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크리에이티브』는 영혼의 접미사!

반갑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광고하는 사람입니다. 아시다시피 국민대 출신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학시절부터의 확고한 꿈이 카피라이터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간 7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에 광고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때였고 지금 가장 실력 있다는 제일기획이 창립됐을 때입니다. 저 역시도 막연하게 제일기획에 들어가 일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공부만 열심히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경영학과였는데 제 학과장 선생님께서는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같이 학보사기자 활동에만 열심인 저를 보고 '신문경영학과' 학생이냐고 놀리기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열심히 학과 공부를 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광고에 대한 관심은 꽤 높아서 늘 광고 모니터링을 하였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광고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군대도 가지 않고 꼬박 10학기를 다녔으니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한 건 아닙니다. 이 정도 되면 제 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실 겁니다. 그래서 졸업 후 신입사원 공채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졸업한지 약 6년째 되던 해에 경력사원 공채로 제일기획에 뽑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일기획은 전망이 괜찮다고 알려진 곳이어서 유학파들도 많았고 학벌이 높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할 당시만 해도 사원 전체 인원에서 서울대 출신이 약 45% 정도, 연·고대가 약 35∼40%였습니다. 소위 서울대, 연·고대 출신이 제일기획에서 약 80%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대'라는 이름은 생소한 상황이었습니다. 촌놈 기죽이기 좋게 학벌싸움이 치열했고 텃세도 만만치 않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조형대를 필두로 해서 국민대 출신들이 광고계에 많이 포진하고 있고, 또 다양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 입사했을 때 사람들이 '너 어느 대학 나왔어?'라고 질문하면 저는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모기 소리로 국민대를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둘 중 하나였습니다. 갸우뚱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인 사람이 반이었고, 대단한 빽이 있어서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머지 반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속으로 오기가 발동해서 '그래, 나 국민대 나왔다. 어쩔래?'라고 되뇌이면서 저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무명 인사가 스타가 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훈련과 도전으로 자기 스스로를 극복하듯이 저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겠다고 각오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분석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진 무기는 뭘까? 여기서 저 사람들과 경쟁해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고 우뚝 서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나름대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남들도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같이 경쟁해서는 영원히 2등밖에 못할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내가 가장 잘 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나만의 창조적인 길이 될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저한테는 금과옥조(金科玉條)같은 생각이었습니다. 광고 마케팅에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중에 영역의 법칙이라는 게 있죠. 영어로 얘기하면 '더 룰 오브 카테고리(The Rule of The Category)'로 '어느 영역에 최초로 들어갈 수가 없다면 또다른 최초의 영역을 만들어라'라는 겁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어느 영역에서든 최고가 될 수 없다면 내가 최고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라'는 거죠. '공부 잘하는 광고인은 필요 없다. 광고인은 광고로 말하는 것이고 카피라이터는 카피로 말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공부 잘하고 학벌 좋고 토플점수 좋은 쪽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면 나는 아주 창조적인 광고를 만드는 쪽으로 내 영역을 개척 해보자'라고 결론을 내린 겁니다. 광고하는 사람들은 광고를 여러 말로 정의합니다. 그 중 하나가 '광고는 꿈을 파는 작업이다'라는 겁니다. 즉, 광고인을 '드림 메이커(Dream Maker)'라고 하는데 이것은 다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담긴 꿈을 파는 사람'으로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화장품 광고에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품을 판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꿈을 판다'라는 개념입니다. 또한 광고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화려한 반면에 치열한 모습,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나와서 유행어를 얘기하고, 아름다운 춤을 추고, 멋있는 패션을 보여주는 화려함 뒤에는 정확하고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것에 따라 광고를 만드는 치열함이 숨어 있는 거죠. 그런데 이 '화려함과 치열함' 두 가지를 모두 하려면 감성과 이성이 조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 경쟁한다면 남들보다 못할게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광고시장에는 7∼80년대만 해도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광고를 잘 한다는 통설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광고 대행사에 들어가 놀랐던 것은 입사 시험에서 출신 학교 레벨에 따라 서울대 50점, 고대 40점 등으로 일단 평점이 매겨지고, 대입 수능성적까지 들춰내어 또 한 번 점수가 가점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학벌이 여러 번 중복 반영되는 반면 실기시험이라든지 필기시험은 아주 미미한 배점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회사 앞에 여관방을 하나 잡아 놓고 퇴근하는 척 하면서 밤새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만 해보자.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열심히 해보고 안되면 그만두자. 배수진을 치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 결과는 머지않아 나타났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은데? 카피가 괜찮아!' 새로운 카피라이터가 꽤 쓸만하다는 얘기가 사내에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침잠이 많아지고 오전 출근을 게을리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새로 온 놈이 건방지게 지각한다고 말하던 팀장들도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두게 되고 늘 콜라캔 하나 들고 점심 때나 출근을 하다 보니 제 별명은 '오후반'이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의 결과 3년쯤 지나니 저의 사내 위상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팀에서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제 이름이 불려지고 팀장들도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또 2년이 흘러서 약 5년 정도가 되니 제일기획에 있는 여러 명문대 출신 카피라이터들이 제 지휘를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마찬가지로 국민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달고 다녔지요. 그렇지만 그 꼬리표의 이미지는 바뀌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지 않은 대학 출신이라는 자괴감이 포함된 꼬리표였다면 그 때는 자랑스러운 꼬리표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그 사이 국민대 출신 후배들이 여러 명 회사에 들어왔고 그 후배들 역시 다양하게 자기 영역을 개척하면서 발군의 실력들을 과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민대 출신들은 광고를 참 잘하는구나'라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로 제일기획 내에서 국민대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때 저는 굉장히 기뻤고 '지식이 많은 것과 지혜로운 것과는 다른 것이다'라고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집과 학교와 도서관만을 답답하게 맴돌던 사람들보다 탁 트인 북악산 기슭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국민대 출신들이라면 지혜로운 면에서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결국 '다른 생각, 다른 삶의 방식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라는 차별화된 사고방식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열심히 안 했어도 학보사 생활만큼은 열심히 했습니다. 학보사에 아침에 출근해서 기획회의, 평가편집회의 하며 단체생활도 배우고, 또 동료들이나 선후배들과 인생 얘기, 사회에 대한 토론도 벌이면서 삶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졸업한 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사회는 제가 학교 다닐 때의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삼성그룹이든 현대그룹이든 아니면 작은 벤처기업이든 조직의 운영 모습은 똑같더군요. 작게는 3∼4명으로 구성된 부서에서부터 크게는 20명 정도로 구성된 부서까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 방식은 범위만 다를 뿐 학창시절에 학과 또는 동아리활동 속에서 일어난 모든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들도 대학에서 공부 못지 않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사회 생활에 평생 기둥이 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광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광고를 잘할 수 있는 비결로 몇 가지 말들을 합니다. 첫 번째는 '얼마나 창조적인가'입니다. 광고가 새로운 것 - 無에서 有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가 봅니다. 모든 것이 스태프(staff)들과 같이 하는 스태프 워크(staff work)이고 다같이 모여 힘을 합쳐야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독불장군 같은 스타일은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입니다. 세 번째는 매사에 긍정적인가 하는 얘기들을 합니다. 늘 불평불만만 많고 투정만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따뜻하고 좋은 쪽으로 보는 긍정적인 사고야말로 광고를 잘하는 몇 가지 요소 중의 하나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상식적이어야 합니다. 마케팅은 상식의 학문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보통사람들과 생각을 같이 하는 데에서부터 광고가 시작되지요. 예를 들어 주부가 분유를 사러 수퍼마켓에 갔을 때 특이한 생각보다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으로 분유를 구매할 것입니다. 이것은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생각에서 가장 창조적인 생각이 나온다는 얘기지요. 그러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문제가 대두되는데 그것에 대해서 저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하고 싶습니다. 컨셉(Concept)을 분명히 하자는 것입니다. 아침에 옷을 입을 때도 오늘 컨셉은 이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살아가는 방식과 목표에 대한 컨셉을 정하지 않고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또는 되는대로 살자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무도 없겠지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살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할 일에 대한 컨셉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제품이 나옵니다. 이 제품의 광고를 위해 제품이 놓여질 시장을 분석합니다. 또 소비자 조사를 통해 소비자 분석을 하고, 비슷한 제품이 있으면 경쟁사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해서 거기에 따른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게 되지요. 전략을 수립하면서 '이 제품을 소비자의 머리 속에 어떻게 자리매김 시킬 것인가'라고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 컨셉를 얘기합니다. '이 제품의 컨셉은 이걸로 하자'라고 얘기했을 때 그 제품에 비로소 영혼이 담기게 되고 소비자에게 감동으로 다가가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스스로 '나는 과연 누구인가', '메리트(merit)는 뭐고 디메리트(demerit)는 뭔가',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 모습은 뭔가' 등등을 분석하면서 십 년 후의 자신의 프로필을 한 번 그려보아야 합니다. 미래의 내 모습을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나의 컨셉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꾸 강조를 합니다만 그런 컨셉은 대학 때에 만들어져야 늦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CF를 만들 때 참고하는 여러 가지 격언들이 있는데 그 중 '키워드는 자막화 시켜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있을 때에 그것을 자막으로 전달하라는 말입니다. 즉, 한 번 더 강조해서 소비자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 그 개념을 공유하자는 이야깁니다. 예를 들어 요즘 나오는 핸드폰 광고에는 모두 마지막에 자막이 나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Made In 20', '세상을 다 가져라' 등이 그러한 예들입니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한 번 더 강조해서 같이 공유하기 위해 자막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컨셉이 이렇다면 그 컨셉을 점점 더 분명히 해서 머리 속에 각인시켰을 때 뜻이 있는 곳으로 길은 열린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목표가 있으면 계속해서 상기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기 나름대로 획을 그은 사람들은 대개 창조적인 컨셉을 가졌던 사람들입니다. 발명가는 말할 것도 없고 탐험가도 그렇고 정치가, 경제인 등 모든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창조적인 컨셉을 갖지 않는다면 남들을 흉내내기에 불과한 삶을 사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거죠.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문화라는 것을 저는 그 시대의 코드(code)와 트렌드(trend)를 찾아내는 통찰력이라고 봅니다. 시대의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 바로 코드와 트렌드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살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과연 그런 삶의 방식으로 21세기를 재미있게 살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즉,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고 문화의 시대이고 커뮤니케이션의 시대인데 이렇게 다원화된 파도를 유유자적하게 즐기려면 창의력이 가장 큰 무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시대의 화두로 크게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 번째는 디지털(digital)이고, 두 번째는 이에 대한 반발로 휴먼(human)이고, 세 번째는 자연(nature)입니다. 디지털과 사람과 자연이 중심이 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입니다. 여기에 저는 '창조적'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첨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카피라이터 한 사람이 있는데 제일기획에서 근무 하다가 지금은 저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로 사고 방식이 아주 독특합니다. 그 사람이 제일기획에 처음 입사원서를 내고 면접을 볼 때 이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면접장소에는 대개 면접관들이 너댓명 정도 앉아 있고 면접생도 너댓명이 동시에 들어가서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되어 있지요. 그 중에 한 임원이 면접생에게 물어봤습니다. "요즘 가장 감명 깊게 본 인쇄광고가 무엇입니까?" 인쇄광고란 신문광고나 잡지광고를 말하는 것이죠. 같이 들어간 사람들이 모두 이러저러한 광고가 이러한 이유, 저러한 이유로 좋았다고 말하였습니다. 또 인쇄광고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는 그 카피라이터 차례가 됐을 때 그 사람은 한 마디로 얘기했답니다. "저는 신문을 안 보는데요."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었겠지만 그 중에서 유일하게 뽑힌 사람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주 좋은 카피들을 많이 쓰고 있고 훌륭한 광고인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다시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광고하는 사람들은 창조적이기 위한 요건으로 몇 가지를 꼽는데 첫 번째가 '사회를 보는 눈'입니다. 소위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성공한 광고들을 보면 가장 먼저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합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 때, 소비자들이 '그 생각은 못 했는데 그 광고 보니까 정말 그렇네'라고 공감해 주고 따라와 줄 때 광고는 성공하는 것입니다. 비단 광고뿐만이 아니지요. 모든 문화가 다 그렇습니다. 트렌드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요구하는 잠재적인 욕구와 문화적인 상상력을 한 발 앞서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직관이나 통찰력이라는 말이지요. 두 번째는 '새로움'입니다. 새로움을 종교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새롭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말이지요. 저 역시도 늘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해 보지 않은 광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 다음으로 광고란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뒤집어 말해보면 광고는 결국 내가 평상시에 쓰는 말이나 생각, 행위 속에 있다는 것이지요. 감동이란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늘 생활 속에 있기 마련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사에서 모티브(motive)가 생기고 그것이 발전돼 광고가 되는 것이지요. 저도 생활 속에 있는 많은 예를 가지고 광고를 만들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제가 마흔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열 두 시가 가까워졌습니다. 제가 옆에 있는 친구한테 "야, 몇 분만 있으면 내 생일이다"라고 말을 했더니 친구는 밤중에 나가서 초코파이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초코파이를 마흔 개나 사 가지고 와서 그 술집의 불을 다 끄고 깜짝 이벤트로 생일파티를 해주었습니다. 그 때 그 깜짝 파티가 며칠 후 오리온 초코파이 CF로 각색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학교에서 선생님 생신을 맞아 학생들이 몰래 준비한 초코파이로 생일파티를 해 드리는 스토리였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생활 속의 있을 법한 단면을 드라마화 했을때 광고는 힘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 경우였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광고도 인간학이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만드는 것도 사람, 광고를 보는 것도 사람, 광고를 통해서 감동을 받는 것도 사람이고 행동을 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광고를 만들기는 참 어렵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이십 년 가까이 광고를 해 오면서 무수히 많은 광고를 했는데도 역시 광고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살아가는 방법도 마찬가지겠지요. 정답이 있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좀 더 자유롭고 더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좀 더 창조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컨셉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컨셉을 분명히 하고 가슴 속에 나만의 키워드를 간직하고, 내가 지향해야 할 나만의 이미지를 확실히 갖추어 가야 합니다. 창조적이라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다른 길을 발견하는 용기'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광고인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그 중 이런 게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해고되기 딱 좋은 짓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도 입사면접을 볼 때 본부장님께서 '우리 회사에서는 모범생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라고 말씀하시길래 '모범생이 안 되는 순위에는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어쩌면 그 대답으로 뽑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여러분께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창조적이기 위해서 좀 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기존의 관습이라든가 습관이나 발상을 과감하게 털어 버리고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조금 더 다른 마인드로 자신을 무장한다면 좀 더 재미있는 학창시절이 될 것이고 좀 더 흥미진진한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란 것은 지식의 성적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지혜의 성적표로 보여지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강연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