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만나서 대단히 반갑습니다. 제가 농업공동체 두레마을에서 살고 있는 만큼 농사얘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직 우루과이 라운드 체제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금년 들어 우루과이 라운드를 비판한다고 농민 두 사람이 농약 먹고 자살했습니다. 내가 그 말을 듣고 "바람소리에 놀랜다더니 한 번 붙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시작도 되기 전에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죽느냐? 그것 좀 이상하다" 그런 얘기를 우리 식구들하고 했습니다. 매스컴이라든지 사회단체들이 자꾸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앞으로 농촌은 망한다, 쑥밭 된다고 그러니깐 농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제대로 예측도 못하면서 부정적인 사고에 젖어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농촌이 쑥밭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쑥밭이 되더라도 쑥을 베어 팔면 되지, 왜 안 된다는 소리만 자꾸 합니까? 사실 우리나라 쑥은 세계적인 명품입니다. 쑥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웬만한 위장병은 다 고칩니다. 또 고혈압에 특효약이고, 화장품의 좋은 원료이고, 중국에서는 쑥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도 개발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대안을 찾아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데, 여론이 자꾸 안되는 쪽으로 형성되면 농민들이나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부정적이 될 뿐 아니라 패배주의적인 흐름까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항상 실천을 중요시합니다. 신앙도 현실에서 검증 받아서 열매가 있어야 한다. 즉 죽은 뒤에 천국 가는 얘기만 하는 것은 좋은 신앙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동네 청년들 모아 놓고 쑥밭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우리 한 번 문제를 풀어나가 보자. 대안을 찾아보자고 얘기했습니다. 우리 마을은 공동체이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 열댓 분 모시고 사는데, 그 분들께 "할머니, 할아버지들! 방에 가만히 계시면 몸이 더 약해집니다. 들에 나가서 쑥 좀 뜯어 오세요" 그렇게 권면을 했습니다. 그 쑥을 말려서 가루를 내어 만든 게 두레마을 쑥보리빵인데 아주 잘 팔립니다. 그래서 우리 농촌청년들에게 "이거 봐라. 쑥밭이 돈밭이잖냐? 그러니깐 쑥밭 된다,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려야 돼!" 하늘이 무너져도 길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있는 길을 항상 열어 주시는 것이 하늘이 하는 일이니까 역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를 했습니다.

내가 작년 독일에 갔을 때 독일 제약회사 사장이 엉겅퀴를 길러서 납품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엉겅퀴는 꽃은 자주색이고 잎에 침이 숭숭 나서 쓸모 없는 풀입니다.《성경》의〈창세기 3장〉에 보면 '사람이 죄를 범했을 때 사람 때문에 이 땅도 같이 저주받아서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나게 되었다' 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에 나오는 엉겅퀴 말이냐? 그걸 왜 수입을 하느냐"고 했더니, 그 회사에서 간경화증약을 개발했는데 그 원료가 엉겅퀴라는 거지요. 그 약으로 1년에 400억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고 얘기하면서 분석 결과 한국 강원도 엉겅퀴가 독일산 엉겅퀴보다 약효가 여섯 배가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 몇 번이나 얘기를 했는데 엉겅퀴를 수출한다는 발상이 없어서인지 처리가 안 된다는 거죠. 한국산 엉겅퀴가 몇 배의 약효가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사장 얘기가 "아마 봄철에 싹이 나고 꽃이 피고 그 입과 줄기에 약효가 들 때의 기후와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 그래서 "아! 그것은 틀림없다. 우리는 봄에 건조하고 태양 빛도 적당하고 아주 기막히다. 내가 귀국해서 엉겅퀴를 재배해 보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엉겅퀴는 재배할 것도 없다" 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자생력이 있어서 텃밭에 그냥 놔두면 엉겅퀴밭이 되는 거니깐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버려진 잡초를 세계적인 명약을 만드는 원료로 수출하고, 또 나중에 우리가 노하우를 발전시켜서 그 약을 만들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깐 우리 할머니가 제가 어릴 때 황달에 걸리면 엉겅퀴 뿌리 삶아서 마시게 했었거든요. 황달이라는 것이 간 계통의 병 아닙니까?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엉겅퀴 뿌리가 간 치료제로 좋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해서 제품화할 수 있는 데까지의 안목이 우리에게는 없었던 셈이지요. 선진국이라는 것이 딴 것이 아니고 국민들의 응용력, 상상력, 창조력이 앞선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한 가지 더 들겠습니다. 분재 알지요? 백제 사람이 일본에 분재를 가르친 걸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분재의 발상지인 한국은 지금 분재가 미미하지만, 일본은 분재 수출과 분재에 필요한 도구 심지어 흙, 분재를 만드는 책까지 분재에 관련된 모든 수출이 32억 달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 분재보다 한국 분재가 뛰어나게 질이 좋거든요. 왜냐하면 일본은 기후 자체가 습기가 많고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건조한 기후에 가면 일본 분재는 말라죽어 버려요. 그런데 한국은 춘하추동 배합이 아주 절묘해서 한국에서 싹을 틔워서 기르는 분재는 세계 어느 나라 가서도 잘 생존합니다. 왜 그런가 하면 외국에 팔려 나가서 날씨가 더우면 분재가 '여름 덥네!' 라고 생각하고 잘 견디고, 추운데 가면 '겨울이 세구나!' 하고 또 잘 견디고, 아주 건조한 기후에 가면 '봄 날씨네!' 하고 잘 견딥니다. 그러니까 세계 어느 나라 가서든지 한국 분재만큼은 사계절을 골고루 잘 거쳤기 때문에 적응력이 높다는 겁니다.

이건 분재 얘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그렇습니다. 중동에 가서 열심히 일하다가 시베리아 벌목장으로 발령을 내도 그 자리에 간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기동성이 있고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투지가 있는 국민인데, 그 동안 우리가 그 국민적인 저력을 발휘 못하고 헤맸던 겁니다. 우리가 해외이민과 해외진출을 개방한 지 불과 30년 정도밖에 안되는데, 전세계 가장 많은 나라에 나가서 일하고 있는 국민이 한국인입니다. 내가 4년 전 아프리카에 갔을 때 한 나라가 여야간의 총싸움으로 발칵 뒤집혀서 일본상인, 독일상인은 전쟁났다고 다 가 버렸는데 한국 사람은 가게문을 열고 있다고 해서 걱정스럽고 또 목사 입장에서 모른 척할 수 없어서 찾아갔었습니다. "이런 총격전 사이에 가게를 열면 어떡합니까?" 그랬더니 "목사님! 일본상인, 독일상인 다 도망가 버리고 나만 문 열어 놓고 있으니깐 장사 더 잘됩니다. 내가 아프리카까지 관광하러 왔겠습니까? 한 번 악착같이 벌어서 번듯하게 살아보려고 왔는데, 총소리 좀 난다고 가게 문 닫을 것 같으면 아예 오지도 않았습니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거지요. 한국 사람이 가지는 특수한 의욕이라 할까요?

우리 국민들의 자질은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개인의 발전, 사회의 발전으로 엮어 줄 수 있는 지도력이 부족했던 것이 우리 역사가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지금이라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국가발전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력만 분명히 선다면 21세기에 한 번 빛을 볼 수 있는 국민이라고 확실히 믿습니다.

우리 기독교에서는 역사의 발전을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섭리사관으로 보는데, 그 관점에서 생각하자면 지금이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기회로는 200년 전 18세기 말에 실학파들이 등장했을 때 그 실학파들의 사고방식과 이론을 우리 학문과 사회발전의 주류로 받아들였다면 우리가 일본보다 100년은 앞서서 발전하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분명히 200년 전 18세기 말에 우리 민족에게 기회가 왔었는데, 보수, 수구 세력들이 그런 신흥 개혁세력들을 짓밟아 버리고 역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까?

나는 정약용 선생의《목민심서》를 대단히 좋아해서 기독교 신학의《성경》의 진리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각의 틀에 담아서 목민신학을 만들어야 된다라고 얘기합니다. 지금 시골에서 설교를 하는데 농민들 밭 매다가, 논 매다가 예배시간에 절반 졸고 앉았는데 거기서 '몰트만이 말하기를' 하면 우리 교인들은 목사님이 뭔 소리를 하나, 몰트만이 새로 나온 농약 이름인가, 아니면 새로 나온 배추씬가 그러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 모아 놓고 정약용 선생의 얘기를 하면 자세가 진지해지고 눈이 반짝반짝 하거든요. 그러니까 원 교재는《성경》속에 있지만 이것을 가지고 백성들의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뜨겁게 해줄 수 있는, 미래를 향해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그런 신학, 그런 사상을 우리가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독교 100주년 기념 때 한국 기독교인이 쓴 책 한 권을 골라서 기념사업으로 펼치기로 하고 도서선정위원회가 구성이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몇 달 일하다가 아예 없던 걸로 하고 해체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크리스천이 쓴 기독교 관련 서적을 세 권까지 뽑아서 정밀하게 분석해 보니까 세계성, 역사성이 없는 거예요. 우리가 100년 동안 예수를 믿으면서 덩치만 커졌지 고민하고 사색하고 사상을 발전시키고 이 시대의 고민을 끌어안고, 민족에 비전을 줄 수 있는 꿈을 꾸는 교회로는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의 제일 큰 10대 교회를 뽑으면 그 중에 6개가 한국 교회로 교세는 굉장히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100년 역사에 세계에 내 놓을 수 있는 책 한 권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라는 거지요. 앞으로 우리가 예수 믿는 틀과 깊이를 바꾸어야지 현재 상태로는 곤란합니다. 신앙의 사상성 그리고 국적이 있는 신앙, 민족적인 관점 이런 걸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백성들의 영혼을 구원함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신라에 불교가 들어온 지 100년 역사에 원효 스님이 태어났거든요. 우리 개신교로 말하면 딱 지금과 같은 시기예요. 원효 스님의 업적이 얼마나 위대합니까? 그때 귀족불교를 민중불교로 바꾸고, 또 소승불교를 대승불교로 바꾸고, 그 분열의 시대에 화쟁론을 발전시켜 백성들의 마음을 불심으로 하나로 모아서 한반도가 발전할 수 있는 정신적인 기틀을 닦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한 불교 학자가 불교 고전 10권을 뽑았는데 그 중에 원효 스님의 책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부처님의 도를 받아들였을 때는 탁월성을 가지고 받아들였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도를 받아들이면서 고민과 사색과 사상성 없이 분위기로만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잠시 부흥했다가 우리 민족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어지는 종교가 될 것이 아니냐? 이 점에서 우리 한국의 젊은 크리스천들이 분발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농촌문제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무슨 사건이나 무슨 일이 있을 때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국민들이 우수한 자질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꾸 부정적인 시각으로 나가게 되면 어떻게 우리가 21세기의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나는 비록 농사를 짓고 있어도 동네 청년들, 주민들 모아 놓고 "자! 우리가 농업이든 신앙이든 그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을 창출하기 위해서 도전해야 됩니다" 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두레마을에 돼지가 2,400마리인데, 작년 가을에 돼지 불황이 왔습니다. 돼지 한 마리를 팔면 3만 원 내지 4만 원 적자가 나게 된 겁니다. 한 달에 240마리가 팔려 나가야 순환이 되는데, 1마리에 3, 4만원 손해니깐 한 달에 천만 원 정도 적자를 보잖습니까? 우리 양돈부의 책임자가 "목사님! 적자가 심해서 우리 양돈부 때문에 두레마을이 뿌리째 흔들리겠습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그래서 "이 사람아! 모두 불황이라고 걱정하는데 우리 두레마을까지 불황이다, 망한다 하면 어떻게 되냐? 이럴 때는 머리를 써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지!" 그랬더니 "목사님 그런 길이 마땅치 않아서 여기까지 와서 걱정하잖습니까?" 그래서 "그런 소리하지 말고 머리를 쓰라니깐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내가 그랬더니 "목사님,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러고는 양돈부의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잘 한다는 데 찾아가서 보고, 또 일본 자료, 대만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더니 방법을 찾았습니다. 대안을 찾은 거지요. 돼지우리 옆에다 당귀, 컨푸리, 케일 이런 약초를 심어서 돼지한테 먹이고, 인삼 이파리 먹이고 한약 짜고 남은 찌꺼기를 발효시켜서 먹이니까 아주 잘 먹고 사료비도 30% 절약되었어요. 그리고 비계가 적어야 되니까 물그릇은 저쪽 귀퉁이에 두고 사료 그릇은 저쪽 위에 두어서 뛰어다니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 돼지 재미가 짭짤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대안입니다. 자동차공장 경영, 또 정치, 교육 모든 분야에서 잘 안된다고 싸우지만 말고 마음을 비우고 대안을 찾자! 좋은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면 길은 나오게 되어 있는데 서로 치그닥삐그닥 하니까 국가발전이나 개인의 발전이나 사회발전이 되지를 않잖습니까!

어른들이 그렇게 하니까 애들도 닮아서 요즘애들 보면 불쌍해요. 작년에 가출한 고등학생이 7만 명입니다. 3년 전까지는 남학생 가출이 많았는데, 지금은 여학생 가출이 더 많아졌습니다. 엄마, 아버지가 가출해서 임신한 여고 2학년 딸을 찾아서 두레마을로 데리고 왔습니다. "저희 엄마 닮아서 그렇습니다." 또 "저희 아비 닮아서 저렇습니다. 왜 우리 집안에 저런 게 나왔을까요?" 내가 하도 딱해서 "내가 볼 때는 둘 다 닮은 것 같네요. 내외분 그러지 마시고 생각을 돌려서 하십시오. 그 나이에 오죽 답답했으면 가출을 했겠습니까? 그리고 가출했다가 아버지도 모르는 애를 뱄는데 어쨌든 위로하고 살릴 생각을 해야지 몰아붙이기만 하면 죽는 길밖에 없으니 딸을 살리려면 그러지 마세요." 타일러 줬습니다.

두레마을에 받아주고 내가 1주일 동안 미국을 갔다왔더니, 그 방에 같이 있는 아가씨가 "목사님, 일주일 전에 온 여고생이 좀 이상해요." 그래서 "그래, 좀 이상할 게다. 그 나이에 배가 부르니 얼마나 이상하겠냐?" 그랬더니 "그래서 이상한 게 아니고 그 애가 목사님 사진을 하나 구해서 책상 앞에 붙여 놓고 밤낮으로 문안인사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 "짝사랑도 아니고 그게 뭐꼬? 우리 집사람이 알면 싸움 난다" 했지요. 그날 낮에 불러서 "잘 있었냐? 내 사진 갖다놓고 인사를 한다면서 너 원래 인사성이 밝으냐?" 그랬더니 얼굴이 붉어져서 "목사님! 미안합니다. 목사님 보고 싶어서 왔더니, 외국 가셔서 사진만 하나 가져다가 인사드렸지요. 목사님! 제가 엄마, 아버지한테 끌려서 두레마을에 처음 왔던 날 목사님이 저한테 하신 말씀 기억나세요? 목사님은 잊어버리셨겠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가출했겠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기억난다. 사실이 그렇잖냐? 니가 험한 세상에 가출하자면 뭔가 답답했겠지?" 그랬더니 "맞습니다. 저는 정말 그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목사님! 내가 왜 가출했는지 아십니까? 안 미치려고 가출했어요. 엄마는 입만 열면 공부하라는 말밖에 안하고, 아버지는 가끔 꾸지람하는 것밖에 없고, 학교 선생님은 저한테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대학 갈 사람도 아닌데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데 나는 미칠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안 미치려고 가출했다가 이렇게 임신을 했으니, 죽지도 못하고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우는 거예요.

여러분! 우리 사회가 합작해서 우리 자녀를 망가뜨린 겁니다. 내가 성경을 좋아하고 예수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성경에 '나는 세상에 왜 왔는가. 모범생 찾아온 게 아니다. 나는 상한 마음을 구하러 왔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상한 마음이 영어 성경에 뭐라고 되어 있느냐면 브로큰 하트(broken heart), 깨진 마음입니다. 어른들이 온갖 명목을 붙여서 우리 어린 자녀들을 브로큰 하트가 되게 하는 겁니다. 그 브로큰 하트를 싸매주고 치유해 주는 것이 종교의 세계이며 진정한 복지사회의 모습인데, 어른은 어른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점점 더 상한 심령이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서로서로 마음에 상처를 주고 살아가니 우리 사회가 현 상태로 가면 대안이 없는 사회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의 사명이 뭡니까? 이런 사회에 출구를 열어 주고 대안을 주고 백성들이 더불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고, 더불어 지식인의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그 점에서 우리 대학인들이 정말로 분발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두레마을에 덕주라고 있는데 미국 교포목사 아들입니다. 마약중독 걸려서 감옥에 두 번이나 갔다 오고 마약 치료센터에 세 번이나 갔다왔는데도 도저히 안 되니까 아버지가 나한테 부탁을 해서 두레마을에 왔습니다. 같이 고추밭을 매면서 "야! 너는 너희 아버지도 목사지, 인물도 좋지, 공부도 잘했다는데, 약을 먹으려면 신약, 구약을 먹지 왜 마약을 먹었냐? 너는 민주주의 나라에서 왔으니까 약 먹는 것은 자유인데 내가 너한테 한 가지 충고할 게 있다. 너 그 마약 먹지 말고 너희 아버지 세일즈하는 신약 먹자!" 라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모든 인간관계의 치료라는 것은 대화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화는 또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겁니다.

일본계 3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이라는 책을 읽어보니까 공감이 갔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세계 역사상 마지막 체제라는 겁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100년 역사를 겨루면서 사회주의가 판정패한 이유는 한 가지인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즉 인정투쟁에서 사회주의가 졌다는 거지요. 왜냐하면 인간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왕정은 왕 한 사람만 인정받고, 봉건주의는 봉건군주 소수만 인정받고, 사회주의는 사회당 간부들만 인정받지 백성들은 인정 못 받잖습니까! 자본주의, 민주주의도 약점이 많고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정하는 체제라는 거지요.

내가 그 책을 읽고 공동체 마을을 운영하고 교인들 목회 하는 데 활용했어요. 예수 믿고 하나님 섬기는 것 때문에 교회에 왔지만, 처음부터 하나님 잘 섬기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예수님이 누군지 잘 모릅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상처받은 자존심, 브로큰 하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의 마음을 열고 공동체를 이룬다는 겁니다. "우리 두레마을 공동체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있는 대로 생긴 대로 노는 겁니다. 신사숙녀가 속에는 엉망진창이라면 있는 그대로 '예수님, 미스터 쓰레기가 왔습니다', '내가 미스 잡동사니입니다. 아시지요?' 신사인 척 숙녀인 척하는 피곤한 짓은 안하겠습니다. 있는 대로 생긴 대로 살자는 겁니다." 그렇게 하니까 "목사님! 목사님 교회에 오면 뭐가 좋은지 아세요? '잘 믿어야지, 모범생 돼야지' 이런 것도 없고 편안해서 좋아요. 목사님 생긴 것처럼 멋대로 하니까 좋아요." 우리 교인들이 나한테 별명을 뭐라고 붙였냐면 얼굴이 멋대로 생겼다고 지방자치제 목사님 그럽니다. 우리가 있는 그대로 살면 정서적인, 인격적인 성숙을 통해서 자발적인 질서가 생겨나는 겁니다. 우리 동네에 200명이 모여서 한솥밥 먹고 살아가는데 사고가 없어요. 그냥 물 흐르듯이 돌아가요. 규율을 엄격하게 해서 '술 먹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하면 부딪치고 시끄러울 텐데, 개인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그 자체에서 질서를 이루게 한 것이 아주 잘된 것 같아요.

다시 덕주 얘기를 하면, 밭을 매면서 그 녀석이 한참 듣고 있더니 "날 이렇게 강제노동 시켜도 되는 거요? 시간당 몇 달러 줄 거예요?" 하길래 내가 우스워서 "이럴 때 한국말로 뭐라고 그러는지 아냐? 주제파악하라고 그런다. 너는 마약쟁이야. 우리가 너를 돌보는 것은 하나님한테 받은 사랑을 너한테 나누어주는 거야. 우리도 옛날 하나님께 받은 거니까 너한테 공짜로 주는 거야. 너도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또 줘야 돼." 이렇게 설명을 해주고 "우리가 너를 왜 노동시키는지 아냐? 노동 요법(work therapy)이야. 노동하면 땀에 마약기운이 빠져나가서 니 정서 상태가 바로 서는 거야. 옛날 프로이트라는 심리학자한테 어떤 사람이 '노이로제가 없는 정상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물었더니 프로이드가 '사랑할 수 있고 일할 수 있으면 정상입니다' 그랬대. 너는 마약중독에다 인격이 황폐해져서 정상이 아니니깐 사랑하는 걸 배우고 일하는 것을 체질화시키면 너는 치료가 되는 거야." 또 설명을 해줬어요.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한 5개월 지난 뒤에 하루는 마을 뒷산 소나무 밭에서 누가 소리를 내서 울어요. 우리 마을식구들이 "미스터 마약이 회개의 영이 역사하셔서 사흘 전부터 밥도 안 먹고 회개합니다." 성령이 우리 마음에 임해서 잘못 살아온 것을 참회케 할 때 회개의 영이 역사한다 그렇게 말합니다. 그래서 내가 옆에 가서 "야! 힘내라! 니 회개할 때 철저히 회개하고 새출발하는 거다."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줬지요. 한 1주일 그러고 나더니 그 뒤에 사람이 싹 바뀌어 버렸어요. 그런데 하루는 같은 부서에 있는 총각이 나한테 와서 "목사님 미스터 마약이 연애하는 거 압니까?" "연애하는 것은 좋은데 자꾸 미스터 마약, 미스터 마약 그러지 마라! 남의 연애에 초 칠 일 있니?" 그랬더니 "목사님, 그렇게 쉽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무책임합니다. 마약쟁이하고 결혼해서 그 아가씨가 불행해지면 어떻게 해요?" "이 사람아! 남의 좋은 일을 왜 그렇게 보냐?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약인지 아냐! 김진홍 목사의 설교 10번 듣는 것보다 애인이 한 마디 해주면 그것이 힘이 되는 거야." 그랬더니 "목사님은 자꾸 뭐든지 좋게만 말씀하신다니까" 그러면서 가 버렸는데, 그 험한 세월 살았던 사람이 순수한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면 치유가 돼요. 인격이 치료되는 데는 연애 이상 가는 좋은 약이 없어요. 목사가 설교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졸아 버리는데, 애인이 옆에서 얘기하면 절대 안 졸거든요.

내가 연애를 잘 뒷받침해서 지난번에 결혼도 하고 이젠 두레마을 포크레인 기사로 일하는데, "덕주야, 옛날에 왜 그렇게 말썽 부렸냐?" 그랬더니 "목사님, 그때는 제가 바보였지요. 그런데 저는 가끔 우리 아버지를 원망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목회는 열심히 하시고 교인들한테 존경받는지 몰라도 우리 형제들을 인정해 준 적이 없습니다. 대화가 없이 컸습니다." 그 말 들으니 내가 심각해진 겁니다. 나도 국민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아들이 둘이 있는데, 그날 저녁에 아들 둘을 불러서 "대화할라고 불렀다". 그랬더니 "아버지! 숙제해야 되는데요". "숙제가 문제가 아니야. 부자간에 대화가 없으면 문제가 생겨. 덕주형 알지? 그 형 아버지가 목사인데, 대화가 없어서 그 형이 마약쟁이가 됐대. 너희 아버지도 좀 바쁘냐? 대화를 못해서 너희들이 빗나가면 내가 얼마나 가슴 아프겠냐. 그러니까 오늘은 대화를 해야 돼." 그러면서 3부자가 대화하려고 마주 앉았는데 안하던 대화가 갑자기 됩니까? 그래서 "아버지한테 할 말 없니?", "없습니다" 그냥 앉아 있으니 심심해서 공부하라고 보내 버렸어요. 목사 가정부터 부자간에 대화가 없이 겉도는데 기업하는 분들, 장사하는 분들, 더구나 정치하는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부자간에 겉돌고 부부간에 겉도는데 우리 사회가 건전해지겠습니까?

부부든 부모 자식이든 진정한 삶의 대화가 그 속에 있고, 서로간에 사랑의 관계가 있을 때 행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 아닙니까. 우리 사회를 보다 사람 살 만한 세상, 정말 백성들 한 사람 한 사람 높은 자리에서부터 민초에 이르기까지 삶에 보람과 웃음과 행복이 깃들이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위대한 정치가가 되어서 나라를 움직이는 것 이전에 자기가 있는 그 자리에서 대안을 찾아서 제시하는 일에 여러분들이 미리부터 눈뜨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