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 선배로서, 성북구청장으로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강연 제목을 정하여 달라는데 좋은 생각이 안 나서 상당한 고민을 했습니다. 올해 제 나이가 예순입니다. 제가 20살에 공무원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근 40년 간 공무원 생활을 한 것입니다.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거죠. 그래서 9급 공무원에서 1급 공무원이 되기까지, 그리고 민선 성북구청장이 되기까지의 제 삶을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9급에서 1급까지 그리고 민선구청장이 되기까지’로 정했습니다.

저는 별명이 여러 가지입니다만 그 중 하나의 별명이'감사인재'였습니다. 감사 아시죠? 저는 63년부터 78년도까지 건설부 감사계장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 78년부터 80년도까지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할 때 서정쇄신 담당관이었는데 총리실 감사관 역할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98년도부터 99년 말까지 서울특별시 감사관으로 근무했습니다. 저는 보직을 맡을 때마다 감사를 맡는 부서로 배치를 받았어요. 감사계장, 감사과장, 감사국장을 맡아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감사하는 자세, 감사받는 자세가 체질화되어 있습니다.

고건 시장이 민선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저는 98년 8월에 감사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 당시 '200억 주사 사건'이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서울시의 일개 주사라는 사람이 200억원을 착복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일단 이 일의 진위 여부를 떠나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6급 이상 공무원이나 일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민생 5대 취약분야 부조리 근절 대책'을 세웠습니다. 서울시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가장 많은 곳이 위생분야, 건축분야, 세무분야, 소방분야, 건설공사분야입니다. 이 분야에서 공무원들은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 이 분야에 근무하는 공무원 4000명 정도를 일제히 자리바꿈 해버렸습니다. 그 후로부터 자신의 근무지에서 비리가 생길 경우 일벌백계로 엄벌 하겠다고 선포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부조리 엽서 신고제도'를 도입해서 시민들 누구라도 비리를 듣거나 보았다면 엽서를 통해 시장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신고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민원실에서 시민이 시장실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는 핫라인 신고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서울시청 내무국장이 비리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그 분이 내무국장으로 있으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이 된 것입니다. 그것은 상당히 큰 사건이었습니다. 내무국장은 서열이 가장 높은, 시청의 핵심적 일을 맡고 있는 사람입니다. 결국 몇 가지 새로운 시도로도 비리가 완벽하게 척결되지 않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말한 '햇빛은 가장 좋은 살균제다.'라는 말에 착안을 두었습니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하면 이런 비리는 근절될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고위공무원 비리는 감사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민원신고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 민원처리를 받은 순간부터 그 처리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알려주는 시스템인데 그것이 지금 각광 받고 있는'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입니다. 민원신고를 접수부터 처리 경과와 결과까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그 민원을 접수한 민원인이 시청에 올 필요도, 전화할 필요도 없이 집에서 언제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시스템으로 비리는 근절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결정된 결과를 공개하는 제도는 많았지만,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제도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전세계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각 나라의 부패척도를 평가하는 '국제 투명성 기구'에 우리는 이 시스템을 알렸습니다.'국제 투명성 기구'의 위원장은 이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체계적인 시스템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99년 10월 달에 세계부패척결 회의가 있었는데, 고건 시장이 이 사례를 제일 먼저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작년부터 유엔 가입국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공무원의 신분으로 국민대 야간 법학과에 63학번으로 다녔습니다. 그리고 제가 63년 5월에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때 국민대는 경복궁이 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제가 출근하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2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죠.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200미터 걸어가서 등교했습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가 부산고등학교입니다. 그때 총장님이셨던 분이 명문 부산고등학교를 나와서 국민대에 다닐 수가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나온 부산고등학교는 그 때 서울대학교를 150명씩이나 합격시키는 학교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주경야독할 생각으로 입학 했다고 말씀드리니, 총장님이 특별장학생으로 학비를 면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그 전에 제가 서울대 법대에 낙방하고 재수하고 있을 때 시작했습니다. 겨울에 추운 날이었는데 시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두 줄로 서 있는데,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았습니다. 보니까 길게 서 있는 줄은 행정공무원, 짧은 줄은 재경직 공무원 줄이었습니다. 날씨도 추워서 짧은 줄에서 원서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63년 5월부터 건설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맡은 일들이 회계, 경리, 예산, 지출 등을 맡는 것이었기 때문에 감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재경직이 행정직으로 통폐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건설부의 감사실 감사주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건설부는 기술직이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건설 부처이기 때문에 사업현장이 많고, 큰 공사를 시행하는 사업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직은 일하기가 어려운 부서입니다. 한번은 공사현장에 감사를 나갔는데 그 현장의 공사 감독관, 업체 소장, 같이 감사 나간 직원까지도 같은 학교 선후배간이거나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저를 외톨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감사를 하면서 혼내줄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당시만 해도 감사일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열심히 공부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일부터 엄격하게 검토해서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다음부터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저를 무서워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때 생각한 것이 분야가 달라도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감사계장이 되어서 감사에 대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사전설계심사제도'를 도입해서 건설현장의 모든 일은 사전에 설계심사를 받게 하여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75년 3월 7일 월남이 패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볼 때 월남 패망의 원인은 공직 사회의 비리와 부조리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그것을 보고 각 부처의 감사계장을 모두 불렀습니다. 그리고 서정쇄신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일정 기간 동안 그 방안에 대해서 연구하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파견을 나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자기가 근무하는 부처로 빨리 돌아가려고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9급부터 5급까지 올라온 성실성을 발휘해서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성실했던 모습 때문인지 건설부에서 총리실로 발탁되었습니다.

총리실에서 있었던 일화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총리실에 한 민원담당관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국무총리에게 들어오는 민원을 맡았습니다. 하루에도 50건 이상 들어오는 민원들을 혼자 처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민원을 처리하였습니다. 그렇게 10년이나 일을 했답니다. 그 사람은 다른 부처에도 가보고 싶고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 사람 외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 사람 대신 제가 맡겠다고 자청해서 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혜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50건의 민원을 보니까 80%가 복사물이나 유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민원업무만 총무부에서 감사과로 처리하게 하고 그런 복사물이나 유인물은 총무부에서 종결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0%의 일은 취직을 시켜달라, 돈을 빌려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은 구제사업입니다. 민원사무 기본법을 살펴보니 그것은 민원실에서 맡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나머지 10%가 시정을 요하는 민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50건 가운데 다섯 건에서 여섯 건만 처리하면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무총리실에 들어오는 민원청구에 대한 방침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유인물과 복사물은 공람으로 처리 종결하며, 구제사업에 관계된 일 역시 부정부패 민원과 관계된 일이 아니므로 해당 부서에서 처리토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부처에 관계된 민원사항으로서 비리가 있거나 금품을 받게 된 경우에 한해 결과보고를 받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습니다. 하루 종일 해도 모자라던 일들이었는데 저는 30분만에 처리한 것입니다. 지금도 정부 합동 민원실은 제가 만든 제도하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지혜와 연구 그리고 성실성을 바탕으로 감사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저의 두 번째 별명은 '사회복지인'입니다. 지난번 구청장으로 당선된 이후에 사회복지인 당선자 대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제게 꼭 와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인도 아닌데 왜 가야 하냐고 물었더니,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관련된 강의를 하는 유일한 민선당선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인으로 등록도 되고 상패도 받았습니다. 그러면 제가 왜 사회복지인이 되었는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고향은 가난한 어촌 마을입니다. 가난한 어촌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성장하였습니다. 또 제가 국무총리실에서 서울시로 처음 발령 받은 곳이 은평구청 사회복지과였습니다. 은평구는 상당히 가난한 동네였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근무하면서 이곳 주민들의 집을 하나하나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 은평구 시민 복지회관 소속인 시립 갱생원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부랑자 청소년을 보호하여 갱생시키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이 죽어 나오더군요. 먼저 들어온 방장이라는 깡패 같은 사람이 사람들을 억누르고, 못 살게 굴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소년의 집'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미국인 신부님이 운영하고 있는 곳인데 그 곳은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께 말씀드려 시립 갱생원도 맡아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원래의 갱생원은 없어졌지만 부랑아들은 완전히 변화되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사회복지인의 개인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은평구 부구청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명지대학교에 지방자치 대학원이 생겨서 지방자치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방자치학과가 사회복지과와 통합이 되면서 지방자치와 사회복지를 동시에 같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1기 졸업생이다 보니 동창회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에 출입하는 일이 잦아지게 되고 저에게도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강의할 실력이 없다고 사양했는데 그 곳 관계자 분이 지금은 사회복지분야와 노인복지분야가 발전하고 있으니 그 중에 하나를 맡아달라고 해서 승낙을 했습니다.

제가 서울시 감사관으로 처음 발령 받았을 때 그 곳 주민들이 사회복지시설이 아주 엉망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비리조사를 해 달라는 많은 요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감사과 에서는 사회복지에 대한 자체감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사지도 점검을 하긴 하지만 자체감사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 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을 허가해주는 인허가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그리고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담당하는 교수, 그리고 공인회계사를 한 명씩 선정하여 혼합그룹으로 묶어 감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적발 위주의 감사가 아니라 운영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서울에 있는 30개 복지시설에 대해 분석을 하고 개선을 하는 시스템 감사체제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 감사가 해온 일을 책으로 묶어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학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되었고 명지대 대학원의 사회복지학과에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경기대로부터 강의 제의가 들어오고, 한 신학대학으로부터도 사회복지학 교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9급에서 1급까지의 공무원 생활을 바탕으로 세 가지의 생활 기본 덕목을 정하였습니다. 감사 생활을 하면서 몸에 익혀온 청렴을 바탕으로 예리한 판단력, 그리고 성실성을 기본 덕목으로 삼고 열심히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딱한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도와줄 것인가 늘 고민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9급에서 1급 공무원이 되기까지, 40년 공무원 생활을 통해 경험한 것과 배운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들도 이러한 것을 참고로 해서 발전과 성숙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가 어떻게 민선 구청장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상적으로 저의 공무원 정년이 내년 6월이면 끝납니다. 그리고 퇴임하기 6개월 전에 공로연수라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금년 연말이면 공무원 생활이 끝이 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좀 더 일을 하고 싶고,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공적을 세웠음에도 1급 승진을 못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지역적인 이유, 정치적 이유 등 여러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1급 공무원으로 공직사회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민선 구청장이 1급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왕 하는 일인데 민선 구청장으로 1급 공무원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더욱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송파구청장 보궐 선거가 99년 상반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송파구청장은 제가 95년도에 관선으로 임명되었던 곳입니다. 그래서 그 곳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제가 출마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급하지가 않았습니다. 퇴직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므로 출마권유를 거절하였습니다. 그 대신 2002년 '13대 지방 선거'에는 구청장에 출마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곳이 중구 신당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구에 출마하려고 했지만 한나라당 경선에서 실패를 했습니다. 그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성북구에서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몇 번 고민도 했지만 제 꿈을 접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성북구로 옮겨 압도적인 지지로 성북구청장이 되었습니다. 모교가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저의 마음이 아주 든든합니다. 저는 구청장으로 당선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찾아옵니다. 주말에 저희 직원들끼리 공도 차고 노인 복지를 위한 행사도 이곳에서 하기 때문에 주말마다 몰래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곳 수위실 실장이 저를 알아보고 선배님이라고 인사를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제가 제가 민선으로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제게 큰 선물이 되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그것은 정릉천을 생태 복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정릉에 있는 건물들은 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입니다. 그 건물들은 안전 진단 결과 D급으로 나왔습니다. 제가 취임해서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매우 위험한 수준이더군요. 그래서 이것을 빨리 철거해 달라고 서울시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예산도 부족하고 도시개발사업 분야라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속 거부를 당했습니다. 그 지역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주민의 안전관리인데 어떻게 간과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아우성쳤습니다. 공문을 계속 돌려보내도 다시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해 달라는 제의를 계속 하였습니다. 거부를 하면 국장을 보내고 부구청장을 계속 보냈습니다. 그러자 결국 헌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지으라는 회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시장이 도시개발사업을 세우면서 위험도가 심한 곳부터 하나씩 철거하고 보상을 하라는 내용의 방침을 세운 겁니다. 그 예산이 약 500억 원입니다. 500억 원이면 성북구 1년 예산의 40%나 되는 금액입니다. 성북구청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업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취임 100일이 되는 날 정릉천 생태 복원 소식을 듣게 되어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노력하면 된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모교인 국민대 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서 월드컵 경기를 보려고 한다면서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제가 아직 취임하기 전이라서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취임하기 전이니 현 구청장에게 허락을 받으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곳에 가시겠냐고 묻더군요. 저는 당연히 모교니까 가봐야지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날 가보니 교수님과 학생들 그리고 지역주민들을 합해서 약 일만 명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총장님과 제가 인사말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학교와 지역주민이 가까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식을 할 때의 일입니다. 여태껏 취임식을 보아왔는데 누구는 단 위에 오르고 누구는 내빈으로 초대되고 누구는 축사를 하고 뭐 이런 것에 대한 불만을 늘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회위원을 비롯한 모든 내빈을 단 아래 앉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단을 비울 수는 없으니까 그곳에 이 지역의 진짜 주민을 앉히기로 하였습니다. 주민대표, 노점상 대표, 구두닦이 대표, 때밀이 대표, 모범 택시기사 대표, 장애인 대표 등 50여 분을 모셔서 단 위에 앉게 하였습니다. 전례 없는 취임식으로 큰 호응을 받게 되었습니다. 취임식이 7월 2일 오후 두 시에 있었는데, 그 취임식 후에 구청으로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임식이 3시에 끝이 나는데 모든 직원이 퇴근도 못하고, 대기하고 있으면서 얼마나 저를 욕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곳으로 출근하지 않고 성북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장위동과 석관동 빗물 펌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그 지역은 해마다 수해를 입는 곳입니다. 그 지역은 작년 장마에도 4300세대가 침수가 된 지역이었습니다. 펌프를 가동시켜 직접 확인하고 비가 오면 펌프를 신속히 가동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완공도 되기 전에 가동을 하면 감사에 지적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였습니다. 구청장 직권으로 비가 오면 그 펌프를 가동시킬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 완공전이라 그것을 가동할 인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근무하게 하고, 준공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가동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8월 1, 2, 3일 동안 1,982mm의 비가 왔습니다. 작년보다 더 많은 비가 왔었지만, 단 한 가구도 침수되지 않았습니다. 설사 감사에 지적된다 해도 감사라는 것은 결과에 주목하기 때문에 과정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처벌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항구적인 대비책을 수립하였습니다. 그 펌프장을 더 증설해야 되는데 서울시에서 그것에 대한 예산을 연말에 편성합니다. 재난이라는 것이 언제 있을지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연말까지 기다리겠습니까? 그래서 서울시에 요청을 해서 공사비 28억원을 확보했고, 지금 그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안전관리, 재난관리에 이렇게 신경을 써 왔습니다. 대충 훑어보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고 그것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구청장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청장부터 공개적이고 투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취임을 하기도 전에 이미 누가 비서실장이 되고 누가 수행비서가 될 것이란 소문이 분분하였습니다. 저는 아직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비서실장과 수행비서와 비서실 여직원을 담당국장들이 모여서 공개적으로 선발하라고 하였습니다. 공개적으로 선발하되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선발한 사람들이 책임을 지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구청장실을 개방형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처음에 구청장실에 들어가니까 비서실이 있고, 비서실장의 방이 있고, 그리고 구청장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벽을 모두 허물고 타원식의 개방형 구청장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문을 모두 유리문으로 바꾸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비서실까지는 유리문으로 바꾸어도 청장실은 바꿀 수가 없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집단민원 인이 들어오면 그 유리문을 떼어 내거나, 깨버린다고 염려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리문으로 바꾸라고 지시를 하였습니다. 그 전에는 구청장이 없다고 하면 믿지 않고 문을 두드리고 훼손해가면서 확인하였는데 유리문으로 바꾸니까 그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발상의 전환인 것입니다. 자꾸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께 우리 직원들이 승진이 안 되니 다른 구청으로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2년 동안 하위직 공무원의 승진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장 두 명을 이사진으로, 계장을 부장으로 승진시켜 우리 구 도시관리공단으로 발령을 냈습니다. 그랬더니 줄줄이 자리가 비겠지요. 그 자리가 모두 76곳이나 되었습니다. 그 대신 이 자리에 직원들을 승진시키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직원들 사이에서 구청장이 여러 사람을 억지로 승진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승진 심사위원을 구성하도록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심사위원으로는 직위가 낮은 사람도 포함하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국장, 과장, 계장, 주임, 7급, 8급 공무원을 포함해서 도합 15명의 심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에게 심사기준을 정하고 그 심사기준에 맞는 직원을 승진시키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명단에 저는 서명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대신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보니까 서열 70위권 안에 여성직원이 단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20위에 단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성 직원 다섯 명을 우대해서 승진시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심사 후에 아무런 불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모든 행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심사기준을 올려놓고, 승진 예정자 명단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임기 100일 동안 인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을 하고 성북구를 돌아다녀 보니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성북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개발되지 못한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구청장을 기술 업무에 해박한 사람으로 발령 내줄 것을 서울시에 건의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부구청장은 행정직에 있는 사람이 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직무대리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이명박 시장을 만나서 관철을 시켰습니다. 결국 도시계획 박사학위가 있는 서울시 도시계획 과장을 부구청장으로 근무하게 해서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북구의 또 다른 문제는 교통문제입니다. 그래서 서울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주차계획 과장이던 직원을 성북구 교통업무를 총괄하는 국장으로 근무하게 했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문제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들이 처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배밭골, 솔샘길, 미아삼거리 등등은 하루 종일 주차장과 같은 곳입니다. 그 이유를 가만히 따져보았더니 강북구 삼양동에 일만 세대가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 일만 세대에 차가 한 대씩만 있어도 일만 대의 차가 되는 것입니다. 그 차가 어디로 오겠습니까? 이는 단순히 성북구의 책임만이 아닌 것입니다.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가 공동 책임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게 공동대책 개선단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단기적 계획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게 하였습니다. 그것 중 하나가 미아삼거리 고가 차도를 전면 철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도시 개발에 대해 연구를 하였습니다. 재개발 지역을 그룹으로 묶어서 도로, 공원, 공공시설 등 모든 것을 한번에 이룰 수 있는 계획을 서울시에 계속 상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성북구는 산은 많지만, 소공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동별로 여유가 있는 공간은 나무를 심어서 쉼터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굉장히 지저분하고 소음이 많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곳곳이 재개발 구역이고, 공사현장입니다. 공사현장에서 나는 소리뿐만 아니라 주택가에 가면 피아노 소리, 소규모 공장의 기계소리, 레코드점의 음악소리, 이동행상의 확성기 소리 등 생활 곳곳에 소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민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소음문제는 바로 스스로 지켜야 할 문제인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지키는 운동을 실시하였습니다. 각 공사현장마다 소음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공무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가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각 동마다 주민들로 만들어진 녹색환경위원단 10명을 위촉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소음에 대한 감시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1일은 소음 없는 날로 정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법도 아니고, 방침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매스컴을 타다보니 타 구청에서 배워 가기도 하고 지방의 한 군에서도 문의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제가 9급부터 1급까지, 40년 공무원 생활에서 비롯된 경험과 지식과 지혜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북구를 살기 좋은 구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스스로 뛰며 주민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킨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늘 노력하는 자세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