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통일의 씨앗 슈퍼 옥수수

저는 옥수수를 통해서 가난한 자가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고 닫혀있던 사람들의 강박한 마음이 부드러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는 슈퍼옥수수는 북한의 기아를 해결하고 우리 민족이 염원하는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지녔습니다. 슈퍼옥수수는 완전 무농약 상태에서 비료와 퇴비만 주면, 벌레와 옥수수가 공생하면서 많은 수확량을 거둘 수 있는 옥수수를 일컫는 겁니다. 본래 자연은 병과 벌레, 식물이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 우리 인간에게도 전혀 피해가 가지 않지요.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업도 특별히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자연을 보호해 가면서 해야 돼요. 자연과 인간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하는데, 사람이 너무 급해서 자연을 무시하다 보니까 자연이 파괴되고 결국 인간도 어려움에 처한 겁니다. 저는 옥수수와 더불어 인생을 꾸려나가는 사람입니다. 옥수수를 가꾸면서 자연을 보고 그 순리를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여기서 옥수수와 더불어서 제가 겪어온 일과 여러 생각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옥수수는 보통 북한에서는 강냉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주로 콘(corn)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국제적으로 제일 많이 통용되는 명칭은 메이즈(maize)라고 합니다. 여러분들, 마야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콜롬비아와 멕시코 고산지방에 가면 "옥수수민족"이라 불리는 마야족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완전히 옥수수만 심고 옥수수만 먹으며 살아가지요. 이 마야 사람들이 옥수수를 메이즈라고 하기 때문에 여기에 연유되어 국제 용어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제가 1971년도에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가서 보니까, 미국이 잘 사는데 이 옥수수가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옥수수는 전 세계 3대 농작물중의 하나입니다. 벼와 밀, 그리고 이 옥수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인데, 가장 급속하게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다방면에 이용되는 작물이지요. 1971년 당시 미국의 옥수수 재배면적은 세계의 1/4이었는데, 생산량은 1/2이었습니다. 그만큼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미국은 이 옥수수를 세계로 수출하여 큰 이익을 보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옥수수가 얼마나 여러 용도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지 아십니까? 우리나라의 옥수수 재배지역은 거의 북한이고 남한에는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곡물이 바로 이 옥수수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이용하는 작물이 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쌀이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일년에 우리가 생산하는 쌀은 500∼550만 톤 정도 되는데 반해, 수입하는 옥수수는 대략 천만 톤 정도 됩니다. 쌀의 두 배지요. 엄청난 양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70%는 사료로, 30%는 우리 식생활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만약 소프트드링크를 마셨다면 그 단맛은 거의 옥수수를 이용한 화학작용으로 설탕을 만들어 이용한 제품일 겁니다. 그리고 여성들 중에 미장원에 가서 조금 값비싼 파마를 했다면 그 파마약은 옥수수에서 나온 내추럴 물질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 겁니다. 그 뿐 아니라 요즈음 흰 종이도 전부 옥수수 풀을 먹여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본다면 적어도 몇 천 종류의 상품이 옥수수를 이용해 우리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 옥수수가 주요 식량원입니다. 북한주민의 70%가 옥수수를 양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그 생산량은 극히 적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북한주민들이 굶어서 괴로움을 당하는 주원인이 단위 면적당 옥수수의 생산량이 극히 저조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는 개발도상국에서 재배되는 옥수수와는 달라요. 게다가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미국형태의 옥수수가 재배되지 않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기 이전에도 우리나라의 여러 학자들이 미국에 가서 옥수수를 연구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미국의 옥수수를 우리나라 기후에 적응시켜 재배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러나 전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필리핀, 인도, 파키스탄, 태국,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도 전부다 실패했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하나 둘씩 포기하면서 개발도상국가에는 미국형태의 옥수수가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가서 공부를 해 보니까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정신 없이 옥수수 연구에 빠져서 저는 마침내 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자마자 박사학위 졸업식에도 참석을 안하고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청으로 급히 귀국했습니다. 내 조국이 못사니까 내가 옥수수를 해서 굶지 않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돌아와 보니 사람들이 이미 실패할 것이 뻔한 교잡종옥수수 육종을 또 하느냐고 반대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옥수수 종자 개량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설득했습니다. 1976년 가을에 수원19호, 수원20호, 수원21호 개발에 성공해서 간신히 정부의 허가를 맡아서 하와이의 몰라카이섬에 가서 겨울동안 종자 생산(16톤)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와이에 가서 5개월 동안 겨우겨우 고생해서 종자 만육천 킬로를 마련해서 돌아왔더니 그 사이에 교잡종옥수수 연구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일을 무산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옥수수 종자를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종자의 반은 창고에 넣어놓고 나머지는 무상으로 농민들에게 주어서 강원도,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에 심었습니다. 소문이 나쁘게 나서 공짜로도 안심겠다던 농민들을 설득해서 강원도를 포함해서 400여 농가에 심었지요. 그 옥수수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배된 미국형 옥수수로 우리나라의 기후에 맞게 병과 벌레가 같이 공생하는 옥수수였습니다. 그 후 강원도의 농가 소득이 당장 3배로 뛰어 올랐습니다. 그것이 세계 최초로 개발도상국가 자체 힘으로 미국형 옥수수가 성공적으로 재배된 사례가 됩니다. 그 이후로 아시아지역, 인도, 필리핀,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도 새로운 옥수수, 선진국형 옥수수가 재배되게 되었지요. 심지어 멕시코에 있는 국제 옥수수·밀 연구소(CIMHYI)도 얼마나 반대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 젊을 때 돈 계산만 하면 일하는 재미를 잃어버리니까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노력하세요. 죽을 때 한푼이라도 갖고 갈 수 있습니까?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서 어떻게 국가와 민족, 사회가 덕을 보는가 이것을 생각해 보세요. 오로지 잘 먹고, 잘 살고, 더 쓰고 하는 것이 삶의 기준이 되면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의미가 없어져요. 살다보면 어떨 때는 너무나 하기 싫고 죽고도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생길 수가 있어요. 그러나 자기가 죽기 전에 남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면 삶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당시에 여러 나라에서 스카웃 제의가 있었고 심지어 농촌 진흥청 월급의 백 배를 주겠다는 나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 조국이 굶고 있는데 돈 생각만 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교잡종옥수수 육종에 성공하고 우리나라가 옥수수 육종 기술로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는 사실에 저는 대단히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저는 강원도에서 옥수수 재배에 성공한 이후 UN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당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밑으로 있는 나라들이 옥수수를 이용해서 식량난을 해결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아프리카 옥수수 재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이러스입니다. 옥수수위축바이러스병이라고 하는데 아프리카에 있는 대부분의 옥수수 품종이 전부 다 여기에 걸려 있었습니다. 또 악마의 풀이라는 기생잡초(스트라이가)가 있는데 이것이 수수, 조, 벼나 옥수수에 달라붙어서 아프리카 식량 손실의 제 1의 적이 되고 있었습니다. 미국, 영국, 불란서, 독일과 같은 선진국도 근 100년 동안 이 악마의 풀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했었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만큼 아프리카에서 농작물을 수확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10년만에 그 불가능하다는 일을 우리가 해냈습니다. 1983년도 제가 세계 최초로 불가능하다는 옥수수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것도 아까 제가 얘기한 것처럼 악마의 풀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유를 주면서 옥수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즉 스트라이가를 100% 죽이는 것이 아니고 5%내지 10%정도 살아남게 해주면서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옥수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사하라 사막 북부에서 잘 자라는 슈퍼2호입니다. 슈퍼1호는 나이지리아 동전에 새겨져 있지요. 역시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고도 다수확을 할 수 있는 품종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십니까? 굳이 통계처리를 해서 분석해 볼 필요도 없습니다. 나이지리아는 1억 2천의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아프리카 인구의 약 25%가 그곳에 살고 있지요. 제가 갔을 때 나이지리아는 옥수수를 100만 톤 생산하고 100만 톤 수입했는데, 지금은 옥수수를 600만 톤 정도 생산해서 200만 톤 정도는 수출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성공을 거두면 세계적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제가 지금 북한에서 하겠다는 일은 바로 이 나이지리아에서 한 일과 비슷한 겁니다. 저는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한 것보다는 훨씬 빨리 옥수수 재배 성공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남북이 갈라져 있으니까 옥수수 연구하기가 참 힘이 들어요. 그리고 아무리 학자들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정치가들이 방해하면 할 수 없어요. 게다가 북한에서 옥수수 재배를 한다니까 국민들도 처음에는 보는 시각이 굉장히 좋지 않더군요. 그런데 마침 제가 귀국해서 대구에 있을 동안 북한에서 5번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저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지요. 그래서 저는 1998년 1월말에 북한을 공식 방문해서 제 자신이 남한 사람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고, 남한정부가 보내줘서 왔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남한정부하고는 이야기 못하겠다는 겁니다. 박사가 좋지 남한정부가 좋은 것은 아니랍니다. 그래서 저는, 강냉이가 대구에 있으니까 나 붙들어 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 품종의 종자는 나밖에 모르고 우리 학생들도 모르니까 나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제가 5월초에 2차로 북한을 방문할 때 약 3천 종의 옥수수를 가지고 갔습니다. 북한에서는 1년에 1천 종 이상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3천 종을 가지고 갔으니 얼마나 놀랬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아는 게 옥수수밖에 없어서 나름대로 가지고 왔다고 했더니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에 수원19호가 1998년 처음 심겨졌습니다. 남쪽에서는 25년간 잘 재배되었는데, 북한에서도 얼마나 수확이 잘 되었는지 모릅니다. 정말로 북한은 옥수수가 잘 될 수 있는 최고의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미국보다도 더 좋은 기후를 가지고 있다고 봐요. 저는 남쪽의 옥수수뿐 아니라 당신들이 개발한 북쪽 옥수수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쪽 옥수수와 북쪽 옥수수를 교배한 통일옥수수가 개발되었습니다. 금년으로 3년째 옥수수는 통일이 되었고, 수원19호가 금년 2000년 북한 총 옥수수 재배면적의 약 10%를 차지하게 되었고, 새로 심겨진 것 중에서 상당히 좋고 기적 같은 옥수수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좋지 못한 일도 있었지요. 지난해 6월 15일 서해교전이 시작되었을 때 그로 인해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냉각상태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 이후 북한으로 연락했더니 저도 지금은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모처럼 옥수수 농사도 잘 되고 우리 민족이 화해해서 하나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것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돼버리지는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북한 동포들이 계속 굶주림에 허덕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7월 31일 들어오라고 해서 갔더니 평양 석정리 마을에 남한 옥수수 수원19호를 5백 핵타아르를 심었는데, 옥수수가 너무너무 잘 됐다는 거예요. 이렇게 잘 된 농사를 제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그 때 저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사람의 진정이란 이렇게 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면 결국에는 믿음이 생긴다는 거지요. 북한에서 제일 좋은 품종은 은산5호라는 것인데, 겉으로는 아주 크고 좋게 보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벌레가 30% 정도를 다 파먹어 버립니다. 공생을 못하는 거지요. 그러나 우리가 만든 수원19호와 공동개발중인 슈퍼옥수수는 종합보험에 든 것과 같이 병과 벌레와 공생하면서 다수확을 할 수 있는 그런 옥수수입니다. 북한에서는 감자, 밀, 보리를 재배한 후에도 옥수수를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병과 벌레에 더 강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지금 연구 중에 있습니다. 옥수수알 속에 40% 정도의 당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사탕옥수수라고 하는데, 이것을 그냥 풋옥수수로 먹으면 굉장히 달지요. 지금 평양에서는 어린아이와 노인들, 그리고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서 이 품종을 대대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식량 위기 속에서 아주 필사적입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 희망을 심어주고 그들을 우리 동포로서 따뜻이 감싸준다면 통일은 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들을 진심으로 믿으려 해요. 그렇게 하나하나 노력하다보면 신뢰가 생기고 쌓여서 곧 좋은 날이 오리라 봅니다. 여러분들, 우리는 동포입니다. 다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지요. 북한이 어려울 때 다른 나라가 아니라 남한 동포들이 도와줘서 일어섰다는 사실이, 앞으로 통일이 되어 같이 살아갈 때 얼마나 중요한 사실이 될 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이 기회를 놓치면 안돼요. 그리고 북한은 지금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아이들과 노인이 굶주리며 힘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1997년도까지는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약 이백만 톤 밖에 안되었습니다. 북한 인구가 2천2백만이니까, 여러분들 한번 생각해보세요. 정말 아찔한 상황입니다. 1998년도에는 3백만, 1999년도에는 약 4백만 톤 정도 양식이 생산되어서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적어도 6백만 톤 정도는 생산돼야 북한의 식량난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북한도 우리가 IMF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서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리고 남쪽이 잘 산다는 것도 전부 다 알고 있지요. 우리가 비료 60만 포대에 기증자 이름까지 넣어서 보내고, 5천개 이상의 마을에서 옥수수를 심는 뜻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남쪽 동포들이 당신들을 위해서, 당신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마음을 보내고 싶은 겁니다. 돈 만원이면 한 사람이 한 달 먹을 옥수수밖에 못삽니다. 그런데 그 돈으로 옥수수 종자를 사서 과학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한 사람이 일년 먹을 수 있는 옥수수 180킬로를 생산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하는 방법은 북한 스스로 땀을 흘려서, 자신들의 자존심을 살려가며 자력으로 양식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금 우리 남한 수준의 1/3, 1/5만 먹어도 얼마나 밝게 웃으면서 잘 견디는 줄 모릅니다. 그러니까 같은 동포인 우리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돼요. 북한은 가능성이 많은 나라입니다. 부지런하고 굉장히 똑똑합니다. 만약 서로 협심해서 북한은 식량위기를 해소하고 우리는 IMF를 완전 해소한다면 전 세계가 우리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 저는 언제 어디서나 제게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제 뒤에 7천만 민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 당장 눈앞에 있는 어려움에 굴복하지 마세요. 옛날 4.19때 민주화를 위해서 목숨 걸던 그 정신들 다 어디 갔어요? 통일을 위해서, 보다 큰 뜻을 위해서 여러분들의 이름값을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움직이면 나라가 움직이고 세계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우리 조국과 여러분 자신에 대해서 긍지를 가지세요. 전세계에서 안되는 일은 우리 한국인에게 맡기면 돼요. 그러니까 여러분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마시고,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서 살아가는 순결한 정신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남을 도와주는 일을 우리는 잘 못해요. 여러분들이 무엇인가 가지고 있을 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베풀 수 있다면 여러분은 세계 속에서 수많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돈도 마찬가지지요.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항상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아버님 생각이 나는군요. 우리 아버님께서 제가 어릴 때 행여나 나쁜 놈이 될 것 같아서 "이놈아, 돈은 벌기보다는 쓰기를 잘해야 한다"고 매까지 드시며 누차 이야기하셨지요. 그래서 아버님 돌아가실 때, 저는 제 자신보다는 민족과 국가를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옥수수에 목숨을 걸고 북한에 가서 옥수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태풍이 왔을 때 비바람을 맞아가면서 일을 했더니, 북한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도 이렇게 와서 목숨 걸고 일을 하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나 너무 부끄러워 하면서 일했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미안하기도 하고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릅니다. 여러분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하고 마음을 열 때 북한 동포들과 한마음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자신이 주위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나갈 때 그 날은 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