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요즘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편집국장이라는 자리는 야전 사령관이나 다름없는 위치입니다. 갑작스런 돌발 상황이 터지는 바람에 며칠 동안 거의 밤을 새워가면서 일을 했습니다. 먼저 후배님들에게 양해를 구할 것은 제가 학자와 같은 지식을 지니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저의 학창 시절과 사회 생활을 통해 얻은 느낌과 경험들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무쪼록 이 자리가 선ㆍ후배 사이의 좋은 만남의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활발한 질의와 응답을 통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박찬호가 올해 몇 승을 했습니까?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어느 모 기업체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직원들을 대상으로 간단하게나마 경제에 관한 앙케이트 조사를 했었습니다. 그들이 경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0가지 정도 경제에 관한 상식적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10문제 중에 3문제 정도만 제대로 맞추고 나머지 7문제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박찬호는 몇 승이고 박세리는 상금 랭킹 몇 위인지는 잘 알더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경제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것인데 우리들은 경제와 너무 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쟁 기사를 많이 다루지 않습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그렇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젊은이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경제 신문을 가지고 출발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문들은 거의 종합지처럼 되어 있고 정치 신문이라 할만큼 지면 대부분이 정치 기사 일색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국민이 정치에 편향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정치 기사를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셨습니까? 국론 분열과 정치적인 싸움이 대부분입니다. 사회면을 보면 선정적인 기사들이 많고 매일 사건사고 - 유괴, 토막살인, 근친상간 등 복잡하고 패륜적인 사회 현상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침 밥상에서 신문을 볼 때 식욕을 떨어뜨리는 기사들이 대부분인 것입니다.

앞으로는 전공에 관계없이 경제에 관한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사회, 가정 생활, 학교 생활을 막론하고 경제와 떨어져 살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세계화 시대입니다. 세계화란 사람, 물자, 돈 이 세 가지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입니다. 인위적인 국가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세계화 시대에 여러분은 살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커다란 물결입니다. 절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살고 있는 시대는 대한민국 서울뿐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 현상은 세계 여러 나라와 연관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국경이 없는 시대에 여러분은 자유롭게 외국 여행과 어학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에만 삶의 터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꿔 얘기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의 기업이고 우리 대학생은 세계의 대학생인 것입니다. 이 시대는 국경을 초월한 메가컴피티션(mega competition)이라는 명심하십시오.

세계화의 시대는 곧 정보의 시대입니다. 정보가 국경을 넘어들면서 여기서 발신하는 메일을 미국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같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여과 없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국경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세계화의 커다란 흐름 중의 하나는 기업간의 합병입니다. 이전 기업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했지만 이제 세계화는 힘을 전제로 합니다. 힘의 경쟁 시대입니다. 한국, 아시아만의 경쟁이 아닌 우주의 전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메가머저(mega merger)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벤츠, 클라이슬러 등의 자동차 기업이 국경을 너머 손을 잡고 움직이는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한국적 규모의 경제가 아닌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기 위한 선택으로 합병하였습니다. 이것은 국가와 국가간의 외교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대한민국 부산, 광주, 대전, 서울, 또 서울에서 국민대학, 국민대학에서도 경영학과, 법학과를 언급하는 이런 개념이 아닙니다. 국가의 경쟁력은 경제의 주체들이 모여 합치된 힘이 바탕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각 단과 대학들이 모이면 대학의 경쟁력이고 그 이전 단계에서 각 학과별의 경쟁력이 되고 그것을 더 소단위로 나누면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이 됩니다. 바꿔 말해 국민대학에서 일등을 하지 못하면 전세계에서 일등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72년 지금의 국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 당시 국민대학은 본관 한 개와 군대 막사식의 식당이 하나 있었고 운동장에도 돌과 자갈이 많은,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학교였습니다. 저는 충청도 예산에서 올라온 촌사람이었었는데 그 당시 동기생 중에 서울에서 일류 고등학교를 졸업한 재수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여기 올 사람이 아닌데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학 입시 경쟁에서 밀려 재수로 들어온 것을 한번 실수로 인정하고 방황을 끝내면 좋은데 대학 사 년 내내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자리에 있으면서 나를 부정한다는 것은 이치 상 성립이 안됩니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는 학교를 빨리 그만두고 자기가 원하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의 존재가치와 경쟁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즉 우리 학교에서 최고, 우리나라,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어떻게 자신을 길러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방황은 필요하지만 길어선 안됩니다.

저의 학창 시절에 대해 좀더 이야기하겠습니다. 학창 시절 당시 총학생회 선거 바람이 거세던 때였습니다. 선배 중 한 분이 학생회 회장에 입후보하면서 저는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한 탓에 성적이 형편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점에서는 손해가 막심했지만 선거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봅니다. 선후배들과 함께 고생하고 가깝게 지내면서 인생의 지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연락하면서 만나는 참으로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그 당시 저는 청문회라는 서클과 흥사단 아카데미라는 서클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는 유신체제에 대한 데모가 많았고 이론적으로는 한국의 민족주의, 제 3세계 종속이론이 한창 유행할 당시였습니다.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학생 운동에도 참가했었습니다. 되돌아보면 학점이 안 좋았을 뿐 서클활동과 총학생회 활동을 통해 사회를 미리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제대하고 나서 복학 후에는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 계기가 있었습니다. 영어 원서 강독 시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영어를 너무 잘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경영학과 동기들과 TIME반을 만들어 방과후나 토요일에 시간을 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제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긍정했습니다.

자신이 여기 와 있을 사람이 아닌데 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빨리 그러한 생각을 버리십시오. 생각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 사고방식, 적극적 사고 방식만이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냉소적 사고 방식으로는 비평가만이 될 수 있을 뿐입니다. 리더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자기 장점을 살리면서 긍정하는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싸움하기 전에 눈을 보는데 눈을 보는 싸움은 곧 기싸움입니다. 기싸움에서 지면 전체 싸움에서 지는 것입니다. 기는 마음자세에서 나옵니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회 생활은 협력의 관계이지만 선의의 경쟁자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여러분께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대학이 가장 좋은 대학이고 여기서 일인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십시오. 그것이 인생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절대 자신을 부정하지 마십시오. 인생은 그것을 비관적으로 보느냐 긍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고 방식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여 독서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여러분들이 읽은 책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전공을 통해서 배우는 학문에 어느 정도 깊이를 지니고 있습니까? 사회에 나가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깊이가 있습니까? 저는 시간이 나면 시내 대형 서점에 가곤 합니다. 갈 때마다 수많은 책을 보면서 암담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많은 책들 가운데 내가 읽은 것이 과연 몇 권이나 되는가를 생각하면 그런 기분을 느껴지는 것입니다. 대학 4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대학 입학은 새로운 인생의 출발입니다. 그 시간 동안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21세기는 혼돈의 세계, 복잡한 세계입니다. 우주 전체의 질서가 예측할 수 없는 카오스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무엇 하나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가해한 시대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즉 불확실한 안개 속을 뚫고 나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방어를 하면서 공격을 하는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강연 주제는 메가컴피티션(megacompetition) 시대의 승자의 조건입니다. 21세기 사회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여러분은 대학 시절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여기 오기 전 자료를 뽑아 왔습니다. 최근 세계 대기업들의 합병 사례입니다. 휴렛펫커드는 컴팩컴퓨터와 합병하고 아메리칸 온라인은 타임오너사와 CT그룹은 슈러더 투자은행과 합병을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의 대기업들도 혼자 살기 어려워 동반자 입장에서 제휴 내지 합병을 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경쟁의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회에 진출하는 유형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기업에 입사하여 회사원이 되기도 하고 국가 공무원이 되기도 하며 전문직인 교수나 연구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가 있지만 사회에 나가기 전 준비해야 할 사항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외국어라고 봅니다. 외국 여행을 하더라도 단체 여행이나 한국인 안내원이 따라 다니는 여행은 여행이 아닙니다. 혼자 여행하면서 손짓 발짓을 해가며 글을 손으로 써가며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여행의 참맛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역원을 데리고 다니는 여행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연발할 경우 또는 바꿔 탈 때를 모르고 방송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항상 스케쥴링표를 보고 있어야 합니다. 어학의 필요성을 통감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갈 때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은 원어민 수준이 돼야 합니다. 영어는 잠꼬대할 때도 나올 수 있는 실력이 되야 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신문사는 일년에 여덟 명 정도의 기자를 뽑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입니다. 저의 세대는 브로큰 잉글리쉬라 하여 제대로 영어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입니다. 저의 경우는 신문기자가 되고 난 후에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경제가 안정되고 전망도 좋아서 일본어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 특파원으로 가게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 현재 일본은 10년 이상 지속된 거품 경제가 깨지면서 불황의 늪에 빠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을 배우자는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고 있었습니다. 90년 10월부터 94년 6월말까지 도쿄 특파원을 하면서 일본을 가깝게 볼 수 있었고 일본의 경제력과 민족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일본어를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21세기는 당분간은 미국의 독보적인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영어는 기본인 것입니다. 또 하나 기회가 많은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대적할 만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21세기에는 기회가 있으면 전공을 불문하고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하면 앞으로 분명 좋은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한, 중, 일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입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요합니다. 취업 준비를 위해서라도 중국어는 특히 필요합니다. 언젠가 러시아의 시대도 오겠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러시아는 방황의 시기가 길 것입니다. 거대한 소련의 붕괴 후 러시아가 시장 경제로 가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국 관계를 공부해야 기회가 옵니다. WTO 가입으로 세계무역체제에 편입한 중국시장은 앞으로 엄청난 가속도로 자유경제체제 속으로 들어설 것입니다. 우리나라만큼 중국과의 입지조건이 좋은 나라가 없습니다. 사고 방식도 비슷해서 여러 이점들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우리는 서있습니다.

앞서 학문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인생에 있어 공부가 다는 아닙니다. 학과 공부뿐 아니라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 관계도 중시해야 합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이 21세기에는 별 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만 친구 없는 삶은 고독한 것입니다. 학창 생활을 통해 다양한 인간 관계를 형성하십시오. 취미나 인생의 목표가 같은 사람들을 사귀십시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여러분 인생에 필요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고독하지 않기 위해서는 친구들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삶을 뒤돌아보면 모든 것을 많이 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집중과 선택이란 것은 대학 시절에서도 필요합니다. 대학 각 학년에 해야 할 일과 공부에도 우선 순위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스스로가 판단하고 인식해야 합니다.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또 한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입니다. 아이디어가 출중해야 합니다. 기존 틀을 파괴할 수 있어야 남보다 앞서갈 수 있습니다. 일본에 호리바 제작소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교토에 있는 계측기 전문회사인데 이 회사의 사장인 호리바 마사오 씨가 지은 사훈은 [재미있고 이상하게]입니다. 근면, 성실, 저축 이런 단어가 아닌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사훈입니다. 즉 일이든 가정생활이든 사회적 사교든 모두 재미있어야 몰두하고 미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되도록 일을 지배하며 흥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부나 학교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재미를 느끼는 방면에 특기를 갖추는 것에 길이 있습니다. 이상하다는 것은 보편적 개념을 뛰어넘어 반대로 볼 줄 아는 시각과 호기심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서는 반드시 탐구가 필요하고 사물을 보고 관찰하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반드시 자신의 주특기에서 프로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삼 주 전 국민대 학보사에서 본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신문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묻더군요.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가지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남을 이기기 위해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하는 게 아닙니까?"하고 질문을 하더군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처음부터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 생활에 교양과정이 있는 것이고 어느 정도 학문의 기초를 닦고 그 다음 전공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얕고 폭 넓은 지식보다 깊고 폭 넓은 지식이 더욱 중요함을 느낍니다. 전문 분야에 대해 깊이 알고 있어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고, 일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신문 기자에도 전문 기자가 있습니다. 전문 기자들은 부장, 국장급의 대우를 받습니다. 그들은 수습 기자로 시작하는 조건으로 채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각 방면의 스페셜리스트를 특별 채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의학 전문 기자는 의학 박사 학위를 가진 자를 채용하고 공학 박사처럼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을 특별히 채용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전문적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 소양인 외국어가 필요하고 전공 실력이 중요합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 시절에 특화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소양을 갖추어야 합니다.

어느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에 유명한 요리사가 있었는데 그는 4백 년 된 음식점의 요리사였습니다. 일본에 호텔 지점을 내기 위해 일류호텔 주방장 4십 명 중 4명을 선발해야 했습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모두에게 실습을 시키는 것이 정상인데 그 요리사는 4십 명을 앞에 세우고 자신이 테이블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아하지만 그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그는 요리를 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봅니다. 예를 들어 칼질을 한 후에 그 다음 단계가 소금을 뿌리는 것이라면 소금에 눈이 가 있는 사람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소스를 치려 한다면 소스에 눈이 가 있는 사람이 유능한 요리사라고 그는 판단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사람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고수는 고수가 알아본다는 이치입니다. 지금은 불황이지만 초반 코스닥, 인터넷, 벤쳐 기업을 육성했을 당시 직원 채용 때 특별히 면접을 하지 않았습니다. 얼굴만 보고 뽑은 경우가 상당수 있습니다. 눈동자만 보고도 상당 수준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도에서 고수들이 상대방의 눈동자를 주시하는 것도 바로 눈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눈에 보아도 빈틈없는 모습으로 단련된 상태, 여러분도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키워가야 합니다.

기자들은 하루에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관상에 눈이 뜨여 얼굴만 봐도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피곤한지 기분이 좋은지 졸린지 등을 얼굴만 보고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기자들입니다. 어느 직업이든 직업의 세계에는 그 방면의 노하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프로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수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협 영화에 비유해 보면 학교는 수도하는 곳이고 하산할 때는 상당한 정도의 내공이 쌓여야만 합니다. 대학도 품질보증의 시대입니다. 졸업 학점, 외국어 인증제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이 대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회사, 직장으로 불충분한 인재를 내보내는 것은 곧 불량품을 내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회사는 원하는 인재상을 제시하고 대학도 자신 있게 인재를 추천하는 양방향의 교육 시대로 들어가고 있고 앞으로 이런 구조가 더욱 활성화 될 것입니다.

단과대학, 전문대가 자율화되어 대학 이름을 모두 쓰면서 전국에는 무명대학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학들은 라디오나 신문지면을 통해 광고를 합니다. 이미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국민대학의 간판입니다. 일하다 보면 자기의 학적을 숨기고 말하지 않아서 뒤늦게 동문임을 아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습니다. 한번 졸업생은 영원한 졸업생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모두 베테랑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어깨에 학교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사회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여유와 낭만을 지녀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유는 마음의 여유를 말합니다. 첫인상도 중요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상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보기 싫은 사람과 접대나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 상례라고 합니다. 인간 관계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유머감각도 중요합니다. 만나면 재미있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되십시오. 네티즌 사이에 유행하는 유머도 때론 필요합니다. 잡지, 신문에 있는 해외 유머와 비즈니스 유머도 알아야 합니다. 지금 시대는 유머감각이 매우 필요한 시대입니다. 학창 시절에 유머감각과 자기표현력을 충분히 길러야합니다. 이런 준비는 후에 면접을 볼 때에도 당황하지 않게 되는 원동력이 됩니다.

또한 평소 자기 소신을 가지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할 수 있는 협상력을 길러야 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협상력의 부족으로 국가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GM과 대우자동차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에는 협상학이란 과목도 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부딪치게될 외교, 정치, 군사, 사회, 문화에 관한 협상에 대비한 학문을 배우는 학과입니다. 협상이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협상에 있어 부족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환경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아침 밥상에서 이야기하면 "밥상에서 무슨 얘기를 해! 밥이나 먹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결국은 자기 표현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온 것입니다. 한국의 교육방식은 조용한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일본도 비슷합니다. 일본은 어른스러움, 의젓함을 중시하는 민족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본 대학원에 다닐 때 학생들이 수업 중에 질문을 하지 않는 광경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의젓함을 중시하다보니 질문을 하는 일이 보기 힘든 것입니다. 날카로운 질문이 나와야 교수도 준비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협상이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도 알 수 있어야 하고 인내력도 있어야 하며 많은 지식,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정보도 수집, 가공, 분석, 해석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협상할 수 있는 능력, 자기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앞으로 여러분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건강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급에 오르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국장, 차관,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마음도 건강하고 몸도 건강한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맑은 북악골의 정기를 받으면서 농구도 하고 산도 오르십시오. 이렇게 4년을 지내면 자연히 체력이 길러질 것입니다. 대학 시절엔 무엇보다 건강을 저축하십시오. 체력으로는 외국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해외 유학생들은 절실하게 느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외국 학생들은 체력이 강해 며칠을 밤새워 공부해도 끄떡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21세기 메가컴피티션(megacompetition) 시대에 어떻게 승리를 준비할 것인가,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경청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상으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