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나라 발전과 올바른 삶의 자세

오늘 저의 모교이자 유서깊은 국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곳 정치대학원의 '목요특강'은 과거 우리나라의 많은 훌륭하신 지도자들이 초빙됐던 전통있는 강좌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준 높은 강좌에 임하자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 양해를 구하며 평소 제가 생각해 온 문제들에 대해서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오랜 경제관료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관련 책을 세 권 집필하였습니다. 첫번째 책은 1987년 경제기획원 차관시절 주위의 도움을 받아 집필한《보리밥과 나라경제》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반응을 못 얻었지만, 번역출판이 된 일본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 가운데 "우리가 오늘의 풍요로움을 잘못 다스리면, IMF 관리체제라는 어려운 시기가 온다"는 예견이 들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책이 나올 무렵은 우리나라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던 시절입니다. 미국은 301조 등과 같은 보복정책으로 우리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일본도 '잘못하다간 한국에 추월 당하겠다'며 경제협력이나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었습니다. 그 탓으로 한국은 성장잠재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었지만 우리 국민은 올림픽 개최에 들떠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거품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던 시절에 한국의 경제관료가 경제위기를 경계하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 일본에서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두번째 책은 1992년 미 예일대학에 객원교수로 가기 전에 집필한《경제개혁이 나라를 살린다》이고, 세번째는 1994년 계명대학교 초빙교수로 있던 시절에 쓴《함께 사는 경제》라는 책입니다. 오늘은 제가 쓴 책들을 중심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떠하였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한 것이 1962년부터입니다. 당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할 때, 우리 경제는 UN통계분류에 따르면 전 세계 150여개국 가운데 최빈곤국 중의 하나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우리 힘으로는 자전거 한 대도 변변하게 만들지 못하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1년 동안 생산해내는 재화와 용역을 합한 국민총생산에서 소비하고 남은 것이 저축입니다. 그래서 저축이 있어야 투자를 하고, 투자를 해야만 생산도 하고 성장도 하는데 당시만 해도 우리는 먹고살 것도 부족해서 미국 등의 원조나 구호품을 받아 겨우 살아가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즉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외국에서 돈을 빌려 경제를 성장, 발전시키자니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그것도 신용이 있어야 돈을 빌릴 수 있는데 세계 최빈곤국에 돈을 빌려줄 나라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의 보증을 받아 세계은행과 아세아 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가까스로 돈을 빌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시작을 하여 불과 25년 만에 우리는 공업화 기반을 이룩하고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경제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1987년에는 미국에 대해서만 1백억 달러의 흑자를 냈고, 자전거도 못 만들던 나라가 승용차를 만들어 30만 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1986년부터 3년간 12%의 고속성장을 이룩한 것입니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다른 개발도상국이 깨지 못할 절대성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낙후되어 있던 교육, 문화, 예술, 체육 등 각 분야의 발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가 올림픽 개최권을 따낼 때만 하더라도 세계인들이 우려의 시선을 많이 보냈지만, 우리는 그 우려를 불식시키고 성대한 올림픽을 치러낼 수가 있었습니다. 요즘 IMF 사태로 인해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선진국의 진입문턱에서 좌절되는 것을 보고 '세계자본주의의 불임성'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후진국이 선진국이 되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25년간 피땀흘려 이룩했던 경제기적이 불과 10년만에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저는 2차대전 이후 경제기적을 이룩한 독일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비교해서 우리의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후세계에 경제기적을 이룩한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독일과 일본, 그리고 한국입니다. 독일과 일본은 2차대전의 패배로 인해 6·25로 인한 우리의 폐허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했습니다. 두 나라와 우리의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전쟁의 폐허 이전에 산업화를 이룩한 선진국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1년에 몇십만 배씩 물가가 오르는 처참한 상황과 전쟁고아들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시기가 1987, 1988년도였다면, 독일과 일본은 1960년대말, 1970년대초에 이런 좋은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독일과 일본의 일부 지도층에서는 "우리가 전쟁의 폐허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한 끝에 이제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까지 왔으니까, 이제는 좀 맛있는 것도 먹고 해외여행도 하면서 인생을 즐겨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들 나라의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에서는 "만약에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온갖 노력으로 이룩한 과실들을 먹고 노는 데 소비한다면 우리는 결코 전승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비참했던 전쟁의 폐허, 굶어 죽어간 많은 국민들의 문제들을 보상해줄 수도 없다.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고 더 오를 나무가 있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욱더 저축을 늘려 경제성장에 몰두해야 된다"고 강조한 끝에 결국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당시 국제수지 흑자가 몇백, 몇천억 달러씩 발생하고, 개인으로도 소득이 남아돌아 국민 저축률이 30%가 넘는 경제적 호황 아래서도 먹고, 쓰고, 놀러다니는 것보다 과학기술, 교육, 사회간접자본, 환경, 문화, 예술, 국토개조 등과 같은 사업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저축이나 잉여재원을 전부 투자했던 것입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이 패전국을 오히려 전승국보다도 더 내실있고 안정된 경제대국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과거 1987년, 1988년도에 1960년대말, 1970년대초의 독일이나 일본처럼 정말 위대한 지도자나 훌륭한 정치인, 사회지도층이 나서서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해서는 안된다. 단군 이래 최초로 우리 손으로 경제를 성장·발전시킨 지금 우리가 조금만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면, 우리가 그렇게 고대하던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일본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국민들을 독려했었다면 지금의 위기는 아마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 국민들은 물론 사회지도층까지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이라며 흥청망청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금도 거시경제지표상으로 외환위기 면에서는 다소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물론 정부로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내년부터는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우리가 개선해 나가지 않는다면 그런 희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경제위기에 처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마는, 개별적인 부분의 문제보다는 전체 국민, 다시 말해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환란에 대한 책임의 정도 면에서는 대통령이나 정부 쪽이 크다고 보지만 넓게 보면 공동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정부는 독일이나 기타 건전한 나라들처럼 우리 경제가 도달해야 될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실있게 경제를 성장·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내걸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발전을 거듭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은 선진국처럼 건전하게 기업을 경영해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체제로 성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경유착이라든지 불공정거래, 또 지나친 차입금융 의존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소홀히 한 점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계의 개인 근로자들 역시 소득의 범위 내에서 각자가 분수를 지키며 건전한 생활을 하고 저축을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치와 낭비, 퇴폐와 무절제한 해외여행 등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금의 화를 불러온 것입니다. 이제 지금까지 지적해드린 문제들을 우리가 해결하기 위해서는 10여년간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선진국의 가장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직장일에 몰두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상입니다. 또 주부들은 어머니로서, 학부형으로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건전한 취미생활과 각종 지역모임에 활발히 참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수를 넘어선 사치와 낭비로 물질적으로만 과소비를 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시간의 낭비까지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공직사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제발전의 핵심인 기업부문에서는 앞으로 중소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구태의연한 경제활동 패턴을 고스란히 갖고 중소기업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이나 일본,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만 같은 경우 대부분이 가족형 중소기업입니다. 1층은 공장이나 상점, 2층은 가정집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또 아버지와 어머니, 자식과 사위, 며느리 등 가족 공동체가 아침부터 밤까지 기름옷을 입고 같이 뒹굴면서 한가지 제품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독일의 경우 수십, 수백년을 한가지 제품에만 매달리는 중소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릅니다. 우리는 장사가 좀 되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필요한 것보다 훨씬 넓은 대지를 차지해 사치스럽게 공장을 짓고, 또 공장 말고 시내에다 사무실을 임대해 속된 표현을 하면 '삐까번쩍'하게 차려놓고 봅니다. 그러고는 사장, 회장 하면서 고급 승용차로 골프 치러 다니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주소라고 해도 뭐라 그럴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1998년 12월에 대구시와 이탈리아의 밀라노시가 자매결연을 맺게 되어 방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밀라노시의 중소기업도 우리가 본받을 점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패션 섬유도시인 밀라노는 아버지가 어떤 봉제공장의 주인이고 사장이면 자식들도 그 계통의 전문학교에 진학해서 교육을 받거나, 또는 그렇지 않고 법과대학 등지에 진학을 한다 하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아버지가 하던 회사를 인계받아 대를 이어서 한가지 품목으로 전세계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돈만 벌면 다른 업종을 찾거나 문어발식으로 확장할 생각만 하지, 전문화하여 세계정상에 서야겠다는 사고를 전혀 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즉 내실있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자의 의식개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중소기업의 사장이라면 직접 기름옷을 입고 근로자들과 함께 제품생산에 뛰어들어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덤벼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나 이론이 아닙니다. 많은 국민들이 정확하게 문제의 핵심을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벌어먹는 사람들도 지금의 문제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천이 안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의식의 변화와 개혁이라는 다소 피상적인 해결책이 있지만 그 실천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인 것입니다. 제가 1995년 7월 대구시장에 취임하면서 대구라는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장의 관용차를 그랜저에서 소나타로 바꾸고 수행비서를 일손이 모자라는 일선 부서로 내보냈습니다. 기존의 시장 관용차는 중앙정부에서 높은 분이 오거나 외국 손님을 위한 의전차량으로 전환하여 별도의 의전차량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수행비서 역시 몸종이나 다름없는 역할만 할 뿐, 요즘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불필요하고 또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직접 시장이 나서서 지시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여 없앴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오히려 비아냥거림을 받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물론 많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격려해 주기도 했지만 몇몇 지도층 인사들은 오히려 이런 행동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사회풍토 아래서 우리의 의식을 바꾼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여러분도 짐작이 가실 겁니다. 결국 누구 한 사람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전체 국민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199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난 뒤 미국 예일대학교의 객원교수로 2년여 가량 거주하면서 느꼈던 점입니다. 미국 시민들 속에 끼여 살면서 그들의 삶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쉽게 표현을 해서 우리의 삶을 경상도 사투리로 '대댕긴 대로'( '무작정', '함부로'의 뜻. 닥치는 대로 무계획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들의 생활은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만 하더라도 1주일 동안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요일 저녁에 모두 생각을 해둡니다. 그리고 나서는 대부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에만 열중하고, 주말에는 공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일요일 오전까지 즐기고 놀기에만 전심전력을 다합니다. 금요일 저녁에 책 펴놓고 공부하는 대학생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요일 오후까지 노는 학생도 없습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부들도 계획을 미리 세워 '쇼핑 리스트'를 만든 다음 값싼 상점을 찾아가 물건을 구입합니다. 우리처럼 어디 뭐가 생겼다며 구경갔다가 견물생심으로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도 생활을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하다 보면 우리의 의식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일생을, 연습이 없는 일생을, 적당히 무계획적으로 살다 보면 선진국 국민들이 누리는 혜택을 우리는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할 것입니다. 선진국 국민들은 자신이 보고 싶고 자신에게 유익한 프로그램만 선택해서 그때만 TV를 봅니다. 우리처럼 하루종일 TV를 켜놓고 채널을 돌려가며 시간 때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런 의식의 차이가 결국 '삶의 질'의 차이마저 가져오는 것입니다. 저는 학생 여러분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1962년부터 우리나라의 국가발전, 경제성장을 이룩한 사람들은 6·25 동란으로 학교교사가 없어서 허름한 천막과 개울가에서 공부를 하면서 땀을 흘렸습니다. 유학을 가도 접시를 닦거나, 양로원, 고아원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하면서 노력한 끝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우리나라를 이 정도까지 발전시킨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지 않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바로 학생 여러분들의 노력이 절실하고 필요합니다. 우리보다 잘살고 있는 국가를 경쟁상대로 삼아 그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또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알고, 우리는 그들보다 더 체계적으로 더 한층 노력해 나가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그들을 따라잡을 수가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대구시 공무원 80여 명과 '가나안 농군학교'를 다녀온 사실이 있습니다. 아무도 개척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버려진 척박한 땅을 개척해서 옥답으로 만드는 곳이 가나안 농군학교입니다. 이곳에서 짧은 시간 동안 생활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첫번째가 바로 개척정신입니다. 농군학교에 입교를 하면 새벽 5시에 기상을 하는데 일조점호에 조금만 늦어도 '개척정신'의 구호를 외치면서 얼차려를 받습니다. 치밀하게 짜여진 일정대로 생활하면서 삶의 보람과 인생에 대해 강의도 듣고, 힘들게 땀흘리며 개척농사도 짓고, 또 절약에 절약을 더한 악착같은 생활을 하다 보면 '지금 우리가 엄청난 낭비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저는 그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아직도 내 인생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여기 계신 대학생 여러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가나안 농군학교의 개척정신과 생활습관을 익힌다면,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다시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제가 경제관료로 있는 동안 우리나라에는 많은 어려운 시기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1, 2차 오일쇼크와 10·26 사태, 북한의 남침 가능성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저는 우리가 반드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가 일년에 원유 값이 2∼3배씩 올라도, 정치적 상황의 혼란으로 물가가 매년 20%씩 급등해도, 또 자연적인 냉해로 농산물 생산량이 평년의 1/3로 줄어도, 많은 국민들이 이런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다짐하고 믿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국민 여러분이 있는 한 우리는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평생을 봉사하면서 사시는 김종일, 김범일 선생님 같은 분들과 끊임없이 그곳을 찾아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많은 교육생들이 있는 한 우리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될 것입니다. 많은 외국의 석학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위기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선진국들이 모두 거쳤던 부패와 무절제, 사치와 낭비의 시기를 겪고 있을 뿐이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선진국이 된 국가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문제도 많고 비난도 받지만 점수를 매긴다면 오히려 우등생이니 조급하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면 저는 대답합니다. "지금의 문제가 선진국들도 겪었던 문제라고 치부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그들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냐, 당신들이 50년, 100년 걸린 것을 우리도 똑같은 시간에 걸쳐 건설한다면 2류국가밖에 안되지 않느냐, 그래서 지금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바탕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제 모든 것이 우리들의 각오, 마음먹기, 실천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국가의 모든 문제는 자연히 치유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한 실천노력을 경주한다면 지금의 국가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