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남북통일과 4대 강국의 역할

현재 남북 관계는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장관급 회담과 적십자 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은 벌써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듯이 성급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인권이 존중되고 민주화된 통일사회를 구축하는 것은 안보에 대한 균형적인 감각과 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 기반이 공고히 다져져야 가능할 것이다. 오늘 강의는 한반도 통일에서 주변국의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오늘 강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냉전 종식 후 국제 및 동북아 정치 변화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둘째, 주변 4대 강국의 한반도 정책을 검토해 본다. 셋째,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남북관계 발전에 가능성에 대한 주변 4대 강국의 입장을 분석해 본다. 아울러 주변 4대 강국에 대한 우리의 통일 외교 정책의 추진 방향에 대해서 나라 별로 몇 가지 제안을 하기로 한다. 냉전 종식 이후 국제 정치의 추세는 정치의 민주화, 경제의 세계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정치·안보 문제와 더불어 경제·환경·인권 등을 포괄하는 인간적인 안보 문제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 냉전 체제 동안 잠재해 있던 갈등요인들(민족, 종교, 영토, 언어, 빈부의 격차에서 비롯된)이 불안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원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저는 현재 국제 질서를 단극-다강(유니-멀티폴라)체제 라고 정의하는데 동의한다. 현 국제체제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정점으로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수의 강대국이 혼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 일부 학자들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미국은 정치·군사라는 Hard Power와 이념·문화라는 Soft Power를 모두 지닌 초강대국입니다. 냉전종식 이후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정치의 민주화와 경제의 세계화에는 미국의 주도하에 전개되고 있고, 미국 젊은이들이 듣는 음악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 미국이 문화적 측면에서도 독보적 존재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코소보, 동티모르 등의 지역 분쟁은 미국과 지역 강대국의 협력으로 해결되고 있다. 우리가 기대했던 UN등 다자기구는 분쟁 예방과 해결에 실패하고 강대국들의 개입 결과를 뒤처리나 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는 WTO 중심의 자유 무역 체제가 정착되고 있고 이에 대응해 EU, NAFTA, APEC 등 지역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현 국제 정세는 미국의 독보적인 위치로 강대국들이 추구하는 다자주의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고, 세계화되는 진행되고 있지만 세계화가 국제 질서를 보장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 패권에 대해 불만을 가진 강대국들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패권 하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고 누구도 미국에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에도 불구하고 국제질서는 아직도 통합과 분열 및 지역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과도적인 단계에 있다. 동북아 정세도 이와 같은 국제질서가 반영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미국을 정점으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강국들의 이해 관계가 교차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 군사력의 30%가 집중되어 있다. 현재 미국의 리더십과 세계적인 긴장 완화 및 경제의 세계화 추세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은 완화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잠재적 불안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동북아 지역 안보 현황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첫째, 지역 국가들의 양자 관계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 한국이 중국, 러시아와 수교를 맺었고, 남북한관계도 정상회담을 통해 차츰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역 국가들간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도 상당히 심화되어 러시아가 자유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였고, 중국도 개혁·개방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둘째, 지역 안보를 위해 미국이 세력 균형자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지역 불안을 해소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은 첫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미국을 비롯한 지역국가들의 군비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자국의 안보(NMD) 및 동맹국의 안보(TMD)를 위해서 새로운 요격미사일 체제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이어지고 지역 국가들의 군비 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TMD, NMD 구축이 북한보다는 자신들을 겨냥한 행동이며 대만의 독립 가능성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때문에 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 지역에서 중.러를 중심으로 반미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한반도를 포함하여 지역 강대국들간에 분단 상황 및 영토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중·일간에는 조어도라는 센카쿠 문제가 있고, 러·일간에는 북방 4개 도서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고, 한·일간에는 독도 문제가 걸려 있다. 또한 중국과 남북한은 통일문제가 남아 있다. 셋째, 유럽과 달리 동북아에서는 지역 안정을 위한 다자간 안보 대응 체제가 없다. ASEAN, ARF가 존재하지만 이것은 결집력이 약한 협의체에 불과하고 동북아 지역문제에 직접 연계도 약하다. 동북아 지역 안보를 위해서는 좀 더 강력한 대화 안보 협의체나 대화체가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동북아다자간회담을 제안했고, 최근 미국이 아태지역안보공동체(APRI) 구축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자안보협의체 또는 협력체 구축에는 주요 안보 현안문제의 해결이 우선 시 되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이 한반도 주변의 전반적인 정세이다. 그럼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간단히 진단해 보기로 한다. 현재 중국은 현대화의 추진으로 급진적인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으나 부의 편중, 실업문제, 사회 안정의 급속한 붕괴, 당정 관리 부패 및 인구증가 등이 정치적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대내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호전적인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러시아는 경제난이 지속될 경우에 민족적 분규가 발생하여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권위주의가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정치적 리더십 부재와 지속되는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은 극우 보수세력의 대두 가능성으로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의 지속되는 경제난과 식량난은 김정일 정권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남한도 IMF체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경기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타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남북한 및 한반도에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는 강대 국가들의 상황이다. 주변 4대 강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순으로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자로써 한반도에 군사 안보적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한반도는 냉전 시대에는 공산주의 봉쇄의 전초 기지였고, 냉전 종식 후에는 미국 주도하에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한 전략적 거점이다. 미국은 지역안정과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억지력을 행사하는 한편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유도하고자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한반도를 일본, 중국을 연결시키는 거대한 시장의 거점으로도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미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안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이와 같은 안보적,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미국은 특히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운반수단의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 군사적 억지력을 보유하는 한편 북한과의 합의를 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전술한바와 같이 지역 안정에 필수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미관계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남한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남한이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당시 클린턴 미 행정부는 남한에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였고, 김대중 대통령도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입장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 물론 현안으로 미군 주둔 협정문제(SOFA), 포르말린 살포 사건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지만 한·미 양국은 모두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자기들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N등 국제기구를 통해 다자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자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 차원과 동북아 지역안보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위해서 미·일 양국은 1992년에는 세계적 동반자 관계 확립, 1996년에는 신방위지침을 수립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 지역의 안보위협에 대해서 적극적인 방어 정책 등을 추구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정책은 남한을 중심으로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여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북한의 군사정책으로 초래될 수 있는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일면 북한과의 수교도 계속 모색하고 있다. 한편 남한과는 월드컵 공동 유치, 문화 개방, 대북 정책 협력 등 다방면에 걸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남한 중심의 한반도 정책을 추진 하면서 북한과의 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간에는 남한의 만성적인 대일 교역 적자, 기술 이전문제, 과거 청산문제 등으로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및 일본인 납치 문제로 북·일 관계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는 일본의 안보 명분을 강화시켜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은 대내외 정책은 과거 모택동의 이념과 계급에 기초한 대내외 정책에서 등소평의 국가 이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와 개방·개혁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장쩌민도 이를 계승해 상호 의존, 다자주의 등 국제 사회의 조류를 수용하고 세계경제 조류에 동참하면서 중국의 이익을 학대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건설을 통한 현대화 작업은 국시로 간주하고 있고, 현재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강국으로 부상하는데는 장애 요인이 많다. 첫째, 중국의 독자적인 경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미국이라는 조력자가 필요하고 이 때문에 섣불리 미국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 중국의 현실입니다. 둘째, 중국의 인구문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인구 문제에 대한 특별한 조치 없이는 경제력이 급성장해도 중진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셋째, 군사적 측면에서 세계 강국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이지만 지금도 에너지와 식량을 외부로부터 수입하고 있고, 수출시장도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안보적인 사활지역이다.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전략적인 안보 요충지로써 한반도 정세가 자국의 안정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곧 미국 등 서방국들과의 대결을 의미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은 중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국의 현대화 과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최근 전통적인 북한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하여 남북한 균형외교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과 남한이 국교를 정상화하고 중국의 현대화에 남한의 참여와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북한관계는 한동안 소홀해졌다. 한·중수교를 계기로 중·북한관계는 대내외 정책에 대한 이견,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으로 인한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해서 중·북한 관계는 어느정도 복원되고 있으나 앞으로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조심스럽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무력대립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남북한간의 평화공존을 지원할 것이다. 이어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을 알아 보기로 한다. 현재 러시아의 대외 정책은 일종의 러시아식 '먼로 독트린'을 표방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발전에 위해 서방과의 파트너쉽을 유지하지마는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러시아의 이익만은 서방이 절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기본 입장이다. 그래서 현재 푸틴 정부는 전방위 외교로 러시아의 경제난 극복과 국제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과의 경제협력이 필요하나 안보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및 북한과의 협력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물론 동북아 지역에 대해서도 동북아 안보질서 구축에 자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기 위해 다자안보협의체 구성 및 4자회담 등 한반도문제에 러시아의 참여를 주장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보다 먼저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취했다. 1990년 수교 이후 남한으로부터 경협차관을 제공받았고, 이후로도 한국 자본을 러시아에 유치하려고 노력하였다. 한편 북한과는 대내외 정책에 있어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1993년 남한의 대러 차관이 중단되고 1996년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에서 러시아가 제외된 후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러시아와 북한 관계 증진에 대한 전망을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러시아의 지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산적한 국내 문제 때문에 북한을 지원할 능력이 없다. 때문에 러·북한 양국 관계 개선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활용하여 시베리아, 극동 지방의 자원개발을 포함하여 러시아가 과거 북한에 제공한 대규모 산업 시설 70여 개의 확충을 위해 남한의 자본과 러시아의 기술을 결합하자는 경제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제안 배경에는 이를 계기로 한반도의 안정,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지지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와 같이 주변 4대 강국들은 한반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유지 및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가 평화적이고 자주적으로 통일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와 관련 주변 4대 강국의 입장과 인식에 대해서 몇 가지 지적할 수 있다. 우선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미국의 안보의 균형자 및 조정자로써 역할이 감소할 것이고, 이것은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의 패권 유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이 이룩될 경우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이것은 미군의 일본 주둔에 대한 정당성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변화는 일본의 안보 위협 인식을 고조시켜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을 급속히 추진할 것이다. 특히 일본은 과거 감정 때문에 통일한국이 일본보다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반도 통일 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통일한국이 자신들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한국은 이념적으로나 체제적으로 미국과 일본과 유사하여 이들과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토일한국의 국력은 중국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에 미국이 역할이 감소되고 일본과 중국의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지역 강대국들의 군사적 대립은 미국이 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 강대국들간에 팽팽한 군사적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문제는 민족문제인 동시에 주변 강대국의 이해가 개입된 국제문제이기도하다. 물론 앞으로도 주변 4대 강국은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공식적으로 반대할 입장은 아니나 관련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로 이들의 협력과 지지가 통일과정과 통일 이후의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 현재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태도(전문가들)는 통일보다는 남북간 평화 공존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일연구원에서 1997년에 주변 4대 강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에게 한반도 통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응답이 미국은 82%, 중국은 72%, 일본은 50%, 러시아는 44% 였 다. 그리고 현재 상태 유지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일본은 37%, 러시아는 38% 였다. 결국 일본은 87%, 러시아는 82%가 포괄적인 의미에서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한반도문제 전문가의 견해가 그들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해서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해서 주변 4대 강국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통일 외교가 요구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현재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그에 대한 주변 4대 강국의 태도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현재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로 남북 당국간 회담이 진행 중에 있다. 제가 보기에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 회담이 제 3자의 중재가 아닌 남북의 직접 합의로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 한반도 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남북한 정상들 간에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은 평화통일이라는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통일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통일과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국민들의 많은 인내와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주변 4대 강국의 한반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 해 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주변 4대 강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관계 개선이 그들 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대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우리에게 직면한 과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 미사일문제 등에 대한 평화적인 해결을 지원하고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주변 4대 강국의 지원과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도록 지원하여 통일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 나가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우방국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독일이 미국 및 서방 동맹의 확고한 지원으로 평화적으로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각국의 입장과 태도 및 주요 현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치를 지지하고 있고, 북한과의 협상으로 핵 개발 동결 등 핵문제를 일단 해결하였다. 이와 같은 입장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적 공존, 핵비확산체제 유지 및 동북아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문에 미국 의회(공화당 중심)가 대북 협상에 너무 저자세로 임하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협상을 통해서 지역안정과 핵비확산 전략에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미국은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킴으로써 미국의 북한에 대한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서 한반도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주한 미군의 당위성에 대한 재평가 분위기가 조성되면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근리 사건, 한강 포르말린 방류 사건, SOFA협정 불평등 문제로 남한에서 반미 감정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대내외 정책과 대남 정책이 아직도 불투명 시점에서 남한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한·미 안보 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라는 공동 안보 이익을 추구하는데 보다 긴밀한 협의와 미국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하루 빨리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또한 우리는 한·미·일 3개국 조정 감시국(TCOG)협의회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정책을 상호 협의하고 나아가서 북한이 대남 협상과정에서 남한과는 경협 문제만을 논하고 군사, 안보 문제는 미국과 논하겠다는 북한의 양면 정책을 차단하는 입장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남북 문제를 우리의 주도하에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페리 보고서를 참고한 북·미 관계의 개선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미국의 NMD 구축은 관련국들과의 심도 있는 협의와 이해를 바탕으로 대립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 정세는 과거보다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미국에게 한반도 세력 균형의 조정자로서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남으로서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협상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 긴장 완화가 북·일 수교를 촉진시켜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남북 정상의 공동선언에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진전되는 경우에 북·일 수교를 맺고 한반도를 대륙 진출의 거점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일본이 기대하는바가 크다 하겠다. 따라서 일본에 대한 우리의 통일 외교는 TCOG를 통해 남한 주도의 통일정책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면서 일본의 대북 경제 지원 및 북·일간의 국교 정상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을 매우 환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은 자국의 안정과 경제 발전에 주요 변수인 한반도의 안정이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중국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의 경제 문제, 대량 살상무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적으로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미국의 첨단무기 개발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중국은 냉전 시대의 혈맹으로써 과거에 지원했던 수준의 원조를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러시아와 대북지원 경쟁을 전개할 필요성도 사라졌다. 현재 중국은 매년 10만톤 이상의 식량과 원유 그리고 상당량의 비료 등을 무상으로 북한에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이 생존하는데도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남북관계 진전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원조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북간의 경협 증대로 한국 기업의 대(對)중 투자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내륙지방 특히 서안을 중심으로 경제 후진 지역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남한이나 일본의 경제적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투자 자금이 북한으로만 집중 될 것을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안보적인 측면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하고, 이것은 미국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TMD, NMD의 구축을 위한 명분이 약화될 것이고 나아가서 주한, 주일 미군의 역할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중국이 보이지 않는 역할을 수행한 것을 자국의 외교역량을 제고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의 기대와 우려를 감안하여 우리의 대중정책은 한·미·일 공조 체제에서 중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한반도문제에 대해 중국과의 정책 협의를 지속시켜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상호 경쟁과 보완을 통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이웃이다. 한·중간 상호의존관계의 강화는 우리의 통일 및 경제적·안보적인 이해를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한반도에서의 자기들의 영향력을 회복 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주변국의 중재보다는 남북간의 합의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이 대남정책을 포함한 대내외 정책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보적인게 사실입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 관계는 중국과 비슷합니다. 미국이 TMD, NMD 추진과 관련하여 러시아에게 ABM(탄도탄요격 미사일) 개정을 요구하는 것에 불만인 러시아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주장에 설득력이 약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미국의 NMD구상을 계기로 러시아는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적인 실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남북한과 삼각 경협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에너지 자원의 중장기적인 확보와 유럽과 연계되는 철도 수송로 확보 등 한·러 공동의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고,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협력을 유도하는 경제외교에 우선적인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가 이니셔티브를 취한바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 구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한·러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러시아가 북한을 부추겨서 남북한 및 북·미 관계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을 배제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한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전술한바와 같이 한반도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을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주변 4대 강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외교적인 지혜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통 우방들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우리의 이니셔티브로 통일과업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정착시키고, 경제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