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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교육학과

민족애와 인간미를 겸비한 최고실력의 교육전문가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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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특강공지

  강연제목 때로는 내 안에, 때로는 내 밖에 있는 나
  159 회
  초청연사 양창순 (정신과 전문의 · 칼럼니스트)
  강연일시 2002년 04월 11일
  강연장소 본부관 학술회의장
  조회수 24070 회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정신과 의사로 한 20년을 생활하면서 운명이라는 것을 믿게 됐어요. 사주팔자에서 말하는 그런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필연 같은 거 말이에요. 어떤 인생이든지 다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저도 살아오는 동안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제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든든한 것은 참 좋은 친구가 제 곁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강의를 통해서 좋은 친구를 만나는 법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을 대하면서 불필요한 상처를 많이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 사귀기가 쉽지 않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덜 받는 법, 이것도 제 강의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죠.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영어 선생님 한 분이 전근을 오셨어요. 제가 다니던 중·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어서 수녀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셨죠. 그리고 당시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여자를 흔히 볼 수 없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화장도 진하게 하신 여자 선생님이 나타나신 겁니다. 그 분이 첫 시간에 저희들에게 질문하신 것이 '너희는 학교를 왜 다니느냐?'였습니다. 제 대답은, '남들이 다니라고 하니까.'였어요. 그러자 선생님께서 막 화를 내시는 거예요. '너는 그렇게 성취동기가 없어서 어떻게 하느냐.' 그 말씀이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부모가 다니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다니던 학교가, 내 인생의 어떤 목표를 위한 선택일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님께 야단 맞고 선생님께 야단맞을까봐 할 수 없이 학교를 다녔던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지겹지만 내 삶이나 내 꿈을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적극적으로 살게 된 거죠. 한번은 그 선생님께서 영어 문법을 가르치기 위해 칠판에 이런 문장을 적어 주셨습니다.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고, 또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내가 아니다.' 당시의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제 삶이 변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인격이라는 것은 정체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계속해서 변하는 거예요. 오늘 강의 주제가 '대인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많은 사람들이 대인관계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외모가 뛰어나야 되고, 공부도 잘 해야 되고, 유머나 운동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이 잘나야만 남들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결코 사람들은 잘난 사람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일회적으로는 인기가 있을지 몰라도, 정작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가지고, 편하고 즐겁게 상대방을 대하면 됩니다. 그것이 대인관계를 잘 하는 것입니다. 대인관계의 주체는 '나'입니다.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이러저러할 거라고 상상하는 이미지는, 사실 자신이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서 '내가 봐도 나는 참 멋있어'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길을 가다가 사람들이 쳐다보면, 저 친구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지요? 또 아침에 검정 스타킹을 신고 나오는데 스타킹에 구멍이 난 거예요. 사람들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나를 쳐다보는데, 자기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요? 스타킹에 구멍이 난 것도 모르고 신고 다니는 칠칠맞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죠? 결국은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진다는 거죠.

제가 '대인관계 연구소'에 있는 동안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얘기는 이런 겁니다. '대인관계를 맺을 때 긴장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 사람이 자신의 어떤 비밀을 알아채지는 않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일종의 노이로제입니다. '나'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하나는 자기가 생각하는 '나'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 생각하는 '나'입니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 어떤 갭이 작용을 하니까 자신의 마음에 비밀이 생기는 겁니다. 누구를 만나서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다른 하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대인관계에서 전전긍긍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진짜 나는 이것을 어떤 비밀로 생각하게 되지요. 이렇게 생긴 나의 비밀스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엿본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대인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거죠. 우리가 갖고 있는 노이로제 중 하나가 이런 것인데, 남들을 만날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나'-이것을 '이상화된 나'라고 하는데-만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갭이 생기게 됩니다. 그 갭이 크면 클수록 노이로제 성향을 더 많이 띠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정신과에 오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진짜 나를 알아 가는 일이에요. 나의 능력은 무엇이고, 나의 장점은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잘 하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 진짜 나를 알아 가는 것이 정신과에서 요구하는 첫 번째 과제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단계별로 습득해야 할 정신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을 잘 습득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죠.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후, 처음 일 년 동안을 '구순기'라고 합니다. 이 '구순기' 때 형성해야 할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에요. 예를 들어 갓난아기는 배가 고파 울거나 기저귀가 축축해서 울면 엄마가 달려올 것이라고 믿죠. 그렇게 인간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는 겁니다. 이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믿음이 형성되지 않으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이 형성됩니다. 정신과 치료를 하다보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분들을 치료하는 건 굉장히 힘들어요. 이 분들은 주위에서 누가 사랑한다, 좋아한다고 얘기를 하면 그들이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혹은 자신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생후 한 살에서 두 살까지 인간에 대한 믿음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 다음 두 살부터 세 살까지를 정신 분석학에서 항문기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어렸을 때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때 주로 부모님께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받지요.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할 때 제일 좋은 건 애들이 '응가'나 '쉬' 할 때 얼른 화장실에 데리고 가는 거죠. 그런데 요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도 경쟁적으로 시켜요. 그래서 정상적으로는 두 세 살에 시켜야 하는데, 생후 8개월에 시켰다고 자랑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대소변 훈련을 너무 빨리 시키면 수치심이 형성됩니다. 자기의 항문과 요도를 이용해서 스스로 대소변을 볼 수 있는 자율성을 습득해야 하는데, 그것을 못한다고 야단을 치면 작은 일에도 상처받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자꾸 피하게 되죠. 다음은 '남근기'에 접어드는데, 여러분의 성장과정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입니다. 유치원 때는 아이들이 뭐든지 다 해 보고 싶어합니다. 그것은 이때가 자기의 진취성을 키워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때 엄마가 수선스럽다고 야단을 치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나는 참 나쁜 아이구나.' 하는 감정을 갖게 되지요. 죄책감이 지나치게 형성되면, 사랑을 주기는 해도 받지를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남에게 뭐든지 다 해주고도 뭔가 자기는 더 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이 되죠. 예를 들어 선물을 주면 굉장히 받기 힘들어하는 분들 있죠? 그렇게 자기 희생이 지나친 사람이 돼 버리는 거죠. 그리고 초등학교 때까지는 근면성을 키워야 해요. 이 때 근면성을 획득하지 않으면 열등감이 생기는 거죠. 그 다음은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사춘기 때는 자아 정체성을 형성해야 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이런 것을 생각했다가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야단만 맞죠? 문제아로 생각되니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하게 되죠?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오니까 마음이 공허해지는 겁니다. 시간도 많고, 놀 것도 많은데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대학 생활의 방황이 시작되는데, 그 이유는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채 청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청년기'에 형성해야 할 정신적 과제를 습득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예요. '청년기'는 인간관계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여러분들은 인간관계에서 고립이 되겠죠? 그리고 저와 같은 '중년기'를 맞아서 인생을 새롭게 사는 재생산의 시기를 거치면서, 너그러워질 수 있는 관용성을 배우는 겁니다. 그리고 '노년기'에 들어가면서 인생의 통폐합을 이루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잘 형성되었을 때 우리는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십대라는 나이는 굉장히 힘들고 혼란이 많아 불안감을 느끼는 시기죠. 지금 여러분들이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흔히 불안하다는 얘기를 참 많이 하는데 불안한 것은 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여러분들의 미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고 또 각자에게 어떤 잠재력이 숨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한 거죠. 하지만 각자의 삶을 안내해줄 수 있는 모델이 있으면 여러분들의 방황이 줄어들겠죠?

지금까지 여러분들에게 성장 단계에서 이루어야 할 것들을 꼭 이룬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이로제가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자기의 목표와 정반대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목표와 부합되는 행동을 하는데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은 그렇지 않죠. 예를 들어 내가 사랑을 받고 싶으면 사랑 받게끔 행동해야 하는데, 데이트할 때 만나면 삐지고 싸우고 하면서 나를 사랑해 달라고 하는 사람 있죠? 그런 사람은 내가 원하는 목표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죠. 정신과 치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현실요법입니다. 핵심포인트는 하나죠. 사랑 받으려면 사랑 받게끔 해야 한다는 거. 그것이 바로 목표와 부합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고, 건강한 사람입니다. 또 하나는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에요.

예전에 어떤 스님에게 누군가가 물어 봤답니다. '도대체 나는 누구입니까?'. 그 분 대답이 '나는 현재 여기 서 있는 나밖에는 모른다.'였대요. 정신의학은 불교와 참 많이 비슷합니다. 자기 자신은 지금 이 시점에 있는데 생각은 과거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하죠. 생각이 과거에 머물러 있고, 그래서 누구에 대한 원망밖에 없는 사람. 정신과 치료를 하다 보면 오십대인 사람이 와서, 부모가 자기를 과잉보호해서 자기가 이렇게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부모를 탓하고, 과거를 탓하는 사람들은 미래라는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 분, 일 초 후에 자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앞날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 이 시점에 투자해야 할 에너지를 못 쓰는 겁니다. 그래서 노이로제는 치료되어야 합니다. 노이로제는 쓸데없는데 에너지를 쓰게 하기 때문에 생산적인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죠. 우리 사회는 열등감을 많이 조장하는 사회입니다. 여러분들도 고등학교 시절에 겪어 보셨죠?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면 일단 문제아로 취급받잖아요? 우리의 능력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로지 공부로만 그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에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는 잠재적으로 노이로제 환자를 양성하는 사회가 되는 거죠.

결국, 대인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와의 관계를 잘 해야 합니다. 자기와의 관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해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잘못된 선입견과 편견도 버려야 합니다. 잘못된 의학상식 때문에 쓸데없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사실 우리는 인간관계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많아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그 사람한테 잘 해야 하고, 그 사람한테 칭찬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그것을 완벽성이라고 하는데,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것이에요. 조금 편안한 사람, 조금은 힘든 사람이 있을 뿐이에요. 저도 정신과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여기에 강의하러 온 것일 뿐이고, 여러분은 제 강의를 듣는 사람으로서 저를 만나는 것일 뿐입니다. 저와 개인적으로 만난다면 모를까 여러분 앞에서 제 성장과정에 있었던 어떤 상처나 부모와의 관계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이렇게 상호적이기 때문에 때와 장소,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의 체질을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정신의학자 중에 칼 융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론을 보면 인간의 성향은 내향성과 외향성으로 나뉘어집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적인 것보다 자기 내면 세계에 더 관심이 많고, 외향적인 사람들은 그 반대라는 거죠. 활동적인 사람들이 대개 외향적인 성향인데, 이런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넓게 맺어요. 누굴 만나든 금방 친해지니까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단점은 인간관계를 깊게 맺지 못한다는 겁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물론 그 반대고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은 누구를 만나든 넓고 깊게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여기에서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데, 자기 성향이 내향적이냐 외향적이냐를 알아두면 관계 맺기가 편해지는 거죠. 또한 융은 인간을 사고형, 감정형, 감각형, 직관형으로 분류했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감정이 풍부한 사람, 감각이 뛰어난 사람, 직관이 뛰어난 사람.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를 했는데, 우리에게는 사실 이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 특성과 내향성, 외향성을 조합해 보면 여덟 가지 유형이 나오죠? 이것을 근거로 자기 성향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와 부모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신의 '가짜 모습'과 '진짜 모습' 사이에서 노이로제가 생긴다고 위에서 얘기했죠? 타고난 체질은 내향적인데 사회적인 억압 때문에 억지로 외향적이 되는 거죠. 그래서 자기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뭔가 불편해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잠재능력 속에는 내향성과 외향성이 다 들어 있어요. 인간이 얼마나 재미있는 존재인가 하면,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처음 만들어질 때는 남자 성기, 여자 성기 모두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가 임신 2개월이 되면 자기가 가진 성염색체에 따라 남자, 여자로 분화가 돼요. 이처럼 생리적으로도 여러분들은 모두 양성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중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못들을 말을 들은 것처럼 흥분하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육체가 남성, 여성을 다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 정신도 남성, 여성이 다 있는 겁니다. 그것이 잘 통합되어야 사실은 건강한 것인데, 우리 사회는 너무 획일적인 사회예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어렸을 때 징징거리고 울면 부모님께 야단 맞았죠? 그래서 남자는 함부로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감정기능을 억제하는 겁니다. 그런데 억압된 것이 한번 터져 나올 때 그 이상으로 분출되죠? 평소에 굉장히 논리적인 사람이 한번 화가 나면 미친 듯이 화를 내잖아요?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성향을 잘 알고 그것을 계발시켜 나가는 것이 인간관계를 잘 맺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 인간관계라는 것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테크닉과 훈련이 필요한데, 흔히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이런 편견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사랑의 관계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것이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지속되는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임상심리학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은 열정과 책임감과 우정이에요. 열정이라는 것은 가장 먼저 생기지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감정이에요. 남자와 여자가 신체적으로는 3년 이상 사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남녀가 만나 서로 불꽃 튀는 감정을 느낄 때 뇌에서는 페로몬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3년 이상 가지를 않는대요. 그래서 그것을 우정이 대신 하는데, 우정이라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어떤 정을 말하는 거죠? 그것도 오래 되면 미지근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둘 사이를 계속 지속하기 위해서는 책임감과 약속이 필요한 거죠. 그런데 여러분은 이 단계에 들어서면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무슨 사랑이냐, 이것은 가짜 사랑이니까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인간관계에서 감정은 지속되지 않아요. 우리가 인간에 대해 흔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것인데, 절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물론 생각도 하지만 여러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감정이에요. 정신과에서는 사실 감정을 다루지요. '무슨 감정을 느꼈느냐? 왜 슬펐느냐?' 같은. 인간의 감정은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아요. 행동의 지속성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생각을 발전시켜야 하고, 행동을 유지하려는 책임감, 약속,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이 이런 훈련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열등감을 가장 큰 문제로 다룹니다.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인격의 성숙도가 결정된다고 보는 거죠. 정신의학적으로 우리는 열등감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왜냐면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서양 문화는 기독교 문화가 주된 흐름이기 때문에 인간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요.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라는 의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쉬운 거죠. 우리 문화는 그렇지 않죠? 그런데 이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열등감을 가지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모든 것을 회피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열등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열등감을 해결하는 것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어요. 회피형이 있고,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형, 그리고 더 많이 보상하는 형이 있죠. 예를 들어 자기에게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성형 수술을 하는 것은 다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행동이에요. 작은 일에도 상처를 많이 받는 것도 열등감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은 무엇이 자기의 열등감이고 콤플렉스인지를 알아내는 겁니다. 열등감이라는 것은 감추면 감출수록 눈에는 더 잘 띄는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인간은 누구나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빨리 이해하는 겁니다. 프로이드의 이론에는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신과에서는 이것을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세분하는데, 개인 무의식이라는 것은 여러분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경험한 모든 것이 축적된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집단 무의식이라는 것은 유전자에 의해 우리에게 전달되는 우리 선조의 모든 경험을 말합니다. 한국 사람과 서양 사람의 행동패턴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지요. 지금은 서구화가 되어서 대인관계에 대한 우리의 행동 패턴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 무엇인가를 이해해야 되지요. 예를 들어 문화와 역사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서양에서는 자기 감정을 분명히 표현하라고 하는데, 그것을 잘못 이해해서 뭐든지 자기 감정대로 표현한다면 대인관계를 잘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겠죠. 그리고 또 인간은 본능을 가지고 있어요. 크게 성적인 본능과 파괴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삶을 유지시키는 에로스라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만, 또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파괴시키려는 본능도 갖고 있어요. 이런 본능을 잘 컨트롤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자아'입니다. 그 위에 '초자아'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들은 항상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기가 지금 섹스 충동을 느낀다고 해서 지나가는 아무 여자나 함부로 범한다면 성폭행범이 되잖아요. 섹스 충동을 사회적으로, 건설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운동인데, 그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아의 기능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조절해 가느냐 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이중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힘든 순간에는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자기 자신이 열등감을 가졌고, 이중적이고, 이기적이라고 해도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지는 마세요. 지나친 과대망상도 문제지만 지나친 자기 비하도 문제가 된답니다.

우리가 대인관계를 왜 하고 싶어 하는가 하면, 사람들에게는 욕구 체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이전에 의, 식, 주에 대한 생존 본능을 만족시켜야 하는 생물입니다. 또한 언제 이것들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늘 불안해 하는 존재죠.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서, 이것들이 갈등을 일으키며 서로 간에 상처를 주고받는 거죠. 또한 자기 실현의 욕구가 있어서 세상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합니다. 마지막으로 영성의 욕구가 있는데, 하느님을 추구하는 욕구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 사랑 받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대인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네 가지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사랑입니다. 자기에게 잘해 주지 않아도, 그가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랑을 말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 경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두 번째로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사랑하는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핸드폰이나 이메일 비밀 번호 안 가르쳐 준다고 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안 되죠? 서로의 경계를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정신적인 독립입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상대방이 자기에 대해 간섭하고 침범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친구와의 관계든 부모와의 관계든, 서로 간에 정신적인 독립을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를 너무 각박하게 가지면 안됩니다. 그것을 '느슨한 간섭'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인간관계는 엉망이 되고 말죠.

이것은 여러분이 누구를 만나든 간에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꼭 이해하셔야 되는 겁니다. 인간관계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관계,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관계죠. 우리가 대인관계에 대한 테크닉을 배우는 것도 이런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나는 좋지 않은데 상대방은 좋은' 관계가 있어요. 이것은 자기 희생,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인간관계죠. 그리고 '나는 좋은데 상대방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지요. 이것은 정신적으로 반사회적인 사람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인간관계죠. 마지막으로 '나도 불행하고 상대방도 불행한' 관계가 있죠. 여러분들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어떤 유형인지 각자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인격이라는 것은 죽는 날까지 변하는 것이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인관계도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도 하고 시행착오도 하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은 실패나 시행착오가 두려워 이것을 회피하죠. 그래서 아예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꾸준히 훈련해 간다면 여러분들도 훌륭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강연일시 초청연사   강연제목
164 2002-5-23 유홍준   추사 김정희, 그의 삶과 예술
163 2002-5-16 유시민   16대 대선과 한국정치의 미래
162 2002-5-9 프랑스와 데스쿠엣   유럽 연합의 아버지, 장 모네(Jean Monnet)
161 2002-5-2 이철환   나팔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는 나팔꽃이 피어난다
160 2002-4-18 조정민   21C Keyword
159 2002-4-11 양창순   때로는 내 안에, 때로는 내 밖에 있는 나
158 2002-4-4 김명곤   전통문화의 예술성과 현대화
157 2002-3-28 정태승   시장경제와 기업의 역할
156 2002-3-21 신문선   한국 축구 16강 과연 가능한가?
155 2002-3-14 정성진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 - 총장이 '나'를 열어 보인다-
154 2001-12-6 후버투스 훤모르   한국과 독일(공통점과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