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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금 세계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문제는 무엇이겠는가? 인류 전체의 문제로는 기아와 질병, 전쟁의 공포, 자원의 고갈, 환경의 파괴, 그리고 도덕의 타락 등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민족의 문제로는 역사의 왜곡, 정권의 정통성 부재, 상식의 붕괴와 더불어 힘과 술수의 논리와 기회주의가 횡행하는 데서 오는 가치관의 혼란이 있고, 또 중앙집권적 전제왕조와 식민지의 역사에 기인하 는 자생적인 민주제도 전통의 부재가 있습니다. 또 획일성과 타율성에 의 한 사고방식에서 오는 자율성과 창의성의 빈곤이 있고, 분단의 현실에서 오는 냉전의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우리는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저는 우리의 이 대비자세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과 의욕이 부족하고, 공동체의식이 빈곤하며, 특히 노동자, 유권자, 시민들의 자각과 책임의식이 미흡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상과 그에 따른 정열이 부족하고, 반면 천박한 현실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변화의 시대입니다. 변화라는 말은 이 시대의 보편적 주제어이고 유행어입니다. 이 변화는 제3의 물결이라든지, 냉전체제의 붕괴라 든지,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든지, 또는 엑스세대라든지 아주 다양한 현상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변화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즉 그 방향이 무엇인가? 그 방향은 민주화, 세계화, 다양화, 분권화, 지방화 입니다.
우선 민주화를 보면, 민주주의의 중심과제가 자유와 평등의 사상이라는 이념적 관점에서 제도적 관점으로, 그것에서 참여민주주의라는 행태적 관점으로 변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참여민주주의의 시대입니다.
세계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경제질서의 측면으로서 자본, 상품, 정보의 국경이 소멸함으로써 생겨나는 세계화입니다.
정말로 지금은 경제전쟁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 질서의 측면으로서, 중세에는 고립주의와 할거주의가 주류였고, 19∼20세 기에는 민족, 국민, 국가가 중심이 되는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시대였습니다.
이에 반해 21세기는 세계가 통합적 질서를 갖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는 냉전질서의 붕괴와 더불어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이제는 냉전시대에서 오는 문제들 대신 핵무기, 환경, 마약의 문제들이 한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공통된 문제들로 대두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의존과 협력의 질서가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그 과도기로서 중첩적이고 복합적인 질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즉, 제국주의적 경쟁의 논리라는 경제논리와, 의존과 협력의 통합질서 논리라는 정치논리가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 다양화와 분권화를 살펴봅시다. 18∼19세기가 생산력의 시대였다면, 19∼20세기는 분배와 정의의 시대였고, 20∼21세기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라 하겠습니다. 즉 생산력이 발전하면서 여가시간이 확대되었고, 그에 따라 인간의 욕구가 발전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생존 그 자체가 문제가 되었지만 지금은 자아실현이라는 욕구의 단계로까지 발전한 것입니다. 따라서 예전에는 10인 1색의 시대였지만, 지금은 1인 10색의 시대인 것입니다. 산업구조도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그리고 주 문생산으로까지 변화가 된 것입니다.
분권화란 권력의 분산과 이동을 말합니다. 권력의 요소에는 물리력, 돈, 그리고 정보가 있습니다. 이러한 권력의 요소들 중에서 그 중심이 물리력에서 돈으로, 돈에서 정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산의 요소들 중에서도 그 중심이 토지에서 자본으로, 자본에서 정보와 기술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화와 분권화로 인해 우리의 삶의 모습은 분명히 변화를 겪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도 지금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이 지방화는 바로 참여 민주주의의 현장이라 하겠고, 경쟁과 자율의 원리에 충실한 행정개혁의 주도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세계화의 시대에 국가의 통제와 매개자로서의 역할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며, 지방간의 직접적 경쟁이나 교류, 협력이 늘어날 것입니다. 삶의 질과 경쟁력의 핵심이 지방으로 옮아간다는 이야기죠.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참으로 큽니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시아는 화해와 협력이라는 세계사의 조류와 평화정착과 대(對)아시아 교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미국의 동북아정책과 한국, 일본, 중국이 지닌 경제적 잠재력 등으로 인해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 고 있습니다.
또 특히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만약 남과 북의 통일이 잘만 된다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함은 물론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동북아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감상적 통일지상주의, 정략적 통일구호, 불신과 적대라 는 전반적인 냉전의식 등이 엄연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된 점들을 고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개혁과 창조적 도전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어떠해야 할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우선 올바른 가치의식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왜곡된 역사를 청산하고, 권위주의와 냉전의식을 청산하며, 기회주의와 힘과 술수의 논리가 사라져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상식이 회복되고, 신뢰가 바탕이 되며,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겠습니다.
제도의 정비도 뒤따라야 합니다. 시민적 통제제도로 정치렷旋ㅐ?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경쟁의 제도로 자율과 창의에 따른 효율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미래에 대한 이상과 정열을 지닌 진취적 기풍이 요구되며,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인류애를 지닌 개방적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젊은 세대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오르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는 일반적으로 현실에 많이 물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기성세대들은 냉전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쉽습니다. 여러분 새로운 세대는 이런 기성세대와는 달리 이상과 정열을 가지고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상은 현실과 대립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의 문제에 대한 각성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의 현실을 건설하고자 하는 구상이기도 합니다. 가능성에 대한 계획과 믿음은 몽상과 다르며, 가치와 정의에 대한 신념은 탐욕이 아닙니다.
이상의 실현에는 땀과 절제, 희생이 요구되며, 회의와 좌절의 위협이 있기도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동력은 바로 정열입니다. 그리고 성취되었을 때 느끼는 기쁨과 보람입니다.
삶은 선택과 결단의 연속입니다. 그 순간순간 속에서 기쁨과 보람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상은 현실의 문제에 대한 각성에서 출발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즉 우선 문제의식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역사의 경험으로 볼 때에도 문제는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끊임없이 해결되면서도 또 생겨납니다.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짓입니다. 문제를 찾아내어 그에 도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밖에 여러분이 지녀야 할 몇 가지 태도를 말씀드리고 제 이야기를 끝마치고자 합니다.
첫째로, 가치와 정의에 대한 믿음을 가지십시오. 둘째로, 보편적 진리와 법칙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십시오. 셋째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 사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넷째로, 흐름을 볼 줄 아는
통찰력을 기르 십시오. 다섯째는, 허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하겠습 니다. 마지막으로, 지식으로 포장한 궤변을 가려내어 경계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두서없는 제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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