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학생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즘 환경파괴 이야기들을 많이 하죠. 오존층의 파괴도 그 중 하나 입니다. 오존층이 파괴되면, 직사광선 또는 에너지가 큰 자외선이 들어와서 우리의 피부조직 또는 생태 계를 전부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러니까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인 CFC를 써서는 안 되겠다고 한 겁니 다. 그럼 무엇으로 냉매를 하느냐, 그 대체물질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도부터 KIST를 시켜서 이른바 HCFC라고 하는 냉매의 대체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내년에는 우리 나라도 우리 기술 가지고 생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간에 2000년대까지는 거의 CFC를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1940년까지 냉 매로 쓰던 것이 액체 암모니아입니다. 액체 암모니아가 우리에게 유독하니까 그 다음 CFC라는 것이 미 국의 듀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50년 동안 그 냉매로 인해 냉장공업이 발전해서 미국 같은 경 우에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죠. 그런데 몬트리올 환경협정이 나올 때 미국은 이미 CFC가 오존층을 파괴 한다는 것을 알고, 자기들은 대체물질을 개발했고 몬트리올 협정이 있는 그 해부터 양산단계에 들어간 것입니다.

여러분들 잘 생각해야 해요. 그러니까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뭐라고 하느냐 하면, 무슨 소리냐, 이제 까지 너희들은 한 50년 간 너희들이 다 망가뜨려 놓고, 돈 다 벌어먹고 이제 후발국들이 CFC를 내서 돈 을 벌려고 하는데 왜 그걸 막느냐 하면서 그것을 반대했어요. 그래서 지금 CFC에 대해서 몇 나라가 사 용금지 동의를 하고 있지만, 그 때 당시에 WTO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각자 나라마다 그것을 수용하는 나라도 있고, 수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고 그랬었습니다. 그러다가 92년에 여러분 잘 아는 리우 환경회의 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서 탄산가스의 양을 줄여야 된다고 했습니다. 탄산가스는 우리 지구의 보온작용을 하는 층입니다. 이 탄산가스를, 특히 동양에서 현재 배출하고 있는 탄산가스의 양을 절반을 줄여야 된다 는 겁니다. 그럼 그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범인은 무엇이냐, 그것은 화석연료입니다. 석탄, 석유, 화력발 전소 이런 것들 말이죠. 그러면 탄산가스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자 하면 결국엔 전기에너지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공업이나 이 관계 산업들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규정이 UR협정 속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또 뿐만이 아니라 가령 노동라운드라는 것이 있어요. 이것은 임금이 싸면 그 제품의 가격이 쌀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국제가격도 쌀 테니까 임금이 높은 나라의 물건들에 비해 물건값이 싸서 그 물건이 팔리게 되는데 이걸 규제하자는 거예요. 우리가 북한보다도 GNP가 1960년대에는 적었어요. 67년도에 비로소 북한을 극복했고 그 격차가 지금은 커졌지만, 어쨌든 우리가 그 때 싼 노동임금을 써서 물건을 생산을 했고, 그것을 국제시장에 팔았으니까 국제경쟁력이 있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국제규범에 의해서 15%면 15%, 20%면 20%의 노동임금 단가를 가격에 넣어야 한다, 노동자를 위해서 넣어야 한다고 하 면, 후발국들 그 나라들이 선진국들과 똑같은 가격으로 팔 때 국제경쟁력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것은 명 백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 과학기술 하는 사람들한테 대단히 쓰라림을 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테크 놀러지라운드라는 것, 기술라운드라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농촌에서 쌀생산을 하고, 우리 정부는 농수 매를 한다고 해서 80킬로그램 한 가마에 12만 몇 천 원씩 삽니다. 시장가격은 8만 원밖에 안 하는데 한 4만 원 정도는 농민을 보조해주는 겁니다. 농민의 생산에 대해서 생산단가를 보조해주는 것입니다.

그런 보조금도 규제하자는 것이고, 또 뿐만 아니라 우리가 기술개발을 한다고 할 때, 정부가 생산 이 전 단계, 파일럿 플랜트 하는 것에 50% 이상 보조금을 댈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아주 기초적인 것은 모 르지만, 좌우간 생산과 결부된 것은 보조금을 줄 수는 있되, 주는 비율도 좁혀들어 가고, 그것도 WTO 의 허락을 받으라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벌써, 여러분도 신문에서 보다시피, 금년 가을에 농민들로부터 양곡을 사들일 때 과연 4만원 정도 되는 갭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 가 되는 것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는 하나의 요구사항이니까, 이것을 하나의 협약으로, 국제협약으로 묶자 하는 것이 WTO입니다. 우리 과학기술적으로 볼 때, WTO에서는 다자간협상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서 국가와 국 가 사이의 분쟁을 없애고, 모두가 대화로써 다자간 동의에 의해서 컨센서스를 얻자는 것인데, 끝내는 어 디로 가느냐 하면, 무관세, 관세가 없는 장벽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결국 WTO체제가 진행이 되면, 제가 보기에는 2천 년 조금 지나면 무역장벽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될 때, 어떻게 되느냐, 사람도 제품도 돈도 국경없이 왔다갔다합니다. 미국의 쌀 마음대로 사올 수 있 고, 우리나라 쌀 마음대로 보낼 수 있다는 말이에요. 결국 WTO체제가 운행이 되면, 우리가 다 알다시 피 글로벌리제이션, 세계화가 되어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다 공평한 입장에서 다 잘먹고 잘살자 하는 것이고, 말하자면 무한경쟁시대가 하나의 뜻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또 거기에는 무엇이 있느냐 하면, 기술에 대해서 지적 보호를 단단히 묶어 놨어요. 지적 재산 권 보호를 견고하게 해놓았습니다. 우리가 어디 가서 기술을 사려고 해도 기술을 못 사와요. 앞으로 어 떤 세상이 돌아오느냐, 기술과 기술을 맞바꾸는 세상이 돌아올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의 기 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 너희는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이런 기술을 갖고 있으니까 서로 맞바꾸자 하는 것이지 기술을 돈주고 사올 수가 없어요. 글로벌리제이션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 똑같은 입장에서 경쟁하자는 것인데,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공업이 세계 5위다 6위다라고 하지만, 가령 쏘나타가 되었든 프린스가 되었든 이것하고 도요타, 폴크스바겐 이런 자동차가 서로 국경없이 드나드니 까, 비교해서 어떤 것이 더 좋은 성능이고 어떤 것이 더 쾌락을 주는 자동차이냐에 따라서 물건이 팔리 고 안 팔리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어떤 경제학자는 앞으로 세상은 10년 안에 기아현상이 세계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아프 리카의 어떤 나라들에서는 기아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제 다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 가 배가 부르면 다른 생각이 들죠. 앞으로 21세기에서의 제품은 고급형, 디자인이 좋은 것, 인간이 쓰기 에 편리한 것, 자연훼손에 관련이 없는 것, 이러한 것들을 구비한 물건만이 살아 남을 수가 있다, 이렇 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쏘나타가 외국의 포드자동차나, 도요타자동차와 똑같지 않 으면, 그것보다 성능이 좋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이 대등원리 그것이 바로 양육강식의 원리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으려면 전략기술로써 세계화를 하자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세계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 할지 모르지만, 과학기술 하는 한 사람으로 볼 때, 세계화는 자기가 하고 있는 곳에서 일등이 되고자 하 는 거예요. 세계에서 1등이 되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1등, 물건을 만들 어도 1등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학자가 되더라도 세계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학자가 되어야겠다는 겁니 다. 그래서 세계경영에 우리가 참여하고, 그래야 살아 남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세계화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인데도 자꾸 무역에서 적자가 나고 하니까 자기들이 반성을 했어요. 그래서 1987년에 MIT에 있는 석학들을 동원을 해서 분석을 했어요. 왜 미국의 산업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이냐, 그것을 보고한 책자가 있어요.《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책입니 다. 미국이 왜 이렇게 되었느냐 하고 이 책에 나와 있는 골자가 우리나라의 현실하고 똑같아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되는 것이 나오는데, 첫째는 짧은 안목, 안목이 짧아서 투자를 짧게, 적게 했다고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연구와 생산의 연결고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산학협동이라고 우리가 보통 그러는 그것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교수님들이나 누가 개발한 다음 그것을 공장에서 제품으로 만들어내려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이전하는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하는 생산기술에 이르기까지 이것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진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과학기술인력을 중요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과학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건데 그 인력을 크게 양산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미국의 과학기술자 상당수가 외국인이에요. 그런 사람들 교 육시켜서 내보내면 다 본국으로 돌아가요. 네번째는 기업이 너무 첨단기술에만 몰두를 했다, 말하자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그러한 중소기업들을 등한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 꼭 들어맞는 그런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행정부에서는 그것을 가지고 완전히 과학기술 개발정책을 새롭게 해서 총력전으로 나옵니다.

일본은 무임승차한 나라죠. 미국의 개발된 기술을 금방 갖다가 손으로 쓱싹해서 세계시장에 팔아먹는 게 일본입니다. 트랜지스터의 원리는 미국의 시카고대학에서 나왔는데, 그것을 그대로 수입해서 거기다 가 전자적인 것을 가미해서 나온 소니회사가 트랜지스터 가지고 돈을 엄청 벌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라고 하는 것은 독일 것이에요. 광학렌즈는 독일이 제일 발달했으니까. 그래서 젊었을 때만 하 더라도 부잣집이나 라이카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그 원리를 그대로 들여다 가 디지털로 만들고 반도체 조금 집어넣고 해서, 찍으면 날짜, 시간 들이 박혀나오는 식으로 장난을 많 이 붙여서 부가가치를 높여놓은 것입니다. 세계시장을 석권했죠.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배가 불러지면 불 러질수록 재미있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니까 모양이 근사하고 작은 것을 좋아하는 거죠. 결국 몇 년 전에 라이카 카메라 회사는 파산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비디오카메라, 보통 카메라로 세계시장을 다 석권했 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의 경제가 돈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금융산업으로 돈을 만들어서 과학기술에 투 자를 해서 커간 것인데, 여러분들 알다시피 지난 4월부터 엔고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엔고 현상은 일본 사람들이 잘못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이 가만히 보니까 일본은 완전히 무임승차해서 는 세계시장을 석권하면서 자기들 국가의 흑자를 자꾸 늘려가고 있으니까 안 되겠다, 너희 맛 좀 봐라 해서 내놓은 정책이 엔고 현상입니다.

제가 정부에 있을 때 회담을 했어요. 93년 회담할 때, 이제 우리는 모방과 개량의 기술을 이제 더 이 상 쓰지 않겠다, 모방과 개량을 탈피해서 창조와 혁신의 기술을 창출하겠다고 일본이 그랬는데, 그래서 제일 먼저 내놓은 것이 선샤인 기업, 바로 배터리 개발계획이었습니다. 여러분들, 배터리 하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조그만 로켓 배터리를 연상하지만, 2차전지를 이용해서 쓸 수 있는 그런 배터리, 즉 시계, 카 폰, 핸드폰 속에 들어가는 그런 배터리의 개발이었는데, 지금 세계시장에서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지가 맞으니까 요새는 뉴선샤인 개혁이라고 해서 또 시작을 하는 거죠. 그래서 자기들 나름대 로의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정책을 하기 위해서는 개량과 모방에서 탈피해서 기초과학을 튼튼히 해야겠다 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가 장관의 자리에 있을 때, 한국과 일본이 국제공동연구를 하자, 우리 한국은 국제공동연구를 해야 된다, 안 해 가지고는 안 된다, 우리가 선진기술을 들여오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세계무대로 나가 야 한다, 국제공동연구도 하고 외국에 연구소도 세우고 또 외국의 연구소도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도록 하고, 개방화된 이런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공동연구소를 하자고 하면, 한 번 쓱 보고 5년 이내에 기술개발 가능성이 있는 제목은 지워버립니다. 다음으로 미뤄도 된다는 겁니다. 지금 무엇을 국제공동연구를 하느냐, 아주 기초적인 것, 2, 30년 후에나 산업에 관련 있을 것만 연구를 합니다. 엔지니어를 교육시켜 보낼 때, 절대로 한 달 이상 묵히지 않습니다. 길어야 보름, 겉만 훑어보 고 보냅니다. 저는 이것을 뜯어고치기 위해서 덤벼들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같은 나라는 어떠냐? 등소평 둘째딸이 여기 와서 강연을 하는데, 중국은 기초과학에서 한국보다 월등히 좋다, 우리는 수소폭탄 실험도 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 와서 서로 교류를 하려고 하는 이유 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생산기술, 기초과학으로부터 생산기술로 제품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 우기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자본주의경제하에서의 시장경쟁원리, 경영의 방법을 배워야겠다, 이 두 가 지를 배우기 위해 한국과 밀접한 협력을 강화해야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제가 중국을 서너 번 갔었는데, 가서 정부의 고위관리를 만나서 중국하고 수교한 게 92년인데, 자동차 나 전자교환기를 사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사람들은 안 사줘요. 폴크스바겐도 돌아다니고, 미국 의 AT&T회사 제품도 다 들어와 있는데 왜 안 사주느냐면 조금 두고 봅시다 하고는 안 사줘요. 93년 10 월 초에 저와 그쪽 과학기술담당 부총리격하고 협약을 할 때, 저녁을 한 번 같이 먹자 해서는 뭐라고 하 느냐 하면, 한국은 염치도 좋다, 작년에 수교해 놓고 자동차 사라 왜 이러느냐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폴 크스바겐 등은 왜 돌아다니냐 하니까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동양사람 아니냐, 동양사람은 신세 지면 꼭 갚는다, 폴크스바겐 회사에서는 7년 동안 우리 젊은이들을 교육시켜 줬다, 미국의 AT&T회사 에서는 우리 전자통신기술자들이 계속 훈련받고 왔다, 일례로 일본자동차 여기 돌아다니는 것 봤느냐, 중국에 일본자동차 없다, 8년 전에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훈련을 시켜 달랬더니 안 된다고 거절하더라, 5년 후 자동차 사 달라고 하기에 '이 배신자'하고서는 절대로 일본자동차는 중국에 못 들어온다 그랬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냥 수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연구, 공동생산, 공동판매 파트너십이 아니면 안 되겠다 는 것이에요. 그래서 하룻밤 사이에 관계관과 협의해서 항공기, 자동차, 원자력, 생명공학 이런 기술에 우리가 공동연구, 공동생산, 공동판매를 한다고 하는 원칙을 세웠어요. 다시 말하면 중국사람들은 절대 로 물건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원자력발전소를 중국에 지어준다 신문에 나지만, 턴키베이스로 가는 데 아닙니다. 거기 에는 저희들 기술자가 꼭 들어와 있어야 하고, 저희 자본이 조금이라도 들어와 있어야 하고, 한국하고 같이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3억이 벌어서 12억 인구를 먹여 살 려요. 5억이 벌어서 12억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때가 되면 중국은 세계 1등 경쟁국가가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거리거리마다 과학혁신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말하자면 국가경쟁력을 제 고하겠다는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보면, 앞으로 21세기에 대비해서 나름대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지난 8월에 영국에서 IUPAC(국제순수응용화학협회)가 열렸는데, 우리의 화학공업 제품이 수출한 양이 세계 10위입니다. 93년까지는 세계 13번째였는데 캐나다, 벨기에를 제치고 10번째가 되었어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태리, 중국, 스페인, 그 다음이 우리나라예요. 그리고 신문을 보니까 우리나라의 무역고가 세계 11위인데, 우리나라의 국력이 그렇게 컸어요. 또 체코 다 루마니아다 이런 나라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코리아도 알고 서울이 제일이다 그래요. 88올림픽 때문에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말하자면 국위가 올라갔어요.

그런데 과학기술의 책임을 맡고 있었던 저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가슴이 지금도 답답해요. 한 번 보십 시다. 무역고가 그렇게 크고 우리 화학제품이 많이 나가는 것은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남겨먹고 있느냐 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 요새 많이 쓰는 노트북PC 한 대 생산가가 1,350 달러입니다. 그 중 75%의 돈이 일본, 미국, 대만으로 나갑니다. 우리는 25% 얻어먹어요. 주문형 반도 체 기술을 만들면 70%가 밖으로 나가야 됩니다. 우리는 30%밖에 못 얻어먹어요. 자동차 세계 5위다 6 위다 그러지만, 자동차기술에서 엔진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을 국산으로 커버를 했지만, 아직도 30%가 밖으로 나가야 해요. 그러면 과연 우리가 얻어먹는 것이 몇 %냐 하는 것인데, 그것이 세계 10 위, 11위라면 우리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서 얘기했지만, 미국 같은 나라가 첨단기술, 항공기, 인공위성을 만들고 레이 더 응용기술을 개발했지만 그런 첨단기술에 의한 제품이 경제에 기여한 것은 13%밖에 안 됩니다. 일본 이 20%, 나머지 70∼80%는 다 재래식 기술에다 요새 나온 첨단기술을 가미해서 부가가치를 높인 것입 니다. 우리 국가의 정책에서 항상 앞서가는 첨단기술은 대기업들이 해야 돼요. 그리고 금방 얘기했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은 중소기업이 해야 해요. 그래서 요새 중소기업을 어떻게 지원한다 하고 얘기들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어떨 것이냐? 앞으로 2000년대에 가면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 우선 금년 의 GNP가 1만 달러를 넘어선다는데, 세계경제사학적으로 보면 GNP가 5천 달러일 때, 1만 달러일 때, 1 만 7천 달러일 때, 그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서 그 나라가 크게 달라집니다. 5천 달러일 때, 무 슨 사건이 있었느냐 하면 87년에 무역흑자가 됐어요. 맨날 적자이다가 흑자가 되었어요. 그랬더니 쓰고, 먹고, 개방화 등 외국에 마구 나가고 했죠. 그래서 외화소비 다하고 말았어요. 지금 우리가 1만 달러 시 대에 도달했는데 경제발전에 따라서 의식구조가 또 달라집니다. 이것을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할 것이냐에 대해 모두가 잘 생각해 봐야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결국 왜 우리가 WTO에 들어가야 하느냐? 왜 우리가 세계화를 내세우고, 우리가 왜 21세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운운해야 되느냐? 저는 진리를 믿는데, 우리나라의 속담이 바로 진리예요. 우물 안 개구리, 국제적으로 고립해서 살아서 우리에게 남는 게 뭐가 있어요. 우리가 국 제적으로 고립해선 살 수 없어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해요. 주변에 호랑이, 호랑 이들뿐이죠. 이것을 잡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요. 그런 형편이 바로 21세기예요. 우리의 의식구조를 바꿔 야 해요. 우리의 머리를 아주 완전히 바꿔야 하고 새로이 정립해야 해요. 과학적 사고방식이 되어야 해 요.

여기 모인 학생들이 모두 다 과학기술계통의 학생들은 아니지만, 21세기의 과학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불(三不) 과학기술로 갑니다. 한마디로 인간중심의 과학기술로 갑니 다. 세 가지의 '不'자가 뭐냐?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우선 그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하나가 불안, 인간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과학기술입니다. 식량문제가 어떻게 될 것이냐 하는 식량과학기술, 의학기술, 천재지변에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 하는 그런 기술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안한 요소를 해결 하는 과학기술이죠.

두번째는 인간의 불만을 해결하는 기술로서 이른바 교통문제, 공해문제 등을 해결하는 기술입니다. 또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과학기술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불가사의한 현상, 즉 뇌의 기능, 암의 원인과 치료, 텔레파시 현상 등의 인간이 지닌, 현재 풀리지 않고 있는 현상 등을 해결하는 과학이 발전할 것입 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하시는 분들은 기계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 어떤 것을 하든 간에 그 러한 방향으로 가야만 훌륭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40년 간을 교단에 있었는데, 수많은 학생들을 내보내면서 한 마디 얘기를 꼭 했습니 다. 즉 젊은이에게는 실의와 절망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지만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이 있죠. 여러분들, 항상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 나 덧붙인다면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들 혼자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셔야 합니다. 그랬을 적에 우 리가 어떻게 되어야 하고, 여러분들의 포부와 생활관리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아시게 될 겁니 다. 희망찬 여러분들의 장래에 기대를 걸면서 이것으로 두서없는 제 얘기를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