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육학과- - 특강 및 행사안내 > 목요특강 공지 : 21세기 새로운 사회, 젊은이 어떻게 살 것인가

요즘 우리 사회를 '정보화사회'라고 합니다. 일전에 의료보험 문제 때문에 여러 자료를 보니까 젊은 의사들은 모두 전자서류를 통해 보훈급여를 신청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도 손으로 작업해 신청하시더군요. 저와 같은 연배의 사람들에게도 정보화사회라는 개념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특징지어지는 산업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농촌지역에서는 농업사회의 정서와 생각을 그대로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생산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사회에서 인간은 땅에 씨를 뿌린 뒤 바람과 비와 햇빛을 어떻게 생산과정에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1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사고방식의 변화도 급격하지 않고 생산방식도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정보화사회, 산업사회, 농경사회의 세 가지 사고방식이 공존하기 때문에 여러분 세대나 아버지 세대 혹은 조부모 세대의 가치관이 서로 다른 것을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세대차이를 문제삼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보화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의 요구에 합당한 방식으로 여러 문제들을 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농업사회가 선진국처럼 스스로 공장을 만들고 상업을 발전시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을 밟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식민지 치하였던 우리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만들어 냈습니다. 예를 들어 '50년대 농촌사회에는 양반과 상민의 생활공간이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힘으로 공업생산제도를 도입하고 근대적인 교육과정을 만들지 못한 채 일본의 사고방식으로 그들의 목표에 맞게 공장이 만들어지고 신민(臣民)교육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또 일제시대에 식민지 권력들이 독립운동을 하던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활동을 했는데 그것이 해방 이후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과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뒤틀려 있는 채로 지속되어 왔습니다. 저와 같은 세대들은 이런 시대를 겪고 '60, '70년대 경제성장과정을 통해 놀랄 정도로 변한 사회까지 경험했습니다. 정릉으로 넘어오는 북악터널이 있던 자리는 예전의 자하문 터입니다. '65년경만 해도 이곳 정릉은 과수원이 많고 목련꽃들이 아주 아름답게 피어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로 넘어오면서 급격한 변화를 거칩니다. 외국에서 250년 동안 변한 것을 우리는 30년 사이에 변화시킨 것입니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사회의 제반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현실문제들이 30년이라는 압축적인 성장과정을 통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우리 사회의 지도력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처단되어야 할 친일파들이 다시 통치하는 미군정 시기를 거치게 됩니다. 제 나라 제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던 사람들이 나라를 이끄는 것이 아니고, 이민족을 섬기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어 이 사회를 움직였기 때문에 정상적일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사 쿠데타를 통한 정권이 오랫동안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지도세력에 대한 시각들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판적이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적으로 숭배하는 사람까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지도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군사독재 정권이 물러서고 민간에 의해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정한 정도 해소되어 가는 과정이지만, 아직도 IMF라는 또 다른 조건 속에 있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우리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리더십 문제는 평화적인 정권교체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오랜 시간을 가지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얽혀있는 문제들을 풀어 가는 과정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구조와 불균형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갈등과 불균형의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데 '의약분업 문제'의 경우는 우리 사회의 공동선(共同善)에 입각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예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경제적 소득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IMF를 거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 갈등도 심각합니다. 일례로 이 자리에 계신 분들 중에서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학생들은 대개 패션이라고 생각하고 물을 들이지만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일종의 문화적인 갈등인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갈등은 여러 인간에 대한 평가와 연관됩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갈등과 불균형들은 단순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과거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어린 학생 신분으로 여러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막연하기는 했지만 분단된 현실과 빈부 차이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제는 어떠합니까?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제 세대에서 해결하기 위해 싸웠던 문제들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앞으로 한 20년 열심히 살면 사회 모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겁니다. 21세기로 넘어왔지만 여러분 세대나 저희 세대나 마찬가지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우선 분단된 조국을 하나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의 분단문제는 옛날과 분명하게 달라졌습니다. 농촌사회일 때와 정보화사회에서 더 나아가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와는 여러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갈라진 겨레가 하나 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준엄한 역사의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균형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보다 전문적인 식견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사(勞使)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매년 5, 6월이 되면 다시 노사문제가 대두됩니다. 왜 그런지를 분석해보면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개 노사문제를 다루는 사람은 술 잘 마시고 언변이 뛰어난 사람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술 사주고 말로 잘 구슬려서 노사문제를 해결합니다. 말하자면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해결하는 노력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책임자들이 자주 바뀝니다. 이것은 기업들이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험을 축적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러니 매년 노사문제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정(勞政)간 갈등도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물론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외환위기라는 새로운 현상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전문적인 안목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의 많은 노동조합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물론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노조에서는 거품을 제거하고 부실을 없애기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구조조정 문제만 나오면 반대하느냐? 그것은 구조조정 방법이 수 십 가지가 있는 데 반해 우리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노동인력 감원에만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에는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도 많은데 우리의 경우 별다른 노력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인원 몇 명 감축한다고 발표해 버립니다. 그 순간 이미 노사는 대립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하지도 못하고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이것은 아직도 기업이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 식견과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의료보험 문제나 여타 환경문제를 풀어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지난 시기에 우리 사회가 압축적인 성장과정을 겪으면서 지도층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지식기반사회에 맞는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때 정보화사회와 지식기반사회가 겹치는 시기라는 점이 지금 우리에게 또 다른 조건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전의 시대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또 다른 변화를 예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가 부딪혀야 될 많은 문제들을 풀어 나가기 위해 여러분들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에서 보면 국민대 도서관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예전에 금서(禁書)였던 책들도 많습니다. 제가 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제시대 항일운동에 대한 책이나 정치경제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더니 사서 선생님이 불안스런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저는 책을 보면서 산업사회에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려고 무던히 애썼습니다. '70년대 초반만 해도 토론회 같은 곳에서 국민대 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깔봤습니다. 그러나 토론하면서 제가 상대방을 이론적으로 제압하니까 그런 일들이 없어지더군요.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열심히 파고 들어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분도 지식기반사회의 필수적인 지식에 대해 열심히 책을 봐야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소공동에 국립도서관이 있던 시절이 제겐 가장 꿈 많았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방학 때 매일같이 도시락 두 개를 싸들고 가서 그 곳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이후에는 실천 투쟁한다고 돌아다니다 보니 꿈 꿀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현실의 변화를 보면서 보람도 많이 느꼈지만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들에 파묻혀 있던 그 시기로 돌아가고 싶어지곤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어서 우리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학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는 것이 힘이지만 동시에 실천하지 않으면 죽은 지식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동시에 행동할 수 있는 지식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저는 퇴계선생보다 조식선생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다분히 관념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서화담의 사상에 대해서 깊이 알아보고 토정 이지함의 글도 읽어보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삶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면 더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말로 전문적인 식견을 만든다는 것을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으로만 멈추면 안됩니다. 예전에 제가 7년 4개월을 0.9평과 1.6평의 독방에서 생활했을 때 보이는 건 회색 빛의 교도소 담장과 죄수복밖에 없었습니다. 친부모와 친형제 외에는 누구도 면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때에는 어쩔 수 없이 이론적 실천에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이론적 실천으로는 현실의 변화를 직접 만들 수 없습니다. 반드시 이론과 실천이 하나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완성된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기 시대의 과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의지와 사명을 갖는데 이는 충분한 자기 준비 속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단순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관념에 빠져 있거나 충분한 준비 없이 실천하는 것은 모두 올바른 모습이 아닙니다. 따라서 실천이라는 명제를 모든 지식의 전제로 놓아야 합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는 군사 독재에 맞서지 않고 민주주의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대중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했습니다. 또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웠던 사람들이 군사정권의 힘에 맞서지 않고 침묵하고 후퇴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전진할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역사는 격물치지의 과정을 거쳐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내용을 가졌을 때 비로소 진일보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천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실천을 담아내는 주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민주주의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몰라도 자신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각각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차이'라고 하는 문제는 지식과 실천이라는 두 요소가 통일되었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앞으로 전개될 지식기반사회에서 강조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즉,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라는 겁니다. 이것은 어느 시대에서든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와 맞물리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21세기 인간사회의 현실적 조건은 어떨까요? 우선 인간이 성장하는 데 가족의 영향이 지대합니다. 저희들 세대에는 보통 여섯 형제를 두었습니다. 점점 형제들의 숫자는 줄어들어 최근에는 외동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생활태도를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살고 있는 시대적 조건과 환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점점 다원화된 핵가족사회로 가다보니 개인이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시대에는 인간이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 속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자기 주변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면벽수행할 시간은 없지만 아는 것, 실천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됨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볼 때 꼭 성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성(誠)'입니다. 이는 주어진 일에 대해 노력을 다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경(敬)'입니다. 이 말은 누구를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하늘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나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예전에 이근안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고문을 심하게 당했습니다. 저에게 운동가로서 자존심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무릎 꿇고 자백했을 겁니다. 결국 육체적인 한계에 도달해서 항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땐 정말 비참했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지키려 했던 자존심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물리적 폭력 앞에서 초라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가 실천의 과정에서든 생활에서든 자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생활 목표를 취직이나 경제적인 부(富)로 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수단이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왜 수단을 목표와 바꾸어 생각하겠습니까? 제가 볼 때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 공동선(共同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럴 때만이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해 가면서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71년도에 이곳에서 '성토제'(유신철폐 투쟁 운동)를 하고 제적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군대에 강제징집 당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노동자도 아닌데 모든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멋모르고 하겠지만 20년이 지나고 나서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진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일단 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 용산시장에 가서 지게꾼 노릇을 하겠다고 계획했습니다. 미리 사전답사도 하고 나가기로 결정까지 했는데도 자신이 없었어요.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 때 문을 열고 나가던 때의 떨리던 감정이 지금까지도 남아있습니다. 후배들은 저를 보고 요지부동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엄청난 고민과 좌절을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백절불굴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떠한 전문가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하고 탈락하더라도 좌절하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이기고 나갈 방법들을 찾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뜻한 바를 이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예외 없이 숱한 절망과 좌절을 이겨냈다고 말합니다. 그 속에서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섰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아무래도 저는 어떤 모습으로든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갈라진 겨레가 함께 살 수 있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 후에 여러분은 전혀 다른 체제와 조건 속에서 살아온 이북 사람들과 함께 통일된 조국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만들어야 할 사회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보장제도나 노사간의 대립,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제적 불균형, 외국자본과 국내자본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도권 다툼 등의 문제들을 넘어서야 합니다. 즉, 앞의 문제 모두를 여러분들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때에 여러분들이 처음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잘 몰라서 서툴렀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발전이 점점 늦춰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전문적 식견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제반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물론 저도 제 나이에 맞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고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문제도 결코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최근에 저는 김대중 대통령과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국무회의에도 참석해서 여러 현안에 대해 토의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제가 비록 노사문제 전문가이고 사회복지를 공부했다지만 반드시 좋은 정책만을 만드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우리 국민들의 고통과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분명히 약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때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국민의 정부가 좋은 성과를 내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격려해주고 지원해 주실 것을 아울러 부탁드리겠습니다.