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성인이 왜 동화를 읽어야 하는가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을 파기시키고 알몸으로써 만나야 할 것들, 머리를 비우고 조용히 생각하는 가운데 떠오르는 그런 것들 속에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저는 제 자신이 마치 행복도사인 것처럼 얘기를 했었지요. 그런데 행복이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결국은 걱정이 없는 것이 행복이더군요. 보통 어린 시절이 좋았다고 이야기들을 하지요. 복잡하게 이익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내 것만 고집하지 않아도 되고, 별 걱정 없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행복이 무엇인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동화도 이러한 물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동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결국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걱정이 많음에서 걱정이 없음으로 돌아오는 일종의 회귀사상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동화는 결국 사람이 지켜야할 가치에 대하여 함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좋은 지침서이니까요. 저는 이러한 이야기를 몇 편의 동화를 통해서 여러분과 같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어린 시절에 책에서 읽었거나 집안 어른들을 통해서 열 번도 더 들었던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아시겠지요. 언제인가 딸아이가 술이 만취되어서 집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학 초년생인지라 선배들과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들어와서는 제 방을 잔뜩 어지럽혀 놓았더군요. 그것을 치워주면서 저는 딸아이가 대학에서 자칫 그릇된 인간 관계, 특히 좋지 못한 남자친구를 사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녀교제에 있어서 남성 고르는 방법으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이야기는 모두들 잘 아시겠지요. 고갯마루에 호랑이가 턱하니 앉아서 아랫마을에 일 다녀오는 가난하고 불쌍한 어머니의 떡바구니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 호랑이가 하는 수작이란 '떡 바구니를 내놔라'나, '어흥- 잡아먹을까' 하는 단도직입적인 행동이 아니지요. 언제나 처음에는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입니다. 뭐 그 순간 순간은 약속을 지키지요. 그러나 자꾸 위협을 해서 마침내 떡바구니가 모두 비었을 때는 어머니의 몸을 원하게 되지요. 팔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다리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그러다가 결국은 어머니를 잡아먹어 버리고 마는 겁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거기에서 끝나지는 않지요. 불빛이 내다보이는 오막살이가 바라다 보이기 시작하자 호랑이는 또 수작을 부리지요. 버선을 발에다가 끼어 신잖아요. 호랑이는 대체 왜 그랬을까요? 호랑이의 목적이 만일 떡바구니나 오누이의 어머니에 있었다면 어머니가 올라올 때 '어흥' 하는 위협 한 번만으로도 떡을 다 먹을 수 있었고, 그냥 달려들어 쉽게 어머니를 잡아먹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언제나 차근차근 하나씩 자기 것으로 만들어 마침내 다 먹어치우는 간교함을 보입니다. 제가 딸한테 한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맨 처음 옷깃을 스칠 듯 말 듯 하다가 그 다음에는 악수를, 그 다음에는 손목을 한번 잡고, 그 다음에는 극장에 가서 어깨 위에 손을 얹고, 그 다음에는 골목길에서 키스를 하고…. 이런 남자는 바로 호랑이 같은 부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유혹적이지만 간교한 사람이지요. 차라리 부들부들 떨면서도 내가 널 한번 안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훨씬 순진한 사람이에요. 하나씩 하나씩 빼앗아 모르는 사이에 전부를 차지해버리고 절망에 빠뜨리는 호랑이와 같은 수법이 이 세상 모든 악마의 전형적인 유혹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동안 유행되었던 007가방 속 뇌물 이야기 아세요? 007가방에 만원권을 가득 넣으면 삼천만원이 된다지요. 과연 그 뇌물이 처음부터 3천만원이었을까요. 아마도 처음에는 같이 식사나 한 번 하고, 그 다음에는 단란주점이나 한 번 가고. 그 다음에는 백화점에서 선물을 하나 보내고. 그러면서 점점 자라나 3천만원까지 올라갔겠지요. 자신들이 뭘 얼마나 잘못하는지도 모르는 체 말이죠. 모든 악마의 수법은 송곳처럼 가는 부분부터 들어가는 겁니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깊이 있는 철학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의 행동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프랑스 교과서에는 「피서 가는 개구리」라는 동화가 나옵니다. 한 개구리가 여름이 되어서 바다를 구경하려고 작은 헌차를 하나 끌고 출발합니다. 그리고는 텐트와 코펠, 침낭까지 어렵사리 준비해서 차안에 가득 싣고는 휘파람을 불면서 출발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길거리에서 달팽이 한 마리가 나와 울고 있었습니다. 너 왜 울고 있냐고 물으니까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닷가로 가려는데, 걸어서 가려니까 힘이 없어서 울고 있다는 겁니다. 개구리는 달팽이를 데리고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설이다가 달팽이를 차에 태우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지만 달팽이를 태워주면 어떻게 됩니까? 물건 하나를 내려놓아야 하지요. 그래서 달팽이를 태우고 대신 코펠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을 신나게 가다가 이번에는 거북이가 나타나 바다에 가려는데 다리가 아파서 울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개구리는 거북이를 태워주고 이번에는 침낭을 내려놓습니다. 얼마큼 가다가 개구리는 참새 가족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텐트를 내려놓게 되는 거죠. 여기서 끝날까요? 고개 밑에 이르렀을 때 개구리는 마침내 판다곰까지 만나게 됩니다. 개구리는 어떻게 했을까요? 판다곰을 태우는 대신 가지고 온 식량마저 내려놓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아무 가진 것도 없이 겨우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달팽이는 모래밭에 들어가서 조개를 파오고 거북이는 집을 짓고 참새가족은 침대를 만들고 판다곰은 물을 찾아왔답니다. 그 동안 길거리에 버리고 왔던 모든 물건들을 이 동물가족들의 힘으로 다 가질 수 있게 되어 즐겁게 캠핑생활하는 것으로 이 동화는 끝이 납니다. 자, 우리는 어떻습니까? 휴가철에 가족, 친지끼리 차의 트렁크를 가득 채워서 출발하고 갈 때 길거리에 다른 사람의 차가 고장나 있으면 일부러 크락션까지 울리며 보란듯이 지나가지는 않습니까. 여기 나오는 개구리처럼 자기 물건을 하나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실어줄 생각은 대부분 하지 않지요. 이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엇보다 우리 어른들 자신이 이러한 가치를 깨달아야 하겠지요. 이처럼 바로 이 동화 속에는 인간성 회복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그리 간단치 않은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인도에도 있는 이야기이지요. 「은혜 갚은 잉어」이야기입니다. 고기를 잡는 할아버지가 하루는 자기 무릎에 닿을 정도로 큰 잉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잉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할아버지 나를 풀어주신다면 할아버지의 소원을 다 들어드리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요. 할아버지는 그 잉어를 물 속에 놓아주고 집에 돌아오지요. 그런데 욕심 많은 할머니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당장 가서 곳간에 쌀과 땔감을 가득 채워달라 빌고 오라고 조릅니다. 할아버지는 잉어에게 가서 곳간에는 쌀이 가득 차게 하고 땔감 곳간에 땔감이 가득 차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요. 잉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에 가보라고 이야기합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에 오니까 정말로 쌀과 땔감이 가득하더라는 거지요.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런데 여전히 욕심이 채워지지 않은 할머니는 이번에는 좋은 기와집을 부탁하라고 조르지요. 잉어는 그 부탁도 들어줍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할머니는 또 부탁하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쪼글쪼글해서 어찌 살겠소. 예쁜 여자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시오." 잉어는 할머니를 아주 젊고 예쁘게 만들어주지요. 자, 더 바랄 것이 없는 이 상태에서 욕심이 부쩍 오른 할머니는 왕비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권력도 가지고 싶었던 거지요. 할머니는 날마다, "여보 내가 얼굴만 예쁘면 뭐하오. 왕비가 되게 해달라고 잉어에게 가서 부탁하시오. 뭐든 다 들어주지 않았소." 그러자 이 할아버지는 할 수 없이 잉어에게 가서 무리한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잉어가 고개를 저으며, "할아버지는 부탁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부탁하는군요. 집에 가보세요." 하고는 사라져 버립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할아버지가 집에 가봤더니 어느새 그 곳에는 기와집도, 아름다움도 다 사라지고, 쌀 곳간에는 거미줄만 쳐져 있고, 땔감 곳간에도 땔감 하나 없더라 하면서 이 이야기는 끝나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은 무엇을 볼 수 있었습니까? 마치 지난날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1960-70년대, 우리는 먹고사는 것이 급했지요. 그 문제가 해결되자, 어때요, 아파트 붐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욕심 많은 할머니가 쌀과 땔감 다음에 기와집 해달라는 모양새와 별반 다르지 않지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세 번째 즈음으로 건너오고 있는 것 같군요. 밥을 굶든 약을 쓰든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하게 하려고, 그럴 정도로 미모 중시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끝없는 욕망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바로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와 같은 미래의 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과다한 욕망이 결국 어떠한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가를 이 이야기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화는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기능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를 간파하는 힘도 지니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보면 이런 동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벌 한 마리의 여행」이지요. 노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한 소녀가 할머니 집에 가기 위해서 전철을 타지요. 그런데 전철을 타자 그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얘, 너 큰일났다, 엉덩이에 벌이 붙었으니 어쩌면 좋니." 하고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다르지요. 그 소녀는 말합니다. "내가 오늘 꽃무늬 원피스를 입었더니 벌이 진짜 꽃인 줄 알고 붙어왔네. 가만, 그런데 이게 왜 큰일이에요?" 아주머니는 기가 막혀 하며 이야기하지요. "얘, 벌은 침이 있단다. 만약 엉덩이를 쏘면 얼마나 붓고 아프겠니." 그렇게 말하니까 소녀는 다부지게 대답합니다. "벌하고 사이좋게 지내면 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주머니가 좀 조용히 하세요. 혹시 벌이 놀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이 전철은 다음 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다음 역에서 좀 더 많은 사람이 탔는데, 타는 사람마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벌을 잡아줄 테니까 엉덩이를 살짝 돌려대라, 신문지로 확 때려잡으면 잡을 수 있겠다 등등 걱정들을 합니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그 소녀는, "벌을 죽이면 꽃 하나가 죽어요. 그렇지 않은가요? 꽃 하나의 씨앗이 사라지게 되죠. 이 벌은 내가 공원에 데려갈 거예요."라고 얘기하지요. 그렇게 해서 또 다음 역으로 가게 됩니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차에 탔습니다. 그러자 그 소녀는, "벌아! 숨가쁘겠지만 조금만 참아. 내가 꼭 너를 공원으로 데려갈 테니까." 하고 벌을 위로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소녀가 벌하고 종알거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혹시 벌이 자기들한테로 날아올까 무서워 잔뜩 신경을 쓰고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마침내 소녀는 공원이 있는 전철역에 내리게 됩니다. 소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걸으며 벌에게 말을 건넵니다. "여기는 지하이기 때문에 너는 밖으로 나가는 길을 모를 거야.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참아." 소녀는 벌과 이렇게 꾸준히 대화를 나누면서 마침내 전철역 출구를 나와 자신의 엉덩이를 손으로 탁 치지요. 그러자 벌이 왱 하고 공원을 향해 신나게 날아오르더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소녀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소녀의 태도를 통해서 우리는 대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중요한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벌 한 마리를 살려 나가게 하는 소녀의 따듯한 마음씀, 이것에 우리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지구를 갈아엎을 수 있는 능력과 힘으로 이 세상을 자기 마음에 들게 바꾸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겸허한 마음으로 비추어 볼 때, 우리 인간의 미래가 그렇게 길고 힘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오히려 작은 벌 한 마리를 위해서 꽃 한 송이를 심는 행동이 우리 미래를 위한 작은 탑쌓기가 되지 않을까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동화는 이렇게 위대한 진리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전해줄 수 있는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사랑 받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기억하시겠지요. 저는 이 동화가 앞으로도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아주 조촐한 지상의 양식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동화는 생텍쥐페리가 1943년,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조국의 어린이들에게 뭐든 선물할 게 없을까 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오늘날 어린이용이라기보다는 어른용이 되어버렸죠. 그것은 책이 주는 향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 나가면서 동화를 읽는 이유는 걱정을 줄여주고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빠져 나오는 과정 이외에도 풍부한 인생의 지혜를 많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화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북한노동당 비서를 지냈던 황장엽이라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북경 대사관에 있었을 때 날마다 전래동화책 12권만 읽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의 동화책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도 있었고 해서 그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왜 동화책을 읽습니까?" 하고 물었었지요. 그랬더니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동화책은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이 오게 하며 생각을 단순하게 해준다고 하더군요. 그 분은 집에서 잔 날보다는 일하는 곳에서 잔 날이 굉장히 많았답니다. 국가, 민족, 김일성 수령을 위해서 여러 이론을 생각해내야 했으니까 머릿속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자리에 누우면 편하게 잠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바로 그 때 전환, 터닝 포인트가 동화를 읽는 거라고 하더군요. 동화를 읽으면 거기에 즐거움도 슬픔도 있고 인생의 깊이 있는 진리가 너무나 단순하고 쉽게 그려져 있다는 거지요. 그래서 읽던 것을 읽고 또 읽고 그러다 보면 잠이 든다는 거예요. 동화는 확실히 삶에 찌들고 신경이 예민해진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해주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 현대 사회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지요. 그에 따라 자연히 우리의 마음도 숨이 가빠지고 결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깊이 있는 사상과 철학으로 정신을 맑게 해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요. 그러나 그러기에는 저도 여러분도 그만한 능력과 시간을 갖추기 힘듭니다. 그리고 진정 위대한 진리는 어려운 데 있지 않습니다. 동화는 언제나 우리 가까이, 우리가 가장 귀기울이기 쉬운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지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오던 수많은 전래 동화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켜켜이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겁니다. 저는 여러분이 바로 이러한 맛을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동화는 반드시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가장 재미나게 읽은 동화 한편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 자신은 그 속에 담겨 있는 작지만 위대한 가치를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세요. 동화는 아직도 가장 가까이, 여러분 마음 깊은 속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