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과는 다른 우리 전통 음악의 본질에 대해 같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세계화가 지금 전세계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21세기에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마다 접하게 되는 전자 미디어, 특히 인터넷을 통하여 여러분은 세계가 하나의 작은 촌락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이러한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서구입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발달된 문명, 이른바 18세기 이후의 계몽사상, 과학적 합리주의에 의해 뒷받침된 지식과 기술이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가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전세계로 세력을 확장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19세기 말에 서구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왔고, 이와 동시에 서양 음악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서양 음악은 찬송가입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찬송가를 가르치면서 서양 음악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입니다. 20세기 초 고종 황제 때는 궁중에 서양 군악대가 생겨서, 기악이 본격적으로 들어왔습니다. 서양 음악이 처음 들어올 당시에는 찬송가의 음악 어법을 빌려다가 우리의 생활적인 노래, 주로 문명의 개화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가입니다.

우리는 항상 미래는 교육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중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개화되면서 서양식 신식 교육 제도가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학교 교육입니다. 학교 교육이 제도화되면서 음악 교육에서는 서양 음악만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신식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즉 엘리트일수록 서양 음악을 어린 시절부터 접하고 배우게 됩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음악이라는 것은 만국 공통어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상식으로 통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도 이 명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말입니다. 우리는 그 이면에 숨은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누군가와 동업을 할 적에, 어떤 한 사람이 힘이 아주 세면, 힘이 센 사람은 주로 '너와 나 사이는 너무 친하기 때문에 서로의 몫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즐겨합니다. 그러나 사실 약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몫을 모두 빼앗기는 것입니다. 서양 음악이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면서, 음악은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음악만을 배우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학교 교육에서는 우리 음악을 가르치지 않고 서양 음악만 교육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서양 음악을 자신의 고유한 것으로 알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자신의 할아버지처럼 느끼지 않습니까?

그런데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서양의 음악학자 스스로 음악에 국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어처럼 명확한 선을 그을 수는 없겠지만 음악 역시 어린 시절부터 듣고, 배우고, 접하지 않으면 절대로 타문화의 음악을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1950년대부터 음악학자들은 세계 각 민족의 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민족음악학' 또는 '종족음악학'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 분야는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분야 학자들은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는 것은 억지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서 학교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우리 조상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양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서양 음악을 좋아하고, 우리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은 전에 비해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제가 가야금을 처음 배울 때인 1950년대는, 전국을 통틀어 가야금을 제작하는 곳이 전주 한 곳밖에 없었고, 일 년에 만드는 가야금이 열 대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가야금 공인이 없어 장롱을 만드는 목수들이 가야금을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전국에 약 삼십 여 개 정도의 메이커가 있고, 일 년에 약 칠 천 여대 정도 가야금이 팔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악인구가 많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 전통 음악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겠습니다.

예술에서는 이론을 많이 아는 것보다는 자신이 직접 예술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노래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일정한 리듬과 박자가 있는 소리'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더 쉽게 '흥',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흥이라는 것은 노래가 아닌 다른 것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감정을 표현하는 것 역시 아프다고 우는 소리, 기뻐서 지르는 환호와 구분하기 힘듭니다. 사실 노래가 무엇인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사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당신은 왜 사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당신 아이를 왜 그렇게 사랑하는가?', '당신은 왜 그 남자를 사랑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대답하기 힘든 것입니다. 노래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노래는 말을 길게 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을 길게 빼면 노래가 시작됩니다. 이것을 한문으로 적어 놓으면 '영언(永言)'이 됩니다. 이 앞에 '청구(靑丘)'라는 말을 붙이면 여러분이 잘 아는 김천택의 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이 됩니다. 시조를 한문으로 풀어보면 때 시(時), 노래를 뜻하는 조(調), 즉 때의 노래라는 뜻이 됩니다. 때라는 것은 바로 자신이 사는 시대를 말합니다. 자기 것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앞에 어떤 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자기 친구의 아버님을 말할 때는 '누구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자기 아버지는 '아버지'라고만 말합니다. 시조는 곧 그 당시의 노래, 요새로 말하면 대중가요라고 할 수 있고, 이 대중가요의 가사집과 유사한 것이 {청구영언}입니다. 청구라고 할 적에 청(靑)은 푸르다는 뜻이고, 구(丘)는 언덕을 말합니다. 곧 청구란 푸른 언덕을 뜻합니다. 동양적인 방위 개념은 북남동서중의 오방위입니다. 동양은 서양의 사방 개념과 달리 중앙까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때 동쪽의 빛이 청색이고, 서쪽은 흰색입니다. 흔히 좌청룡 우백호라는 말을 하는데 이와 관련된 것입니다. 좌와 우를 정하는 방법은 반드시 남쪽을 기준으로 합니다. 임금은 반드시 남쪽을 향하는데 이는 남쪽에 태양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쪽을 향했을 때 왼쪽이 동쪽입니다. 또 남쪽은 적색, 북은 흑색, 중앙은 황색입니다. 중국의 황제는 반드시 황색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쪽의 푸른 언덕 즉 청구는 우리나라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청구영언}이란 곧 우리의 노래, 긴말을 모아놓은 노래집이고, 실린 노래는 모두 시조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청구영언}에 실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시조를 예로 들어 우리 음악의 특징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동창'이라는 두 음절을 빨리 붙인 다음에 '창'을 길게 늘입니다. '동창(두 박자)--이(세 박자)---' 총 다섯 박자로 말을 길게 늘입니다. 이렇게 말을 길게 빼는 것으로 노래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서양식으로 보면 도시라솔의 네 단계가 됩니다. 즉 사도가 떨어지는 것인데 이는 매우 큰 폭입니다. 이러한 형태 즉 도에서 솔로 사도가 내려가는 형태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를 우리 음악의 특징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동창이'를 다시 한번 노래해 보면 '동창'에서 음이 길게 나가다가 '이'에서 툭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떨어지는 기운을 받아서 '이'를 노래할 때는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의 출렁임과 유사한 소리를 냅니다. 즉 자연의 흐름과 유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동창'이라는 소리를 끌다가 '이'에서 툭 떨어졌는데 이렇게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떨어질 적에는 떨어지는 준비를 해야합니다. 준비라는 것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던지기 위해서는 팔을 뒤로 젖혔다가 던집니다. 또 개나 닭이 높은 곳으로 뛰어오를 적에는 일단 주저앉았다가 뜁니다. 곧 모든 준비는 반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에서 소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동창'의 끝소리를 조금 올려줍니다. 이것을 서양식으로 설명하면 도에서 솔로 내려갈 때('동창'에서 '이'로 떨어질 때) 도를 조금 올려 주었다가 솔로 떨어뜨리고 물결처럼 흔들어주는 것입니다. 서양 음악에서 도와 솔은 높이만 다른 음입니다. 그러니까 서양 음악은 반듯반듯한 벽돌을 잘 쌓아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높이라도 선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벽돌이 아니라 자연석과 같은 것입니다. 이는 붓글씨와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붓글씨처럼 그 소리의 선이 미묘하게 변화합니다. 따라서 '동창이' 이 세 음절만 해도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악에서는 명창을 칭찬할 때 '공력이 대단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수십 년 쌓아온 그 노래의 힘이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노래는 마치 낙동강이 굽이치는 느낌으로 부르기 때문에 우리 음악을 부르고 듣다보면, 서양 음악이 마치 어린애 장난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본래 소리에다가 맛을 들려가면서 연주하거나 노래부르는 것을 '시김새'라고 합니다. 이것은 음에 맛을 들리게 하는 것인데, 마치 배추에 양념이 배어 김치가 되듯이, 음을 삭혀서 내는 방법을 말합니다. 시김새를 듣지 못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가곡과 시조는 선비의 노래이기 때문에 선비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지금부터는 민속악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도악의 대표는 판소리입니다. 그러면 판소리의 가장 저변에 깔린, 그 밑바탕이 되는 음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미, 라, 시'가 판소리의 기본음이 됩니다. 반드시 '시'음이 '라'로 낮게 내려오는데 이 '시'와 '라' 사이의 간격이 서양 음악보다 좁습니다. 그것은 '시'가 '라'로 들어가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와 '라'는 소리의 간격이 좁고 '라'에서 '미'로 툭 떨어집니다. 이것을 지애비, 지에미, 지새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셋 중에서 지에미가 중심입니다. 우리가 사는 집을 보면 대문에는 남자의 문패가 걸려있지만 그 집을 지켜내는 사람은 사실 어머니입니다. 지새끼는 어머니가 가는 곳을 쫓아다닙니다. 집의 중심은 어머니입니다.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들어가려는 것에서 한과 슬픔이 생깁니다('시'가 '라'로 들어가려는 성질). 그런데 '시' 위에 '도'음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이 '도'음은 애초에는 '도'에서 시작해서 끝날 때는 아예 '시'에 붙습니다. 이렇게 '도'에서 시작된 음이 '시'로 붙는 음이 남도 음악에서 느껴지는 한과 슬픔의 핵심입니다. 진도아리랑 같은 경우 '아리아리랑 스리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으으음 아라리가 났네'로 시작되고 이 다음 '문경새재는 웬 고갠고' 라는 가사가 붙습니다. 이때 '문경새재'는 '도'에서 시작되어 끝에 가서는 '시'에 붙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소리를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는 것입니다. 춘향이가 이도령을 그리워하는 '보고지고 보고지고'하는 대목이 바로 이 소리입니다. 보통 부인이 슬픔을 나타낼 때 부르는 '아이고 마누라, 꼬추 따다 장 찍어 밥지어 먹으면 맛있기도 하건마는' 민요도 마찬가지입니다. 춘향이가 옥에 갇혀서 한탄하는 옥중가의 유명한 대목인 '쑥대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 옥방 찬자리요에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오. 보고지고 보고지고' 의 '보고지고 보고지고'가 바로 이 소리입니다. 이러한 민요와 판소리에는 서민적인 흙냄새와 한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물론 시김새가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소리 자체에 대해 말했습니다. 사실 음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리듬입니다. 리듬이란 음악 속에서의 시간을 말합니다. 음악은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순수한 시간 예술이기 때문에 시간의 처리가 중요합니다. 리듬은 보통 음악의 경우에 제일 처음 '박'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합니다. 이것은 '똑, 똑, 똑, 똑'처럼 똑같은 길이의 시간을 말합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발장단을 맞출 수 있는 것은 음악에 '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박'은 맥박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맥박이 뛰지 않으면 죽은 것이고, 맥박이 불규칙하면 병이 든 것입니다. 인간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맥박이 뛰고, 그 생명력을 맥박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박'을 무표정하게 '똑, 똑, 똑, 똑' 할 수도 있지만 이것에 주기를 만들어줍니다. 두 개씩 만들면 두 박자, 세 개씩 만들면 세 박자가 됩니다. 두 박자면 '똑딱, 똑딱' 이렇게 둘 씩 싸이클이 생깁니다. 이를 박자라고 합니다. 서양, 일본, 중국의 음악은 대개 똑같은 두 개를 하나로 묶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그들 음악에서 모든 리듬의 기초를 이룹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이렇게 동일 시간으로 묶지 않고 길게 했다 짧게 했다 하면서 박자를 만들어 줍니다. 사물놀이의 경우를 상기하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리듬을 장단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장단이 계속 반복되면 지루해지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길었다 짧아지는 것을 짧았다 길어지는 것으로 뒤집습니다. 민속악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두고 뒤집혔다는 말을 합니다. 장에서 단으로, 단에서 장으로, 다시 장에서 단으로, 장에서 단으로, 단에서 장으로, 이런 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리듬을 중시하기 때문에 모든 음악에 리듬악기가 반주로 들어갑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장구가 있습니다. 장구는 통이 두 개에 가운데가 쏙 들어가고 양쪽에 북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운데가 들어간 모양을 모래시계형이라고 말합니다. 왼손은 손바닥으로 치고, 바른 손은 채로 칩니다. 왼쪽을 '쿵', 오른쪽을 '떠'라고 합니다. 우리의 음악은 전혀 다른 두 소리를 합치는 것에 묘미가 있습니다. 모든 장단은 '합'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합'이란 왼쪽과 바른쪽이 합쳐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떵'이라고 합니다. '쿵'이 음이면 '떠'는 양입니다. '떵'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음과 양이 합쳐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를 음과 양으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사실은 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과 양을 합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것의 우주론적인 의미는 생산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생산의 주체는 여성입니다. 남성은 이러한 생산을 완성하는, 즉 음의 가치를 완성하는 보조자일 뿐입니다. 따라서 합쳐진 상태는 음입니다. 합으로 시작된다는 것은 음으로 리듬이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음 다음에는 양이 나와야 합니다. '음양음양 즉 떵떠쿵떠, 떵떠쿵떠.' 떵'이 두 박자이고 떠와 쿵은 한 박자입니다. 이것을 빨리 하면 '떵떠꿍떠, 떵떠쿵떠 쿵따쿵떠'가 되는데 사물놀이는 전부 이러한 리듬에서 시작됩니다. 정리하면 길었다 짧아지고, 짧았다 길어지면서 음과 양이 교체되는데 이것의 시작은 합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우리나라 음악의 특징은 서로 다른 두 개를 합치는 것에 있다고 했습니다. 컴퓨터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음과 양의 원리인 이진법입니다. 세상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우주는 음과 양의 조합입니다. 우리의 음악은 음양의 조화로 인한 생명의 약동을 표현합니다. 우리 음악의 지향점은 바로 인간이 이 세상에 나와서 살아가는 생명의 희열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 음악은 한과 슬픔을 집어먹고 희열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아무리 슬픈 장면을 노래하는 것에서도 추임새는 '좋다'라고 합니다. 우리 음악을 한과 슬픔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기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한을 집어먹은 기쁨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한에서 나오는 기쁨, 그것이 진짜 기쁨이 아닐까요? 이상으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