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현황 및 활용방안

안녕하세요, 정해룡입니다. 오늘 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은 인도 IT산업의 세계적 위상이 어떤지를 살펴보고,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어떤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인도 소프트웨어 및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서로 비교하면서 우리 한국의 엔지니어들도 업그레이드된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조명해 보고, 마지막에는 IT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인도에 간지 한 7년쯤 됩니다. 제가 처음 인도 갈 때만 해도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인도 간다고 하면 제 친구들도 인도네시아에 가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인도는 굉장히 먼 나라입니다.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가야 하는 나라입니다. 여러분들은 대개 인도하면 TV에서 보듯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인도는 그렇게 간단히 정의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인도는 지금 인구가 10억 4천만명 정도 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3, 4년 내에 중국보다 많은 인구를 가질 것이라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몫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거기서 셋째를 낳았거든요. 인구는 많지만 전체 GDP는 한국과 비슷합니다. 1인당 GNP가 한국 사람의 1/20이라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전체 산업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정도입니다. 상당히 많은 분야가 IT산업에 의해서 움직여진다고 할 수 있지요. 5년 전만 해도 IT산업이 약 2%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급성장을 했습니다. 저희들 예측으로는 2010년까지 약 20% 정도까지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IT산업은 매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성장한다고 하는데 한국은 약 12% 정도 성장한 반면에 인도는 40% 이상 성장하였으니 초고속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고도의 성장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기업은 거의 대부분 인도의 IT산업과 직,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대단한 것이죠. 그리고 IT산업이 성행하는 도시가 여러 곳 있습니다만 특히 실리콘 밸리라고 부르는 곳은 인도 남부지역의 데칸고원, 뱅갈로 쪽을 말합니다. 그러나 현지 사람들은 밸리가 아니라 실리콘 스테이트라고 합니다. 이 뱅갈로는 한국의 대관령과 비슷한 고도를 가진 곳입니다. 날씨가 화창하기 때문에, 한국의 초봄 같은 날씨가 일년 내내 지속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많은 외국 IT기업들이 들어와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유명한 IT기업들이 다 있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상업도시인 봄베이가 있고, 이 밖의 몇몇 도시들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는 IT산업을 약 100여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북미 쪽에 61%, 유럽 쪽에 23% 정도 수출한다고 보면 됩니다. 북미 IT산업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인도 IT산업이 주고 있는 것이죠.

제가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시겠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핵 분쟁이 잠깐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핵실험을 계속하면 대외수출 봉쇄정책을 일으키겠다고 해서 6개월 정도 인도 경제를 봉쇄한 일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인도는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 자급자족을 하는 나라입니다. 식량뿐만 아니라 지하자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봉쇄 정책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스스로 그 봉쇄정책을 풀었습니다. 왜냐하면, 인도 정부에서 미국에 가 있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정부 비자를 회수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한 마디로 미국 전체 경제가 마비됩니다. 미국 기업의 연구소에 있는 엔지니어 중 30%가 인도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CEO 중 50%이상이 인도 사람들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미국의 경제에 미치는 인도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시겠죠?

여러분도 TV를 보면서 소가 있는 나라, 가난한 나라가 인도라고 많이 생각하셨죠? 물론 어떻게 보면 상당히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10억 인구 중에 5억 정도의 인구가 여전히 하루에 한 끼 정도를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런 5억 정도의 사람들만 방송을 통해 한국에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도의 또 다른 모습의 예를 들어보면 한국의 재벌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인도에는 약 4천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굉장히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곳이 인도라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너무 한 쪽만 편중해서 보도하다 보니까 인도하면 가난한 나라라고만 인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속내를 들여 다 보면 우리의 지표로 삼을 만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인도를 접근할 때 다각도로 조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도의 IT산업은 필리핀이나 중국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십년 사이에 인도는 IT산업에서 저가로 높은 품질을 생산하는 나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 IT산업의 리소스를 가장 많이 확보한나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인도 IT산업의 장점을 보면, 저비용으로 높은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벤처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형식적인 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은 굉장히 실용적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기 위해 여러 부처를 찾아다니면서 많은 서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STPI라고 하는 기관에서 그 모든 것을 다 해줍니다. 그리고 또 소프트웨어 회사에 대해서 법인세를 면제해 줍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입니다. 보통 한국의 경우 법인세가 약 40% 정도 됩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40%나 되는 법인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경쟁력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를 설립할 때는 산업용 토지에 세워야 하는데, 소프트웨어 회사만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주택단지에 회사를 세워도 상관없습니다. 용지 제한 없이 아무데서나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외국인 회사든 내국인 회사든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회사는 그러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회사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면으로 우수한 교육체계를 들 수 있습니다. 잠깐 여담을 하겠습니다. 인도란 나라를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들었겠지만, 인도를 6개월 다녀온 사람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도를 1년 다녀온 사람은 할 말이 굉장히 많습니다. 인도에 한 10년쯤 살게 되면 할 말이 전혀 없어지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7년 되었기 때문에 할 말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인도에 계속 살다 보면 새로운 것이 계속 생겨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유럽에 며칠 있어 보면, 유럽 문화가 대충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인도는 지역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이미지가 다가옵니다. 제가 사는 남부지역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다르고 북쪽의 델리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다릅니다. 특히 언어가 달라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인도의 돈에는 15가지 정도의 다른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각기 다른 지역 말들인데 15가지 모두 인도 정부에서 인정한 공용어입니다. 물론 제1 공용어는 힌두어이고 제 2 공용어는 영어입니다. 그러나 지역 말들은 단순히 중국어처럼 발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문자 자체가 틀립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생활 풍습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새로운 문화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어떤 문화는 굉장히 고급문화이고, 어떤 문화는 굉장히 저급문화이기도 합니다. 문화적인 차이도 극과 극인 거죠. 그래서 질이 낮은 문화의 인도사람을 많이 만난 사람은 인도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지만, 질이 높은 문화의 인도사람을 만난 사람들은 인도에 대해서 칭찬을 많이 합니다. 그들은 굉장히 신사적이고, 관대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 인심이 많고 우호적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해굉장히 배타적입니다. 상대방의 것을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2년씩 3년씩 그들과 같이 지내다 보니까 느껴지는 개인적인 소감인데, 이쪽 인도 사람들도 굉장히 겸손합니다. 그리고 양보를 잘 합니다. 이렇듯 인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반면에 한국의 산업문화는 굉장히 외향적입니다. 디자인이 많이 앞서가는 나라이죠. 그런데 인도는 디자인보다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에다 많은 비중을 둡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인도가 한국보다 자체적으로 먼저 자동차를 만든 나라입니다. 1940년대에 벌써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자동차가지금까지도 모양도 안 바뀌고 색깔도 안 바뀌고 흰색 그대로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는 타고 다니는 게 중요하지 다른 치장이 필요 없다는 것이죠. 한국처럼 다양한 차종이 나올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 컨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은 실용성에 중심을 두고 그것을 만들거나 사용하는 사람은 자연히 겸손해 질 수 있는 겁니다. ‘저 사람들은 왜 50년 동안이나 같은 종류의 차를 타고 다닐까, 한심하다.’라고 나쁜 식으로만 보면 우리가 배울 것이 없어집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 사람들이 굉장히 실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인공위성이 있습니다. 무궁화 1호인데 그 위성을 쏘아올린 곳이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의 뱅갈로에는 ISRO라는 우주항공연구소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인데, 여기에서 바로 무궁화 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인도는 결코 가볍게 볼 나라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못 했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정도니까요. 또한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미 오래 전에 핵미사일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도를 표현할 때 한마디로 줄여서 표현을 합니다. 인도는 15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나라라고. 또 이렇게 표현합니다. 핵미사일을 만들어서 소달구지에 싣고 가는 나라라고. 그게 바로 제가 바라보는 인도입니다.

핵미사일은 핵미사일 자체에 주요기술이 있는 것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핵미사일이 없지만, 핵미사일을 싣고 갈 수 있는 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변부에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핵심은 못 보고 지나쳐 가는 식입니다. 지금 한국은 학교교육이 산업교육을 못 따라가는 현실입니다. 제가 두 달 전에 '매일경제'에서 읽은 내용인데,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았을 때 2년 간 약 6천만 원 가량의 재교육 비용을 들인다고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일을 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수학과를 나왔는데 그 때는 전산과가 없었습니다. 제가 배운 최신 프로그램 언어는 포트란이었는데 회사 들어가니까 C 언어를 사용하고 있더라구요. 우습게도 저는 그때 C라는 단어가 비타민 C의 C인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한심합니까? 그러니 회사에서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하지요. 그런데 1년에 10만 명의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들어간다고 보면 이는 엄청난 국가적 손실입니다.

그러나 인도에 있는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인도는 교육제도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는 IISC라는 대학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세계의 모든 대학을 평가하여 공대의 순위를 매겼는데, IISC(India Institute Science College)를 17위로 평가하였습니다. 스탠포드나 MIT와 동급이죠. 또 IIT(India Institute of Techonology)는 인도 전역에 일곱 개가 있는데, 이 일곱 개의 대학도 50위권 안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결국 50위권 안에 인도 대학 8개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리스트에서 서울대는 800등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인도의 교육 수준은 높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인도의 교육제도뿐만 아니라 사회제도 자체가 굉장히 민주적입니다. 만약에 삼성전자에서 2조나 3조 정도가 이익이 난다면 엔지니어들한테 월급을 다른 직종보다 파격적으로 많이 지불해야 합니다. 의사보다도 많이 줘야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제 인도가 그렇습니다. IT산업의 엔지니어들이 받는 급여가 의사나 변호사보다 약 5배 정도 더 많습니다. 대학 교수보다 10배나 많습니다. 그만큼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들의 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라 합니다. 학생이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하면 온 집안이 도움을 줍니다. 부모형제 다 도움을 줍니다. 또한 학교제도도 아주 훌륭합니다. 학교에서 텍스트를 정할 때 산업현장과 연계된 텍스트를 선정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신입사원들에게 새롭게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아까 뱅갈로에 외국인들이 많다고 했죠? 인도에는 검은 계통과 흰색 계통의 사람들이 있는데 남쪽 사람들이 검은 계통의 사람들입니다. 남쪽의 뱅갈로에 있는 검은 계통의 사람들은 굉장히 순박합니다. 그래서 뱅갈로에 정착하기가 쉬웠습니다.

인도에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카스트제도가 있습니다. 카스트제도에는 네 종류가 있다고 교과서에서 배웠죠? 그러나 실제로 카스트는 수천 개가 넘습니다. 카스트란 말뜻은 직업이란 뜻입니다. 직업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것이죠. 그런데 다양한 카스트 중에서 접촉을 하면 안되는 등급이 있습니다. 삼천 개의 등급 중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들이 흔히 보던 빨래하는 사람들입니다. 인도를 소개하는 영화를 보면 빨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죠? 그런데 이 사람들보다 더 낮은 층의 계급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세요? 우리 같은 외국인입니다. 우리는 계급 자체가 없는 무계급의 신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피합니다. 가장 높은 계급이 승려인 브라만인데, 실제 승려인 사람은 몇명 안됩니다. 그래서 직업이 세습됩니다. 그것을 못 벗어나죠.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저도 일하는 사람을 데리고 있는데, 제가 부자라서가 아니라 인건비가 워낙 싸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건, 계급에 따라서 청소하는 곳이 다르다는 겁니다. 다른 청소나 일을 시키면 굉장히 기분 나빠합니다. 자기는 화장실만 청소하는 사람인데, 빨래를 시켰다고 기분 나빠합니다. 그래서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은 그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화장실이란 화장실은 다 청소하고, 빨래하는 사람은 빨래만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 명이나 사람을 둬야 되는지, 갑갑해지겠죠? 그래서 한 사람을 제대로 교육시켜 모든 것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북쪽에는 이런 관습이 심합니다.

이제 인도 사람들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담으로, 인도 사람들은 굉장히 지저분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영국에 이런 농담이 있어요. 두 갈래길이 있는데 한 길에는 독사가 있고 한 길에는 인도 사람이 있다면 어느 길로 갈 것이냐고 물으면, 독사가 있는 길로 간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경멸을 당하는 민족인데, 어쩌다 IT산업을 이끌게 되었을까요?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21세기를 이끌어갈 여섯 나라를 언급했는데 그 중에 첫 번째로 언급한 나라가 바로 인도입니다. 세계를 이끌어갈 초강국을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인도라고 본 거죠. 이것은 바로 IT 강국들을 의미합니다. 다행히 그 논문에 한국도 들어가 있더군요. 그러나 솔직히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인도 사람들의 천성 때문에 IT 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도의 어떤 강점을 배우기 이전에, 인도의 교육제도를 배워야 하고 인도의 IT산업을 배우기 이전에 인도 사람이 가진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굉장히 관대하고 평온합니다. 천성적으로 다른 것을 잘 받아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요. 이것이 왜 소프트웨어 산업에 도움이 되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그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보면 알게 됩니다. 인도 사람들은 대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음이 안 맞아서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일이 막힐 때 서로의 지식을 전부 드러내기 때문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TDX 교환기’를 개발했습니다. 예전에는 전화를 신청하면 1년에서 2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신청하면 바로 나오고 이사 가서도 그 번호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술을 개발해 낸 것이죠. 당시 대전에 있는 한국통신연구소와 네 개의 회사, 한화, LG, 삼성, 현대에서 각각 500명, 총 4000명이 7년간 연구해서 만든 것입니다. 250여개 나라 중에서 그 교환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당시 연구자들이 열 명, 스무 명씩 모여 1년 동안 연구한 것을 교류하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로의 의견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에러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한 엔지니어가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는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도 하지 않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가 바꾼 그대로 일을 하다 보니까 결과가 일치하지 않고, 자주 에러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겹도록 토론을 하기 때문에 의사전달이 안 이루어져서 일어나는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10개월짜리 과제라면 4개월 동안 토론과 기록 작업을 합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계속 토론과 기록 작업만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글로 전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무조건 서류를 남기는 것입니다. 사실 살다 보면 굉장히 불편한 습관인데, 이것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에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기술 축적인 것이죠. 서류로 남기니 다른 사람도 그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회사의 경우에는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큽니다. 어떤 사람이 퇴사를 하고 나가면, 그 사람이 가진 지식이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가 사표를 낸다고 하면 회사에서 난리가 납니다. 하지만 인도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모든 지식을 조직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니까 양질의 계획안이 나오고, 양질의 품질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하는데 굉장한 영향력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70, 80년대의 사회는 대량생산이 주도하는 사회였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이런 것은 잘 합니다. 어떤 패턴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추어서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잘 합니다. 정열이 있고, 의욕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IT산업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논리적인 일을 하는 사업에 있어서는 효율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성격이 급한데 언제 토론을 하고 계획안을 만듭니까? 빨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하는 관례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인도 사람들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인도 사람들의 단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는데 하나는 자발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임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시간관념이 없습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내일 못하면 모레 하면 되지, 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 예로 어떤 한국 사람이 인도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 인도 사람이 상당히 늦게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은 당연히 화가 났겠죠? 화를 많이 내는 한국 사람에게 인도 사람은 ‘당신이 만나자고 했는데 와 준 것만도 고맙지 왜 도리어 화를 내느냐.’고 말하더랍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도 인도 사람이 가진 이 세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용하는 능력, 토론하는 능력, 문서화를 잘하는 능력 등을 합쳐 놓으면, 세계에서 제일가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몬테소리 교육 받아본 적 있나요? 뉘앙스가 프랑스에서 온 것 같지만 사실은 인도에서 실용화한 것입니다. 인도에는 많은 학교가 몬테소리에 의한 교육을 합니다. 토론에 의한 수업을 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전 과목의 60%가 수학과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분석하는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주고 이 문제를 분석해서 풀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를 요구합니다.

여러분도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면 과거에는 공식을 이용해 여러 가지 관문을 통과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는 공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인생 자체가 의사결정의 연속일 경우가 더 많아지겠죠. 이런 의사결정의 기회는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아집니다. 그래서 부담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내가 결정을 잘못하면 회사는 망하게 됩니다. 누가 도와 줄 수도 없습니다. 인생은 의사결정의 연속인데, 이러한 것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의사결정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몬테소리 교육의 핵심입니다. 그런 교육을 계속 받고 자라다보니 인도 사람들은 토론을 아주 잘 합니다.

제 생각에는 각자 공부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 20대의 한 시간은 40대의 일주일과 같습니다. 가끔 제가 필요해서 일어를 공부하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20대 같으면 한 시간만 공부해도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도 제대로 모릅니다. 정말 20대의 시간은 중요합니다. 저는 20대 때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들을 죽을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이 회사에 들어간 처음 2년의 기간이 인생을 좌우할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제입니다. 대개 처음 2년 동안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게 됩니다. 처음에 들어와서 뺀질거리고 일도 안 하면, 나중에 그 이미지를 바꾸기가 굉장히 힘들어 집니다. 하지만 처음 2년 동안 열심히 하면 그 사람의 이미지가 평생을 갑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병역특례를 받아 군대도 안 가고 삼성전자 연구소에 들어갔는데, 처음 2년간을 집에도 가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고, 하루 22시간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더군요. 하루는 후배가 찾아와서 제가 고아인줄 알았다고 말하더군요. 남들이 다 그런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그 2년 동안에 했던 일들이 제 평생을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그런 일들을 열심히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한 일들은 그 사람들보다 더 잘 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처음 하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항상 일등이었습니다.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으니까요. 못해도 항상 일등이죠. 여러분들도 그런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일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허드렛일을 높은 위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2년 동안 남들이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굉장히 열심히 해서 상당히 중요한 일로 바꾸어 놓으니까 정해룡에게 일을 맡기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겠다고 하더군요. 그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20대에 결사적으로 해야 될 것은 그러한 일입니다. 놀러 다니고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러한 것들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이미 인생의 목표가 다 성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30대에는 뭘 하고, 40대에는 뭘 할 것인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 목표에 따라서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여러분 직장을 선택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것들이 있습니다. 다른 것은 안 보고 그 회사의 배경만을 보려고 하는 점입니다. 월급은 얼마나 주는지, 환경은 어떤지 뭐 이런 것만을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참 어리석은 짓입니다. 월급을 주지 않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을 잡으십시오. 그것이 올바른 선택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니던 회사보다 50만원 더 준다면 딴 회사로 옮겨버립니다. 또 다른 회사에서 100만원 더 준다면 또 옮겨버려요. 그렇게 옮겨 다니는 사람들은 평생을 옮겨 다닙니다. 10년 동안 2억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지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자리를 선택하면 그 사람은 나중에 연봉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100만원을 쫓아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중에도 똑같은 능력밖에 되지 않아 그렇게 쫓아다니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돈의 액수 문제가 아니라 지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지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수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통신 소프트웨어를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그것도 부사장으로 일을 합니다. 사실 저는 교환기에 대해서 전혀 몰랐지만 입사한 2년 동안 밤을 새워 관련 책들을 모두 읽어가며 다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공부할 때는 암기를 하면 절대 안 됩니다. 공부는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환기의 정의는 기껏 네 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5분이면 외울 수 있는 분량이지만, 그것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공부해야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암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스템은 세 가지 구조 밖에 없습니다. 사람 머리를 닮은 CPU, 눈이나 입을 닮은 IO장치 그리고 메모리 장치 그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를 공부해야지 휴대폰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그 시스템을 열심히 외워 봐야 그것밖에 모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전체구조를 공부하여 가슴으로 느끼게 되면 다른 것들도 다 보이게 됩니다. 휴대폰을 보면서 교환기 구조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문 경영인이 되고자 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세 가지를 공부해야 합니다. 지금 IT산업에서는 모자이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유능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모자이크 그림 아시죠. 성당에 가면 볼 수 있는 그림이죠. 각 가지 색의 유리를 모아서 한 가지 그림을 만드는 것 말입니다. 바로 그러한 각 가지 요소를 볼 줄 알고, 내가 필요한 요소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고 그것을 가지고 와서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혹은 내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사람이 IT산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만들 것이라고 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개방되어 있습니다. 지적 자산이라는 개념들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쟁사끼리 협력을 하고 정보를 공유해서 가장 빨리 가장 효율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제일 먼저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영능력, 앞에서 말씀드린 의사결정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세상을 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눈을 키우려면 법률을 배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메카니즘은 법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이해하면 그 사회가 흘러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신문에 수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법을 이해하게 되면 그 데이터를 정보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려운 법률문제는 변호사를 쓰면 됩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 안 됩니다. 변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과 변호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전문 경영인이 되려면 이 세 가지를 꼭 알아야 합니다. 전공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회사에 들어가 전문 경영인이 되고 싶다거나 회사를 차려서 경영을 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부터 이 세 가지에 도전을 하십시오. 이 세 가지를 하나 공부하는데 각각 2년씩 잡고, 6년만 공부하면 됩니다. 그러면 6년 뒤엔 전문경영인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제 말을 이렇게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