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참된 행복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의지할 곳도 없고 자기 힘으로 얻어먹을 수 없어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말없이 굶어죽 고 병들어 얼어죽는 사람이 1년에 2만 명 정도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또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왔습니다.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모두 버림받고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사셨습니다. 제 어머니가 결혼하신 후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서 나라를 이끌고 갈 큰 인물을 빌어 저를 얻으셨는데, 제 태몽은 영웅을 누르는 것 이었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영웅 웅 자에 누를 진 해서 오웅진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저를 보 시면 태몽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리고 어릴 적 가훈이 일단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하고 싸워도 끝까지 싸우곤 했죠. 한번은 6·25 동란 땐데 길을 가다가 보니까 피난민들이 있는데, 딸과 아버지가 다투는 것 같아요. 보니 까 조그만 새우 한 마리를 놓고 아버지와 딸이 서로 아버지 드세요, 너 먹어라 그러는 것이에요. 그 처참 하고 슬픈 비극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모습, 그 모습이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내가 나중에 크면 저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가가 되겠다고 국민학교 때부터 웅변 을 하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열세 살 때부터 저는 나무 해다 팔기도 하면 서 고생길로 들어섰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어렵게 중학교를 다니면서 김주열이라는 친구와 펜팔을 나누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 친 구가 마산에서 데모하다 죽은 바로 그 김주열 군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커서 정치가가 되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없게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주 열 군이 죽었을 때 정말 정치가들이 모두 미웠습니다. 그러면서 갈등을 겪고 있는데, 그 때 8·15 광복절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어느 신부님이 대통령한테서 큰 상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신부님이 구두닦이 들과 고아들을 많이 돌보아주고 계셨던 거죠. 그래서 제가 거기서 감명을 받아서 그 신부님을 뵙고 천주교 로 들어가 신부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1976년 충북 음성군 금왕 천주교회에 제가 주임신부로 부임했는데, 그 마을에 최귀동이라는 거지 할아 버지 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그 곳에서 제일 부잣집에서 태어났는데, 왜정 때 징용에 끌려가서 전기 고문과 힘든 일로 폐인이 되어 고향에 다시 돌아왔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 잃은 상심에 아편을 하여 재산 을 탕진하였습니다. 결국 그는 깡통 하나를 들고 동상 걸린 발과 혼미한 정신으로 남들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하여 얻은 음식으로 다리 밑에 자기보다 못한 거지들에게 음식을 나누 어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삶을 40여 년 간 살아왔던 거예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할아버지에게서 감동을 받고, 정말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 의 은총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날 밤 내내 많은 생각을 하다가 다음날 아침 저의 전재산이었 던 주머니 돈 1,300원을 몽땅 털어 그 곳으로 가 거기서 블록을 찍기 시작해서 방 다섯 칸 부엌 다섯 칸짜 리 건물을 만들어 1976년 11월 15일날 처음으로 그들을 입주시키기에 이르렀죠. 그런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적게 받은 사람입니다. 이에는 사 생아와 준사생아가 있습니다. 준사생아는 정당한 부부에서 사랑 없이 육체적 쾌락으로 잉태된 아이입니 다. 부부가 아이를 잉태해서 귀찮아하고 안 낳으려고 했는데 재수없게 태어났다고 아이에게 말을 하므로 자식은 준사생아가 됩니다. 사임당 신 씨의 태교론을 보면, 세상을 나와서 10년 교육보다 뱃속의 한달 교 육이 중요하다고 했고, 열 달 태교보다도 아이를 낳을 순간에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애정이 더욱 중요하다 고 써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은 어머님의 사랑 때문입니다. 이 세상은 사필귀정이지 거저 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오셔서 말씀하셨지만, 사람은 빵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 즉 사랑으로 삽니다. 여러분들이 대학에서 학문을 닦는 데, 그 학문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 것인지 깊이 생각했으리라고 믿습니다. 학문은 학문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학문이 학문을 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면 학문은 가치가 작을 것입니다. 이 말은 누구에게라도 우주관이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인생관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정, 사회, 국가, 인류가 소망하는 것 이 그 무엇이든 한 사람이 이 세상을 태어나는 것은 엄청난 역사의 산물입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죽을 때까지 인류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 마디 말만 쓰고 죽어도 크게 기여하는 것 입니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저에게 '얻어먹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말을 쓰게끔 만들었던 것입니다. 내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남는 밥으로 자기 한평생을 희생, 봉사하고 죽는 이런 민족정신, 애국 정신, 이 사랑의 삶을 사는 이 최귀동 할아버지는 얼마나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큰 일을 한 겁니까 ? 이 세상을 나와서 내 인생을 값어치 있는 한 가지라도 가르치고 죽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6·25 때 길바 닥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의지할 곳 없고 얻어먹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 일생을 바치겠다는 다짐 으로 살아왔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는 저의 소망은 한 가지, 의지할 곳 없는 내 조국, 민족을 위해 그들의 고통을 내가 대신하고, 죽음을 대신하겠다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만족한 삶입니다. 만족은 인간욕구가 충족된 상태를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됩니다. 하나는 소유욕입니다. 또 하나는 지배욕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랑의 욕구입니다. 최소의 인간이 최대의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유욕의 예를 든다면, 천상 천하를 다 소유하고 더 소유할 것이 없을 때야 그 욕구가 충족이 됩니다. 지배욕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배우자를 지배하지 못해서 열등의식에 빠져 불안과 공포를 가집니다. 지배를 하면 할수록 더 지배하고 싶어집니다. 사람의 지배욕구라는 것은 얼마나 큰지 천상천하를 다 지배하고 있어도 더 지배하 고 싶지만 지배할 것이 없어야 지배욕이 충족됩니다. 사랑의 욕구는 굉장합니다. 사랑은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것입니다. 예수님은 벗을 위해서 자기의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말씀하셨습 니다. 사랑을 알고 보니 사랑은 윤리와 도덕성의 관계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죄를 짓건 말건 나는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밖에 없고, 그 사람이 죄를 졌으면 그 사람의 죄까지 대신하고 그 사람의 죽음까지 대신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본질을 인간학적으로 얘기하면 고통, 죽음도 대신하고 싶은 심정이고, 신학적으로 제기하면〈마 태복음〉5장 3절의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는 기록의 말씀입니 다. 얼마나 사랑했기에, 자기의 것을 100% 다 주고 더 주고 싶은데 줄 것이 없음을 예수님은 "마음의 가 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행복이란 만족한 삶인데, 만족하려면 인간의 천상천하를 소유해야 하고, 지배하 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가 소유하고 지배한 천상천하를 주고서도 더 주고 싶은데 더 줄 것이 없어 서 마음이 가난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만이 인간은 행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최소의 인간이 최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 천상천하를 어떻게 소유하고 지배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 베풀 수 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 하겠지만, 인류역사가 생기고부터 인간은 누구나 이런 욕구를 가지 고 태어납니다. 남녀노소 모든 인종을 막론하고 다 가지고 있습니다.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있고 지배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까지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있 습니다. 인간에게는 이성이 있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고가 있습니다. 소유하고 지배하면 사랑할 수 있다는 논리적인 사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소유하고 지배를 일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피땀 흘려서 일하려 하고 돈 벌려 하고 배우려고 하는가 ? 내가 많이 소유 지배해야 만 많은 것을 가정, 사회, 조국에 베풀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그 정설입니다. 그런 꿈을 가지고 세상 을 살고 소유와 지배를 일삼고 사랑을 위해 인간은 피땀 흘려 싸우고 죽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욕구의 소망을 포기한 역사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건 역사학적, 논리학적, 이성학적인 판단과 실제적인 인간 삶의 추구의 현장이지만, 이것을 경험학적으로 귀추삼아 연구해보면 나 혼자만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이성학적으로 살면, 많은 인간은 경쟁사회에서 도태당하고 많은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전세계의 역사를 보건대 로마제국이 전세계를 소유, 지배하려고 했지만, 결국 소유, 지배하지 못하고 멸망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40년사는 소유와 지배를 일삼다가 몰락한 모습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 ? 소유, 지배, 사랑 중 소유하기를 일삼는 사람은 소유하기는커녕 소유당하고 지배당하고 사랑하지 못하게 됩니다. 지배를 일삼는 사람도 지배하기는커녕 지배당하고 말지 요. 반면 이 세 가지 중 베푸는 일, 즉 사랑하는 것을 일삼는 사람은 베푸는 것만큼 소유 지배할 수 있는 인격자로 성장합니다. 사랑을 하면 동시에 나머지 둘을 얻는 것입니다. 소유와 지배보다는 베푸는 것, 이 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고 베풂으로써 얻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소유하고 지배하기보다는 하 느님께 제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제 행복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