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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제목 |
사회발전과 시민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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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
98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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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연사 |
이세중 (변호사,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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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일시 |
1999년 05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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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장소 |
본부관 학술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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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3679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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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강연일시 : 1999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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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점차 민주화되고 개방화되면서 정치나 경제와 같은 거시적인 이슈보다는 복지문제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많은 문제에 부딪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간의 갈등이나 자녀교육문제에서부터 사회적으로는 교통문제나 환경문제, 취업문제 등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주위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삶을 영위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은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들 가운데는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기업이나 시장 기능을 통해서 해결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해결할 수 없는 제3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공공행정서비스의 제1섹터와 상품 공급 및 시장의 제2섹터만 존재하면 생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았습니다. 국가가 사회의 치안서비스나 각종 행정서비스를 통해서 국민의 생활을 지탱해 주고, 각종 생활용품이나 상품, 용역을 제공하는 시장과 비즈니스 섹터만 있으면 생활의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서 제3의 섹터로서의 사회 영역이 점점 커지게 되어 정부나 또는 기업이 커버할 수 없는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예산의 한계라든가, 기능의 한계로 인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령 환경문제만 보더라도 많은 생산업소에서 공해를 배출하고 폐수를 몰래 방출하고 있지만, 정부가 그것들을 모두 감시하고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정부의 기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를 시민사회가 맡아야 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이러한 부분들을 감시하고 고발해 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잃게 되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현대 시민사회에서는 시민운동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시민운동이라고 할 것이냐? 크게 보면 요즘 NGO활동을 들 수 있는데, NGO란 정부기구가 아닌 모든 민간단체, 시민운동단체를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NGO활동이란 따지고 보면 국민생활이 다양화, 복잡화, 전문화, 분권화 됨에 따라서 국가권력이 미치지 않거나 또는 국가권력이 미친다 하더라도 기능이 부족한 분야에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가 분출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NGO에는 다양한 형태의 많은 민간단체가 포함됩니다. 예를 들면 종교단체도 NGO에 들어가고, 특수법에 의해서 설립된 단체들 가령 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라든가 또는 공익법인들도 이에 해당됩니다. 또 의사협회라든가 변호사협회, 요식업업자회, 미용사협회 등 각종 직능단체도 모두 NGO 속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이런 직능 또는 이익단체들은 자기 직역에 속한 이익을 옹호하고 확장해 나가려는 이익추구적인 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어떤 특정의 직역이나 또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사회 공동선을 추구하는 일종의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NGO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NGO의 활동을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보호하고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유엔의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아래 NGO협의회라는 것이 있고, 또 유엔공보처 산하에 NGO집행위원회라는 기구를 두어서 세계 각국의 NGO들을 유엔이 서로 연계하고 또 서로간에 정보를 교환하는 네트웍 시스템을 형성해서 세계 각국의 NGO들이 각자 자기 나라에 속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제간의 연대를 통해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유엔에서 주최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에 의례 NGO들의 모임이 함께 열립니다. 그동안에 유엔에서 개최한 여러 회의를 보면 1990년에 뉴욕에서 있었던 국제세계아동회의에 각국의 정상급들이 참여하여 아동들의 건강과 식량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가운데, 이 문제는 국가의 영역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해서 NGO들을 참여시켜서 함께 논의했습니다. 또 1992년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세계환경회의를 할 때도 정부대표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많은 NGO들이 참여해서 환경문제를 놓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또 1993년에 비엔나에서 열렸던 세계인권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현존하는 인권 문제를 논의할 때도 정부 대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NGO들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인권 신장을 위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였고, 94년에 카이로에서 열렸던 인구와 개발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도 역시 정부 대표와 NGO대표들이 함께 모여서 논의를 했습니다. 또 1995년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사회개발정상회의 때는 정부대표보다 NGO대표들이 훨씬 많은 숫자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이라든가 경실련, 녹색연합 등이 참여하여 부스를 개설하고 자기들의 활동을 홍보하고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많은 세계회의에서 NGO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NGO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NGO의 활동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시민운동단체들은 과연 어떤 목표와 이념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할까요? 물론 시민운동은 다양한 형태와 조직,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면 시민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생활주제와 관련하여 잘못된 것을 시정하며 일반적인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환경문제, 교육문제, 교통문제, 경제문제, 여성문제 뿐만 아니라 그밖에 인권문제 등 일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제를 가지고 제도 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시민운동은 사회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동선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런 시민운동이 서구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형성되어 그 역사가 수백 년의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14세기 르네상스 문예혁명이 일어날 때부터 봉건군주에 대항해서 도시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민중운동이나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고, 그러한 행동이 나중에는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커다란 운동으로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서구에서는 이미 중세 때부터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길드를 조직하여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민사회는 나중에 국민주권사상이라든가 또는 인권사상의 기초를 만들어, 결국은 서구 민주주의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서구의 시민사회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역할과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게 전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봉건적인 사회체제 속에서 특히 구한말까지는 극도의 쇄국정책으로 인해서 외국의 문물과 차단된 채 봉건적인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시민계급의 형성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상인이나 수공업자 등 상공업을 천히 여기는 사회풍조가 심하여 시민계급이 형성되지 못했고, 어느 정도 서구문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에 의해서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역사 속에서 시민사회를 형성하지 못한 채 억압된 사회구조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물론 일제시대에 YMCA나 YWCA 같은 기독교 청년단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단체들은 일제에 의해서 철저히 활동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시민활동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해방이 된 후에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투쟁 속에서 6·25라는 비극적인 전쟁을 겪어 시민사회의 형성은 바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60년대에 이르러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시행되어 산업화의 기초가 점차 잡히면서부터 이제 시민계급이라 할 수 있는 도시의 중산층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가난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 때문에 시민으로서의 활동보다는 어떻게 하면 소위 조국 근대화라는 과제에 편승하여 빨리 가난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에만 골몰하여 시민운동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또한 유신헌법이라는 아주 비민주적인 정치체제가 등장하면서 그나마 형성된 시민단체들은 혹독한 탄압을 받게 됩니다. 가령 지금은 환경단체라든가 시민단체에서 수질오염문제나 대기오염문제, 공장지역의 중금속오염문제 등에 대해 자유롭게 조사해서 발표도 하고 정부에 대해 시정을 촉구할 수도 있지만 유신체제 아래서나 5공화국에서 이런 문제를 들고나오면 공산주의자의 사주를 받아서 사회 불안을 야기하려는 행동이라고 해서 철저하게 탄압을 받았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시민운동의 역사라는 것을 엄밀하게 보면 1987년 6.29선언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유수한 민간단체들은 모두 그 이후에 창립된 것입니다. 가령 경실련 같은 단체도 1988년에 창립되었고, 환경운동도 공해추방연합이라 하여 5공화국 때까지는 많은 탄압으로 인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6.29 선언 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서 93년에 지금의 환경운동연합으로 바뀐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나 그밖에 많은 여성운동단체들도 88년 이후에 만들어진 겁니다. 이렇게 보면 억압되고 경직된 사회, 또 비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발붙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민운동의 활성화는 사회가 민주적이고 개방적이어서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상황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역사는 매우 짧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88년 이후에 형성되기 시작한 시민단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커다란 성장을 했습니다. 400년 이상 되는 서구의 시민사회에 못지 않게 발전하여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지방과 중앙조직을 모두 통틀어 본다면 만개가 넘는 시민운동단체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시민운동단체들이 폭발적으로 많이 증가하면서 각자 생활의 주제를 가지고, 보다 더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시민들의 여러 가지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을 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요구됩니다. 직능단체나 정치단체와는 다르기 때문에 시민운동단체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율과 자발의 원칙이 요구됩니다. 다시 말하면 누가 강제로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니고 또 타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의 자발적인 참여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활동하는 것이 시민운동입니다. 따라서 관변단체나 정부의 조직과는 달리 시민단체는 어떤 상하관계 없이 모든 구성원들이 수평적인 관계, 대등한 관계에서 일을 합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로는 비영리의 원칙입니다. 시민운동단체는 영리를 추구하거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직능단체들은 각자의 자기 직역이나 또는 직업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을 하지만, 시민운동단체는 어떤 특정 직역이나 직업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차원에서 활동을 벌여가야 합니다.
세 번째로 시민운동단체는 비정치성의 원칙, 다시 말하면 권력추구 행위나 어떤 정치적인 이해에 상관없이 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과거에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계로 진출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정치적인 이해를 따라가거나 권력지향적인 활동은 금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정치적인 집단이나 정치적인 이해에 얽혀서 시민운동을 하게 되면 도덕성이나 시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지향성을 배제하고 정치적인 중립을 표방해야 많은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도 한 때는 정치권으로부터 몇 차례 정계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였고, 지금까지 이렇게 시민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특정정당이나 특정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지향적인 행동은 시민운동을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시민단체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회원들의 회비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때가 많습니다. 가령 제가 공동대표로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예를 들어본다면, 다행스럽게도 저희 단체는 전국에 약 6만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어 회원들의 회비로 활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 전국적인 규모의 환경실태조사를 해야 할 때는 회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이라는 것이 있어 시민단체의 재정적인 어려움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현정부에서도 시민운동 지원에 관한 법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법의 입법을 위해서 당차원에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으로 제정되지는 않은 단계에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시민운동의 필요성과 시민운동에 대한 지원이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데 인식을 두고 시민운동단체에 각종 지원제도가 확립되어 있습니다. 가령 영국에서는 자선법이 있어서 시민운동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경우에 그것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러한 사회 공익적 활동, 다시 말하면 사회에 유익한 공동선 추구를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는 사회적으로 기부도 받고, 자선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서 시민운동단체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자선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의 많은 공공기금, 공공재단에서 시민운동단체들을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공공재단에 의한 시민운동단체의 지원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독일,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하는 문화재단이나 사회복지재단이 시민운동단체를 지원하는 예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운동단체를 지원하는 유일한 단체로 사단법인 시민운동지원기금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제가 그 시민운동지원기금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이 시민운동지원기금에는 정부 또는 대기업의 출연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중소기업이나 일반 직장인, 전문직업인들이 시민운동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적은 돈을 내서 그 돈으로 매년 시민운동단체들이 재정 지원을 신청하면 그 프로젝트를 심사해서 지원을 해줍니다. 가령 총선거를 치른다 하면 부정선거를 감시하는 공선협이 활용하는데 많은 돈을 필요로 합니다. 인쇄물이나 홍보물도 만들어야 되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식사도 해결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시민운동지원기금은 지난번 15대 총선 때도 공선협에 1억 원을 지원해주었습니다. 이런 시민운동지원기금의 활동이 이제는 국제사회에도 알려져 UNDP와 같은 단체에서는 다른 나라에 소개하기 위하여 시민운동지원기금의 활동을 조사해 간 적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시민운동지원기금과 같은 민간에 의한 지원체제가 보다 더 활성화되어 우리나라의 시민운동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단체들의 기능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첫째로 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이나 변경을 위한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즈음 신문지상에서도 많이 언급하지만, 정치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나라가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시민단체에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돈 안쓰는 정치, 돈 안쓰는 공명한 선거를 확립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 정치관련법의 개정이나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 공명선거를 위해서 선거관련제도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합니다. 과거에 경실련이나 시민운동단체들이 금융실명제 없이는 검은 돈의 흐름을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했으므로,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받아들인 경우를 여러분은 아실 겁니다. 또 부패방지법에 대한 제정 촉구를 들 수 있습니다. 한때 부패가 자취를 감추는 것 같더니만 부정부패가 심각해 사회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걱정하는 단계에까지 왔습니다. 따라서 시민단체에서는 부패 방지에 대해 효과적인 어떤 제도적인 대응을 강구하기 위해 부패방지법안을 만들어 입법 청원을 내고 또 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정책에 대하여 비판, 시정, 대안제시 등을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동강댐 문제도 건설교통부가 주동이 되어서 추진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동강에 댐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제시하며 정부에 대해서 정책의 변경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동강은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동강 유역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많은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는데 그곳에 댐을 만든다면 생태계가 모두 파괴될 것이므로 영원히 사라지는 동·식물들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생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도 제기됩니다. 동강 지역은 석회암동굴로 되어 있는 단층지대이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되는 지역입니다. 또 석회암은 물에 오랫동안 닿으면 녹아 구멍이 뚫어지거나 삭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다 댐을 만들게 된다면 당연히 안전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그냥 밀어붙이기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면 시민단체에서는 다른 곳에 댐을 만들라고 대안을 제시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입니다. 그밖에 민간에 대한 계몽운동이나 캠페인도 벌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불법 활동의 감시와 고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 할 때 의정감시제도라든가 또 사법권의 행사가 올바르지 못하거나 정의에 반해 있을 때 의정 감시나 사법 감시를 하여 거기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합니다. 또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와 고발과 환경 침해에 대한 감시와 고발, 그리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와 고발도 시민단체의 활동 중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로는 지역이나 사회, 이해집단간의 조정과 중재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역감정이 심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통합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 정책을 펴려고 해도 특정 지역 사람이 집권을 하고 있을 때는 이것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민간의 자율적인 노력과 자발적인 조정에 의해서 시행될 때 그 성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상수원 보호와 관련된 상류와 하류지역 주민의 이해를 조절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이 식수원으로 삼고 있는 팔당의 수질이 지금 많이 나빠져 팔당유역과 상류지역에 대한 개발을 억제하거나 개발을 금지시키고 있는데, 상류지역 사람들은 하류지역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의 생활이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해를 조절하고 또 중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작년인가 재작년에 의사회와 한의사회간의 극심한 대립이 있었을 때도 시민단체가 나서서 중재를 하거나 조종을 했습니다. 시민단체는 어느 특정 지역의 이익에 편중하지 않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해를 조정할 수 있어 사람들이 그 의견에 따르거나 존중할 때가 많습니다.
다섯 번째로는 자선과 봉사활동으로 불우이웃돕기 활동은 물론이고, 북한에 굶주리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서 식량을 보내거나 북한에 비료보내주기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IMF 이후에 민간단체에서 금모으기운동을 전개하는 등 경제살리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다음에 여섯 번째로는 계몽과 교육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지금 풍요로움을 누리며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만 이러한 물질적 성장을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여 문화지체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국민을 위하여 의식 변화와 계몽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과 관련될 뿐 아니라 후손들의 깨끗한 생활 터전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대한 계몽운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를 위해서 시민운동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또 21세기의 시민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피터 드로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지역사회를 윤택하게 하고 인간을 개조하려면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의 영역에서의 활동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민정신이 미래사회를 지탱해 주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고 보아 시민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미래사회의 핵심과제라고 설명합니다. 사회 내에 내재된 여러 가지 갈등과 모순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는 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운동은 21세기에 들어와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21세기의 사회구조가 지금 산업화시대의 사회구조와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면,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민정신의 함양입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발달사를 보더라도 시대가 지날수록 모든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민주주의 확대는 시민사회의 활성화,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민운동은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으로서는 사회 통합을 온전히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그 기능을 나누어 맡아 사회의 분열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더 화합된 모습으로 국력을 집중시킬 수 있어 국가발전이나 사회발전을 위해서 우리들의 역량을 모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민생활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가 발전하여 점점 복잡화되는 상황 속에서 발생되는 환경문제, 교통문제, 노동문제, 교육문제, 여성문제 등을 정부나 기업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제는 시민운동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한때는 시민단체와 정부의 관계가 대립관계 혹은 저항관계에 놓여 있었지만, 사회가 민주화되고 개방화되어 갈수록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관계라는 것은 대립하면서 협조하는 이른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정부나 공공단체의 기능이 미흡하거나 미치지 않을 때 시민단체가 그런 기능을 보완하고 개정을 촉구하여 한계점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시민단체와 정부가 상호간의 역할을 보완해 나가는 관계로 발전할 때 그 사회는 보다 더 활력을 찾고 보다 더 발전을 하게 됩니다.
이제 21세기에 있어서의 우리 사회는 보다 더 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민주주의가 더욱 향상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바탕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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