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퍼포밍 아트의 현재와 미래

1. 20세기 인류가 겪은 사회적 변화와 퍼포밍 아트의 탄생 20세기는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몰고 온 한 세기이다. 서구의 사회가 중세부터 쌓아온 실증주의적 사고와 과학의 발달은 20세기 온 지구 위에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급속도로 편리한 생활기반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온 인류는 서구가 지향하는 가치체계 속에 편속되어 물질주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의 서구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체계를 이룩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온 셈이다. 물질주의, 자본주의가 추구한 가치의 체계는 온 세계를 물질과 황금만능주의로 유도했으며, 그 결과 온 세계는 자본주의와 그에 맞서는 공산주의의 두 이념 체제로 동·서를 양분한 채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이념의 굴레 속에 예속되며 서로를 경계하고, 서로를 멸망으로 유도하는 냉전을 지속하여 왔다. 무엇보다도 서구 문화의 중심을 이루던 기독교 사상은 온 세계에 전파되어 국경을 초월하여 서구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큰 몫을 하였다. 그리하여 20세기는 온 세계가 서양을 지향하여 서양의 모든 것을 무조건 추종하고 수용하며 배우려 든 한 세기였다. '5관으로 인지되는 것만이 진리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등의 슬로건은 논리로 입증되는 것만이 진리요,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사상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20세기말이 되면서 이념을 바탕으로 한 정치, 사회 체제가 무너지면서 온 지구는 갑자기 하나로 융화되며 하나의 방향을 치닫고 있다. 그 좋은 예가 독일 통일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급격한 세계변화는 20세기말로 접어들면서 다음 세 가지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①정보화 ②하나의 지구 ③다원화의 시대를 마련하면서 온 세계는 일일권으로 좁혀지며 온 인류가 하나의 지구화 시대로 치닫고 있으며, 지금까지 가치가 무시되었던 여러 요소들, 예를 들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인류의 관심, 지금까지 무시되었던 여성의 가치, 소수민족의 삶의 방식 등 지금까지 , 군림하던 가치는 그 동안 가려졌던 많은 다른 가치들과 나란히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며 온 세계를 다원화의 세계로 유도하고 있다. 더구나 컴퓨터의 등장과 인터넷의 세계 구축은 온 세계를 정보의 홍수로 몰고 가며 21세기를 오히려 획일화의 늪으로 빠뜨릴 우려마저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시대적 상황은 사회 속에 뿌리박고 진화해오고 있는 연극으로 하여금 또 한번의 옷 갈아입기를 강요한다. 다시 말해 서구의 희랍시대, 로마시대, 중세, 근대, 현대를 거치며 연극은 여러 번 옷을 갈아입으며 인류의 마음의 거울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온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바뀌며 연극은 공연예술이란 원래의 가·무·악이 함께 하는 연극 원래의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 퍼포밍 아트: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열망에서 태어난 열매 20세기를 접어들면서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사회 구조는 예술의 형태와 양식에도 큰 변화를 불러온다. 과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서구의 문학과 예술이 수사학을 본질의 틀로 삼으며 장르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여 그 획을 그으며 2·3세기의 발전을 거듭해 오는 동안 많은 예술가들은 수사학의 법칙과 예술의 생동감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괴리를 감지하면서도 그 시대가 요구하는 수사학적 법칙에 순응하느라 매우 노력해 왔다. 희랍 때부터 지켜 내려오는 틀을 지키느라 매우 오랫동안 고심하여 지켜 온 장르의 벽은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특히 20세기 초·중반에 걸친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인류를 산업화와 도시화하는 삶의 구조 속으로 몰아가는 동시에 기존의 기독교 중심의 가치관의 파괴를 통하여 중심 없는 사회의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가운데 무대예술에서 꼭 지켜져야 했던 시간, 장소, 줄거리의 3요소의 통일은 차츰 붕괴된다. 첫 번째로 기계화, 과학화를 통해 무대 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가능성을 제시한 기술의 발전은 무대에 점점 더 많은 볼거리와 눈요기를 제공하며 속도화, 대형화되어 간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장르의 벽이 무너지는 큰 원인을 제공하는 요인은 두 번째로 무대 위의 주인공의 신분변화와 그 고뇌의 형태에서 연유된다. 귀족에서 부르주아로 다시 소시민계층에서 노동자로 고뇌의 본질과 모습이 달라지는 것과도 병행한다. 따라서 무대 위에는 시·공간의 벽이 무너지며 지금까지의 연극, 무용, 음악의 장르 구분은 점점 퍼포밍 아트라는 종합의 틀로 무대예술이 그 옷을 갈아입게 된다. 특히 20세기를 접어들며 다가온 세기의 특징인 무대 위의 3요소는 스피드, 스케일, 스펙터클로 나타나며 지금까지의 무대예술의 호흡과 에너지의 흐름이 프로시니움 아치형의 서구중심 문화에서 발달한 무대의 형태로는 충족히 표현할 수 없게 되어간다. 더구나 인간의 의식의 세계를 파고들며 섬세한 인간의 내면의 세계가 종래의 시간 개념으로는 담아낼 수 없게 되면서 예술은 점점 더 종합성을 띠며 관객에게 속도감, 대형화, 압도감, 삶의 그릇을 우주적으로 수용하는 스케일 등을 수용하며 점점 장르의 벽이 없이 통합적으로 춤, 노래, 극을 엮어 가는 퍼포밍 아트의 형식으로 바꾸어간다. 세 번째로 무대 위의 표현양식을 바꾸어 가는 요인은 21세기를 지향하는 인류의 세계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종래의 관념으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4차원의 세계를 수용하며 생긴 것이다. 21세기는 이렇게 달라지기 시작한 인류의 시간관과 공간관의 큰 변화와 더불어 인간이 추구하는 세계는 지금의 현시적이고 사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오히려 인간은 크게 두 가지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하나는 인간들이 산업사회 속에서 가져오던 사회적 존재로서의 관심과 가치관이 자연과 환경, 우주와 존재하는 관계로 옮겨지면서 인류는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경험하고 그리하여 무대 위의 소재나 형식은 오히려 공연예술의 근원인 제례나 그에 버금가는 원류에 관심이 커지며 그로부터 최첨단의 인류가 경험하는 과학의 세계로 유합되며 다루어진다. 네 번째로 무대 위에 양식과 옷 갈아입기를 요구하는 요소는 하나의 세계화를 지향하며 대중화하는 추세에서 찾아질 수 있다. 합리와 논리대신 감각과 직관을 추구하는 세계의 추세는 무대 위에 음악을 앞세우며 춤과 음악이 주도하는 양식을 만들어 내며 넌버벌, 마임, 춤극 등의 줄거리 없는 이벤트화한 무대를 만들어 간다. 3. 21세기: 퍼포밍 아트에서―퍼포먼스의 시대로 20세기 말 인류가 경험하는 시·공간의 변화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온 세계는 멜로디를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에 넘치는 '박자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무대 위에 공연물은 논리를 전제로 하는 언어나 플롯의 구조를 용납할 겨를도 없이 무대 위에는 넌버벌, 마임, 마임과 유머가 곁들여진 공연들이 끝없이 개발되어간다. 난타, 도깨비 스톰, 히비끼, 발광 등의 작품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 무대 예술의 대중화 추세는 앞으로 21세기를 맞이하여 많은 공연물들이 퍼포밍 아트에서 퍼포먼스의 형태로 바뀌어질 조짐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그동안까지 힘의 논리로 살아온 파충류의 시대를 거쳐 정보화,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곤충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파충류의 육중한 몸의 체질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변화하는 세계의 추세에 인류가 곤충의 촉각만큼이나 종합적이고 찰나적인 판단을 통하여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에 버금가는 무대예술은 결국 퍼포먼스의 시속으로밖에는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아보고 반성할 겨를도 없는 채 직관과 촉각에 의존하여 살아갈 만큼 많은 상황들이 삶을 다르게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오는 삶의 부담을 무대 위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의 요소가 필요하며 대중화의 시대로 접어든 21세기는 우선 무대 예술이 눈요기로 스트레스 해소를 겸한 해소작용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형태로 퍼포먼스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은 퍼포먼스의 시대로 보아야겠다. 이는 현실의 세계가 무대 위의 세계보다 더 긴박하고 더 위험하기 때문에 굳이 무대 위에서 인간이 감동과 감격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대는 빠르게 스쳐 가는 변화에 재미있고 아름답고 멋이 있어야 한다. 이는 영상과 무대예술이 융합된 퍼포먼스의 형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