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민족사에서 김정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번 주제를 '민족사에서 김정일을 어떻게 볼 것이냐'로 선택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남북정상회담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우리와 북측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용어를 따져 보면 북한에서는 최고위급회담이라고 합니다. 우리처럼 정상회담이라는 말을 하지 않죠. 아시다시피 북한은 남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남한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정상회담이라 하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 또는 국가 원수끼리의 회담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적당치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들끼리 만나는 회담이라고 해서 최고위급회담이라 지칭하는데 저는 북한의 용어 선택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통일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의들 속에서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치관에 관한 문제입니다. 김정일을 만나는데 있어서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대할 것이냐? 그리고 나아가 김정일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 도덕적 평가를 할 것이냐? 그리고 우리가 통일을 하는데 있어서 원칙은 무엇인가? 정의 있는 통일이냐? 아니면 정의 없는 평화냐? 이런 논의가 대단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원래 사물을 판단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좋고 나쁨의 판단을 먼저 내리려는 기질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과 대화해 보면 항상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우리 편 내 편을 가르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김정일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다라는 판단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애매한 태도가 계속 된다면 우리의 통일은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통일, 정의가 실종되는 통일, 아주 편의적인 통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우리가 꼭 따져봐야 될 통일에 대한 정의와 가치관, 그리고 도덕적인 원칙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살펴보고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김정일이라는 인물을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저는 2000년의 한반도 상황은 인류역사상 가장 특이한 드라마이며, 또 그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1995년 이후 대략 100-350만명이 굶어 죽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 사실과 더불어 더욱 특이한 일은 그 남쪽에 있는 4,500만명의 동족들이 이러한 상황을 저 아프리카 어디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멀리에서 일어난 일로만 느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철새 도래지에서 철새가 농약을 주워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는 전면 컬러 사진을 찍어 신문의 1면 톱기사로 보도하는데, 지난 5년 사이에 우리 동족 300만명이 굶어 죽었다는 비극적 사건을 신문 1면에 다룬 적이 없다는 겁니다. 남한 사회에서 북한 동포 300만명의 죽음은 철새나 가축의 죽음보다도 덜 절실하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면서도 저 멀리 터키에서 지진이 났다고 하면 모금운동을 해 보냅니다. 바로 우리 지척에서, 전쟁도 아니고 평화시기에 동포 300만명이 굶어죽었는데도 말입니다. 이것은 인류역사상 없었던 일입니다. 물론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단 같은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는 내전이 일어나서 식량 원조를 받아도 분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굶어 죽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는 그러한 내전도 없고 폭동이나 쿠데타가 일어나서 사회가 혼란에 빠진 것도 아닌데 300만명이 굶어죽고, 사람이 인육을 시장에 내다 팔다 잡혀서 공개처형을 당하는 상황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입만 열면 통일을 이야기하는 우리가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과연 통일의 방향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월간조선」에 매달 탈북자들이 쓴 수기들을 싣습니다. 작년에는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원고를 하나 보냈는데, 거기 통계표를 하나 붙여놨더군요. 그 통계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1999년 4월 20일 함경남도 고원역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역전에 들어가 있는 사람 총 1896명, 그 중에서 기차를 타려고 하는 사람이 136명, 나머지는 다 방랑자인데 그 중에 어른이 840명, 4살에서 17살 사이가 896명, 그 다음에 이 1896명중에서 하루 세끼를 다 먹은 사람 204명, 하루 두끼를 먹은 사람 192명, 하루 한끼 먹은 사람 640명, 하루 한끼도 못 먹은 사람 723명. 그러니까 하루 한끼 먹은 사람과 하루 한끼도 못 먹은 사람이 1896명중에서 1360명이라는 겁니다. 또 최근에 어떤 의사가 자신의 오빠를 만나러 원산으로 가던 중에 기차에서 일어난 일을 써보낸 것도 있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소년이 앉아 있었는데 나중에 내릴 때쯤 흔들어보니까 죽어 있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트럭이 와서 그 기차 안에서 여행을 하다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싣는데 자기가 세어보니까 70명에 달하더라는 거죠. 이런 상황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가 민족의 문제, 그리고 바로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외국에서 일어난 문제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 바로 통일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300만 동포가 굶어죽은 이러한 참상을 우리 문제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언론과 정치 분야와 같이 이 사회에 화제를 만들어 가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그 실태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그런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사실상 실패해 왔습니다. 그래서 철새 한 마리가 죽는 것이 북한 주민 수십만명이 굶어죽는 것보다도 더 큰 뉴스로 보도되고, 그것이 우리에게 더 절실한 문제로 인식되게끔 만들었던 겁니다. 그러면 오늘날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가? 결론을 먼저 말씀드린다면 남과 북의 대결은 결국 선과 악의 대결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북한은 북한정권을 지칭하는 것이지 북한 주민들이 아닙니다. 북한정권은 악의 집단이고 남한은 그래도 선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민족사적 정통성에 따른다면 북한은 이단입니다. 또 법률적으로 이야기하면 국가와 반국가의 대결입니다. 이런 관계에서 타협과 대화를 통한 통일이 있을 수 있는가? 저는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는 제3의 해결책이 나올 수 없으며 또 이단과 정통 사이에서 어떤 제3의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선과 악을 뒤섞어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어떤 제3의 가치관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남과 북의 대결은 결국 한쪽이 어느 한쪽에 흡수될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남북한 통일은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로 갈 것이냐, 또는 사회주의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로 흡수될 것이냐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거죠. 둘 중의 하나지 그 둘을 섞어서 2로 나눈 것은 아닐 겁니다. 또 민족의 정통성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주의는 역사를 무기로 삼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역사의 발전 법칙입니다. 그들은 역사의 발전 법칙이 자본주의 다음에 사회주의, 사회주의 다음에 공산주의로 예정되어 있다고 자신합니다. 따라서 역사를 하나님처럼 모시면서 일종의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합니다. 공산주의자들에게는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한 정치적 무기이자 관건이 되는 셈이죠.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사관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왔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신화시대를 제외한다면 결국 통일신라가 우리 최초의 민족 통일국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반도를 민족의 보금자리로 확정했고 통일 신라 때의 언어를 현재 우리의 공통된 언어로 삼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공통된 미풍양속과 전통, 또 공통된 정치, 사회제도를 만들어서 그것이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생활 양식을 규정해왔기 때문에 우리 민족사의 정통은 신라 통일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지요. 신라가 통일했을 때는 바로 당나라의 전성시기였습니다. 그 거대한 당나라와 신라라는 자그마한 나라가 결전을 벌여서 한반도를 민족의 보금자리로 확보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의미를 소중히 여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우리 민족사에서 앞으로 통일을 하는데 필요한 전략이나 마음가짐, 또는 지도층의 자세 등을 알기 위해서는 삼국통일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든 우리 민족의 정통성은 신라통일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그것이 고려, 조선으로 넘어 가면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비해서 북한은 단군,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 북한 이렇게 이어지는 민족사적 정통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화적인 인물인 단군을 실체로 파악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것은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습니다. 단군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삼국유사입니다. 삼국유사 이전의 어떤 기록에도 단군이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군이 과연 실존 인물인가 단순한 신화적 인물인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 탄소 연대 측정을 조작해 그 연대를 한참 올려 가지고 어마어마한 단군릉을 만들어 참배를 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따라서 민족사 정통이 고구려, 발해, 고려로 이어졌다고 한다면 신라 통일을 부정하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방 중심의 정통론이 왜 비과학적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던질 수 있겠지요. 우선 발해라는 나라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이 발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의 기록이 거의 없고 주로 중국과 일본의 기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해에서 일어났던 역사는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역사가 아니라 주로 블라디보스크 근방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무엇보다 역사적 공간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발해로부터 물려받은 직접적인 유산이 없습니다. 역사적 전통이라는 것은 선조들이 남긴 그 무엇을 가지고 후세의 사람들이 이어받아서 생활하는데 보탬이 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제도나 언어, 문화나 예술과 같은 것 중에서 발해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은 별로 없습니다. 또한 발해의 지배집단은 한민족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주된 구성원 대부분은 말갈족과 같은 유목민족이었습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계통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해를 민족사의 정통에 놓는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인 조작에 의한 역사의 왜곡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 북한을 이단이라고 한 저의 주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10년 전쯤 김현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현희는 1987년 11월 29일 중동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기에 시한폭탄을 장착해 115명을 죽인 북한의 테러리스트였지요. 동반자였던 김성일 공작원은 바레인에서 불신검문 때문에 잡힐 위기에 처하자 독약을 깨물고 자살했고 김현희만 살아남게 되었지요. 저는 김현희와 인터뷰하면서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교양 있고 얌전한 여자가 어떻게 테러리스트가 되었을까? 또 폭탄을 올려놓고 내렸을 때, 같이 타고 오던 수많은 남한 동포들이 죽을 줄 알았을 텐데 왜 그 때 중지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저는 김현희에게 폭탄을 선반 위에 얹어놓고 바레인에서 내릴 때 심경이 어떠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김현희는 그 때 바그다드에서 그 비행기를 타고 왔었답니다. 그래서 주변의 한국 중동건설 노동자들이 하는 얘기를 모두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 중동노동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2, 3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이제 막 귀국하는 길이였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설레고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우리 아들한테 줄 선물을 뭘 샀다든지 그 동안 월급이 적어서 고생을 했다든지 여러 이야기들을 하면서 아주 들떠 있었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바레인에서 내릴 때 김현희는 승객실을 한 번 뒤돌아보며 마음이 약해졌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몇 시간 뒤에는 죽겠구나 생각하니까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일에 대하여 죄책감이 들더랍니다. 그러나 그 때 동시에, 진정한 혁명가는 죽어서도 그 정치적 생명은 영원하다, 또 위대한 남조선혁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된다 하는 김일성의 교시가 생각나더랍니다. 그래서 자기의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그냥 비행기에서 내리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테러리스트였던 김현희가 저에게 이야기하기를 북한에서는 His Story를 가르치고 남한에서는 History를 가르치더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김현희는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답니다. 그 대신 뭘 잘 아느냐? 김일성의 가계를 잘 압니다. 김일성 아버지, 김일성 할아버지, 그 족보에 대해서는 우리가 조선조 왕 이름을 외우듯이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역사는 그저 형식적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김현희가 북한에서 배웠던 것은 김일성, 김정일의 가계, 혁명사였습니다. 그러나 남한에 와서 여러 고궁과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아 우리 역사가 이런 식으로 살아 숨쉬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비인도적 행위, 그리고 전통과 역사의 단절이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 개인의 역사에 의해서 우리 민족 전체의 역사가 대체되어 왜곡되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는 외국역사에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 하나가 없습니다. 바로 대학살의 역사가 없습니다. 그러나 1945년 이후, 한반도에서는 세계 역사에서는 볼 수 없는 광기의 대학살이 이루어졌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사건들이 다 무엇 때문이었는가? 바로 공산주의의 잔인성 때문이었습니다. 공산주의 이념을 살펴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여러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여러 성격 중에서 남을 미워하고 남 잘되는 것을 못보는 나쁜 성격이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그런 야수성을 자극합니다. 계급투쟁의 논리로 보면 머슴이 지주를 때려죽이는 일은 살인행위가 아니라 바로 계급혁명을 위한 위대한 성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공산주의자들은 사람을 때려죽이는 행위가 자랑스러운 혁명적 행동이라고 합리화시킬 수 있는 이론을 제공한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적용했습니다. 1946년 10월 1일 당시의 공산주의자들은 식량폭동을 일으키면서 맨 먼저 경찰관을 때려죽였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의 가족도 죽였습니다. 그러자 그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미군정 또한 그와 비슷한 보복을 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항상 원인 제공은 공산주의자들이 먼저 했습니다. 6·25가 일어나자 삼일만에 인민군이 서울에 들어왔습니다. 서울에 숨어있던 좌익들이 완장을 차고 나타나 제일 먼저 한 일은 경찰관, 군인 가족을 잡아 인민재판에서 때려죽이는 일이었습니다. 그 사실이 전해지자 남쪽에서도 응징의 차원에서 좌익이었지만 대한민국에 협조하겠다고 신고한 사람들까지 다 죽이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산주의가 촉발시킨 대학살이 또 다른 대학살을 불러일으켜서 우리 민족사에 유래 없는 광기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저는 바로 이렇게 증오심을 부추기는 북한 공산주의의 논리가 그들을 민족사의 이단세력으로 볼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구체적인 증거라고 생각됩니다. 진정 김정일은 민족사의 이단세력일 뿐 아니라 한 마디로 반인류 범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누가 사람을 제일 많이 죽였느냐? 아마 스탈린과 히틀러가 막상막하겠지요. 히틀러는 600만명의 유태인들을, 스탈린은 강제수용소를 만들어서 2천만명을 죽였다고 합니다. 그 다음 세 번째가 바로 김일성, 김정일 부자입니다. 김일성에 의한 남침 때문에 약 300만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김정일이 우리 동포 300만명을 굶겨 죽이고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의해서 600만명의 동족이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김정일을 판단할 때 이 사실을 잊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가치관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될 겁니다. 이것을 묻지 않는 것이 평화이고, 이것을 덮어두는 것이 진보라면 그 평화와 진보는 정의 없는 평화이고 정의 없는 진보일 것입니다. 김정일은 지금 당장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릴 방법을 네 가지나 가지고 있습니다. 네 가지 중에 하나만이라도 행한다면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지 않습니다. 제일 하기 쉬운 방법이 집단농장을 개혁, 개방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개인이 농토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 것이 없으니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의 텃밭은 자기 땅이니까 열심히 심고 가꾸기 때문에 생산성이 몇 배나 뛰어납니다. 그러니까 옛날 등소평이 1980년대에 했던 식으로 집단농장을 개인소유화해서 생산성을 높이면 쉽게 해결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김정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에게 농토를 나누어주면 농민들은 농토에 충성을 바치지 당에는 충성을 바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처럼 자기의 통치 편의를 위해서 집단농장의 개혁, 개방이라는 가장 필요하고 기초적인 구제 수단을 행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나 군사 유지에 지나친 돈을 낭비하여 식량 사올 돈은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의 군사비는 GNP의 25%나 된다고 합니다. 군사비는 그만두더라도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에 들어가는 돈을 조금만 줄이더라도 북한 동포의 굶주림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일성은 세계에서 벤츠와 나폴레옹 코냑을 가장 많이 수입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히틀러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도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고자 합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드리는 말씀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우리의 통일이 6·25의 책임 문제나 기존의 테러 사건들을 덮고 적당히 넘어가는 통일이라면 차라리 그러한 통일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통일을 하는 이유는 질적으로 보다 더 나은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이며 나아가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당당하게 활동하기 위한 당위적인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주민에 대한 동족애와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분노, 이 사랑과 분노를 적절히 조절해서 정의와 원칙이 서는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말이 거꾸로 서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은 스스로를 자주국가라고 칭하며 우리보고는 사대매판주의자, 미국의 식민지라고 부릅니다. 물론 우리도 떳떳하게 자주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주한미군의 도움을 빌려 국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자주 국방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당당한 자주국가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진정 자주국가인가? 그 물음에 저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주의 정치 이념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의 전통과 역사관, 가치관과 인간관이 다른 서구에서 만들어진 이념을 가져와서 우상 숭배하듯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주민들을 결국 도탄에 빠뜨리고 말았지요. 외래사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서 국민 300만명이 굶어죽도록 했다는 것은 사대주의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대주의입니다. 또 북한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한다고 합니다.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칭하고 있지요. 또 자신들은 진보세력, 개혁세력이라고 하면서 남한의 지도층과 역대 대통령들을 수구반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수구의 기준은 바로 역사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발전단계에 맞추어 사고하고 정치하고 활동하는 것을 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진보세력은 역사의 발전단계를 잘 파악해서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큰 진보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근대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화는 대한민국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 그리고 그 바탕에서 경제발전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 또 그 경제발전을 토대로 해서 민주화를 이룩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진보세력입니다. 역사의 발전단계에서 자본주의 다음에 사회주의로 온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엉터리라는 것이 판명이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것을 끌어안고 버티고 있는 세력들이 스스로를 진보세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수구반동세력은 역사 발전을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는 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냉전구조 해체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한반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합시다' 라는 말은 근사하지요. 그런데 해체하자는 이야기 다음에 주장하는 내용이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에는 냉전구조라는 것이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이나 국정원은 필요불가결한 존재입니다. 또 주한미군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바가 아니라 북한의 기습 남침 위협 때문에 일시적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 냉전구조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냉전구조 해체론을 요구하는 세력들은 냉전구조가 존재하지도 않는 남한에서 해체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국가를 해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팽배해 있으니까 김정일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바로 서지 않고 결국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겁니다. 한 나라의 가치관이 제대로 서려면 첫째 법이 제대로 작용해야 하겠지요. 법은 국가와 국민이 맺은 하나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법을 어기는 사람들은 정의 구현을 위해서 법을 어긴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언론은 그런 사람을 응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이런 분위기에서는 북한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제정한 법을 사랑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이상으로 삼아야 할 국가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어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인간이 만든 모든 조직 중에서 가장 고매한 이상과 도덕성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국가는 어떤 다른 조직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쟁을 통해서 젊은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범죄자한테 사형선고를 해서 생명을 끊을 수가 있지요. 이러한 절대 권력 때문에 국가는 거기에 상응하는 도덕성과 의무를 가져야 합니다. 때문에 무엇보다 국가는 총력을 다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합니다. 몇 년 전, 제주도 남쪽에서 우리나라의 배와 이스라엘 화물선이 충돌했었습니다. 이스라엘 화물선이 가라앉아서 서른 명이 넘게 수장되었지요. 이스라엘은 제주도에 잠수부대를 보내서 1년 동안 시체 수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6·25때 북한이 돌려보내지 않았던 약 2만명의 국군 포로와 400명의 납북자에 대해서 너무나 무관심합니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국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을 어떤 식으로 볼 것이냐 하는 입장 정리를 위하여 지금까지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어떠한 통일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책임지는 통일이어야 합니다. 1인당 이백 달러밖에 못버는 북한 사람들을 그 50배인 만 달러를 벌고 있는 남한 사람들이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으면 우리는 동족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겠습니까! 흡수통일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먼 미래와 후손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남다른 책임 의식을 지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책임 의식이 한층 더 성숙해질 때, 우리 자신과 북한 동포들을 모두 구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리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맺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