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bar  bar bar

국민대학교 교육학과

민족애와 인간미를 겸비한 최고실력의 교육전문가 양성

THE DEPARTMENT OF EDUCATION

Home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목요특강공지

  강연제목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
  43 회
  초청연사 조안리 (작가)
  강연일시 1996년 09월 05일
  강연장소 본부관 학술회의장
  조회수 23292 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아마 제가 여기 초대된 게 사업인으로서보다는 작가로서 초대를 받은 것 같은데, 제 책을 한 권이라도 읽으신 분이 몇 분이나 되시는지요?

첫 번째《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은 제 개인적인 이유로 출판했는데, 그 책이 나오고 난 후에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많이 받았어요.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용기를 얻었다, 살아가는 데 하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이었어요. 용기를 얻었다는 것은 용기가 없었다는 얘기니까 왜 그렇게 용기가 부족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여러 군데 나가서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런 것에 대해서는 꼭 얘기를 해야 되겠구나 싶어서 세 번째《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수필집을 작년 말에 냈습니다. 사람들은 사랑과 성공을 이루었을 때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좇는데, 그 두 가지,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그것을 원하면 능동적으로 잡으려고 해야지, 누군가 갖다 주기를 기다려서는 절대 안 옵니다.

그래서 오늘 강연도 제 책의 제목에서 있듯이 기다리지 않는다는 데 초점을 두어 얘기를 하겠습니다. 오늘 제 강연이 끝나고 난 다음에 용기가 없으셨던 분들 같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앞으로는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한 번 해보겠다, 아니면 여태까지 그럭저럭 살아왔는데, 오늘 집에 가서 앞으로의 인생 계획이라도 한 번 세워 보겠다는 마음이 생기셨다면 제 강연이 성공한 걸로 알겠습니다.

사랑과 성공의 시작이 어디인가요? 아마도 꿈으로부터일 거예요.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사실 꿈을 별로 키워 주지를 않습니다. 옛날 역사, 여태까지 있는 정보를 자꾸 암기를 시키는데, 그것보다는 그것을 기초로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가 더 궁금하잖아요. 저도 21세기를 먼 훗날의 얘기로 생각했는데, 지금 바로 우리 코앞에 다가와 있죠. 여러분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꿈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과연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또 하나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런데, 그 두 번째 내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고 내가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질문을 똑바로 하려면 내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아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본인한테 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희망이 없고 꿈이 없으면 사람이 살 필요가 없죠? 일단 태어났으니까 뭔가 해 보고 어떤 사람 같이 되고 싶다고 하는 자신이 원하는 게 있어야 됩니다. 제가 딸 둘을 키우면서 때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제가 꼭 물어 봅니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자꾸 질문을 받은 사람은 내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학교도 그냥 가고, 결혼도 부모가 알아서 중매 서서 해주시겠지 하는 사람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일생을 보낼 수가 있어요.

우리가 딱 한 번 태어나죠.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습니다만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라는 것은 다 똑같습니다, 부자도 하루에 24시간, 거지도 24시간. 그 주어진 24시간의 연속이 결국은 내 인생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성공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업을 키웠다, 명예를 얻었다는 이른바 우리 사회에서 보는 잣대로 봤을 때 제가 성공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제 자신이 그래도 성공했습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저대로의 철학, 가치관에 의해서 부끄러운 일 안 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은 질시를 받아가면서도 성취해서 내 나름대로 어떤 만족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성공을 하고 싶다고 할 때, 그 성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각자 다 다릅니다. 나한테 중요한 것을 이루었을 때 그것이 성공이지요.

아까 꿈, 이상, 비전이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나는 하루종일 노래를 해야만 즐겁다, 아니면 하루종일 영화를 보면 세월이 가는 줄 모른다는 뭔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 또 그것을 위해서는 세상의 무엇이라도 희생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없으면 찾아보세요! 가슴속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여태까지 교육받아 오는 과정에서 마음대로 꿈꿔 보라고 누가 옆에서 부추겨 주지를 않았어요.

여러분들도 제가 살아온 배경과 별로 다르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소리가 하라는 소리보다 더 많았을 겁니다. 자꾸 추어주시는 분, 넌 이걸 잘하니깐 더 해보라고 하시는 분들의 말씀은 듣고, 왜 넌 이렇게 못하느냐, 넌 앞으로 큰일이다 이런 말씀에는 조금 귀를 닫아도 좋을 거예요. 제가 결혼할 때 온 세상에는 하지 말라는 사람밖엔 없었어요. 제가 정말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또 '나는 원하는데 상대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주위에 물어 볼 사람이 없어요. 물어 보나마나 뻔한 대답이니까 혼자 또 둘이서 정말 엄청난 고생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런 갈등까지는 아니더라도 다 자기네들대로의 작은 갈등이 있을 겁니다. 그 때 필요한 것은 남이 뭐랄까 하는 것보다는 내가 이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또 나를 정말로 위하는 자기 사랑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는 남 위해서 사는 사람이 제가 보기엔 너무 많아요. 체면, 가문, 남을 위해서 살다 보면 내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 나가는 데는 나밖에 없어요. 이기주의적으로 나만 위하라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유일한 존재의 모임이 가정이고 사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대신 아파 주고 싶죠? 아플 수가 없습니다. 제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5∼6년 동안 굉장히 신체적으로 안 좋았는데, 그분을 걱정하는 마음은 있지만 과연 어떻게 아픈지는 내가 몰라요. 또 일하고 돌아와서 아파서 어떡하냐고 같이 걱정하다가 잠자리에 들면 전 그냥 잠들어 버려요. 아침에 일어나 보면 그 분은 고통 때문에 잠을 한잠도 못 자고 밤 사이 깨어 있었는데, 고통을 같이 나누지 못한 나대로의 고통도 있지만, 그 고통 자체를 내가 대신해 줄 수는 없어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들이 여러분들을 끔찍이 위하시는데, 그 분들이 아무리 여러분들을 사랑해도 여러분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어요. 결국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고독한 거고, 자신을 사랑했을 때 남도 돌아볼 수도 있고, 그 사랑이 자식한테도 가고 부모한테도 가고 배우자한테도 가는 거라고 저는 살아오면서 느꼈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귀중한 나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열심히 생각을 하죠. 무엇을 사다 줄까? 건강엔 뭐가 좋다는데, 어딜 데리고 갈까? 그런 식으로 나에 대해 생각을 한 번 해보세요.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내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하루에 24시간밖에 없는 그 짧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면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또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 자신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남한테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 하루 24시간이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가면서 나라는 인격체가 형성이 되기 때문에 그때 그때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서도 어느 방향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 자기를 가꾸는 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능력이 없다," "누구는 재주가 많다," "누구는 머리가 좋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인간이 자기가 가진 능력의 30%를 발휘하고 죽으면 많이 발휘하는 거라고 합니다. 우리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얼마만큼 자기 자신한테 기회를 주고 도전하느냐에 따라서 무능한 사람, 유능한 사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영어 스피치 컨테스트에 나가라 하길래 내가 감히 어떻게 스피치 콘테스트에 나가냐고 하다가 다시 바꿔서 생각을 해보니까 못나갈 것도 없더라구요. 2등상인가를 받았는데, 하면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제 자신한테 기회를 주지 않고 '말재주가 없는 내가 감히 어떻게 웅변대회를 나가' 하고 안 했으면 아마 오늘날까지도 못한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요령 있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다만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연습이 안 되니까 못하는 거지요.

여러분들도 조금만 싹이 보이면 그것을 자꾸 키우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실패한 사람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회인데, 제가 보기에는 참 잘못됐어요. 여러분들은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용기 없다는 말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러나 실패가 없이는 성공이 없습니다. 옛날에 케네디 대통령이 아이젠하워에게 조언을 요청했더니 "장관을 기용할 때 역경을 거친 사람, 실패를 아는 사람을 쓰시오" 그 딱 한마디를 했다고 합니다. 실패를 겪지 않으면 사람이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화초를 밖에 내어놓으면 죽습니다. 비바람 맞고 견뎌 낸 나무가 튼튼하게 자라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기고를 나오고 서울대를 나와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이른바 성공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위험한 사고방식이에요. 직장을, 예를 들어 삼성에 가고 싶었는데 시험에서 떨어졌다. 그게 하나의 거름이지 낙인이 아닙니다. 이번 실패에서 하나 배웠으면 그 다음에 그 실패를 다시 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그러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넉다운시킨다면 그건 정말 실패예요.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집안이 굉장히 가난했어요. 성심학교를 다녔는데, 성심여대가 제가 대학에 들어가는 해에 처음 생기면서 4년 장학금, 생활비까지 나오는 외국식의 장학금을 딱 한 명만 준다고 했는데, 6년을 제가 1등을 했었기 때문에 자타가 공인해서 그 장학금은 제것으로 알았어요. 그래서 시험을 봤는데, 우리 반에서 5등인가 6등 하던 애가 그 장학금을 타고 제가 떨어졌어요. 그리고는 제가 일주일 동안 학교를 못 갔어요, 창피해서. 한 닷새쯤 지나서 교장수녀님께서 "이게 일생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널 아끼고 키웠는데 사람 잘못 봤다" 라는 말씀을 하셔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학교가 한두 군데도 아닌데 그까짓 장학금 대상에서 떨어졌다고 창피해서… '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은 나한테만 대단한 사건이지 남한테는 아무 사건도 아니에요. '걔 떨어졌어? 왜 그랬을까?' 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지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간다고 우기다가 서강대를 갔는데, 그러면서 더 좋은 일이 있었잖아요. 제가 성심대학을 갔으면 아마 제 남편을 못 만났을 겁니다. 우리 인생에서 하나의 실패를 그냥 실패로 받아들이지 말고 하나 배웠다, 좋은 것 배웠다라고 생각하고 또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실패가 없으면 도전이 아니죠? 쉬운 것은 누구나 다 하는 거니까요. 우리나라 과학원에서는 성공이 없으면 국고보조금이 안 나오니까 성공할 수 있는 것만 연구를 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그건 연구가 아니죠. 수많은 실패가 있어야 그 이후에 정말 대단한 발견이 나오는 거지요. 우리는 실패를 자꾸 죽여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정보사회는 어떻습니까? 반복이라는 게 없습니다. 창의력, 사고의 유연성이 있어야 새로운 생각을 할 수가 있고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암기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왜? 옛날에는 맹자, 장자 하면서 쫙 외면 그걸로 됐어요. 그러나 지금은 우리한테 쏟아지는 지식의 양이 3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답니다. 그걸 무슨 재주로 외웁니까! 또 기껏 외워 놓으면 묵은 지식이 돼 버리지요. 금방 또 다른 게 나와요. 그래서 그것보다는 어떤 정보를 받았을 때 그것을 판단하고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여러분들도 많이 들으셨겠지만 앞으로는 노하우(know how)보다는 노웨어(know where), 즉 어디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즉 정보가 재산입니다. 미국의 잡지《호프》지(誌)에서 매년 억만장자를 뽑는데, 빌 게이츠가 1등을 할 만큼 요즘은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부의 기준이고 지식의 기준입니다.

가치관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사회에서 출세했다고 하는 직업이 21세기에서는 없어질 수도 있고, 앞으로는 우리가 상상도 못했던 직업들이 인기직업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하기 싫은 건데 엄마가 하라고 해서 또 남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직업 같아서 했다가 없어지면 얼마나 억울해요.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그때 가서 인기직업이 안 되더라도 즐거웠으니까 본전은 찾지요. 우리는 또 공부하는 것, 목적의식이 있는 것만을 해야 쓸모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흥얼흥얼 노래를 한다든지 피곤해서 만화를 보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런 쓸데없는 짓 중에 우리한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참 많아요. 우리 어머니들이 "왜 쓸데없는 짓 하냐? 공부하지!"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참 잘못된 것 같아요. 사람은 쓸 데 있는 짓만 해서는 무미건조해서 못 살아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과 쓸데있는 짓이 적당히 균형이 잡혔을 때 정말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인 거죠.

생존에 바빴을 때는 문화생활을 쓸데없는 일로 쳤었지만 요즘은 예술가들이 대접받는 시대죠. 예전엔 영화를 딴따라다 뭐다 해서 아주 우습게 봤었는데, 요즘은 영화 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인기직종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날이 바뀌어 가기 때문에 우리는 현대의 잣대로 나는 공부를 못하니까 못난 사람,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임에 가서 잘 웃기는 사람, 큰 능력입니다. 그 장기를 어떻게 더 살릴 수 있는지 노력을 하는 게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지요. 그냥 따라서 하는 사람, 또 질문에 정답만 찾아내는 모범생 타입의 사람들은 앞으로 아마 살기가 힘들게 될 겁니다. 어떤 것도 대답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여태까지 오엑스의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맞는 것 틀리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획을 긋는데, 우리는 그 흑백 논리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봅니다. 우리같이 다른 나라에서도 수출만 좋고 수입은 안 좋다고 한다면 우리가 어디다 수출을 하겠습니까? 이제는 수출, 수입이 아니고 통상이에요. 또 우리 기업들이 외국에 가서 나쁜 평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완전히 죽여 버려야 이겼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서로 인간관계도 그렇고 상업관계도 그렇고 국가간의 관계도 그렇고 불균형한 관계는 오래 못 가지요.

그러면 앞으로 여러분들은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일단은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거나,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할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이 뭔가 이루어 놓은 게 있어야 되지요. 별안간 어제까지 못났던 내 자신이 사랑스러워 보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 자신한테 과제를 주세요! 예를 들어서 늦잠을 자는 사람은 내일 아침에는 5시에 일어나 보겠다, 또 시험공부 빼놓고는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이번 주에는 베스트셀러든지, 만화책이든지, 철학책이든지 책 한 권 읽어보겠다, 아니면은 저 친구와 꼭 한 번 친해지고 싶은데 저 친구와 커피라도 한 잔 해보겠다, 이런 조그마한 목표를 세워서 그 주에는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그것 하나만 이룩해 보세요. 나만 아는 것이지만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을 때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그 성공 다음에는 조금 더 큰 과제를 할 수 있지요. '물리가 지겨웠는데 어려운 책을 한 번 끝냈으니, 물리도 한 번 잘해 보자' 아니면 '친구 사귀어 보니까 괜찮다, 다음 번에는 여학생 한 번 사귀어 봐야지' 그러다가 그 여학생이 싫다고 하면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면 안돼요. 그 여학생만 있나요?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요점은 무엇이냐? 내 자신을 낮추지 말고, 내 자신을 자꾸 키워요. 언제나 기분 좋은 친구는 계속 보고 싶지요? 나 자신을 보고 싶은 사람, 문제가 있을 때 찾아가서 의논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친구라도 네가 하긴 뭘 한다고 그러냐는 식으로 말한다면 그 친구는 사귀지 마세요. 또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마세요. "그래 한 번 해 봐. 넌 이런 장기가 있으니 한 번 해 봐" 라고 자꾸 북돋워 줘야 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킬리만자로에 올라가는데 가이드들이 먼저 짐을 메고 갑니다. 2시간 걷고 30분 쉬는데, 걷기 시작할 때는 저기를 어떻게 올라가느냐 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어요. 한 발 한 발 걸어서 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인생을 살아 나가는 것도 똑같습니다. 과제를 자꾸 하다 보면 쉬워져요. 쉬워지고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우리 부모가 아무리 나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자기 자신대로의 기대치에 도달을 못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전 딸들에게 항상 이야기합니다. 엄마 기분 좋게 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기분 좋으면 되는 거다. 네가 최선을 다했는지 너는 알지 않느냐?

우리 대학생들! 넓은 세계로 나가야 하는데 안목이 굉장히 좁아요. 요새 아시아가 엄청나게 변하고 있어요. 다들 알겠지만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 그러는데, 일본은 이미 경제대국이 되었고,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지금 엄청나게 따라오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타일랜드 전부 변하고 있어요. 한국이 그 동안에 도토리키재기를 해서 거기보다 요만큼 더 나았다고 잴 때가 아니에요. 앞으로 살아 나가려면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공부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 저렇게도 살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의 유연성이 생깁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좋고 나쁜 것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것을 수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21세기를 살아 나가는 가장 큰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 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까지는 부모님들이 여러분을 컨트롤하셨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삶을 여러분 자신의 삶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전환기에 와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인간 나 자신으로서의 대장정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우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장기가 있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그냥 막연하게 PD가 될까보다는 내가 PD가 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까? 어떤 네트워크에서 어떤 로케이션에서 어떤 탤런트들과 어떤 내용을 만들까? 이처럼 자꾸 발전시켜서 구체화시키면 처음에는 좀 허황되게 생각을 했어도 나중에는 현실성을 가지게 되죠. 뚜렷한 목표가 선 다음에는 계획을 세워야 됩니다. 될까 말까 의심하지 마시고 일단 하겠다고 내질렀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세요. 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 뭐 어쩌고 할 때 아무도 오늘의 한국이 있으리라고는 꿈도 못 꾸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경제적인 기적을 이뤄 낸 나라가 인류역사상 유일무이하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부작용도 있었고, 이제는 다듬어 가야 하는 상황이 오기는 왔지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한 어떤 목표가 있고 열정이 있고 정말 원하는 것이 있으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도중에 분명히 실패가 있게 마련인데, 그럴 때 주저앉으면 좌절된 인생이에요.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한 번 두 번 세 번 칠전팔기로 다시 일어나서 그 실패에서 자기가 하나만 배우면 돼요.

제 딸들이 요새 어딜 가면 엄마 얘기만 해서 기분이 나쁘대요. 그래서 "염려 마라. 이것도 1년 후면 끝난다." 맞는 얘기예요. 인기인들이 인기 절정의 상태가 평생을 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기가 내려갔을 때 큰 위기를 겪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 나가는 데 있어 인생은 굴곡과 같아요. 올라가면 내려가야 되고 내려가면 또 올라가야 됩니다. 저는 등산을 하면서 항상 그것을 느끼는데, 꼭대기에 올라가면 뭐 있습니까? 다시 내려와야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목표를 정해 놓고 거기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여러분들 성공만 하면 세상이 끝날 것 같죠? 천만에. 성공했을 때 나를 어떻게 관리할 건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대신 성공했을 때 자만하지 않고 그 성공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인생을 큰 줄기라고 할 때 인생에는 또 미니 사이클이 있죠? 작은 프로젝트들을 성공시켜 나가다 보면 큰 프로젝트 끝내고 그게 성공하면 더 큰 프로젝트를 끝내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고, 성공하는 길이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행복인 거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책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정말 멋있는 이상적인 여성과 이상적인 남성이 결혼을 했다고 거기서 끝이냐? 그게 시작입니다. 우리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참 잊기 쉬운 것! 즐겨야죠. 제 자신이 경험을 해봐서 말씀드리는 것인데, 일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까 즐거움을 잊어버렸어요. 그러나 쓸데있는 것과 쓸데없는 것이 적당히 조화가 됐을 때 그게 인간다운 삶이지, 쓸데있는 것만 하다 보면 사람이 무미건조해지죠? 또한 자기대로의 철학, 가치관이 중요한데, 남이 한다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는 이것이 중요하다, 난 어떤 인생을 살아야 되겠다 하는 자기대로의 인생관이 있어야 됩니다. 나대로의 가치관, 철학이 있으면서 목표를 세우고 따라가면 그것이 결국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성공의 길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일시 초청연사   강연제목
48 1996-10-31 우재승   한반도 주변 정세와 남북관계
47 1996-10-17 김병익   신세대 문학의 수용을 위하여
46 1996-10-10 박광수   한국영화의 국제화
45 1996-9-19 이가형   역사의 아이러니 - 두개의 국적과 언어
44 1996-9-12 문성근   한국영화의 궁금증 풀기
43 1996-9-5 조안리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
42 1996-5-23 권영자   21세기와 여성의 사회참여
41 1996-5-16 김우창   오늘의 시대와 내면의 길
40 1996-5-9 금난새   생활속의 문화
39 1996-5-2 김원일   작가가 되는 길
38 1996-4-25 조영남   조광조의 후예가 현대를 살아가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