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늘 주제가 ‘외국 사람이 본 국제화’인데 서툰 한국말로 강의를 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저는 1946년, 세 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평생을 여기서 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대부분 7, 80년대에 태어나셨죠? 그러니까 이 자리에 계시는 교수님 한 두 분을 빼고는, 아마도 저보다 오래 한국에서 산 사람이 없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왜 외국인이 와서 국제화를 논할까 생각할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는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1년에 연세대 영문학과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교수가 된지 31년이 된 거죠.

우리가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이미 국제화와 관계가 있는 겁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국제화의 일부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국제화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한국사람입니다. 한국의 정부나 시민들은 ‘국제적으로 무엇을 좀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벌써 그렇게 결정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있으니까 국제적으로 뭘 좀 해보자, 다른 사람들은 재미는 없지만 국제적으로 뭘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어쩔 수 없이 하자는 식입니다. 완전히 문 막고 쇄국하자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조금 있는데, 그들은 이북사람들입니다. 몇 년 동안 완전히 문 닫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쪽으로는 제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집안은 저뿐만 아니라,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그런 목적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물론 기독교 집안이니까 선교의 목적으로 온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국제화 운동을 백 년, 이제 백 십칠 년인가를 해 왔습니다. 증조할아버지께서 1885년에 첫 번째 외국인 선교사로 한국에 왔어요. 그리고 연세대학교도 설립하셨죠.

한국은 사람들 영어 많이 배우고, 유학도 많이 가고, 어느 정도 국제화가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견 됐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왜 국제화가 필요한가, 왜 외국에 나가야 하나?’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우리는 우물 안에 개구리니까.’라고요. 그래서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국제화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저는 교수니까 학생에게 교육에 대해서 얘기 많이 합니다. 교육부의 통계를 보면 유학생이 15만 명 정도 된답니다. 대단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보는 통계는 좀 다릅니다. 한국의 교육부는 어떤 학생이 2주만 외국 유학을 하더라도 그 학생을 통계에 포함시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장기적으로 대학에 가서 등록하고, 학위과정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학생만 그 통계에 포함시킵니다. 그렇게 보아도 한국인 유학생은 4만 5천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세대 전임교수 중 87%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70%는 미국, 나머지 17%는 다른 나라, 13%만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분들이지요. 그것이 나쁜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 많이 배워 가지고 학생들 가르치는 건 의미가 있지 않나 합니다. 그것도 국제화하고 관련이 있는 거죠.

제가 연세대 국제교육부에 있을 때 한국인 학생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문제입니다. 교환이라는 거 생각해 보세요. 그냥 보내는 게 아니고 1 : 1로 주고받아야 하잖아요? 그 일을 하기 위해 제가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미국에 있는 대학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교수가 없는 대학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시골의 대학이라도 한국인 교수가 두 세 사람은 있었습니다. 그냥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공계열 학과, 사회과학계열 학과 등 많은 분야의 교수들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국제화가 많이 됐다는 거죠.

그래도 이런 식의 국제화는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가는 식의 국제화일 뿐입니다. 이런 식의 국제화는 쉽습니다. 문제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한국 학생들은 많은데,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은 적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천 5백 명 정도였는데 그나마 지금은 8천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대부분 중국인이나 일본인 같은 동양인이 많고, 미국인 학생의 수는 4백 명 정도입니다. 수치로 따지면 한 100 : 1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미국의 대학교에 가보니 한국인 교수가 없는 대학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이점은 한국의 대학에서는 외국인 전임교수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강사 아니면 강사대우, 임시강사 등이죠. 연세대학교도 교수 천 5백명 중 외국인 전임교수가 네 사람 밖에 안됩니다. 저 혼자 25%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1939년 연세대 요람을 찾아보니까 그때는 요즘보다 외국인 교수가 더 많았습니다. 비율이 아니고 절대 수가 넷보다 더 많았습니다. 물론 그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놓고 본다면 그때보다 국제화가 덜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국제화 때문에 외국 사람이 여기에 살거나 방문하기에는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화가 조금 더 되면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외국 사람이 제게 한국에 살면서 제일 어려운 게 뭐냐고 종종 물어봅니다. 일반적으로는 교통문제와 음식문제를 꼽을 수 있잖아요? 그러나 교통문제는 다른 나라에도 있습니다. 여기는 지하철이 잘 되어 있으니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먹는 것도 문제가 안 돼요. 외국 사람들 한국 음식 잘 먹고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작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에 있는 은행과 연결된 마스터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어디에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유독 어려움이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죠. 일류 호텔에서는 사용이 됩니다. 조선, 롯데, 신라호텔에서는 환영합니다. 그런데 3천 5백원짜리 비빔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가면 거절당합니다. 문에는 각종 카드 다 사용할 수 있다고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안될까요? 세금 안 내려고 그럴까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월드컵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은 절반 정도는 외국 카드도 받는 것 같습니다.

또 현금 인출기 사용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떤 외국인이 주말에 현금이 다 떨어져 홍콩에 있는 은행 계좌에서 돈을 조금 인출하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외국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현금 인출기를 찾아봤더니 시청 쪽에는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외국에는 많은데 유독 한국에만 없습니다. 사실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몇 년동안은 현금만 가지고 다니다가 점점 신용카드 사회로 넘어가는 것 같아 연세대 캠퍼스에 있는 은행에 갔습니다. 한국은행의 신용카드를 신청하려고요. 그런데 제가 외국인이라서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한국에 그렇게 오래 살았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으로 있는데도 외국인이라 안 된다는 겁니다. 사실 그때 기분이 좀 안 좋았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한국은 아직 국제화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반면에 서울의 지하철은 세계적입니다. 한국말 한 마디 모르는 외국인도 도착한 다음날 아침 자신 있게 지하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숫자도 있고 영어도 있고 다 있으니까 누구든지 다 쉽게 이용할 수 있어요. 아주 작은 것이지만 외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이것이 국제화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버스 타는 일은 외국인은 물론, 한국 사람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서울 시청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외국인 몇 사람을 모아놓고 한국에서의 불편한 점을 토론하는 모임을 주최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그 모임에 가서 불편한 점 몇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영문 버스 안내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월드컵 때문에 금년 들어서 조금 생겼죠? 그 다음에는 버스 안내 책자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말로 된 것은 도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것도 문제가 있지만 영어로 된 책자는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 시청에 가서 얘기를 했는데, ‘무슨 소리냐. 외국인이 와서 뭐 어쩌고저쩌고 하느냐.’ 합니다. 제 얘기를 왜 안 듣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까, 그런 문제를 담당하는 관리 책임자가 버스를 안 타더군요. 운전기사까지 두고 자가용 타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안내 책자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책자들이 한국에 와 있는 외국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좋은 예로, 국립 박물관이 있는데 들어가서 3천원만 내면 작은 CD를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을 구입하면 자기 나라 말로 나오는 설명을 들을 수가 있죠. 또 하나는 여러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두는 겁니다. 한번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3일 전에 목포에 갈 일이 있어서 가는 김에 뭐 구경할 게 없나 해서 전라남도 구청으로부터 영문 팜플렛을 받았습니다. 영문으로 목포 해안 박물관에 볼 것이 많다고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가봤습니다. 들어가서 보니 문 옆에 영문 팜플렛이 또 있더군요. 그 외에는 영어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팜플렛에 영어로 볼 것 많으니 오라고 했으면 조금 더 준비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로 많은 돈을 보냅니다. 국제교류 재단을 통해서 각 대학의 한국학 프로그램 박물관에 있는 한국 예술 전시회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목적입니다. 최근에 성공적인 사례가 하나 생겼습니다. 대영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박물관입니다. 거기에 몇 백 년 동안 중국이나 일본 전시실 있었지만 한국 전시실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제교류 재단이 가서 돈 내고 투자를 해서 한국 전시실이 생겼습니다. 그건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저도 그런 사실들이 가슴 아프고 답답합니다. 한국 사회가 국제화되었다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아니면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제가 아니라 여러분들 같이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히려 국제화 문제는 외국에 나가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20년 전에 비해 한국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외국인 선생들도 15년 전에 비해 열 배는 많아졌어요. 자료를 보면 그 당시 8백 명에서 지금은 만 명 정도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 것을 국제화라고 한다면 한국은 국제화가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창조적인 교육에 의한 판단력, 비판력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상 그러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교사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창조적인 학생들을 귀찮아합니다. 선생님 얘기는 듣지도 않고 자꾸 질문하는 게 귀찮으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만 합니다. 정말 국제화가 되려면 국제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창조력이나 비판능력 같은 것도 그런 교육에 의해 생기는 능력입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단일민족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한국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큰 도움이 됐습니까? 세계적으로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한국만큼 소수민족이 없는 나라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인종 차별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과 사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도 문제가 많았지요. 역사적으로도 1969년에 이런 문제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33년 동안 이런 문제들을 연구하고, 강조하고, 교육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일하는 게 쉬워졌습니다. 자국에서 그런 문제로 인해 얻게 된 많은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이 같은 것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제화라는 말은 이 ‘화’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연세대학교 국제교육부에 있을 때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모든 일을 전산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일을 컴퓨터로 하겠다는 말인데, 저는 전산화가 무슨 말인지 몰라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와서 제 자리에 있던 타자기, 주판, 붓 같은 것을 모두 가져다 버리고, 그 자리에 깨끗한 컴퓨터 한 대 갖다 놓는 겁니다. 한자로 된 이 ‘화’자라는 말은 그 자리에 있는 무언가를 버리고, 대신 새로운 것을 놓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의 사고방식도 국제화라는 말의 ‘화’처럼, 한국문화는 갖다 버리고 그 자리에 무슨 국제적인 사고방식, 문화 등을 갖다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러나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지하철 안내판처럼 숫자도 있고 영어도 있지만, 한글이 남아 있으니까 그 속에는 한국의 사고방식이나 문화, 전통이 남아 있는 거죠. 다른 나라에 대해서 배우고, 그래서 그 나라의 문화에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서 한국 문화가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요.

교육부에서도 몇 년 전부터 국제적 감각을 키우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국제적인 인력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편안하고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국제적 인력입니다. 저는 미국 사람이지만 한국에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도 있고, 융통성 있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이 바로 국제적인 인력이죠. 한국 문화는 아주 튼튼합니다. 20세기 초에 일본 사람들이 36년 동안 아주 엄격하게 한국문화와 한국말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국문화는 남아 있지 않습니까? 국제화가 된다고 해서 한국의 고유문화가 없어지지 않나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한국인이면서도 국제적인 인력, 국제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꼭 외국에 나가야만 국제적인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점점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여러분들은 반드시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국제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