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지만 요즘은 여당이라고 해서 방어만 하지는 않습니다. 여당에서 잘못하면 좋은 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책임이 궁극적으로 여당에게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제는 가장 객관적인 모습으로 여당 자신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존재의 의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당이나 정부측에서 현실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급변하는 과도기에 너무 안이한 관점으로 대응하는 것이며, 자칫 치유의 기회를 잃기 쉽다는 우려를 낳게 됩니다.

제가 대학 1학년 때 다녔던 서클의 이름이 '후진국사회연구회'였을 정도로 그때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는 데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는데, 요즘에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OECD에 가입하겠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 우리가 토론을 벌여 보면 찬성하는 분도 있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데, OECD의 170여 개 결정·권고 중에서 약 65개가 환경에 관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환경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상당히 배울 바가 많은 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서울의 대기오염 측정도를 보면 오존 띠가 죽 형성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사용 연료를 일정하게 규제하거나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하면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그러면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안하느냐? 물론 자동차 회사, 기름 회사의 로비도 많지만 더 중요한 점은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환경이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경제가 성장해서 선진국이 될수록 환경관련 기술도 발전되어서 더 좋아지지만, 단기적으로는 환경과 경제성장, 이 양자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떤 정책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가 우리한테 놓이게 되는데, 이러한 정책입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많은 제언을 해주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문제에는 굉장히 좋은 이슈가 많고, 학생들도 학문적으로 또는 학생운동의 차원에서 할 게 많은 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저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OECD와 관련된 환경, 노동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제대로 들어가 보면 정부에 대해서 비판할 것, 정책적인 건의를 할 것, 그리고 여러분이 공부하실 것 등 무궁무진한 일거리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다음으로 과도기적인 우리 정치체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어서 나아진 게 뭐 있느냐라는 말을 하는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얘기한다면, 헌법을 고쳐야 되겠다는 말 한 마디에 긴급조치 위반으로 징역을 살던 박정희 후기의 긴급조치 시대, 노동운동이라는 말만 하면 사상이 불순한 사람이 되었던 1980년대 초반이 새벽 2시쯤이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새벽 6시쯤은 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완전히 대낮 같은 대한민국은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이 징역을 살고, 한 명은 또 증언을 하느냐 안하느냐 하고 있고, 돌아가신 세 분의 대통령은 윤보선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명에 돌아가셨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행한 과거 50년의 해방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시절이 좋아졌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요원하고 실질적으로 풀어 나가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경제분야도 여러분이 연구하고 활동해야 할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을 모방하여 중진국까지 올라왔지만, 이제부터는 모방이 아니라 창조를 해야 될 때입니다. 저는 제 손으로 직접 옷을 사 입어 보지 못하고 대학을 다녔는데, 우리 애는 중학교 2학년인데도 저보다 옷을 더 잘 고를 줄 알고, 소비 자체를 우리보다는 아주 현명하게 잘 할 줄 압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달라졌으니 만들어 내는 생산자도 달라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과거 학생운동에서는 여러 가지 체제적인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으나 현재 자본주의 체제 이외의 더 효과적인 체제가 아직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적인 체제논쟁 문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체제 대결적인 질서와는 다른 신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상태로서 받아들이고 여러 가지 과도기적인 혼돈 상태에서의 사회의 새로운 편성방법, 새로운 사회질서의 모습과 그 형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요한 국가적 과제는 첫 번째 통일, 두 번째는 선진화입니다. 여러분도 통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해서는 조건의 변화와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들과 수감생활을 같이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사회는 우리 사회에 비해서 거짓말이 별로 없고 단조로운 생활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제가 출소한 다음에 그 사람들한테 연락이 오곤 하는데 "내가 몇 달 동안이나 일해 줬는데 봉급을 못 받았으니까 봉급 좀 받게 해주시오", 아니면 "전세로 방을 하나 얻었는데 방 주인이 전세금을 안 내줘서 이사를 못 가고 있으니 어떻게 좀 해주시오" 이런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같으면 누구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거지요. 사람들 사이의 복잡한 일을 계약하고 그 계약을 글로 받아 놓아야 하는데 북한 사회는 계약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훈련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여러분들도 통일이 되긴 될 것이라고 믿고 있겠지만 저도 멀지 않은 앞날에 통일이 된다고 봅니다. 물론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붕괴도 예측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에, 제일 우려되는 점으로 실업자 문제를 꼽을 수 있는데 약 2천만 명 정도의 실업자가 갑자기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자동차회사 물건과 남한의 자동차와는 경쟁이 안됩니다. 통일이 되는 순간부터 북한의 모든 제조 공장은 대부분 도산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북한에 있는 공장에 다니던 그 사람들이 내려올 경우와 또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줄 것인가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부족한 식량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정치적인 문제로 내년에 대통령 선거할 때 저쪽에도 한 표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선거권, 피선거권을 그대로 달라고 할 경우에, 또 자치도 그대로 될 경우에 이것이 한국의 정치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합니다. 그러므로 남북이 통일되었을 경우에 오는 경제적인, 정치적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경제적인, 문화적인, 정치적인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것이 통일이지, 구호로 외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통일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추상적인 통일이 아니라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에 대한 구체적인 애정을 가지고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 선진국을 향해서 나아가는 가운데 지금 노동법을 개정한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있고, 또는 명예퇴직제다 해서 감원 같은 것도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요즘 여러분 4학년들 취직하는 데 어려운 분들이 계실 거예요. 앞으로 대학을 나와도 실업자가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가 선진국형의 복지를 이룩하는 것에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진국형의 복지 중 일부는 생산적인 노동에 기꺼이 종사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생산에 참여할 의욕을 감소시키는 비생산적인 복지입니다. 땀 흘려 번 돈이나 실업수당이나 비슷하다면 누가 공장에 다니겠습니까? 일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복지를 이룩해야 되는데, 아직까지 그 모델이 충분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복지가 아주 미미한 상태죠? 이제 우리가 복지 수준을 높여 나가야 하는데, 어떤 부분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인지, 방법은 무엇을 택할 것인지 등 연구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복지 수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도 바로 우리 학생들이 할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공공행정 부분의 대개혁입니다. 우리 집의 화장실 문은 10년을 써도 고장이 안 나는데, 공중화장실은 6개월만 되면 문짝이 떨어져요. 왜 그렇습니까? 주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정부가 주인이 없습니다. 공무원들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좋은 게 좋습니다. 공직자 비리로 요즘에 장관들 몇 명 물러났잖아요? 신문에 보도된 그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부패가 어마어마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왜 고쳐지지 않느냐? 여러 가지 제도도 잘못되어 있고,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가 많고, 또 올바른 비판자가 계속 감시해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경인전철을 자주 타고 다닙니다. 경인선, 경수선의 경우 차량이 700대 정도 다니는데 123대가 23년이나 된 낡아빠진 차량을 아직 끌고 다닙니다. 그래서 고장이 잦고, 타 보면 에어컨도 잘 안되고 '지옥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니지 않습니까? 정부에서는 해마다 거의 5천억 원 이상씩을 철도청에 보조를 해줍니다. 보조를 계속해도 적자예요. 이게 국영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영이라는 것이 좋은 것 같지만 임자가 없기 때문에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손님이 오는 것이 귀찮아서 안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공무원 숫자를 좀 줄여야 합니다. 또 기관을 통폐합해서 효율적인 서비스를 해줘야 합니다.

저는 우리의 생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많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 더 이상 후진국은 아니지만 선진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사회의 기초가 안 되어 있습니다. 정신상태와 생활자세부터 고치지 않고는 더 올라갈 수 없습니다. 법을 지킵니까? 법도 안 지키는데 어떻게 선진국이 됩니까? 국회부터, 법을 만드는 국회부터 법을 가장 안 지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회관에서 본관 회의장까지 걸어서 5분 정도면 가는데, 모두 그랜저 3000cc 내지는 다이너스티를 타고 갑니다. 그러고서는 다리운동이 안 되니까 골프를 따로 치는데 그 짓을 왜 합니까?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근검, 절약하고 서민들의 아픔과 눈물을 이해할 줄 알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21세기의 원대한 발전의 모습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땅이 넓습니까? 특별히 무슨 기술이 축적되어 있습니까? 자본이 있습니까? 나라도 분단되어 있고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아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엄청난 짐을 짊어지고 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젊은 학생들의 학생운동은 약 40년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부름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통찰할 줄 알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아는 그러한 정신이 바로 학생운동의 정당성을 확보했던 것이고, 그 정당성 때문에 저 같은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의 학생운동은 국민들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지 받고 있느냐? 이런 점 또한 생각해 봐야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현재 과제가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서 어떻게 해 나갈 것이냐? 이런 점들을 같이 모색해 보는 그런 대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연일시 초청연사   강연제목
56 1997-4-17 이대용   운명에의 도전
55 1997-4-3 홍윤기   한국인이 만든 일본문화
54 1997-3-27 박상봉   독일통일의 시각에서 본 탈북귀순자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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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1996-11-21 김문수   21세기로의 전환을 대비하는 정치지도자의 과제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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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996-10-31 우재승   한반도 주변 정세와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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