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21세기의 성

오늘은 성 자체라든가 성에 대한 표현문제보다는 21세기 이후의 성, 특히 남녀관계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1900년대 그러니까 20세기를 회고해 보면 여러 가지 변화가 많았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활 면에서 볼 때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든다면 많은 사회학자들이 망설일 필요 없이 성의 혁명이라고 지적합니다. 성에 대한 엄청난 변화, 그건 저 자신도 느끼거든요. 우리나라가 상당히 보수적이고 또 수구적이라서 뭐 지금도 변화를 부정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만 그래도 약 10년 전과 요즘은 너무 다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를테면 먼저 혼전순결문제, 절대 순결을 지키겠다 또 지켜야 한다라고 대답하는 숫자가 점점 50% 미만으로 줄어들고 있죠. 그리고 제가 알기에도 꼭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대답하는 젊은이들이 한 30% 정도가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프리섹스나 계약결혼과 같은 문제도 이제 비교적 흔한 얘기가 되었어요. 따라서 저는 우리가 21세기의 성을 알려면 우선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성알레르기라고나 할까, 말하자면 성에 대한 이중적 거부감부터 없애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피임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피임을 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피임교육을 가르쳐주지 않고 있으니까요. 피임교육 자체가 성생활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지금 당장 중학생 임신이나 낙태가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윤리교육만 주입시킨다면 그야말로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무조건 성의 무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만약 여성이 능동적으로 사전에 피임을 한다고 할 때 그 여성들이 갖는 성관의 변화라는 건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겁니다. 피임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은 뭘 의미하느냐? 성 자체를 쾌락으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전까지 여성의 성은 철저히 임신을 위한 역할만 해야 되는 걸로 억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19세기까지만 해도 서구에서는 여성의 오르가즘이니 불감증이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벌써 음탕함, 불결함으로 인식되고 또 극심한 비판을 받을 만큼 여자는 성으로부터 격리되었습니다. 그저 여성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잘 기르는 것이 미덕이며 부덕이라고 철저히 교육되어 왔습니다. 뭐 동양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지금도 인도나 기타 일부 오지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따라서 죽는 습관이 남아 있다고 하고 중국 명나라 때나 우리 조선시대에도 그런 일들이 많았다지요. 하여튼 그만큼 여자는 그저 남자에게 복종해야 되고 성적 쾌감도 몰라야 된다고 주입시켰던 겁니다.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가 거기에 세뇌됐죠. 프로이트가 1900년도에 꿈의 해석을 발표하고 그 전후로 성에 대한 이론들을 발표했었지요. 그 때 프로이트 발표 이론 중에 아주 핵심적인 사항이, 여자에게는 남근선망이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자는 남자의 성기를 부러워하는 심리가 있다는 거죠. 또 남자에게는 거세 공포증이 있는데 자랑스러운 남자의 성기가 제거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이지요. 그것은 철저히 남성중심 이론이죠. 오히려 지금은 프로이트의 이론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여성이 성을 주체적으로 행사하면서 이젠 거꾸로 남자가 여자같이 되고 싶어하는 성향이 부쩍 늘고 있어요. 소위 게이 문화라는 거죠. 사실 그 옛날 노자라든가 동양 사상가들은 현빈의 도-현빈이란건 여자의 성기를 의미하는 거죠-그걸 예찬하는 글이 도덕경에도 나오죠. 물이 바위를 뚫는다, 약한 것이 강한 걸 이긴다 하면서 여성이 오히려 남자보다 낫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평균수명도 여자가 훨씬 높고 40대 사망률도 남자보다 여자가 낮죠. 그래서 이제는 남자들이 옛날같이 자신의 남성성을 자랑스러워하기 보다 부끄러워하는 심리가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복장도착증 이런 게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근데 재미난 건 복장도착증의 주체는 전부 남자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자처럼 꾸미는 거죠. 동성연애자하고는 조금 다른 겁니다. 동성연애자는 남자처럼 하고 다니면서도 동성연애를 하죠. 그런데 이것은 TRAS VEST, 약자로 T.V라고 하는데 완전히 여자처럼 옷을 바꾸는 겁니다. 이게 지금 세계적으로 엄청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도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리고 요즈음은 거의 그 현상을 변태적으로 보지는 않죠. 아닌게 아니라 제가 최근에 본 아주 놀라운 사실은 남학생들의 염색이 여학생보다 훨씬 야하다는 겁니다. 완전 금발로 한다든가…. 그건 변태라는 말을 운운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여성 동경에서 비롯된 거죠. 왜 우린 꾸밀 수 없느냐? 한 마디로 옛날에 남자인 게 자랑이었는데 이제는 억울하단 말이에요. 남자들은 사회에 나가서 싸워 이겨야 되고 먹고살아야 되니까 그만큼 심리적 부담이 높다는 겁니다. 요새 IMF가 되가지고 40대, 50대 중소기업 하는 제 친구들도 보면 문제가 심각해요. 중장년층 남자의 자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최근에 또 하나의 특이한 현상이 생겨나고 있죠? 여러분들도 보도를 통해서 보셨겠습니다만 의학계가 지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자들의 정충 숫자가 50년 전에 비해서 40%나 줄었기 때문이죠. 의사들은 이 현상이 환경호르몬이나 공해 때문이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심리학적 입장에서 볼 때 이것 역시 정충들이 심리적으로 주눅이 들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줄어든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옛날같이 여자가 성적으로 무지하기 때문에 남자인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보니 정자들도 겁먹고 스스로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냐는 거죠. 실제로 이 현상은 아주 심각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줄 거라는 거죠. 또 현재 남자들 중에서는 이른바 변태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이른바 동성애나 관음증, 노출증, 페티시즘 같은 겁니다. 보통 이성의 신체 일부분을 페티시라고 하는데요.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부분, 예를 들어 여자의 긴 머리카락, 긴 다리, 특히 서양사람 경우에는 하이 힐, 중국의 경우에는 전족과 같은 것이 있죠.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페티시스트들은 거의 남자라는 거예요. 그 페티시스트의 특징이 뭐냐? 성교 자체를 좀 싫어해요. 성교에 의미를 두지 않는 일종의 탐미주의자라고 할 수 있죠.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여자들은 남자들의 페티시를 그렇게까지 밝히지 않는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서 여자들은 어떻든간에 마지막은 성교로 끝나기를 바란다는 거죠. 성의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여자들은 변태 성욕을 갖는다 해도 일종의 흉내내기 즉, 놀이게 가깝다는 겁니다. 여자들에게 있어서 페티시즘도 그러한 호기심과 놀이의 선상에 있을 뿐이죠. 왜 그럴까요? 비교동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여성만큼 오르가즘을 1년 내내 느낄 수 있는 동물은 없어요. 모든 동물이 수놈이건 암놈이건 소위 발정기가 따로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동물들은 발정기 때라도 인간만큼 강한 오르가즘은 못 느낀다고 그래요. 그런데 인간의 여성은 전천후적으로 또 긴 시간 정력의 낭비 없이 그걸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여자들이 아이 낳는 것 이외에 성적 쾌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성적 쾌감만을 원하고 상대적으로 임신의 부담은 느끼고 싶지 않게 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아프리카 일부에서는 여자가 태어나면 소위 여성할례라고 해서 클리토리스를 절제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남성중심사회에서 쉽게 여자들을 억압할 수 있었는데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정부정책부터가 인구 줄이기가 되고 피임약 나오고 또 여권 신장이 되면서 이제는 여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견한 거죠. 그래서 증산교 같은 데서는 21세기 이후의 세계를 소위 음의 시대다 이렇게 표현하죠. 여태까지 양의 시대였다면 음양의 교대니까 음의 시대로 간다. 음은 또 여성의 상징이니까 결국 21세기 말쯤 가면 진정한 여성의 시대가 오지 않겠는가 하고 예견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게다가 옛날에는 으레 남자는 사디스트, 여자는 마조히스트라고 얘기되어 왔어요. 여자는 복종하는 것을, 남자는 지배하는 것을 즐긴다는 거죠. 그래서 사디즘은 때린다라는 의미보다 정확한 개념은 지배욕과 같은 겁니다. 마조히즘은 학대를 받는다기보다 일종의 순종욕이라는 의미에 가깝죠.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요즈음에는 여자들이 점점 사디스트가 되어가고 남자들은 마조히스트가 되어가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어요. 일본이나 미국 같은 데는 소위 SM Club이란 게 있답니다. SM이란 것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약자입니다. SM Club은 소위 유희적인 성희를 제공하는 장소인데 거기 남자 고객들의 약 7할 정도가 전부 마조히스트 역할을 원한다는 거예요. 거기서 주로 여자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남자는 학생이 되는, 또는 여자가 엄한 엄마 역할도 하는 게임을 즐기면서 소꿉장난같이 노는 거예요. 그런데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겁니다. 그만큼 남자들은 도피적이 되어 가는 겁니다. 마조히즘은 일종의 피보호 상태, 예를 들어 사람들이 종교에 빠지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며 모든 것을 절대적 대상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에 복종하면서 편안해지는 거죠. 그러니까 마조히즘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런데 요사이 남자들이 마조히즘을 굉장히 즐기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953년 킨제이보고서에 따르면 그때만 하더라도 남자들이 여자들한테 요구하는 성행동이 주로 성교였는데, 1990년대 중반에 다시 통계를 내보니까 오럴 섹스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직접적인 성교를 회피한다는 거지요. 남자의 성행동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게 사회 전반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요? 제일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 문제예요. 예를 들어 비행 청소년의 문제를 자꾸만 포르노나 인터넷으로 돌리는데 사실 이건 핑계에 불과한 겁니다. 그런 거 몇 번 봤다고 우리 아이들이 금방 비행의 길로 들어서겠습니까? 문제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은 시키지도 않고 모른 척 하면서 너희들이 다 알아서 해라, 눈치껏 배워라 하는 데에 있죠. 또 특히 미혼모와 관련된 복지시설 대안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인색합니다.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자꾸 순결을 지켜라, 조상의 빛나는 윤리를 지키자 라고 주장만 해서는 안됩니다. 이 변화의 물결을 못막아요. 우리가 버섯에 대해 가르칠 때 먹는 버섯만 가르칩니까? 독버섯도 가르쳐 줘야 안먹을 거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성에 대해서도 성의 나쁜 면이나 변태적인 모습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항상 성은 아름다운 것이야, 사랑은 아름다워 이런 것만 가르치다 보니까 우리 아이들이 정작 현실에 적응을 못하고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거예요. 이른바 일본은 완전 성적으로 무분별하게 개방된 나라 같지만 일본의 인구당 성범죄 발생률은 우리나라의 7분의 1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러분 깊이 생각하기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 또 다른 진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21세기 말쯤 가면 남자고 여자고 다 생식적 섹스에는 관심이 없어질 것으로 봅니다. 섹스에는 두 가지가 있잖아요. 생식을 위한 섹스, 또 하나는 비생식적 섹스. 아직은 여자들이 오르가즘에 굉장히 집착하는 현상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여자들도 점점 변해서 생식을 위한 성은 아주 최소한으로, 결국 쾌락을 위한 성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고 실제로 지금도 이렇게 변화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이른바 변태 성욕이란 개념도 없어지게 되겠지요. 실제로 지금 선진국의 의약 사전에서는 변태 성욕이란 말이 없어졌어요. 대신 특이한 성취향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범죄적 섹스가 아닌 한 섹스에 관한 문제는 제3자가 절대로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변태라는 말이 나온 건 프로이트 시절인데 그 때만 해도 생식적인 섹스 이외엔 모든 것이 금기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195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오랄 섹스는 변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오랄 섹스를 변태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오히려 성전문클리닉에서는 전희로 그걸 많이 해야 사랑이 돈독해진다고 권하죠. 그만큼 생각이 바뀌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성에 대한 고정관념, 예를 들어 남성다움, 여성다움, 그리고 무슨 정력이라든지 그런 관념에 집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특히 젊은 남성들도 이제는 힘으로 여성을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옛날의 여성들을 보면 육사생도, 말하자면 군인 같이 강건한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성들은 호리호리한 남자들을 좋아하지요? 아주 여성적인 예쁜 남자. 게다가 지금 여성들은 육사생도가 부러우면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육사생도가 되어버리죠. 그러니까 남성들도 이러한 변화를 알고 힘을 자랑하거나 힘에 대해 지나친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에 제가 생각하기에 이제 또 변화되는 양상이라면 모계사회로 돌아가는 징후가 보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모계사회라는 개념은 프리섹스로 인해서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엄마 성을 따라가는, 쉽게 말하면 일처 다부제와 비슷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 중국 고대에도 어머니 성을 따르는 관습이 나오고 또 우리나라도 고려 때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주체 노릇을 했었지요. 그런데 앞으로 세계가 그러한 추세로 나가게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지금도 그런 징후가 유럽에선 굉장히 많이 보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지금 보이는 현상은 소위 당당한 미혼모의 증가예요. 남편은 싫지만 아이는 꼭 하나 기르고 싶다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그런 여자들에 대해서 사회는 전혀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점점 그런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봐요. 옛날에는 할 수 없이 결혼해서 남편 호적에 있어야 했고 또 그래야 아이가 학교 가서 천대 안받고 성장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불평등한 일이 없어질 겁니다. 지금 현재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빨리 그런 걸 받아들여야 아비 없는 자식들이 서러움을 안받죠. 또 자식들은 전부 어머니밖에 모르니까 자연히 아버지들은 가부장으로 군림할 수가 없겠지요. 이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모계 사회입니다. 그런데 여성분들께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 아이는 굉장한 결단을 하고 낳아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데, 결혼하면 한 5-6달만에 아이가 태어나더군요. 대개가 어떤 대책도 없이 아이를 덜컥 나요. 그리고 일 년 반이나 이 년쯤 후에는 이혼하고 말지요. 이런 현상이 바로 아직도 우리나라가 성교육이 안됐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저절로 애정이 샘솟고 아이가 부부사이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될 거라고 이야기하지요. 텔레비전 광고를 봐도 아내가 임신하면 약 사다주면서 너무나 기뻐하잖아요.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 공포부터 느껴요. 아! 또 하나 먹여 살려야 되는구나! 아! 이제 내 세대는 갔구나! 여자는 여자대로 완전히 난 아이로 인해서 구속당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죠. 이런 시점에서 볼 때 사실 아이를 낳는 것은 대단한 결단력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낳는 게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장 현명한 대안은, 결혼은 하더라도 2-3년간은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건 진짜 구체적인 대안입니다. 우리나라 현시점에서 쉽게 동거를 권할 수는 없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풍속을 따라 혼기가 되면 모두 보란듯이 결혼식 올리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의 삶이 옛날 우리 부모들의 삶과는 정말 다르다는 거죠. 현대사회에서는 모성애도 체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 이상 일방적인 헌신을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더 늦기 전에 엄숙한 결단을 내려서 임신을 결정하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임신도 그러한 책임과 결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때가 올 겁니다. 그와 동시에 아까 이야기한대로 양육시설에 대해서는 정말 국가가 투자를 많이 해야 되요. 그래야 여자들도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죠. 꼭 엄마 품에서 기르는 것만이 최고라는 옛날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모성애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좋은 엄마를 만나면 아이는 잘 되지만 나쁜 엄마를 만난다면 타락과 비행의 길로 빠집니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공동탁아소에서 좋은 보모 만나는 것이 낫다고 봐요. 결손가정 이야기하면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부족하다느니 운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좋은 복지기관에서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다면 굳이 결손이니 불완전이니 하는 구실들이 모든 비행의 원인으로 치부되지는 않겠지요.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혹시라도 성알레르기를 가진 분이 있다면 빨리 바꾸라는 겁니다. 성 역시 아는 것이 힘이지 모르는 게 약이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IMF를 훌륭히 극복하고 GNP가 더 올라간다면 이제 성은 분명히 우리의 생활이 될 겁니다. 그래서 그러한 변화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태연할 수 있고 그런 정보에 대해서 솔직히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성문화가 굉장히 건전해질 겁니다. 바로 여러분들에게 그러한 노력과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21세기의 올바르고 자유로운 성을 위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